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30)
독식하는 재벌 3세-330화(330/518)
330. 곳간 채우기 (4)
한정훈 사장이 미국에서 돌아왔다.
한 달 가까이 퀀텀펀드와 함께 세부 계획을 세우고 돌아온 그의 얼굴은 아주 반쪽이 되어 있었다.
정기 보충을 위해 강 대위의 한정식집에서 식사 자리를 마련했고.
한정훈 사장은 한방능이백숙을 허겁지겁 먹어 치우고 국물까지 들이켜고 나서야 얼굴에 혈색이 돌았다.
“한국 사람은 역시 한식을 먹어야 하나 봅니다. 내장에 낀 기름기가 쫙 빠진 기분입니다.”
“언제부터 한식을 좋아했다고 그래요? SAVE 투자회사에서 보낸 시간이 몇 년인데.”
“그때는 젊을 때라 아무거나 먹어도 소화가 잘 되었는데 나이가 먹으니 위장이 예전 같지가 않습니다.”
최연소 사장 자리에 오른 한정훈 사장이었다.
동기들은 이제 차장을 달고 있는 걸 생각하면 어이가 없는 불평이었다.
“흰소리는 그만하고 퀀텀펀드와는 어떻게 하기로 했나요?”
“계획은 아주 완벽하게 세웠습니다. 일본 쪽은 태우증권에서 알아서 하기로 했고, 유럽의 경우엔 그리스부터 차근차근 공략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계획대로 일을 진행하기 위해선 종잣돈이 조금 더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모든 사업이 그렇듯 돈이 있어야 더 큰 돈을 벌 수 있었고.
유럽 전체를 상대로 돈놀이를 하기 위해선 그만큼 큰돈이 필요했다.
“태우그룹의 유보금을 다 끌어 써도 부족하단 말이겠군요.”
“그렇습니다. 자산 일부를 담보로 핀테크 은행에 돈을 빌린다고 해도 부족합니다.”
나는 부채를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회귀 전에 태우그룹이 부채 때문에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핀테크 은행에게 돈을 빌리는 건 예외였다.
핀테크 은행도 어떻게 보면 내 소유나 다름이 없었고.
왼쪽 주머니의 돈을 오른쪽 주머니로 옮기는 것이나 다름없었기에.
“그럼 돈 나올 구석을 더 찾아봐야겠군요.”
“우선은 회장님이 소유하고 계신 자산을 조금 이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 코코아뱅크 쪽 자산도 크게 보면 우리 자산이지 않겠습니까?”
“그렇긴 하지만 코코아뱅크는 다른 은행에 비해 예금 규모가 그리 크지 않긴 하죠.”
“태우증권 차원에서도 더욱 공격적으로 펀드 자금을 모집할 계획입니다.”
최대한 자금을 끌어모아야 하는 시기였다.
특히 코코아뱅크의 예금이 지금보다 더 늘어난다면 확실히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코코아뱅크와 태우증권이 연계해서 펀드를 진행하도록 하죠.”
“안 그래도 저도 그럴 계획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코코아뱅크 가입자 대부분이 연령대가 어려 펀드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관심이 없으면 관심이 생기게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묘안이라도 있으십니까?”
코코아뱅크 가입자를 크게 늘릴 방법이 하나 존재했다.
딱히 홍보비나 투자금이 많이 들지도 않으면서도 가입자를 대거 유치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
“코코아뱅크 가입자에게 귀여운 캐릭터가 새겨진 카드를 주면 되겠군요. 그리고 태우증권과 연계된 펀드를 가입한 사람에게는 더욱 귀여운 캐릭터가 새겨진 카드를 주는 겁니다.”
“······귀여운 캐릭터 카드를 준다고 해서 가입자가 늘어나겠습니까?”
한 사장이 눈을 껌벅이며 말했다.
증권가에 오래 일했기에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꿰뚫고 있는 그였지만, 귀여움이라는 방법은 처음 듣는 듯했다.
“요즘은 기능보다 감성이 더 중요한 시대 아니겠어요?”
“아이폰만 봐도 감성이 중요하다는 건 알겠지만, 그렇다고 귀여운 감성도 통하겠습니까?”
“무조건 통하게 되어 있어요. 그러니 태우그룹의 전문 디자이너들을 통해 새로운 캐릭터를 출시하세요. 단순히 캐릭터만 만드는 것으로 끝나면 안 되고, 적절한 스토리텔링까지 만들어 입혀 보세요.”
