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33)
독식하는 재벌 3세-333화(333/518)
333. 승리의 서막 (2)
일본 최대 증권사 노무라 증권.
한정훈 사장이 도쿄에 위치한 노무라 증권 본사를 직접 찾았고.
노무라 증권의 나시노 노리히코 대표가 한 사장을 맞이했다.
“이렇게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태우증권의 한정훈입니다.”
“이야기는 많이 전해 들었습니다. 그리고 우린 일종의 동지 아니겠습니까? 리먼 사태라는 전장을 같이한 전우기도 하지요.”
미소를 지으며 한 사장과 악수를 나누는 나시노 대표였다.
리먼 사태 당시 태우그룹만 기업을 인수한 것은 아니었고, 노무라 증권 또한 많은 기업을 인수 하였다.
특히나 리먼 브라더스의 아시아, 유럽 지부를 전부 흡수하다시피 한 노무라 증권이었다.
리먼 사태의 승자로 꼽히는 두 곳.
태우증권과 노무라 증권.
그렇기에 전우를 운운하는 나시노 대표였다.
“리먼을 인수하다시피 했는데 괜찮으십니까? 태우증권은 AIZ 인수 때문에 출혈이 꽤나 큽니다.”
“아시아 지역은 별문제가 없지만, 유럽 지부는 조금 힘들긴 하군요. 하지만 1년 안에 정상화시킬 수 있습니다.”
“역시 노무라 증권입니다. 괜히 일본 최고의 증권 회사가 아니군요.”
“그런데 우리와 비즈니스를 하고 싶다고 말을 전해 들었습니다. 어떤 비즈니스인지 궁금하군요.”
먼저 움직인 쪽은 나시노 대표였다.
한 사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몇 장의 서류를 꺼내 나시노 대표에게 내밀었다.
“태우증권에서 새로운 금융 상품을 만들었는데 관심이 있으실까 싶어 제가 직접 방문 판매에 나섰습니다.”
“월가에서도 유명한 한 사장님이 만든 금융 상품이라면, 예사 물건이 아니겠군요.”
금융 상품 자료를 천천히 읽어 내려가는 나시노 대표였고.
그의 입술이 점점 위로 향해갔다. 마치 호구를 잡았다는 듯한 미소처럼 보였다.
“너무 공격적인 금융 상품이군요. 일본이 다시금 버블 경제에 빠져야지만 태우증권이 수익을 볼 수 있는 조건입니다.”
“그 정도는 아닙니다. 제조업 회사들의 주가가 대략 20% 정도만 빠져도 충분히 수익을 실현할 수 있는 조건입니다.”
“주가가 20%나 떨어지려면 버블 사태와 비슷한 사건이 터져야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뭐 우리야 너무 좋은 조건이라 마다할 이유가 없지만, 태우증권은 괜찮으시겠습니까?”
나시노 대표는 오히려 한 사장을 걱정했다.
그만큼 노무라 증권에게 너무나 유리한 조건이었기 때문이었다.
“제가 직접 만든 금융 상품입니다. 어떻게, 관심이 있으시면 계약을 체결하시겠습니까?”
“일종의 보험과도 같은 상품이군요. 매달 보험금을 납입하고, 만약 주가가 20% 이상 하락하면 납입한 보험금의 20배를 보상받는 조건이라. 흠, 좋습니다. 이런 좋은 제안을 거절할 수는 없지요.”
거절할 이유가 없는 나시노 대표였다.
지금의 일본 경제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리먼 사태 이후 일본 정부에서는 양적 완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었고, 기업의 주가는 조금씩이지만 상승하고 있었다.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하시면, 다른 곳에도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굳이 다른 곳을 소개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노무라 증권에서 모든 물량을 받아 드리지요.”
“물량이 좀 많습니다. 올해 안까지 30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할 계획입니다.”
“300만 달러가 아니라 300억 달러나 말씀이십니까?”
아무리 노무라 증권이 일본 최대 규모의 증권사라고는 하지만.
300억 달러를 혼자 소화해 낼 정도는 되지 않았다.
노무라 증권이 아니라 월가의 투자회사라고 할지라도 300억 달러는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
“태우그룹을 생각하시면 300억 달러는 그렇게 큰 금액도 아닙니다.”
“태우그룹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군요. 노무라 증권은 최대 50억 달러까지 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나 많이 가능하십니까?”
