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22)
독식하는 재벌 3세-322화(322/518)
322. 버티면 이기는 싸움 (1)
사우디 국부 펀드 직원들은 엘리트들이었다.
대부분이 월가의 투자회사에서 일한 경력이 있었고, 혹은 사우디에서 경제 전문가로 키운 인재들이었다.
그래서일까?
다들 내게 호의적인 미소를 보여 주었다.
“SAVE 투자회사의 실소유자가 김민재 회장님이란 걸 처음 알았을 땐 정말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국 대기업 후계자가 월가를 가지고 놀고 있을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었습니다.”
“저는 파이드 부대표님에게 더 놀랐습니다. 왕족임에도 월가의 투자회사에서 10년 넘게 궂은일을 다 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아이스 브레이킹을 위한 칭찬 타임.
회의실로 이동하는 동안 기획실에서 정보를 수집해 내게 가지고 왔고.
부족한 정보는 상세 정보를 확인해 퍼즐을 채웠다.
“제가 월가에 있었던 것도 알고 계십니까?”
“월가가 생각보다 좁은 동네지 않습니까. 수익률이 매우 높았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리먼 사태가 터지기 전에 월가에서 빠져나올 수 있어 운이 좋았습니다. 만약 지금까지 월가에 남아 있었다면, 빈털터리가 되었을 것이고 국부 펀드의 부대표 자리에도 오르지 못했을 겁니다. 그리고 태우증권의 한 사장님도 오며 가며 몇 번 뵌 적이 있었습니다.”
파이드 부대표를 포함한 국부 펀드 직원 대부분이 월가 출신이었고.
그렇기에 나는 물론이고 SAVE 투자회사를 이끌었던 한정훈 사장도 잘 알고 있었다.
몇 명은 마치 유명 스포츠 스타를 보듯 우리를 바라보고 있기도 했다.
생각보다 일이 쉽게 진행되겠는데.
어떻게 구워삶을지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다.
이미 구워삶아진 채로 식탁 위로 올라온 사우디 국부 펀드였으니까.
“그럼 혹시 월가에서 공매도의 제왕이라고 불렸던 사람도 아십니까?”
“카노스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 카노스와 한판 거하게 붙게 생겼습니다.”
“카노스는 지는 싸움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 그가 태우그룹을 공격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월가 출신이라 그런지 월가의 일에 아주 관심이 많았다.
나는 기대감을 끌어내기 위해 괜히 비밀스럽게 목소리를 낮춰 말을 이어 나갔다.
“태우그룹을 직접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 관련이 있는 테슬라를 공매도한다고 하는군요.”
“테슬라라고 하면 태우그룹이 지분 일부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지 않습니까? 흠, 하긴 테슬라가 태우그룹 직계 기업은 아니니 카노스가 공격하려는 것이 이해가 가긴 합니다.”
“직계 기업이 아니니 태우그룹이 적극 방어를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더군요. 그 결정은 카노스에게 엄청난 실패를 안겨 줄 겁니다.”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고.
미소만 보고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깨달은 파이드 부대표였다.
“설마 태우그룹의 자본력을 총동원해 테슬라를 방어하실 계획이십니까?”
“사실 적극적으로 방어할 필요도 없어요. 어떻게든 전기차가 출시되는 연말까지만 방어에 성공하기만 하면 무조건 우리가 이기는 싸움이니까요.”
“전기차의 성공을 확신하시는군요.”
“태우그룹과 테슬라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려웠겠지만, 아람코에서 인프라에 적극 투자해 준 덕분에 무조건 성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자기 나라를 칭찬해 주는 걸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다.
아람코는 사우디 국영 기업이었으니 사우디 자체를 칭찬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공매도의 제왕이 처음으로 거하게 실패를 경험하게 되겠습니다.”
“그렇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지요. 공매도 제왕을 상대로 승리했다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으니 이번 공매도가 오히려 반가울 지경입니다.”
“공매도 제왕에게서 승리했다. 부러운 타이틀입니다.”
