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27)
독식하는 재벌 3세-327화(327/518)
327. 곳간 채우기 (1)
2009년이 며칠 남지 않은 날.
경제 연구소 후쿠다 소장이 나를 찾아왔다.
내가 회장 자리에 오르면서 경제 연구소 고문이었던 그를 소장으로 승진시켰고, 그는 매달 혹은 분기마다 보고서를 제출했었다.
하지만 항상 서면으로만 보고를 했었지.
이번처럼 대면 요청을 한 적은 없었기에 이번 보고서의 내용이 심상치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었다.
“후쿠다 소장님, 정말 오랜만입니다. 자주 찾아뵙고 이야기를 나눴어야 했는데 그간 소홀했습니다.”
“회장님의 바쁜 시간을 저 같은 사람 때문에 낭비할 수는 없지요. 그러니 지금도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우선은 보고서를 봐 주시기 바랍니다.”
보고서의 내용은 고작 3장.
테슬라와 공매도 세력과의 주가 전쟁에 관한 보고서가 두 장이었고.
나머지 한 장에는 태우그룹 또한 공매도에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태우그룹이 테슬라처럼 공매도 세력에게 공격당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그렇습니다. 이전에는 부채율이 0%였고, 막대한 사내유보금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아무런 걱정이 없었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AIZ와 GM을 인수하면서 그들이 보유한 부채도 같이 태우그룹으로 넘어왔다.
미국 정부에서 막대한 양의 부채를 감면해 줬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적자를 보고 있는 두 회사였기에 후쿠다 소장이 보기엔 시한폭탄처럼 보일 터.
“인수한 회사의 적자폭은 크게 줄어들고 있는 중입니다. 다른 계열사의 수익으로 조금만 견디면 금방 흑자로 전환할 수 있지요.”
“저도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짧으면 3년 길어도 5년 안에는 흑자로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 안에 대형 경제 위기가 또다시 터진다면, 공매도 세력의 표적이 될 수 있습니다.”
확실히 앞으로 3년 정도가 태우그룹의 재정이 가장 약한 기간이었다.
AIZ, GM, 전기차, 그리고 지하자원 개발까지.
정말 다양한 곳에 투자를 했고, 태우그룹의 곳간이 마르다시피 했다.
물론 태우그룹에는 캐시카우 노릇을 하는 여러 계열사가 있었기에 큰 걱정은 없었지만, 후쿠다 소장의 말처럼 대형 경제 위기가 찾아오면 자금경색이 올 수도 있었다.
“흠, 확실히 일리가 있는 말씀이십니다. 긴급 임원 회의를 소집해야겠습니다.”
“제 말씀만을 듣고 임원 회의를 소집한다는 말씀이십니까? 조금 더 분석을 해도 늦지 않습니다.”
“아닙니다. IMF의 위기도 가장 먼저 알아차리신 분이 후쿠다 소장님이십니다. 이런 일은 최대한 빨리 대처해야 만약의 사태가 벌어지지 않습니다.”
나는 태우그룹 최고 경영자 비상 회의를 곧장 소집했다.
회의 참석자라고 해 봐야 박만득 부회장과 한정훈 사장 그리고 기획실장이 전부였고, 후쿠다 소장이 발표자로 자리했다.
“바쁜 와중에도 다들 회의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회의는 태우그룹의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의견을 나누기 위함입니다.”
“제가 비상 회의 소집을 회장님에게 요청드렸습니다. 경제 연구소에서 분석한 결과 지금 태우그룹은 구멍 난 항아리와도 같습니다. 과도한 양적 팽창으로 인해 아무리 돈이 들어와도 구멍으로 돈이 다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후쿠다 소장의 보고서가 틀리진 않았다.
하지만 그의 보고서에는 태우그룹의 숨겨진 자산에 대한 부분은 빠져 있었다.
핀테크 은행을 비롯한 숨겨진 자산을 이용하면, 경제 위기가 불어온다고 한들 태우그룹은 충분히 버텨 낼 수 있었다.
하지만 미리 대비를 하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태우그룹의 숨겨진 자산을 사용할 일을 만들지 않는 것이 좋았기에.
