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20)
독식하는 재벌 3세-320화(320/518)
320. 기다림 끝에 (4)
대기열 8천 명.
퇴근하기 전에 새로고침 한 애플카 예약 사이트의 대기열이었다.
명절날 기차표를 예매할 때나 나오는 대기열을 기록했기에 나는 기대에 부풀어 아침 일찍 출근을 했다.
기대에 부푼 건 나 혼자만이 아니었다.
한정훈 사장과 기획실장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회장실에 들어가기도 전에 기쁜 소식을 알려 왔다.
“회장님! 어제 하루 동안 한국에서만 1만 명이 넘는 사람이 예약했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 예약자는 10만 명이 넘었습니다!”
“미국 정보통에 들은 바로는 애플카 예약 구매를 대행해 주는 곳까지 생겼다고 합니다.”
하루 사이에 10만 명?
분명 상상 이상의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긴 했지만, 10만 명이나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었다.
환호성이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애써 마음을 다잡고 냉정을 되찾았다.
“예약 구매자가 10만 명이라고는 하지만,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는 50%도 되지 않을 겁니다. 대다수가 허수일 가능성이 높아요.”
“50%가 허수라고 해도, 지금 기세라면 한 달 안에 20만 명이 넘는 고객이 예약 구매를 합니다. 그러면 최소 10만 명이 실구매를 한다는 말이니, 생산량을 모조리 판매할 수 있는 양입니다.”
아무리 부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도 지표가 너무 좋았다.
출시일까지 생산할 수 있는 애플카의 양은 10만 대.
그런데 하루 만에 예약 구매가 10만 대가 들어왔으니 생산량보다 더 많은 구매가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출시일이 되어 보면 예약 구매의 허수가 얼마나 끼어 있는지 알 수 있겠죠. 그보다 테슬라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어떻게 보면 애플카 출시 때보다 더 반응이 좋습니다. 애플카로 전기차 시장이 관심을 받아서 그런지 미국 모든 언론이 테슬라를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특히 테슬라는 애플카에 없는 차종을 출시했기에 경쟁자가 아니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테슬라만 이득을 보는 건 아니었다.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애플카 판매량 또한 늘어나게 되어 있었고.
잠잠해질 수도 있었던 분위기를 테슬라가 바통을 이어받아 달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테슬라의 반응이 좋다니 다행이군요.”
“그래서 그런지 테슬라가 조만간 나스닥에 기업 공개를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조금 이르군요. 내년은 되어서야 기업 공개를 할 줄 알았더니.”
테슬라의 대표는 머스크였다.
내가 대주주에 있긴 했지만, 기업 경영은 그에게 일임했고.
일전에 만났을 때도 테슬라를 나스닥에 상장할 계획을 말한 적도 있었다.
“조금 이르긴 하지만, 오히려 지금이 나스닥에 상장할 좋은 기회인 것 같기도 합니다. 기대감이 높을수록 주가가 높아지지 않겠습니까?”
“하긴 실제 제품이 나왔을 때보다 나오기 직전인 지금이 기대감이 가장 높긴 하겠군요.”
머스크는 확실히 돈 냄새를 맡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지금 나스닥에 상장해야 공모주 가격을 최대한 높일 수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꼈을 터.
내가 보유한 지분이 조금 낮아질 수도 있었지만.
크게 차이는 나지 않을 것이었고, 핀테크 은행을 통해 지분 일부를 사들여 지분을 유지하면 되었기에 문제 될 건 없었다.
“그리고 기업 공개를 통해 테슬라가 높게 평가를 받는다면, 전기차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이어 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은 머스크와 연락을 해 봐야겠군요. 잠시 자리를 비켜 주세요.”
한 사장과 기획실장이 회장실에서 벗어났고.
문이 닫히기도 전에 머스크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미스터 킴! 이 시간에 어쩐 일이십니까?]“좋은 소식이 들려와서 확인차 전화를 드렸습니다. 혹시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계십니까?”
[와우! 역시 미스터 킴이십니다. 극비리에 움직였는데 알고 계시는군요. 나스닥 상장에 관해 전문가 몇 명과 상의를 했을 뿐입니다. 상장 절차 진행 전에 미스터 킴과 상의를 해 보려고 했습니다. 만약 미스터 킴이 반대한다면, 상장을 뒤로 미룰 생각입니다.]내가 반대한다고 정말 머스크가 상장을 뒤로 미룰까?
