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28)
독식하는 재벌 3세-328화(328/518)
328. 곳간 채우기 (2)
2010년의 새해가 밝았다.
할아버지는 여전히 베트남에서 돌아오지 않으셨기에 나는 강 대위의 회의실에서 한 사장과 함께 라면을 끓여 먹으며 새해를 보냈다.
“새해부터 라면은 좀 아니지 않습니까? 차라리 나가서 식사를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래도 새해라고 만두도 넣었어요. 그리고 라면이 어때서요?”
호로록!
투정도 잠시.
우리는 라면을 흡입하다시피 먹었고, 입가심으로 시원한 콜라 한 잔으로 입을 적셨다.
“곳간 프로젝트는 잘 진행되고 있나요?”
“우선 일본 쪽부터 시작하고 있습니다. 고베 대지진 당시에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참고해서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엔화 쪽은 건드리지 말고, 제조업 기업 위주로 공략해 보세요.”
“경제 위기가 오면 엔화가 떨어지지 않겠습니까?”
“엔화는 워낙 종잡을 수가 없어서 말이죠. 기업 주가가 오히려 예측하기 더 쉬워요.”
동일본 대지진 직후에는 엔화가 떨어졌지만.
시간이 지나자 엔화는 오히려 상승하기 시작했다.
해외로 나갔던 일본 자금이 일본으로 돌아왔기 때문이기도 했고, 일본 정부에서도 엔화 방어를 위해 여러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일본 주가의 경우엔 20% 넘게 하락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엔화보다는 주가를 공략하는 편이 더 많은 이득을 남길 수가 있었다.
“그렇게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제 슬슬 지방 선거에도 신경 써야 하지 않습니까? 국민경제당이 이번에도 유의미한 결과를 남길 수 있겠습니까?”
“이번에도 경기도를 기반으로 세를 확장해 나가야겠죠. 다행인 건 경기도에서 국민경제당의 인기가 워낙 좋아 웬만하면 재선은 가능할 테고, 지난 선거보다 더 많은 지역에서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요.”
경기도에서 국민경제당은 거대 양당보다 더 많은 지지를 받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각종 세계 그룹의 공장이 경기도에 지어지고 있었고.
태우그룹의 반도체 공장과 자동차 공장도 경기도에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었기에 경기도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그래도 최재석 도지사가 다음 목표를 향해 나아가라면 경기도를 넘어 다른 지역에서도 국민경제당이 유의미한 성적을 거둬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비밀리에 SNS와 포털 사이트를 이용해 국민경제당 홍보 작업에 들어가고 있어요. 최소 3~5% 정도는 더 많은 득표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그 정도로는 부족하지 않겠습니까? 조금 더 공격적인 방법을 동원해야 국민경제당의 세를 키울 수 있습니다.”
국민경제당은 예전과는 달라졌다.
확실히 인지도도 높아졌고, 지지세도 강해졌다.
그리고 경기도라는 확실한 지역 기반이 생겼기에 거대 정당이 될 준비를 마친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번엔 조금 더 자극적인 방식을 사용할까 해요.”
“네거티브 방법을 사용하실 생각이십니까?”
“예전에는 검찰라인이나 강 대위 직원들이 열심히 돌아다녀 정보를 수집해야 했는데 요즘은 그럴 필요가 사라졌어요. 그냥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정보가 들어오고 있죠.”
“SNS와 메신저를 통해서 말씀이십니까?”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 이상이 태우그룹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 중에 있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 대부분이 SNS와 메신저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었고, 그 정보를 보관하는 데이터 센터를 태우그룹이 관리하고 있었다.
“세상 참 좋아지지 않았어요? 가만히 앉아 정보를 알아낼 수 있는 시대가 되었으니 말이죠. 물론 태우그룹이니까 가능한 일이겠지만요.”
“위험 부담이 너무 크지 않겠습니까? 태우그룹이 정치인의 정보를 열람했다는 것만 알려져도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발생합니다.”
“밝혀지지 않으면 되는 일이죠. 그리고 우리가 직접적으로 움직일 생각은 없어요. 거대 양당이 알아서 서로를 비방하도록 만들면 아무도 우리를 의심하지 않을 겁니다.”
한 사장의 말 대로 위험부담이 큰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걸리지만 않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일이기도 했고.