“이렇게 좋은 조건을 어찌 거절하겠습니까? 조금 무리해서라도 최대한 많은 물량을 소화해야지요.”
나시노 대표는 더 많은 물량을 받아 내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는 워낙 조심성이 많은 인물이었기에 50억 달러까지만 소화하기로 하였다.
“세부사항 조율을 위해 전문 인력을 보내겠습니다. 좋은 계약을 체결하게 되어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는 제가 드려야지요. 그리고 제가 아는 인맥을 소개시켜 드리겠습니다. 관심을 가질 증권사들이 꽤 많을 겁니다.”
“역시 노무라 증권을 찾아오길 정말 잘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나 도움을 주시다니 정말 감사드립니다.”
“리먼 사태에서 같이 싸운 동지 아니겠습니까? 당연히 이 정도는 해 드려야지요.”
악수를 권하는 나시노 대표.
한 사장은 미소를 지으며 그와 손을 맞잡았다.
동지? 전우?
아주 웃기는 소리를 하는군.
이번 계약은 결국 한쪽이 큰 피해를 입는 조건이었다.
월가와 마찬가지로 노무라 증권도 하이에나에 불과했고, 태우증권 또한 마찬가지였다.
약한 적을 물어뜯을 준비가 되어 있는 하이에나.
한쪽의 목이 뜯겨져 나가야지만 끝나는 싸움이 시작되었다.
* * *
가을이 찾아오고 나서야 한 사장이 일본 출장을 마치고 한국으로 복귀했다.
물론 워낙 가까운 거리다 보니 간간이 한국으로 들어오긴 했지만, 오늘에서야 완전히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고생했어요. 일본 생활은 어떻게 지낼 만했나요?”
“한국을 떠나면 음식 때문에 고생 아니겠습니까? 일주일 정도는 일본 음식이 입에 맞아 문제가 없었지만, 한 달이 딱 지나니 음식이 달고 짜기만 해서 입이 심심해 죽는 줄 알았습니다.”
“입은 심심했지만, 성과는 심심하지 않다고 들었어요.”
회심의 미소를 짓는 한 사장.
그는 다량의 서류를 꺼내 내 앞으로 내밀었다.
“노무라 증권을 시작으로 다양한 금융사 그리고 기업 몇 곳과도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150억 달러가 넘는 금액입니다.”
“나쁘지 않은 성과군요. 남은 150억 달러로는 공매도와 엔화를 공략하세요.”
“우선 100억 달러는 일본 제조업 회사 공매도를 진행하고, 남은 50억 달러로 엔화를 공략할 계획을 세워 두었습니다.”
괜찮은 계획이었다.
물론 300억 달러 전액을 보험 같은 금융 상품 계약으로 사용했다면 더 큰 이득을 남길 수 있었겠지만, 일본 금융권에서 소화할 수 있는 금액은 한정적이었다.
그러니 다른 방식으로 이득을 취해야 했고.
공매도와 엔화 공략이 차선책으로 선택되었다.
“이제 설계는 다 끝났군요.”
“설계는 다 끝났는데 상황이 발생할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회장님께서 말씀하신 정도의 경제 위기가 찾아오기 위해선 전조 현상이 발생해야 하지만, 오히려 일본 경제 상황이 너무 좋습니다.”
나를 믿고 모든 계획을 진행 중인 한 사장이었다.
하지만 그도 일말의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고, 나와 지금까지 많은 불가능한 일을 성공시켰기에 이번 일도 반발 없이 진행하고 있는 중이었다.
“리먼 사태의 불씨가 아직 완전히 꺼지지 않았어요. 일본 정부에서 양적 완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곤 하지만, 오히려 불씨를 키우는 꼴이 될 겁니다. 늦어도 내년 초가 되면 조짐이 보이기 시작할 거예요.”
“내년까지는 어떻게든 버틸 수 있지만, 내후년까지는 버티지 못합니다. 그때부터는 숨겨진 자산까지 사용해야지만 버틸 수 있습니다.”
SAVE 투자회사와 페이퍼 컴퍼니의 자산.
대부분은 차명으로 핀테크 은행에 보관되어 있었고, 나머지는 페이퍼 컴퍼니 형태로 보관되어 있었다.
일종의 보험이었고.
워낙 든든한 보험이었기에 이번 작전이 잘못되더라도 회생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는 한 사장이었다.
