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34)
독식하는 재벌 3세-334화(334/518)
334. 승리의 서막 (3)
2011년 3월.
새로운 한 해가 벌써 3개월이나 지나갔다.
창가에서 내려다보니 사람들의 옷차림이 한결 가벼워졌고, 유동인구도 많이 늘어나 있었다.
한참이나 창밖을 구경하고 있을 때.
휴대폰과 사무용 전화기가 동시에 울렸고.
한 사장과 기획실장이 동시에 다급히 회장실 안으로 달려 들어왔다.
“회장님! 일본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규모는 7.3이고, 쓰나미 주의 경보가 발동되었습니다.”
“피해 규모는 어떤가요?”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바다에서 발생한 지진이라 큰 피해는 없을 거라 합니다.”
규모 7.3의 지진은 상당히 강한 규모였다.
그렇기에 한 사장과 기획실장이 호들갑을 떨었지만, 이번 지진은 전진에 불과했다.
강도가 강한 지진인 본진이 일어나기 전에 전조 현상으로 발생하는 전진이 이번 지진이었고, 며칠 후면 규모 9가 넘는 대지진이 발생하게 된다.
“일본에 출장 나가 있는 태우그룹의 모든 직원을 복귀시키세요. 무조건 오늘 당장 복귀할 수 있도록 하세요.”
“지진의 여파로 비행기 예약이 많이 어렵습니다.”
“그럼 전용기라도 빌려서 복귀시키세요. 그리고 직원의 가족과 친지까지 전부 한국으로 데리고 오세요.”
나는 지진을 막을 능력 따위는 없었다.
하지만 내 능력이 닿는 한 최선을 다해 피해를 줄일 생각이었다.
“지진이 이미 끝났지 않습니까? 굳이 직원들을 한국으로 복귀시켜야 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여진이 발생할 수도 있어요. 그러니 한 달만이라도 한국에서 지켜보고 난 뒤 다시 일본으로 보내도 충분합니다.”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비용이 꽤나 많이 듭니다.”
기획실장이 우려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너무 과민반응 한다고 생각하는 그였고, 미래를 모르기에 나오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안전이 최우선되어야 합니다. 비용이 아무리 많이 든다고 한들 태우그룹 직원보다 소중하진 않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항공사와 협의를 통해 항공기 추가 투입을 요청하겠습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전용기까지 대거 계약해 모든 직원과 가족을 오늘 중으로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적게는 수억 원, 많게는 수백억 원이 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기에 마다할 필요가 없었다.
돈이야 다시 벌면 될 일이었고, 이번 일본 대지진으로 태우그룹이 벌어들일 돈에 비하면 매우 적은 금액이기도 했다.
“한국 정부에서는 어떻게 움직이고 있나요?”
“쓰나미 주의로만 끝났기에 딱히 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외교부 차원에서 피해 입은 교민을 조사하는 수준입니다.”
“최재석 도지사를 만나 봐야겠군요. 지금 당장 약속을 잡아 주세요.”
“지금 바로 약속을 잡아 보겠습니다.”
“급한 일이니 최대한 빨리 약속을 잡아야 합니다. 최재석 도지사에게도 급한 일이라고 꼭 전하시고요.”
“알겠습니다!”
밖으로 뛰쳐나가는 기획실장.
그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그제야 한 사장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혹시 일본의 경제 위기가 이번 지진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보셨습니까?”
“제가 지진이 일어날 걸 어떻게 예상했겠어요? 자그마한 불만 붙으면 터지는 폭탄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지진이 그 역할을 할 줄은 몰랐어요.”
알아도 안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지진은 사람의 힘으로 예측할 수 없는 영역이었으니까.
“이런 말씀을 드리긴 그렇지만, 이번 지진의 여파로 일본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피해가 워낙 적었기에 아주 약간의 엔화 하락 정도로 그칠 것 같습니다.”
“여진이 발생한다면 일본 경제에 큰 위기가 발생하게 될 겁니다. 그러니 지금부터 공매도를 시작하세요.”
지진이 끝났다고 모두가 안심하고 있었다.
지금이 바로 적기였고, 공매도와 엔화 공략을 시작해야 할 때였다.
“제조업 기업을 대상으로 한 공매도 프로젝트를 지금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남는 금액으로는 엔화를 전부 사들이세요.”
“엔화가 상승할 것으로 보십니까? 큰 사건이 터지면 화폐 가치가 떨어지지 않겠습니까?”