그를 설득할 만한 무언가를 꺼내 놓는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웬만해서는 그냥 밀어붙일 게 분명했다.
괜히 반대했다가 사이가 틀어질 필요는 없었고.
나스닥 상장 시기가 나쁜 것도 아니기에 반대할 이유조차 없기도 했다.
“저는 테슬라의 모든 결정권을 머스크에게 일임했습니다. 상장을 원하시면 하셔도 됩니다.”
“테슬라의 기업 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수 있는 아주 좋은 시기 같습니다.”
[미스터 킴까지 그렇게 말씀하시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습니다. 오늘부터 바로 나스닥 상장 절차를 밟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지분 구조는 최대한 지킬 수 있도록 여러 조치를 취하겠습니다.]내 지분까지 걱정해 주는 머스크였다.
괜한 걱정이었다. 나는 누구보다 내 몫을 잘 챙기는 사람이었으니까.
“저는 생각하지 말고, 나스닥 상장에만 집중하세요.”
[그래도 최고 투자자를 섭섭하게 할 수는 없죠.]“신주를 발행하면, 제가 사들일 테니 걱정 마세요. 그래야 테슬라의 주가가 더 높이 오르지 않겠어요.”
[감사합니다! 그럼 고민 없이 나스닥 상장을 시작하겠습니다.]머스크와의 짧은 통화가 끝났고.
나는 대기하고 있던 한 사장을 회장실로 불러들였다.
“머스크가 조만간 나스닥 상장을 진행한다고 하는군요. 핀테크 은행과 페이퍼 컴퍼니 몇 곳을 움직여 신주를 사들이세요. 지금 보유하고 있는 지분이 유지될 정도로만 사들이면 됩니다.”
“그 정도는 굳이 핀테크 은행이 나설 필요도 없습니다. 페이커 컴퍼니 몇 곳만 이용해도 충분히 사들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이름 있는 은행에서 지분을 사들여야 뉴스라도 한 번 나오지 않겠어요?”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핀테크 은행에서 테슬라 지분을 사들인다면, 주가가 더 상승하겠습니다.”
주가를 올리기 위해 여러 방법이 존재했다.
하지만 굳이 그런 방법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테슬라의 주가는 상승할 것이기 때문에 핀테크 은행의 이름만 살짝 이용할 생각이었다.
“요즘 배터리 업체는 어때요? 적자가 많이 줄어들었죠?”
“공유 모빌리티 사업으로 전기 배터리가 많이 판매되고 있고, 전기차 인프라 구축을 위해 다량의 충전기까지 판매되고 있어 이번 분기부터는 흑자가 전망됩니다.”
태우, 카이 그리고 테슬라까지.
이런 경쟁 구도를 만든 건 내가 모든 회사의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안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독점하고 있기에 경쟁을 부추겼다.
“전기차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기만 하면, 배터리는 확실한 캐시카우 노릇을 하게 될 겁니다.”
“최소 5년 이상 흑자를 봐야 지금까지 투자한 돈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
“전기차 시장은 5년 이상 가게 될 테니 걱정 마세요. 그리고 흑자를 본 금액 대부분을 다시 기술 개발에 투자하세요.”
“이미 세계 어느 배터리 기업보다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기술 격차가 최소 2단계 이상 납니다.”
“기술 격차를 유지해야 배터리 시장을 독점할 수 있어요. 지금 당장 돈을 벌겠다고 원가 절감이나 기술 개발 축소 같은 제 살 깎아 먹는 행동은 할 필요 없어요.”
기술로 성공한 기업이 망하는 레퍼토리가 존재했다.
전문가 혹은 기술자가 혁신적인 기술을 만들어 회사를 키우면, 숫자밖에 모르는 경영진이 들어와 투자를 줄인다.
그러면 1~2년은 수익이 크게 늘어나지만.
결국 기술 격차가 좁혀지며, 경쟁사에게 파이를 빼앗기게 된다.
회사를 다른 기업에게 매각할 경우가 아니라면, 그런 방법은 장기적으로 결코 이득이 되지 않았다.
“명심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태우반도체의 매출도 크게 늘었다고 합니다. 내연기관차보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반도체의 숫자가 최소 3배에서 7배까지 들어가니 태우반도체에서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합니다.”
