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2)
독식하는 재벌 3세-32화(32/518)
32화. 연구소(2)
할아버지는 일정보다 3일 빨리 한국으로 돌아오셨다.
공항에서 곧장 회사로 출근하셨고, 긴급 사장단 회의를 소집하셨다.
“지난 사장단 회의가 중단되었다고 들었네. CT은행에서 창원 공장 차입금을 대출해 주겠다는 것이 사실인가?”
“그렇습니다. 창원 공장 차입금을 갚는 조건으로 4천억 원을 대출해 주기로 하였습니다. 명동보다 훨씬 저렴한 금리의 대출이기에 이자의 부담이 많이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김 실장 아저씨가 대신해서 답했다.
이미 공항에서 오는 차 안에서 대략적인 설명을 들으셨는지 곧장 다음 질문으로 이어 가셨다.
“김 본부장이 CT은행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고?”
“미국에서 대학 생활을 할 때 월가의 뱅커들과 약간의 친분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회사를 경영하려면 인맥도 중요한 요소지. 그리고 좋은 제품을 만들어 매출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자같이 나가는 돈을 줄이는 것 또한 큰 성과야. 이번 일은 김 본부장이 아주 잘했어.”
“감사합니다. 그리고 명동과는 대화를 통해 잘 협의하였습니다.”
할아버지는 흐뭇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셨다.
태우그룹의 차입금 규모는 10조 단위를 넘어섰기에 나가는 대출 이자가 상당했다.
4천억 원의 대출금의 금리가 조금 낮아졌다고 해서 큰 도움이 되진 않지만, 그래도 적지 않은 성과는 분명했다.
할아버지가 칭찬을 했으니 이제 반발이 나올 때가 되었는데.
이번엔 어떤 얼토당토않는 이유를 들며 나를 막아서려고 할까?
나는 이 상무와 친한 사장들을 둘러보았고, 역시나 이 상무와 가까운 태우전자 박진훈 사장이 입을 열었다.
“김 본부장은 입사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4천억의 차입금과 창원 공장 감사에 성공하였습니다. 이제는 김 본부장이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그의 업무 능력을 폄훼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뭐야? 갑자기 왜 칭찬을 하고 그래?
비판보다 칭찬이 더 무서울 수도 있구나.
박진훈 사장이 무슨 생각으로 저러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게다가 박 사장뿐만 아니라 다른 사장까지 하나같이 나를 칭찬하기 시작했다.
[창원 공장의 뿌리 깊은 문제를 단숨에 해결한 김 본부장의 능력이 정말 대단하기 그지없습니다.] [본부장으로 두기 아까운 능력입니다.] [태우그룹은 세계화를 선도하는 회사입니다. 나이보다는 능력을 중시하는 글로벌 기업의 기조를 따라갈 필요가 있습니다.] [김 본부장의 능력을 온전히 펼치기에는 감사팀은 너무 좁습니다.]칭찬을 다 듣고 나자 무슨 생각인지 예상이 갔다.
나를 감사팀에서 쫓아내고 싶나 보군.
이미 어디로 보낼지까지 합의를 본 것 같은데, 결국 결정권자는 할아버지다.
박 사장이 무슨 말로 할아버지를 설득할지 드러나 보자.
“김 본부장은 한 달만에 감사팀에서 많은 개혁을 이루어 내었습니다. 태우전자도 지금 개혁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김 본부장의 성과가 적지 않다고는 하지만, 아직 입사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2번이나 보직을 이동하면 말이 나오지 않겠나?”
“능력이 뛰어나 보직을 이동하는데 어디서 말이 나오겠습니까?”
“내부에서 문제 삼지 않아도 여론에서 문제 삼을 수 있다네.”
“계열사의 주요 자리로 보직 이동을 하면 그럴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않는 기술 연구소라면 문제 될 일이 없습니다. 저는 정식으로 김 본부장을 기술 연구소 소장으로 승진을 건의드립니다.”
아! 나를 기술 연구소로 보내고 싶나 보네.
기술 연구소는 태우전자에 속해 있지만, 독립적인 기관이기도 했다.
그리고 힘이 없는 기관이었다. 태우그룹은 기술을 중히 여기지 않았으니까.