“원하신다면 이번 전쟁에 같이 참여하셔도 됩니다. 태우그룹은 딱히 타이틀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사우디 국부 펀드에 타이틀을 양보할 생각도 있습니다. 전기차 인프라 구축을 사우디에서 도와줬는데 그 정도는 당연히 해 드려야죠.”
파이드 부대표가 얼굴이 상기된 채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는 빠르게 국부 펀드 직원들과 눈을 맞췄고, 모두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자 냉큼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안 그래도 태우그룹과 같이 비즈니스를 진행하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제안해 주시는데 어찌 거절을 하겠습니까. 특히나 김 회장님은 사우디 왕가의 친구이기도 하지 않습니까. 사우디 왕가는 친구의 위험을 결코 못 본 척하지 않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돈이 들어갈 수도 있는데 괜찮겠습니까? 물론 중간에 빠지셔도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겠습니다.”
“사우디 국부 펀드가 움직인 이상 중간에서 포기하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돈이 부족해서 중간에 게임을 포기했다는 소리가 나오면, 저는 사우디에서 두 발 붙이고 살 수가 없습니다.”
사우디의 힘은 검은 황금에서 나오는 막대한 돈이었다.
그런데 돈이 부족해서 포기한다는 건 자존심을 버린다는 행위와 동급이었다.
“그래도 국부 펀드는 안정성이 제일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왕족 모두가 김 회장님의 투자 실력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제가 머나먼 한국까지 온 것이기도 하고요. 김 회장님이 보증하는 금융상품보다 더 안전한 상품이 어디 있겠습니까?”
오히려 내가 말리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공매도의 제왕을 꺾을 생각에 눈이 돌아가 버린 파이드 부대표.
우리에게 좋은 상황처럼 보이겠지만, 따지고 보면 결코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리스크 관리 없이 막대한 투자를 진행한다면?
반대하는 쪽이 나오기 마련이었고, 그렇다면 사우디 국부 펀드가 방향성을 잃어버릴 수도 있었다.
“제가 조금 더 보증을 해 드리겠습니다.”
“어떤 보증을 말씀이십니까?”
“이번 공매도에서 구입한 테슬라 주식이 3년 뒤에도 가격이 낮다면, 지금 가격으로 테슬라 주식 전량을 매수하겠습니다.”
리크스 최소화.
투자를 해 본 사람이라면 다들 알겠지만.
원금 보장이 얼마나 달콤한 조건인지 잘 알 것이다.
공매도 방어에 실패한다고 해도 원금은 지킬 수 있었고, 가격이 오르면 모든 수익은 가져갈 수 있는 조건.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은 있을 수가 없었고.
테슬라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제시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하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김 회장님이 보증한다는 말 한마디면 충분합니다.”
“모든 사람이 파이드 부대표님 같지 않습니다. 그러니 태우그룹 차원에서 리스크 관리를 보증하겠습니다.”
“확실히 리스크 관리를 태우그룹에서 보증 서 준다고 한다면, 이견 없이 테슬라 공매도 방어에 뛰어들 수 있긴 하겠습니다.”
파이드 부대표도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
월가에서 일한 사람이니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모를 리가 없었다.
하지만 내가 말을 이어 나가자 그는 다시금 이성을 잃어버렸다.
“사우디 국부 펀드가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최대한 뒤에서 서포트 하겠습니다. 카노스를 비롯한 세력이 공매도를 시작하면, 사우디 국부 펀드가 먼저 움직이세요. 우린 뒤에서 조용히 후방 지원을 담당하죠.”
“카노스와 사우디 국부 펀드의 대결로 판을 짜 주시겠다는 말씀이시군요.”
“사우디 국부 펀드가 드디어 기지개를 켜고 세상에 나온다는데 이 정도 판은 깔아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주먹을 불끈 쥐는 파이드 부대표.
그는 눈까지 살짝 감고는 카노스를 상대로 승리하는 상상이라도 하는 듯 보였다.
“사우디 왕가에서는 이번 일을 꼭 기억하겠습니다. 이번 일이 성공만 한다면, 다음에는 더 큰 규모의 비즈니스를 같이 진행해 보시죠.”
