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29)
독식하는 재벌 3세-329화(329/518)
329. 곳간 채우기 (3)
한 사장이 직접 팀을 이끌고 미국으로 향했다.
당분간은 박만득 부회장이 태우증권을 이끌게 될 것이었고, 한 사장은 퀀텀펀드와 함께 유럽 재정 위기를 대비한 계획을 세우는 데 집중하기로 하였다.
조금은 허전한 기분.
한 사장의 빈자리가 느껴지려는 찰나.
천민정 팀장이 오랜만에 나를 만나기 위해 본사로 찾아왔다.
“얼굴이 많이 수척해지셨네요. 아직도 승부 조작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하신가 봐요.”
“이제 많이 이겨 냈어요. 승부 조작에 가담한 선수가 한 명씩 구속이 되기 시작하니 마음 정리가 오히려 더 편해졌어요.”
확실히 얼굴은 수척해졌지만 눈은 맑아 보였다.
그리고 슬퍼만 하기엔 그녀가 맡은 프로젝트가 워낙 많았기에 그럴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마음이 편해졌다니 다행이네요.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로? 혹시 아이디어 회의?”
“비트코인 관련해서 드릴 말씀이 있어서 찾아왔어요. 점점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거래량이 증가하고 있고, 채굴량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어요.”
“당연한 수순이죠. 그게 문제가 되나요?”
“우리가 중심을 잡기 위해서는 일정량 이상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외부 채굴량이 워낙 많아 흔들릴 수가 있어요. 물론 시중에 풀린 비트코인을 구입해 지분을 맞춰도 되겠지만, 언제까지고 그런 방법을 사용하긴 힘들어 보입니다.”
비트코인 개발자 중 한 명이 천민정이었고.
그녀가 보기엔 지금의 비트코인 구조에 문제가 있어 보였나 보다.
“그래서 어떻게 하길 바라시나요?”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도 일정량의 비트코인을 채굴해 지분을 맞추는 방법이 가장 좋아 보입니다. 하지만 태우그룹 차원에서 진행하긴 어려운 프로젝트라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태우그룹이 비트코인 채굴을 하는 순간 여러 문제가 터지게 된다.
이미지 문제, 전기 사용량 문제 등등.
그렇다고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비트코인 채굴을 한다고 해도 과도한 전력 사용으로 인해 의심을 사기 마련이었다.
“그 문제라면 제가 해결하도록 하죠.”
“좋은 방법이 있으십니까?”
“비트코인 채굴을 위해서는 컴퓨터가 필요하죠. 그리고 한국에서 컴퓨터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산업이 어디겠어요?”
“혹시 피시방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조만간 한국 피시방 업계 1위가 바뀌게 될 겁니다. 그러니 그 문제는 걱정하지 마세요. 혹시 다른 보고 사항이 있나요?”
천민정은 수첩을 꺼내 들었다.
지금까지 진행 중인 프로젝트부터 혼자만 생각한 아이디어까지.
무려 8시간이 넘도록 그녀와 대화를 나누고 나서야 나는 퇴근을 할 수 있었다.
* * *
그날 저녁.
천민정과의 대화를 마친 나는 기진맥진한 상태로 강 대위의 사무실을 찾았다.
“회장님 괜찮으십니까? 야식이라도 준비할까요?”
“그냥 라면이나 하나 끓여 먹죠. 그보다 요즘 사업은 잘되고 있나요?”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받으며 강 대위에게 말했고.
강 대위는 냉장고에서 김치와 단무지를 꺼내며 밝은 목소리로 답했다.
“회장님 덕분에 모든 사업이 잘 되어 가고 있습니다. 공유 모빌리티 사업도 이제 자리를 잡았고, 택시, 렌트 사업은 이제 흑자를 보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강 대위가 한국 최고의 운송 회사 사장이 되겠습니다.”
“아직 멀었습니다. 저는 그저 회장님이 시키신 일을 열심히 할 뿐입니다.”
“그럼 이번에 새로운 사업 하나 더 시작해 보시죠.”
“어떤 사업이든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운송 관련 사업입니까?”
강 대위의 질문에 나는 컵라면을 젓가락으로 두들겼다.