기술은 사서 쓰면 된다.
이런 이론을 가지고 있는 할아버지였기에 기술 개발보다는 기술 구매에 더 관심이 많으셨다.
그러니 당연히 기술 연구소의 인력과 자금에는 한계가 명확했고, 기술 연구소로의 보직 이동은 유배 생활이나 다름없다는 말까지 나오곤 했다.
그런데 내 경우는 다르다.
기술 연구소라고는 하지만 소속은 엄연히 태우전자.
내가 그곳으로 가는 순간 태우전자를 갈아엎어 버릴 수 있다.
태우그룹의 부채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태우전자를 하루라도 빨리 갈아엎어 버리고 싶어 하던 내게 아주 좋은 기회였다.
그렇다고 좋아하는 티를 내면 안 되겠지.
최대한 싫어하는 척을 하며 하나라도 더 많은 것을 받아 내자.
“저를 좋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하지만, 아직 감사팀에서 끝내지 못한 일들이 많습니다.”
“어떤 부분을 끝내지 못했죠?”
“창원 공장 TF의 업무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이 상무와 관련되어 있는 감사팀 직원의 징계절차를 아직 시작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일이라면 TF를 정식으로 감사 6팀으로 승격시키고, 현재 TF팀장인 윤 차장을 부장으로 승진시켜 일을 마무리하면 되지 않겠어요?”
진짜 나를 감사팀에서 하루라도 빨리 쫓아내고 싶나 보다.
내 사람이라고 알려진 윤 차장을 부장으로 승진시켜 주고 감사 6팀도 만들어 주겠단다.
무슨 말만 하면 다 들어줄 기세다.
그럼 어디까지 퍼주는지 한번 볼까?
“감사팀 문제야 그렇게 해결하면 된다고 하지만, 기술 연구소에서 제가 무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기술의 중요성은 백번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지만, 현재 기술 연구소는 독립성이 전혀 없는 하부 기관에 불과합니다.”
“기술 연구소의 독립성 문제는 계속해서 나오는 문제지요. 이번 기회에 기술 연구소의 독립성과 권한을 더 강화해야겠지요.”
와우! 이것도 해 준다고?
그럼 또 하나를 더 받아 볼까?
그전에 앓는 소리를 한 번 더 하자. 그래야 의심 없이 또 퍼 줄 테니까.
“기술 연구소가 독립하고 권한이 더 생긴다고 해도 인력이 너무 부족합니다. 특히 기술 연구는 미래의 먹거리를 연구해야 하는 부분인데. 그 부분이 너무 미약합니다. 태우 경제 연구소까지 같이 총괄한다면 모를까 기술 연구소로는 가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미끼를 던졌다.
기술 연구소와 경제 연구소 총괄 소장.
경제 연구소는 기술 연구소보다 더 권한이 없는 기관이었다.
세계 각지에서 이름 꽤 날렸던 원로들에게 고문이라는 직함을 주어 미래 산업을 예측하는 일을 하는 곳이었다.
박 사장을 비롯한 사장단이 눈빛으로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영감님들만 가득한 경제 연구소에는 크게 미련이 없어 보였다.
“기술 연구소와 경제 연구소는 서로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기관입니다. 김 본부장에게 총괄 소장을 맡기는 것이 매우 합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김 본부장, 자네 생각은 어떤가? 감사팀에서 연구소로 옮길 생각이 있는가? 박 사장의 제안이 나는 합당하다고 보네.”
할아버지가 내 의견을 물었다.
말이 의견이지 통보나 다름없는 말이다.
감사팀에서 연구소로 옮기라는 통보.
내가 창원 부품 공장과 감사팀에서 칼춤을 신명 나게 추는 것이 걱정되셨겠지.
어찌 할아버지의 말을 거역하겠나?
물론 할아버지의 생각대로 내가 움직이지는 않겠지만.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술 연구소와 경제 연구소를 총괄 관리해 태우그룹에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인력을 추가 모집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권한이 늘어나니 당연히 사람도 더 필요해지겠지. 몇 명이나 더 고용할 생각이더냐?”
“20명 정도만 더 고용하고 싶습니다. 고용할 인원은 저에게 전적으로 맡겨 주셨으면 합니다.”