하지만 모두가 그의 말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었고.
특히나 숫자에 강한 한 사장이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AIZ와 GM 등의 회사 인수로 인해 많은 자금을 사용한 것도 맞고, 앞으로 들어갈 돈도 많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위기라는 것에는 동의하지 못하겠습니다. 태우반도체, 전자, 그리고 IT 쪽에서 들어오는 돈으로 충분히 감당이 가능한 수준입니다.”
“지금이야 그렇지만, 또 한 번의 세계 경제 위기가 찾아오는 순간 자금경색에 빠지게 됩니다.”
태우그룹은 겉으로 보기엔 장밋빛처럼 보였다.
AIZ와 GM 같은 세계 국지의 회사를 인수했고, 전기차 시장도 성공적으로 개척하였으니까.
그렇다고 해서 속이 썩어 문드러진 건 절대 아니었다.
단지 후쿠다 고문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을 때 태우그룹이 위험할 수도 있음을 말하고 있었다.
“경제 위기가 또 한 번 찾아온다고 하더라도 태우그룹은 충분히 버텨 낼 힘이 있습니다.”
“단순히 버텨 내기만 가능할 뿐이죠. 앞으로 나아갈 동력이 부족합니다. AIZ와 GM 그리고 전기차에 지하자원 개발까지. 최소 1년에 100조 원이 넘는 자금이 주기적으로 빠져나가게 됩니다.”
“몇 년만 지나면, 인수한 회사들이 안정화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지출 금액이 크게 감소하게 됩니다.”
“그 몇 년 안에 세계 경제 위기가 다시 찾아올 수도 있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한 사장과 후쿠다 소장의 치열한 논쟁.
후쿠다 소장은 상황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조금은 격앙된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다.
“공매도 세력이 공격했던 것처럼 태우그룹이 타겟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이야 자금 건전성이 높으니 공격받지 않고 있지만. 경제 위기로 인해 태우그룹이 흔들리게 된다면, 좋은 먹잇감이 되어 버릴 수도 있습니다.”
“공매도 세력이 태우그룹을 공격할 이유가 어디에 있습니까? 태우그룹이 보유한 캐시카우가 한두 개가 아닙니다. 공격을 받아도 충분히 방어할 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양적으로 팽창된 상황이기에 공매도 세력의 공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어요.”
틀린 말은 아니었다.
공매도 세력을 방어하기 위해선 막대한 자금을 사용해야 하고.
태우그룹의 성장을 위해 사용해야 할 자금이 부족할 수가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후쿠다 소장의 손을 들어 주었다.
“확실히 태우그룹은 너무 과도하게 팽창하긴 했죠. 자금경색이 찾아오면 그룹의 성장 동력이 사라질 수 있기도 해요.”
“자금경색이 찾아온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월가의 자본에게 잠시 대출을 하면 그만이지 않겠습니까?”
“IMF 시절을 잊으셨나요? 태우그룹도 과도한 채무로 쓰러질 뻔했어요. 대출은 웬만해서는 하지 않은 편이 좋죠.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모두가 내 입에 집중했다.
혹시 모를 경제 위기를 대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부족한 곳간을 채우도록 하죠. 후쿠다 소장의 말처럼 조만간 경제 위기가 터질 것 같군요. 그런데 경제 위기를 미리 대처할 수만 있다면 최고의 투자가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현재 어디서부터 경제 위기가 시작될지 예측이 어렵습니다. 유럽 혹은 미국 아니면 동아시아 지역. 어디에서 경제 위기가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나는 어디에서 경제 위기가 시작되는지 알고 있었다.
조만간 찾아오는 유럽 재정 위기 사태.
리먼 사태로 인해 세계 곳곳이 흔들리고 있었고, 가장 먼저 큰 타격을 입는 곳은 일본이었다.
일본의 경우는 리먼 사태가 아닌 대지진의 영향으로 경제가 흔들리게 된다.
그 여파로 유럽 재정 위기 사태가 터지고, 세계 경제가 또다시 암흑의 시대로 들어서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다른 경제적 문제라면 예측을 통해 알아냈다고 할 수 있지만.