그리곤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치는 시늉까지 해 보이며 말을 이었다.
“피시방에 관심 좀 있으세요?”
“게임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큰 관심은 없었습니다.”
“그럼 이제 관심을 가지도록 하세요. 한국 최대 피시방 프랜차이즈 대표가 되셔야 하니까요.”
“제가 말씀이십니까?”
“맞아요. 서울, 경기도는 물론이고 부산, 광주 할 것 없이 전국 모든 도시에 초대형 피시방 체인점을 만들 겁니다.”
강 대위는 잠시 석상처럼 굳었다.
내가 농담을 하는 건지 진담을 하는 건지 아직 구분이 가지 않는 듯 보였다.
“농담이 아닙니다.”
“갑자기 피시방 사업을 하시려는 이유가 있으십니까? 솔직히 돈이 남는 사업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회장님이 지시하시는 일이니 무조건 하겠습니다!”
“당연히 피시방으로 돈을 남겨 먹을 생각은 없어요. 오히려 돈은 적게 벌면 더 좋아요. 손님이 사용하지 않는 컴퓨터를 통해 비트코인을 채굴할 계획이니까요.”
피시방만큼 컴퓨터를 사용하기 좋은 공간은 없었고.
24시간 피시가 켜져 있다고 의심할 사람도 없었다.
“비트코인 채굴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피시방을 가림막 용도로 사용해야 된다는 말씀이시군요.”
“엄청난 적자가 날 겁니다. 요금은 안 받는데 24시간 컴퓨터는 가동해야 하니 전기세가 엄청 나오겠죠.”
“그 정도 적자는 기존 운송 회사 흑자분으로 충분히 감당 가능합니다.”
“그래도 부족하면 은밀히 지원을 해 줄 테니 걱정 말고 한국 최대 피시방 프랜차이즈를 만들어 보세요.”
후루룩!
대화가 끝난 우린 컵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국물까지 전부 마시고 나자 강 대위가 보리차 한 잔을 따라 주며 최재석 도지사 관련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지방 선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최재석 도지사가 회장님을 한 번 뵙길 원하고 있습니다.”
“지방 선거가 정말 얼마 남지 않았군요. 강 대위도 많이 바빠지겠어요.”
“안 그래도 정치인 관련 소식을 계속해서 수집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명동과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음지의 명동 그리고 양지의 태우그룹.
이 두 곳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었고.
나는 그 두 곳을 전부 컨트롤할 수 있었기에 정부 소속 정보기관보다 더 많은 정보를 보유할 수 있었다.
“조만간 그 정보를 사용하게 될 테니 준비하고 있으세요.”
“신호만 주시면 언제든지 터트릴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우선은 최재석 도지사와 만나고 난 뒤 시기를 조율해야겠군요. 최대한 빨리 일정을 잡아 주세요.”
“이번 주 내로 경기도 인근의 조용한 곳에서 만남을 주선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지방 선거가 분수령이었다.
국민경제당이 세를 키우는 데 성공한다면, 최재석 도지사가 대선의 꿈을 키울 수 있게 된다.
그렇게만 된다면 앞으로 한국 정치권이 태우그룹을 건드리는 일은 사라지게 된다.
* * *
경기도 남부에 위치한 공장 건설 현장.
태우그룹 반도체 공장이 지어지고 있는 곳이었기에 내가 원하는 대로 컨트롤할 수 있는 공장이었다.
그렇기에 오늘은 공사가 중단되었고.
최재석 도지사와 단둘이 조용히 회담을 가질 수 있었다.
“벌써 반도체 공장이 이렇게나 지어졌군요. 도지사님이 도와주신 덕분에 공사가 잘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제가 감사드려야지요. 이런 공장들 덕분에 저와 국민경제당이 경기도에서 기반을 확실히 다질 수 있었습니다.”
공장이 완공될수록 국민경제당의 지지율은 높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공장이 완공되면 일을 하기 위해 외부 사람이 유입되기 마련이었고.
그들 대부분은 자신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준 국민경제당에게 높은 충성도를 보이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주변 상권의 사람들도 국민경제당 덕분에 매출이 늘어났으니 지지율이 높아지는 게 당연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경기도 북부 지역에서도 승리하셔야지요.”