태우그룹의 네트워크 시스템은 대한민국 정부라고 해도 뚫어 낼 수 없을 정도로 견고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의심을 사지 않고 움직이려면, 꽤나 공을 들여야겠습니다.”
“사실 우린 아주 소량의 정보만 거대 양당에 퍼트리기만 하면 됩니다. 확성기 역할은 그들이 알아서 해 주겠죠. 물론 SNS 알고리즘을 이용해 소문이 더욱 잘 퍼지도록 돕긴 하겠지만요.”
개인 정보를 무분별하게 이용하겠다는 건 아니다.
이미 나돌고 있는 소문에 부채질을 할 정도만의 정보면 충분했고.
우리가 정보를 열람했다는 증거를 인멸해 버리면 뒷말이 나올 수도 없었다.
“거대 양당의 비리는 키우고, 국민경제당은 긍정적인 이미지로 포장을 하겠다는 전략입니까?”
“이미 정치권에 대한 혐오가 도를 넘었어요. 국민들은 새로운 정당을 원하고 있고, 국민경제당이 그 대안이 될 수 있지 않겠어요?”
“이번 선거는 매우 박빙이 될 거란 전망이 높습니다. 이 구도를 삼파전으로 몰고 나가려면, 당 차원에서 거대한 비전을 제시해야지만 가능합니다.”
네거티브 공방만으로는 선거에서 이길 수가 없었다.
국민 여론을 사로잡을 만한 비전이 있어야지만, 전체 선거판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이번 선거는 젊은층의 관심이 높은 선거라고 하더군요. 그래서인지 거대 양당 모두 일자리 공약을 많이 내놓더군요. 그런데 국민경제당만큼 성과를 거둔 정당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대부분의 일자리 창출이 경기도에서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경기도에서는 엄청난 지지를 받겠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큰 호응을 받지 못할 수가 있습니다.”
“다른 지역도 경기도만큼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 줘야겠지요.”
선거가 사기의 일종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어느 정치인이 희망과 기대라는 포장지를 예쁘게 사용해 유권자를 잘 속이는지 대결하는 싸움이 선거라는 말도 있었다.
그러니 우린 예쁜 포장지를 국민경제당에 던져 주면 되었고.
국민경제당 정치인들이 알아서 잘 이용해 먹기만 해도 표를 끌어올 수 있었다.
“새로운 공장 유치를 국민경제당에게 밀어준다면 가능은 하겠습니다.”
“TDK 배터리 공장, 새로운 데이터 센터, 아이폰 소형 기기 공장 정도만 던져 줘도 유권자의 마음을 돌릴 수 있지 않겠어요?”
“거대 양당처럼 말로만 공약을 하지 않고 국민경제당은 행동으로 보여 준다는 이미지로 나간다면 이번 선거에서 충분히 통할 것 같습니다.”
이번 지방 선거를 기점으로 국민경제당은 도약을 하게 된다.
그리고 최재석 도지사는 대선 후보로 완벽히 자리매김하는 선거가 될 것이기도 했다.
* * *
며칠 후.
한국으로 아주 중요한 손님이 나를 만나기 위해 방문을 했다.
내가 직접 공항에 마중 나가 맞이한 손님의 정체는 퀀텀 펀드의 조지 대표였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제가 미국으로 찾아갔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그런 말씀 마세요. 김 회장님이 만나고 싶다고 하면 남극까지 날아갈 준비가 되어 있어요. 우리에게 돈을 벌어다 주는 아주 고마운 분이신데 어딘들 못 가겠습니까?”
진심이 느껴지는 조지 대표의 말이었다.
그는 정말 고마워하고 있었고, 나와의 만남을 즐거워하고 있었다.
“우선은 식사부터 하실까요?”
“김 회장님이 안내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대환영입니다! 비즈니스 이야기도 식당에서 하는 거겠지요?”
나는 미소로 화답을 했고.
조지 대표는 다소 방정맞게 차에 올라타 버렸다.
“어서 타세요. 김 회장님이 무슨 비즈니스로 나를 불렀는지 궁금해 속이 타들어 갑니다.”
“아주 좋아하실 만한 비즈니스일 겁니다.”
강 대위가 운영하는 식당에 도착한 우리.
간단하게 식사를 마친 다음에야 나는 본론을 꺼내 들었다.
“국가와의 환율 전쟁을 다시 해 보실 생각 없으십니까?”
