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31)
독식하는 재벌 3세-331화(331/518)
331. 곳간 채우기 (5)
강 대위의 한정식 식당 별관.
나는 미리 도착해 현진그룹 조영수 회장을 기다렸고, 약속 시간에 딱 맞춰 별관으로 들어오는 조영수 회장이었다.
“김 회장님 반갑습니다. 단둘이서 이렇게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인가요? 언론에서 자주 접해서 그런지 자주 뵌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제가 먼저 찾아뵈었어야 하는데 늦어서 죄송합니다.”
재벌가 회장들과의 만남은 항상 이런 식이었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한참을 이야기하는 게 예의였고.
30분이 넘게 잡다한 이야기를 하고 나서야 본론을 들을 수 있었다.
“현진해운 추 회장과 계약을 체결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 계약을 제가 이어받아도 되겠습니까?”
“현진해운이 다시 조씨 가문으로 돌아가게 되는 겁니까?”
“그게 세상의 순리 아니겠습니까? 김 회장님이 추 회장을 도와주셔서 시간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우리 가문에서 일군 회사를 다시 가져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 때문에 추 회장이 현진해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 건가?
내가 자금을 빌려주지 않아도 어떻게든 자금을 유통했을 사람이 추 회장이었다.
오히려 내 덕분에 현진해운이 조각나지 않은 것이기에 감사히 여겨야 해도 부족했다.
“저는 현진해운의 경영권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저 좋은 제안이 오기에 받아들였을 뿐입니다.”
“김 회장님을 탓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저 현진해운이 다시 조씨 가문으로 돌아왔음을 알려 드리고 싶을 뿐입니다.”
“계약이야 누구와 하든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계약 조건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회장님께서 계약을 승계하셔도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현진해운은 이미 쏟아진 물이었다.
조 회장은 쏟아진 물을 다시 컵에 담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지만.
바다에 쏟아진 물을 컵에 다시 담는다고 해 봐야 마실 수 있는 물이 아니었다.
“아주 감사합니다. 제 이름을 걸고 계약 이행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해운업계가 많이 힘들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추 회장이 무리한 용선료 계약을 맺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긴 하지만, 현진해운이 무너지면 한국 해운업계가 흔들리는 것이니 정부에서 가만히 있겠습니까?”
역시나 대마불사.
어떻게 된 게 한국이고 미국이고 규모가 큰 기업은 죄다 대마불사를 부르짖었다.
미국 최대 금융사인 리먼 브라더스가 무너진 지금에도 대마불사가 통할 거라고 생각하는 조 회장이었다.
남 욕할 처지는 아니었다.
회귀 전에는 할아버지 또한 그런 사고를 가지고 계셨기에 태우그룹이 무너졌었으니까.
“용선 계약을 10년 장기 계약으로 체결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크게 도움을 준다고 해도 외국 선주가 용선료를 할인해 주지 않는다면, 적자를 면치 어렵지 않겠습니까?”
“외국 선주들도 결국은 돈을 벌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현진해운이 쓰러지면 용선료를 한 푼도 받지 못하니 할인을 해 줄 겁니다.”
“뱃사람들의 고집이 대단하다고 하던데 쉽지 않겠군요.”
살짝 얼굴이 굳는 조 회장이었다.
내가 선을 넘는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 보였다.
“현진그룹의 자본력이면 충분히 현진해운을 다시 살릴 수 있습니다. 태우그룹에 비해서는 구멍가게 수준이지만, 건실한 항공사부터 여러 회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제가 과했습니다. 현진그룹의 능력을 의심하는 건 결코 아니었습니다. 단지 외국 선주들에게 국민들의 세금이 넘어가는 일이 생길까 우려해 드린 말씀입니다.”
“불황이 언제까지고 지속되지는 않겠지요. 그동안만 허리띠를 졸라매면 되지 않겠습니까?”
조 회장과의 대화는 이제 충분했다.
그는 충분히 능력 있는 경영인이었지만, 현진해운을 다시 살릴 정도의 능력까지는 되어 보이지 않았다.
현진해운이 장기 용선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지금보다 해운업계의 상황이 조금만 더 좋았다면 가능했을 수도 있겠지만.
최악 중에 최악인 지금 상황에서는 아무리 뛰어난 조 회장이라고 해도 현진해운을 되살리는 건 불가능했다.
결국 현진해운은 무너지게 되어 있었고.
미리 체결한 계약을 통해 현진해운이 보유한 알짜배기 자산을 태우그룹이 빼먹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혹시나 자금이 더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태우그룹으로부터 자금을 빌리면 정부가 뭐라고 생각하겠습니까? 아무도 도움을 주지 않는 상황이라고 알려져야 정부가 지원을 해 주지 않겠습니까?”
나쁘지 않은 생각이었다.
정부의 지원을 받는 방법이야말로 부채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으니까.
하지만 외국 선주와의 용선 계약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절대 정부는 지원을 해 주지 않을 것이다.
지원을 해 줄 이유가 없으니까.
지원을 해 줘 봐야 결국 돈은 외국 선주의 지갑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국민 여론이 나빠질 게 분명했으니 정부에서 나설 명분이 없었다.