“김 본부장의 의견을 다들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괜찮습니다.] [신임 총괄 소장이 되었으니 수족이 될 사람도 당연히 고용해야지요.] [연구소의 규모가 커져야 한다고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었습니다.]정말 손발 하나는 기가 막히게 맞는 사장단이었다.
그리고 대답하는 그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미소가 맺혀 있었다.
특히나 태우전자 박진훈 사장은 대어를 낚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고 있기까지 했다.
물고기는 내가 아니라 당신이야.
전생에 작성했던 살생부에 박진훈 사장의 이름도 있었다는 것이 갑자기 생각났다.
* * *
일주일 후.
나는 서울 근교에 위치한 연구소로 출근했다.
본사에 있던 경제 연구소도 기술 연구소로 건물로 옮기게 되었기에 꽤 어수선한 연구소 분위기였다.
특히나 두 연구소의 부소장들이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기술 연구소 부소장 주광일, 경제 연구소 부소장 문경일.
그들은 아들뻘이나 다름없는 나를 모셔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얼굴이 그리 밝진 않았다.
“신임 총괄 소장으로 오게 된 김민재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소장님과 함께 일하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지금까지 기술 연구소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었습니다. 소장님과 함께 기술 연구소가 제 몫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경제 연구소야 크게 신경 쓸 일이 있겠나 싶습니다. 지금처럼 계속 운영해 나가겠습니다.”
경제 연구소 문경일 부소장의 표정이 가관이다.
하긴 원래 그는 경제 연구소 소장이었다. 하지만 내가 총괄 소장으로 오며 부소장으로 내려가게 되었으니 내가 탐탁지 않겠지.
게다가 경제 연구소는 땡보직이란 이야기도 있었다.
조용히 월급 도둑이나 하며 쉬는 곳이었는데 갑자기 주목을 받게 되었으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겠지.
“경제 연구소는 크게 터치할 생각은 없습니다. 단지 연구소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경제 연구소와 기술 연구소를 합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감사할 따름입니다. 경제 연구소는 연로하신 고문들이 대다수라 시끄러운 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구성원도 다국적이라 한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기도 하고요.”
“그냥 간간이 얼굴이나 비치며 차나 한 잔 얻어먹겠습니다.”
“그래 주시면 제가 감사하지요.”
문 부소장의 얼굴이 한결 나아졌다.
내가 경제 연구소를 건드리지 않고 계속 땡보직으로 남게 해 주겠다는 어조를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기술 연구소는 많이 바뀔 겁니다. 지금까지는 태우전자의 하청을 받는 방식에 가까웠겠지만, 앞으로는 기술을 선도해 나가도록 만들 계획입니다.”
“다들 뛰어난 인재들입니다. 기회와 권한이 없어 끌려다녔지만, 충분히 기술을 선도해 나갈 능력이 되는 사람들입니다.”
기술 연구소 주광일 부소장은 의욕에 차 있었다.
태우전자 요직에 있다 기술 연구소로 유배당하다시피 쫓겨난 처지기에 나라는 동아줄을 꽉 잡고 싶은 듯 보였다.
“그럼 다들 어수선한 분위기부터 바로잡아 주세요. 그리고 저는 오늘 경제 연구소에 잠시 들러서 고문님들과 차나 한 잔씩 마시고 퇴근하겠습니다.”
나는 문 부소장과 경제 연구소로 향했다.
경제 연구소는 특이하게도 10명의 고문이 개인 사무실을 가지고 있는 형태였다.
“후쿠다 고문님 사무실이 저곳이군요. 인사드리러 가 봐도 되겠습니까?”
“당연히 괜찮습니다. 조금 괴팍하신 분이라 고생 좀 하실 겁니다.”
부소장을 뒤로 두고 나는 후쿠다 고문의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왜 괴팍하다고 하는지 딱 보니 알겠네.
백발의 꼬장꼬장한 스타일의 노인.
그는 내가 들어왔음에도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신문을 읽어 나갔다.
하지만 내가 일본어로 한마디를 던지자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저는 태우그룹 차입금 문제 보고서에 동의합니다.”
태우그룹 차입금 문제를 재기한 유일한 사람.
그를 만나기 위해 경제 연구소를 기술 연구소와 합쳤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