“오호라! 정말 제가 가장 좋아하는 비즈니스 이야기를 꺼내시는군요. 저야 언제든지 환영이지요. 어디를 공략할 생각이십니까?”
“그리스를 시작으로 남유럽 그리고 유럽 전체까지 정도는 되어야 조지 대표님의 명성에 어울리지 않겠습니까?”
“배부르게 밥을 먹었는데 벌써 군침이 돕니다.”
물 한 잔을 냉큼 들이켜며 군침을 삼키는 조지 대표였다.
그의 얼굴은 상기되다 못해 폭발하기 직전처럼 보였고, 어서 계속 말을 해 보라는 듯 손짓을 하기도 했다.
“태우그룹의 분석 결과 늦어도 1~2년 안에 그리스가 파산 위기에 처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리먼 사태 이후 그리스를 찾는 관광객의 숫자가 많이 줄어들었다고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국가 파산 사태까지 일어나겠습니까?”
“대한민국이 IMF를 겪었던 것보다 더 큰 재정위기가 그리스에 찾아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유럽은 지금 유로화로 묶여 있는 상태이지요. 그리스가 넘어지면 남유럽 그리고 유럽 전체가 흔들리게 되겠군요. 허허허.”
단번에 상황을 이해하는 조지 대표였다.
전 세계에서 환율에 관해 가장 빠삭한 사람이 그였고, 이미 수도 없이 이런 일을 해 본 사람이기도 했다.
“대표님이 생각하는 것보다 판이 더 클 수도 있습니다.”
“판돈이야 크면 클수록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김 회장님과 같이하는 비즈니스인데 판이 작은 것도 이상하지요.”
“최소 판돈은 3,000억 달러가 될 듯하네요. 판 돈이 크다 보니 사전 작업에 1년 정도 걸릴 듯합니다.”
3천억 달러면 한화로 300조 원이 훌쩍 넘는 돈이었다.
그중 절반만 받아 낸다고 하더라도 150조 원이었고, 태우그룹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는 데 충분한 금액이었다.
“사전 작업 1년이면 그리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군요. 문제는 판돈을 어디서 얼마나 모아야 하느냐 아니겠습니까?”
“퀀텀 펀드는 참가비만 내시면 됩니다. 부족한 자금은 태우그룹에서 전적으로 맡겠습니다.”
“돈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계획이 부족해서도 아닌데 저와 같이 일을 하자는 건 한 가지 이유밖에 없겠군요. 제가 전면에 나서면 되는 겁니까?”
조지 대표는 단번에 내 마음을 읽었다.
그동안 비즈니스를 몇 번 같이 진행해서 그런지 알아서 자기 역할을 찾아내었다.
“퀀텀 펀드가 이번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방식으로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태우증권이 컨소시움 형태로 참여하는 형태가 될 듯합니다.”
“얼굴마담이야 누가 한들 어떻겠습니까? 그런데 부족한 자금을 태우증권의 힘만으로 모을 수 있겠습니까?”
“태우증권에서 대대적으로 펀드를 모집하고, 태우그룹의 사내 유보금을 전부 사용할 생각입니다. 그래도 부족하면 사우디 국부 펀드의 도움까지 받으려고 합니다.”
“제가 걱정할 처지는 아니지만, 너무 과감한 결단 아닙니까?”
조지 대표가 보기에도 무모해 보이나 보다.
하긴 모든 것을 건 한판 승부였다.
태우그룹이라는 거대한 조직을 이끄는 경영자가 해서는 절대 안 되는 짓이었지만.
나는 무조건 승리할 자신이 있었기에 과감하게 이런 결단을 내릴 수 있었다.
“그만큼 확신이 있는 프로젝트기도 하지요.”
“김 회장님이 확신한다고 하니 퀀텀 펀드도 조금 무리를 해야겠군요. 여유 자금을 전부 끌어와 이번 프로젝트에 투자하겠습니다.”
“이번 프로젝트가 끝나면, 조지 대표님이 유럽에서는 악마라고 불리게 될 수도 있습니다.”
“월가의 투자자에게 악마보다 더 좋은 별명이 어디 있겠습니까? 허허허.”
우리는 술잔을 기울이며 상세 계획을 세웠다.
역시나 이런 일에 도가 튼 사람답게 단번에 계획을 세우는 조지 대표였고.
나머지 계획은 한 사장을 미국으로 출장 보내 마저 세우기로 하고는 오늘의 만남을 끝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