“아무쪼록 현진해운이 다시 회장님에게로 돌아가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축하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현진그룹은 언제든지 태우그룹과 비즈니스를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언제든지 연락만 주십시오.”
조 회장과의 악수를 끝으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현진해운의 미래가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더 이상 여기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 * *
며칠 후.
아주 반가운 손님이 태우그룹을 찾아왔다.
“다이먼! 한국에서 보니 더욱 반갑네요. 오는 길이 불편하진 않았나요?”
“비행하는 동안 아주 푹 잘 수 있었습니다. 어찌나 잠이 잘 오는지 집보다 더 편안한 비행이었습니다.”
말과는 달리 다이먼의 얼굴에는 피곤이 가득했다.
핀테크 은행부터 CITI 그룹까지 총괄 경영해야 하니 얼마나 피곤하겠는가?
“피곤한 사람을 오래 붙잡아 둘 수는 없으니 바로 일 이야기부터 하죠.”
“천천히 하셔도 됩니다.”
“한 사장 지금 들어오라고 하세요.”
비서실에 연락을 넣었고.
대기하고 있던 한 사장이 회장실 안으로 들어왔다.
“오랜만입니다! 그런데 얼굴이 왜 이렇게 상했어요? 나이는 혼자 다 먹는 것 같습니다.”
“한 사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나이도 2배로 먹는 기분 아닙니까? 명동에서 일할 때가 참 좋았었는데.”
잠시 과거를 회상하는 두 명이었다.
지금이야 대기업의 회장과 증권사의 사장이었기에 제약이 많은 그들이었고, 자유로웠던 과거가 그리울 만도 했다.
“추억은 오늘 저녁에 술과 함께 풀도록 하고 지금은 일 이야기를 하도록 하죠.”
“한 사장에게 회장님의 계획은 전해 들었습니다. 태우그룹의 자산을 담보로 큰판을 벌이실 계획이시라고.”
“아주 큰 판이 될 겁니다. AIZ와 GM 인수로 부족해진 태우그룹의 곳간을 단번에 가득 채울 수 있는 아주 큰 판이죠.”
“핀테크 은행에서는 회장님이 원하시는 만큼의 자금을 대출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다이먼을 한국으로 불러들인 이유는 대출 때문이었다.
핀테크 은행도 알고 보면 내 소유라고 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음대로 돈을 꺼내 쓸 수는 없었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절차가 필요했기에 다이먼이 한국으로 직접 날아와야만 했다.
“태우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의 지분만큼의 금액만 대출해 주시면 됩니다.”
“현재 태우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의 지분은 애플, 아마존, 구글, 그리고 게임 관련 회사들과 OTT 회사 등이 있습니다.”
“많기도 하군요.”
“많은 것도 아닙니다. 태우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만 이렇지 회장님이 개인적으로 보유하고 계신 지분과 핀테크 은행 그리고 페이퍼 컴퍼니에 있는 지분이 오히려 더 많습니다.”
SAVE 투자회사를 기반으로 글로벌 기업의 지분을 사들였었다.
그러니 태우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이 더 적은 상황이었다.
“태우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담보로 하면, 얼마까지 대출이 가능하겠어요?”
“태우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애플 지분만 해도 200억 달러까지 대출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다른 회사의 지분과 태우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특허까지 다 더하면 800억 달러 이상도 가능합니다.”
800억 달러면 100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금액이었다.
이 정도 금액은 있어야지만 이번 게임에 참가할 자격이 생긴다.
“그런데 핀테크 은행에서 800억 달러나 대출이 가능하겠어요?”
“지금 당장 800억 달러 전체를 대출하는 건 어렵지만, 2년 동안 나눠 지급해 드릴 수는 있습니다.”
“올해 안에 대출이 가능한 금액은 얼마죠?”
“300억 달러까지는 올해 안에 나눠 대출이 가능합니다.”
300억 달러면 정말 엄청난 금액이었다.
대출 이자만 해도 웬만한 중소기업 1년 매출 수준의 금액이기도 했다.
“대출 이자는 게임이 다 끝나고 난 뒤 정산하고 싶은데 가능하겠죠?”
“회장님이 원하시는 조건으로 무조건 맞춰 드리겠습니다. 최대한 낮은 대출이자를 내실 수 있도록 머리를 굴려 보겠습니다.”
“핀테크 은행이 손해를 봐서는 안 되죠. 시중 금리와 동일한 대출 이자를 받도록 하세요.”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다 같이 먹고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괜히 문제가 생기는 것보다 그편이 낫죠.”
어차피 핀테크 은행도 내 소유였다.
이자로 돈이 나간다고 한들 결국엔 핀테크 은행의 금고로 들어가는 것이니 아까울 것이 전혀 없었다.
“그럼 이번 주 내로 한 사장과 협의를 마치고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대출금은 너무 급하게 주실 필요는 없고, 올해가 가기 전까지만 천천히 준비해 주세요.”
“안 그래도 비트코인 거래가 늘어나고 있어 들어오는 돈이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300억 달러 정도는 충분히 올해 안에 준비할 수 있습니다.”
이번 판을 쓸어 먹으면 태우그룹은 물론이고.
핀테크 은행의 자금력까지 튼튼하게 될 것이었고, 그 정도 금액이면 CITI 그룹을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