유치하다고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회귀 전에도 이미 통했던 방법이었기에 나는 밀어붙일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기존에 존재하는 캐릭터와 더불어 새로운 캐릭터를 출시하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귀여운 캐릭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죠. 원금 보장 옵션까지 넣는다면, 가입자를 대폭 모집할 수 있을 겁니다.”
“원금 보장 상품을 출시한다면야 가입자를 모으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긴 하지만 일이 잘못될 경우 엄청난 후폭풍이 불어오게 됩니다.”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면 되지 않겠어요?”
“투자 계획을 처음부터 세밀하게 다시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
원금 보장이라는 단어에 한 사장의 표정이 돌변했다.
물론 이번 일이 잘못된다고 하더라도 태우그룹이 망하지는 않는다.
단지 몇 년간 허리띠를 졸라매고 개발비용을 확 줄여야 하긴 할 터였고, 재계 순위가 뒤로 밀려날 수도 있었다.
지금까지 앞으로만 나아가던 태우그룹.
그런데 뒷걸음질 치게 된다면, 책임 일부를 한 사장이 져야 했기에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리스크가 큰 만큼 승리한다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어요. 한 사장의 직급도 달라질 수 있겠군요.”
“무조건 승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곳간 채우기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한정훈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킨다고 해도 모두가 납득할 것이었고.
그 사실을 알기에 한 사장의 눈빛에 욕망이 서리기 시작했다.
* * *
리먼 사태 이후 모든 회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해운업계가 직격타를 맞았고, 한국 최대 해운사인 현진해운의 상황은 심각함을 넘어섰다.
게다가 경영권 분쟁까지 겪고 있는 현진해운이었고.
현진해운의 선장인 추영희 회장은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회사의 발전을 등한시할 수밖에 없었다.
그 덕분에 경영권 방어에는 성공했지만.
현진해운은 성장 동력을 완전히 잃어버렸고, 결국 경영권 다툼을 하던 현진그룹 조영수 회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제수씨가 저를 다 찾아오고 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떴나 봅니다.”
“찾아올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셨잖아요. 당신의 탐욕 때문에 현진해운이 완전히 망가져 버렸어요. 어떻게 책임지실 거죠?”
“패배의 원인은 보통 감독이 지기 마련이죠. 그런데 상대 감독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사고방식은 처음이군요.”
조영수 회장과 추영희 회장.
아주버니와 제수의 관계였지만, 오히려 남보다 더 못한 관계이기도 했다.
현진해운 경영권 분쟁으로 서로를 죽이지 못해 안달이 난 두 명이었기에 모든 말에 가시가 가득 담겨 있었다.
“그래서 계속 이렇게 하겠다는 거예요?”
“제수씨에게 한 가지 제안을 드리죠. 현진해운 빌딩은 드릴 테니, 이만 물러나세요. 임대료 수익만 받아도 3대는 충분히 먹고살 수 있을 겁니다.”
“고작 현진해운 빌딩만 먹고 물러나란 건가요? 차라리 샤롯그룹에게 현진해운을 매각하고 말겠어요.”
최영희 회장은 샤롯 가문의 사람이기도 했다.
현진그룹으로 시집을 왔지만, 그녀의 본가는 샤롯 가문이었기에 그녀의 말은 결코 허튼소리가 아니었다.
“퇴직금으로 50억 원 정도를 더 챙겨 드리면 되겠습니까? 하루빨리 제수씨가 현진해운에서 물러나야 현진해운이 살 수 있어요. 매년 적자가 큰폭으로 늘고 있지 않습니까!”
“당신이 경영권에 욕심만 부리지 않았어도 그런 일은 생기지도 않았어요!”
“제수씨가 경영을 제대로 하지 않으니 이런 일이 생겼다고는 생각하지 않으세요? 욕심을 그만 부리고 물러나세요. 여기서 더 망가져 버리면, 제가 손쓸 수조차 없어집니다.”
최영희 회장은 이를 악물었다.
리먼 사태 이후 해운업계에 예전과는 차원이 다른 불황이 찾아왔고.
이대로는 조영수 회장의 말대로 현진해운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어 있었다.
“후우, 현진해운 빌딩에 퇴직금 50억 그리고 현진홀딩스 지분을 약속하실 수 있으시겠어요?”
“제수씨도 참 대단합니다. 뭐 그래도 가족의 일이니 제가 양보를 해 드리죠. 현진홀딩스 지분까지 약속드리죠. 하지만 그 대가로 뒤처리는 깔끔하게 해 주셔야 합니다.”