일본 동북 지방 대지진 같은 자연재해를 예측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다.
“월가의 정보와 개인적인 루트로 종합해 본 결과 일본과 유럽에 경제 위기가 찾아올 가능성이 높아 보이더군요.”
“경제 연구소에서도 유럽 특히 남유럽의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질 거라 예측하고 있습니다. 유로화의 영향과 리먼 사태로 인한 후폭풍으로 경제 사정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의 경우엔 그렇게 악재가 있지 않습니다.”
후쿠다 소장이 일본인이라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누가 보기에도 일본은 지금 당장 큰 위기라고 부를 만한 요소가 전혀 없었다.
“그럼 투 트랙으로 움직이도록 하죠. 절반은 일본 나머지 절반은 남유럽 쪽에 경제 위기가 온다고 가정하고 투자를 감행하도록 하겠습니다.”
“투자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선 일본의 경제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측이 되어야 합니다.”
“고베 대지진 당시의 일본 경제 상황을 대입해 계획을 수립해 주세요.”
모두가 의아한 듯 나를 바라봤다.
갑작스럽게 내 입에서 ‘고베 대지진’이란 단어가 나왔기 때문이었고.
나도 지금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단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명할 자신이 없었기에 모르는 척 지나갔다.
“물론 일본에 지진이 다시 발생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그때와 비슷한 경제 위기가 찾아올 경우를 예측해 달라는 말일 뿐입니다.”
“KIKO 상품을 다시 일본에 만들어 팔 수도 있고, 페이퍼 컴퍼니와 핀테크 은행을 통해 일본 기업의 공매도를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제조업 중심 회사를 대상으로 계획을 세워 보세요.”
아무도 내 지시에 토를 달지 않았다.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을 터였지만, 그동안 내가 해낸 성과 덕분에 딴지를 걸지 않는 임원들이었다.
“그리고 남유럽 국가의 경우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서 계획을 세워 봅시다. 가령 그리스가 파산할 경우 유럽의 경제가 어떻게 될지 예측해서 투자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보세요.”
“그리스가 파산한다면 혹시 IMF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현재 유럽에서 가장 재정 상태가 좋지 않은 국가가 그리스죠. 한국이 그랬듯 국가 파산 사태가 찾아올 가능성이 꽤 높아요.”
이번 지시에는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일본의 경우 대지진이라는 얼토당토않은 이유가 붙었지만.
그리스의 경우엔 재정 상태 악화라는 증거 자료가 있었기에 충분히 납득할 만한 일이었다.
“그리스를 시작으로 남유럽 전체가 재정 악화에 빠진다면 가장 먼저 유로화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화폐는 퀀텀 펀드가 전문가 아니겠어요? 조지 대표와 함께 큰 그림을 한 번 그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요.”
퀀텀 펀드를 얼굴로 내세우겠다는 말이었다.
경제 위기로 돈을 버는 건 결국은 욕을 들을 수밖에 없는 일이었고.
악역에 익숙한 퀀텀 펀드라면 우리의 존재를 감추고 움직이기 제격이었다.
“안 그래도 퀀텀 펀드가 이번 공매도 건으로 돈을 꽤 쏠쏠하게 벌었습니다. 그리고 몇 번이고 연락이 오기도 했습니다. 다음에는 같이 일을 하자는 제안이었습니다.”
“가능하면 사우디 국부 펀드도 같이 움직여도 좋겠군요.”
“퀸텀 펀드와 사우디 국부 펀드 쪽과 만나 협의를 해 보겠습니다.”
한 사장과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박만득 부회장.
그는 아주 조심스럽게 부정적인 의견 하나를 내놓았다.
“회장님의 투자안을 의심하는 건 결코 아닙니다. 하지만 일본과 유럽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동시에 어긋나는 경우 태우그룹의 재정 상태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모든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만 성공하게 되면, 태우그룹은 앞으로 더는 재정 악화를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숨겨진 자산은 비밀 병기였다.
비밀 병기를 사용하지 않고서도 태우그룹을 지켜 낼 방어벽이 필요했기에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