“지금까지 나온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리고 서울 일부 지역 구청장도 국민경제당에서 가지고 올 수 있을 정도로 지표가 아주 좋습니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 최재석 도지사였다.
하지만 내 성에는 차지 않는 성적이었고, 나는 다소 차갑게 말을 이어 나갔다.
“경기도 전체는 물론이고, 서울 그리고 경남, 충청도까지 세를 확장해야 이번 선거가 의미가 있지 않겠습니까?”
“충청도까지 말씀이십니까?”
“그 정도는 되어야 거대 양당과 비벼 볼 수 있지 않겠어요? 언제까지 3당으로 지낼 순 없지요. 도지사님은 너무 여유를 부리시는 것 같습니다. 국민경제당에게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요.”
정당은 결국 대선 후보를 내야지만 정당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지금이야 유권자들이 믿고 기다려 주지만,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이번 선거에서 최대한 세를 확장해야만 했다.
“국민경제당이 거대 양당보다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할 수 있을 거라고 보십니까?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보니 그 정도 수준까지 의석을 확보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국민경제당을 위한 준비는 이미 다 해 두었어요. 곧이어 거대 양당에서 다양한 스캔들이 터져 나올 겁니다. 그러면 서로 물고뜯느라 바빠지겠죠. 그사이 국민경제당이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됩니다.”
인상을 살짝 찌푸리는 최재석 도지사.
사람이 너무 올곧다 보니 내가 불법적인 행동을 하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듯 보였다.
“태우그룹은 그저 비밀리에 확성기 노릇을 할 뿐입니다. 요즘은 언론보다 SNS와 포털 그리고 위튜브가 더 높은 정보 전파력을 가지고 있죠.”
“혹시 거짓된 스캔들을 퍼트리려는 것은 아니신지요?”
“팩트 체크는 우리의 몫이 아니지요. 처음 정보를 퍼트린 쪽에서 책임을 지면 될 일 아니겠습니까?”
이래서 나는 모든 것을 최재석 도지사에게 오픈할 수가 없었다.
정치권에서 그렇게 오래 몸담았으면서도 여전히 흰색 옷을 입으려고 하는 그였기에.
“거대 양당에서 서로의 목만 물어뜯겠습니까? 국민경제당이 3당으로 올라온 만큼 우리도 견제할 게 분명합니다.”
“그 부분은 걱정 마세요. 거대 양당에겐 확성기 노릇을 하겠지만, 국민경제당의 정보는 축소 시킬 테니까요. 물론 좋은 정보는 더욱 크게 퍼트리겠지요.”
“너무 과하면 의심을 사게 됩니다.”
“의심을 살 일은 없을 겁니다. 알고리즘을 통해 선을 넘지 않도록 조절을 할 테니까요. 그리고 충청도와 경남 지역에 공장 몇 곳을 더 지을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꽤 도움이 될 겁니다.”
지역 일자리 창출만큼 좋은 공약은 없는 법.
게다가 국민경제당은 이미 경기도에서 일자리 창출에 성공했기에 효과는 2배였다.
“도움만 자꾸 받아서 죄송할 따름입니다.”
“우리 사이는 달라지는 건 전혀 없습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저는 국민경제당에 많은 것을 바랄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단지 정치권에서 태우그룹을 공격하지 못하도록만 막아 주시면 됩니다. 물론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한 정책의 경우엔 서로 합의하에 진행해 나가야겠지만요.”
예전의 국민경제당은 그저 태우그룹을 위한 방어벽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젠 방어벽을 넘어야 할 시기가 찾아왔고, 다양한 규제 철폐와 정책을 맡아 줘야 했다.
“태우그룹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한 정책이라면 얼마든지 도움을 드릴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발전에 저해되는 요구를 한다면 얼마든지 거절하셔도 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런 요구를 한 적은 한 번도 없는 것 같네요.”
“그래서 저는 김 회장님을 신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신뢰하고 싶습니다.”
신뢰의 보답은 승리였다.
나는 이번 지방 선거에서 국민경제당이 거대 양당을 뛰어넘는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할 계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