“무슨 뒤처리를 하라는 말이죠?”
“현진해운이 살아남으려면 정부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 않겠어요? 그럼 청문회도 몇 번 다녀와야 할 테고, 제수씨가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인 다음 제가 현진해운을 인수해야 그림이 예쁘지 않겠어요?”
독이 든 성배나 다름없는 현진해운.
조 회장은 성배에 든 독을 최영희 회장이 마셔 주길 바랐다.
그 대가로 현진해운 빌딩에 50억 원의 퇴직금을 받으니 결코 나쁜 조건은 아니었다.
“바지 사장 역할을 몇 년 동안 해 달라는 말이군요.”
“앞으로 2~3년은 해운업계 불황이 이어질 거라고 하더군요. 그때까지만 얼굴마담 역할을 해 주시면 됩니다.”
“······원하는 대로 해 드리죠. 대신 태우그룹과의 관계는 알아서 해결하세요. 태우그룹에까지 제가 고개를 숙이고 싶진 않네요.”
“태우그룹으로부터 선박을 담보로 돈을 빌렸다는 이야기는 들었어요. 그 문제는 제가 태우그룹 김 회장을 만나서 해결하도록 하죠.”
밝은 목소리로 답하는 조 회장이었다.
몇 년 동안 끌어왔던 현진해운 경영권 문제가 일단락되었으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그였다.
“이제 알아서 하세요. 저는 정말 얼굴마담 역할만 할 테니까요.”
“그래도 출근하는 척은 하세요. 억 단위 월급을 받는데 그 정도는 하실 수 있으시죠?”
“뒷말 나오지 않게끔 잘 처신할 테니 걱정 마세요.”
자리에서 일어나는 추 회장.
화가 잔뜩 난 그녀의 발걸음에 조 회장은 미소를 지었다.
* * *
태우증권이 본격적으로 코코아뱅크와 협업을 시작했다.
코코아뱅크 가입자들에 한해 펀드 상품을 출시했고, 귀여운 캐릭터가 새겨진 카드가 발급되고 있었다.
그렇게 3일이 지났을 때.
태우증권 한정훈 사장이 머리를 긁적이며 나를 찾아왔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고객이 펀드 상품에 가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코코아뱅크 이용 고객의 숫자도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표정을 보아하니 왜 가입자가 증가하고 있는지 모르겠나 보군요.”
“가입자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고, 40%가 원금 보장 조건 때문이었고, 30%는··· 귀여운 카드 발급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원금 보장만큼이나 귀여운 카드가 효과적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막대한 리스크가 드는 원금 보장 조건과 달리 귀여운 카드는 아무런 리스크도 없기에 한 사장은 조사 결과를 믿을 수가 없었다.
“펀드 가입자야 원금 보장 때문에 가입했다고 할 수 있지만, 코코아뱅크 가입 고객은 귀여운 카드 때문에 가입을 했을 겁니다.”
“태우증권 차원에서 조사한 바로도 그렇게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언제부터 그렇게 귀여운 감성을 좋아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같은 조건이면 귀여운 카드를 좋아하는 게 당연한 일 아니겠어요?”
감성의 시대.
이젠 기능보다 감성이 더 중요했고, 귀여움이란 감성도 잘 통하는 시대가 되었다.
“회장님의 묘안 덕분에 부족한 자금을 채울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내년까지 펀드 가입자를 계속해서 받는다면 초과 달성도 가능합니다. 물론 일본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는 가정이 따라붙습니다.”
“일본 프로젝트가 조만간 시작되겠군요.”
“아직 일본에는 그 어떤 조짐도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일본에서 아무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이번 계획에 큰 차질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차라리 일본 계획을 폐기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아직 일본 프로젝트는 계획만 세워 놓았다.
그러니 지금 철회를 한다면 아무런 손해를 보지 않고 유럽 시장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왜 철회를 하겠는가? 부족한 자금을 확보할 아주 좋은 기회를 놓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일본 프로젝트는 계속 진행하세요. 조만간 전조 신호가 울릴 겁니다.”
“그럼 계획대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현진그룹의 조영수 회장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현진해운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하십니다.”
현진그룹에서 드디어 움직이는가?
언젠가는 연락이 올 거라고 생각했지만, 내 예상보다 훨씬 빠른 시점에 연락이 왔다.
뭐, 언제 연락이 오든 내가 현진해운의 알짜배기만 빼먹는다는 결과는 달라지지 않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