“이번보다 더 큰 규모의 비즈니스라고 하면, 월가 전체와 싸우는 정도의 스케일이 되겠군요. 그런 일이 생긴다면, 사우디 국부 펀드부터 먼저 찾겠습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협상은 아주 깔끔하게 진행되었다.
파이드 부대표를 위해 리스크 보증 관련 계약서도 작성해 주었고, 남은 시간은 강 대위의 식당에 들러 맛있는 요리를 먹는 것으로 마무리하였다.
* * *
일주일 후.
시끄럽게 세력을 키우던 카노스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고.
월가를 주시하고 있던 한 사장이 빠르게 움직임을 캐치해 보고를 해 왔다.
“방송에 나와 테슬라를 험담하는 말을 쏟아붓더니 드디어 오늘 공매도를 시작했습니다.”
“카노스라면 초반부터 힘을 꽉 주려고 할 게 분명해요.”
“안 그래도 장이 시작하자마자 5억 달러 규모의 공매도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생각보다 손이 작군요. 고작 5억 달러라니.”
5억 달러면, 6천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월가에서도 작은 규모의 돈은 아니긴 했지만, 카노스가 상대해야 하는 건 사우디의 국부 펀드였다.
국부 펀드 입장에서 6천억 원은 껌값 아니겠는가?
“사우디 국부 펀드가 일주일 동안 애가 타도록 기다리고 있었으니 반격을 거세게 가할 듯싶습니다.”
“카노스의 손이 5억 달러 정도인 건 확인했으니 이제 사우디 국부 펀드의 손이 얼마나 큰지 확인할 차례군요.”
우리는 관심 있게 주가 차트를 실시간으로 지켜봤고.
그러는 사이 책상 위에 올려 둔 휴대폰에 메시지 한 통이 들어왔다.
[GO!]아주 짧은 단어 하나.
발신자 정보도 확인할 수 없는 문자 메시지였지만, 난 누가 이런 문자를 보냈는지 알 수 있었다.
“파이드 부대표가 지금 움직이려나 보군요.”
“공매도 세력이 던진 주식을 무섭게 사들이고 있습니다!”
테슬라 주가 차트가 급변하기 시작했다.
5억 달러 공매도로 인해 하락하던 주가가 엄청난 속도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아주 쓸어 담을 생각인가 보군요.”
“벌써 투입된 자금이 1억 달러가 넘습니다. 이 속도가 30분만 유지되어도 10억 달러 이상 사용하게 됩니다.”
모든 싸움은 초반부터 총력전을 펼치지 않기 마련이었다.
힘 싸움을 하며 서로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고 난 뒤 총력전을 가하곤 했다
하지만 사우디 국부 펀드는 간을 보지 않았다. 다른 전투도 아니고 돈으로 하는 싸움이었기에 초장부터 찍어 누르려는 듯이 테슬라 주식을 사들이고 있었다.
“공매도 세력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엄청난 양을 던지고 있습니다.”
“간간이 지원 사격을 해 주세요. 페이퍼 컴퍼니를 이용해 여러 명이 테슬라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고 생각하게끔 만드세요. 그래야 개미들도 따라붙지 않겠어요?”
“페이퍼 컴퍼니를 총동원하겠습니다. 그리고 데이비드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월가와 언론사에 사우디 국부 펀드가 테슬라의 엔젤이 되었다는 보도가 조만간 터지게 될 겁니다.”
공매도는 결국 중심을 누가 더 잘 잡냐 싸움이었다.
공매도 세력의 중심에는 카노스가 있기에 많은 세력이 합류했다.
그런데 방어 세력의 중심을 사우디 국부 펀드가 잡아 준다고 하면, 자연스레 세력이 형성된다.
“공매도 세력도 총력전을 펼치려는 것 같습니다. 동시다발적으로 물량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사우디 국부 펀드가 잘 받아먹고 있나요?”
“지금까지는 순조롭게 받아 내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나는 장기전을 원하고 있었다.
오늘부터 경제 뉴스 1면은 테슬라 공매도 전쟁이 장식하게 될 터.
수십조 원을 사용해 전기차를 홍보해 준다는데 얼마나 고마운가?
나는 그냥 중간중간 불씨가 꺼지지 않게 장작만 던져 주는 역할을 하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