“그냥 행복한 비명은 아닐 겁니다.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반도체와 자동차용 반도체는 생산 설비 자체가 다른 경우가 많으니까요.”
기존 반도체 시설을 개조해야지만 자동차용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
반도체는 웨이퍼라는 둥근 판 형태로 제작되는데, 스마트폰용 웨이퍼는 12인치였지만 자동차용은 8인치 웨이퍼를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태우반도체 일은 자세히는 모르지만, 경영진에서 임기응변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고는 들었습니다.”
“조금만 참으라고 하세요. 조만간 경기도에 반도체 공장이 완공되니 그때부터는 차량용 반도체 전용 공장을 만들 생각이니까요.”
“차량용 반도체의 경우엔 수익성이 낮습니다. 하나에 2달러 정도밖에 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차량용 반도체 공장이 흑자를 보려면 최소 1년에 400만 대 이상의 전기차가 판매되어야 합니다.”
반도체에 관해서는 잘 모르는 한 사장이었지만.
숫자에 관해서는 통달하고 있었기에 단시간에 수익성을 계산해 내었다.
“1년 안에 100만 대를 파는 날이 올 겁니다. 태우, 카이, 테슬라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 회사에서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면, 100만 대가 아니라 1,000만 대 이상이 팔리는 날도 오게 됩니다.”
“그때를 대비해서 지금부터 차량용 반도체 생태계를 만드시겠다는 말씀이시군요.”
“스마트폰으로 수익을 보고 있으니 차량용 반도체 공장에서 조금 적자를 봐도 충분히 버틸 수 있어요.”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부족 현상이 일어날 날은 반드시 오게 되어 있었다.
그때가 되면 차량용 반도체는 전략 무기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가치가 높아지게 될 터.
그러니 지금부터 미리미리 준비를 해 둬야 태우반도체 그리고 태우그룹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다.
“기획실과 상의해 태우반도체 경영진을 만나 보겠습니다.”
“태우증권 일도 많을 건데 다른 계열사 문제까지 신경 쓰게 해서 미안하네요.”
“전혀 아닙니다!”
“다른 계열사 일도 두루두루 알고 있어야 더 높은 자리에 앉을 수 있으니 조금만 더 신경 써 주세요.”
태우증권보다 높은 자리는 딱 하나였다.
회장이 가장 높은 자리겠지만, 그 자리는 줄 수 없었고.
그렇다면 남은 건 부회장 자리뿐이었다.
한 사장을 태우증권으로 불러들였을 때부터 부회장 자리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물론 지금 당장은 아니겠지만.
늦어도 10년 안에는 한 사장이 큰 사고를 치지 않는 한 부회장 자리는 그의 몫이었다.
한 사장도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과도한 업무 부담에도 군소리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좋아하며, 더 많은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의지를 엿보이기까지 했다.
“오늘까지 기획실과 논의를 마치고, 내일 바로 태우반도체를 찾아가겠습니다.”
“너무 급하게 진행하지는 마시고요.”
“꼼꼼하고 빠르게 진행하겠습니다! 지금 바로 움직이면 시간은 충분합니다.”
이미 부회장이라는 목표에 눈이 돌아간 한 사장이었다.
내가 말려도 뛰다시피 회장실을 빠져나가 기획실로 달려 나가는 그였다.
* * *
한 달의 시간이 흐르고.
테슬라가 드디어 나스닥 시장에 상장되었다.
그 소식을 전해 들은 한 사장은 한걸음에 회장실로 달려와 보고를 쏟아 내었다.
“테슬라의 반응이 매우 뜨겁습니다. 공모가도 높게 책정되어 17달러로 시작했는데 벌써 12%가 올라 19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상장도 빠르게 진행되더니 주가도 빠르게 오르고 있군요.”
“테슬라의 경우야 나스닥에서 관심 있게 보고 있던 기업이기도 하고, 머스크의 이름값과 회장님이 뒤에서 도와주신 덕분에 빠르게 상장이 되었습니다.”
테슬라의 주가는 정말 미친 듯이 오르고 있었다.
그 말은 곧 내가 보유하고 있는 테슬라 주식의 가치도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오늘 얼마까지 오르는지 지켜보세요. 못해도 30% 이상은 오를 겁니다.”
“지금 반응을 보면 더 높은 고지에도 오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계속 주시하고 있겠습니다.”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해야 할까?
전기차 시장의 광기가 시작되는 순간이 바로 지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