“일본 일이 잘못된다고 해도 숨겨진 자산을 이용해 유럽을 공략하면 최소 본전은 확보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 걱정 마세요.”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회장님과 함께 일을 하며 가슴 졸였던 순간이 정말 많았습니다. 그런데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젠 걱정은 안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잘하셨어요. 걱정할 틈에 어떻게 하면 일본을 상대로 한 푼이라도 더 뜯어낼 수 있을지 고민하세요.”
한 사장의 눈빛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단순히 말로만 걱정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고 있었다.
나와 오래 일하다 보니 간댕이가 상당히 부어 버린 한 사장이었다.
* * *
2010년의 추석이 지나고 이제 연말 분위기가 풍기기 시작했다.
연말이 되면 마음이 풀리기 마련이었지만, 태우그룹의 분위기는 살얼음판을 연상시켰다.
특히나 3분기 실적 보고를 하기 위해 찾아온 기획실장의 눈은 반쯤 죽어 있었고, 떨리는 목소리로 실적 보고를 시작했다.
“태우전자와 반도체 그리고 IT 쪽은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달성했습니다. 그리고 태우엔터도 순항을 하고 있습니다.”
“실적이 좋은 계열사의 보고는 넘어가도록 하죠.”
“태우건설의 상황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리먼 사태 이후 건설 업계가 얼어붙었습니다. 특히나 국내 건설 수주 자체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100대 건설사 중 10곳이 넘는 건설사가 폐업을 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건설 업계는 최악의 한 해를 보내고 있었다.
희망이라도 있다면 버티겠지만, 내년의 건설 업계 전망도 좋지 않았기에 폐업하는 건설사가 속출하고 있었다.
“그래도 태우건설의 상황은 괜찮지 않나요? 태우 본사 신사옥 공사와 금융 허브 공사 그리고 애플 신사옥까지 공사를 진행하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까지 수주해 놓은 사업이 많아 적자를 면하고 있지만, 불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앞으로 힘들어집니다. 경제 연구소 전망에 따르면 최소 2013년까지 부동산 시장의 불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수주한 사업이면 최소 3년은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부동산 불황이 2013년까지 이어진다면, 그 이후부터는 적자를 면하기 어려웠다.
“부동산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으니 아파트 건설 자체가 주춤하긴 하겠군요.”
“신축 아파트 공사는 물론이고 재개발 공사까지 잠잠합니다. 아파트 미분양 사태가 속출하다 보니 신축 아파트 공사가 엎어지는 경우도 나오고 있습니다. 금융사에서 부동산 PF 자체를 진행하지 않고 있기도 합니다.”
미분양은 결국 피해액을 건설사가 부담하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그렇다고 한들 금융사의 입장에서는 미분양이 속출하는 지금 PF를 꾸려 전주 역할을 하기에 부담되긴 마찬가지였다.
“그 문제는 태우그룹이 자체적으로 해결하면 되겠군요. 금융사의 도움을 받지 않고 태우증권이나 태우그룹 본사의 자금으로 우선 아파트 공사를 시작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태우그룹이 자금을 지원한다면 아파트 공사를 시작할 순 있겠지만, 부담이 너무 크지 않겠습니까?”
“미분양이 걱정이면, 아예 후분양 시스템을 도입해도 됩니다.”
“후분양이라면, 아파트가 완공된 다음 분양을 하겠다는 말씀이십니까?”
“물론 지금 당장 그렇게 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내년까지 상황을 지켜보고 계속 상황이 좋지 않다면 그런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거지요.”
아파트 가격은 결국 오르게 되어 있었다.
지금이야 미분양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고 하지만.
호황기 사이클이 찾아오면 결국은 분양이 될 수밖에 없었고, 지금보다 아파트 가격도 높아지기 마련이었다.
그러니 공사 자금만 확보할 수 있다면 무조건 남는 장사였고.
2012년 정도면 일본과 유럽을 후려쳐 자금을 확보할 수 있으니 문제 될 게 없었다.
“태우건설은 그렇게 지원한다 해도, 더 큰 문제는 태우상사입니다. 그중에서도 이커머스 사업인 ‘로켓’의 적자가 분기마다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번 분기에만 4천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내년도 1조 원이 넘는 적자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태우상사, 태우자동차의 전기차 사업부 그리고 인수한 회사들까지.
적자 규모가 매 분기 증가하고 있었고, 수익이 높은 계열사의 돈으로 돌려막고 있는 실정이었다.
하지만 나는 걱정하지 않았다.
2011년 새해가 밝아오면 더는 돈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사라지게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