“엔화는 위기가 올 때마다 오르곤 했죠. 1995년도에 간사이 지진이 발생했을 때도 엔화 환율이 6개월 만에 15% 넘게 올랐던 걸 기억하세요.”
한 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갑자기 표정이 굳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런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만약 정말로 여진이 크게 발생하고 일본 경제가 휘청거리게 된다면, 우리야 큰돈을 벌게 되겠지만······.”
“비극적인 일로 돈을 벌었다고 욕을 먹을 수도 있겠죠.”
“퀀텀펀드를 앞세운다고 하더라도 비난이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본 프로젝트의 경우 퀀텀펀드는 거의 참여하지 않는 수준이기도 합니다.”
결국은 등가교환이었다.
비난과 돈을 교환하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돈만 있으면 비난을 최소화하는 것도 가능했다.
“태우그룹 차원에서 막대한 구호물자와 인력을 일본으로 보낼 준비를 하세요. 일본 정부보다 더 많은 지원을 한다면 비난을 최소화할 수 있어요.”
“구호물자의 규모를 얼마나 생각하고 계십니까?”
“최소 1,000억 원 이상을 사용해야 언론에서도 우리의 진심을 알아주지 않겠어요?”
1,000억 원을 사용하는 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이번 일로 수십 조 단위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으니까.
“준비를 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만약 여진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준비한 물품이 쓰레기가 되어 버립니다.”
“그렇게 된다면 유니세프에 기부를 하면 그만이죠. 1,000억 원 이상을 사용해도 되니 막대한 구호물품을 끌어모으세요. 지금 당장 움직이세요.”
“알겠습니다. 태우상사와 로켓의 유통망을 이용하면 오늘 중으로도 수백억 원이 넘는 구호 물품을 모을 수 있습니다.”
로켓 소유의 물류 센터에는 다양한 물품이 보관되어 있었고.
태우상사와 계약을 맺은 수천 곳의 업체를 이용하면 단기간에 막대한 물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아마존의 도움까지 받는다면, 필요한 만큼의 물자를 확보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 * *
한 시간 후.
강 대위의 한정식 식당 별관에서 최재석 도지사와 만날 수 있었다.
보안을 위해 항상 경기도에서만 만남을 가졌지만, 이번엔 워낙 급했기에 강 대위의 식당을 약속 장소로 이용해야만 했다.
“갑자기 만남을 요청드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김 회장님의 요청이면, 자다가도 일어나서 나와야지요. 그런데 어쩐 일이십니까? 경기도도 아니고 서울에서 만나자고 하셔서 상당히 놀랐습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낀 최재석 도지사였고.
나도 안부를 묻는 대화를 생략하고 곧장 본론을 꺼내 들었다.
“일본에서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저도 그 소식은 들었습니다. 규모 7의 지진이었지만, 바다에서 발생해서 큰 피해는 없다고 하더군요. 정말 다행이지 않습니까?”
“이번 지진은 피해가 없긴 했지만, 지진은 보통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여진이 발생하긴 하지만, 여진은 본진보다 약하게 발생하니 큰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최재석 도지사는 단순히 도지사가 아니었다.
국민경제당을 이끄는 실질적인 당수였기에 개인적으로 거느리는 씽크탱크 단체가 존재했고,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발생하는 사건에 대한 조언을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었다.
일본 지진의 경우도 마찬가지였고.
이번 일본 지진의 규모부터 피해까지 상세히 알고 있었다.
“이번 지진이 본진이면 다행이지만, 전진일 수도 있습니다. 더 강한 본진이 올 수도 있다고 태우그룹의 전문가들과 인공지능 시스템이 예측하고 있습니다.”
“더 강한 지진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물론 그럴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20%는 넘습니다.”
인공지능을 핑계 삼았다.
태우그룹은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인공지능 시스템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기에 가능한 핑계였다.
“흠, 20%라면 무시할 수 없는 수치군요.”
“국민경제당 차원에서 적극 나서 주시길 요청드립니다. 일본 교민들을 한국으로 대피시켜 주십시오.”
“국민경제당은 여당이 아니라 한국 정부를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국민경제당이 할 수 있는 건 논평을 내거나 기자회담을 열어 목소리를 내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그렇게만 해 주시면 됩니다. 나머지는 태우그룹에서 움직이겠습니다. 일본 교민을 한국으로 이동시키거나 아니면 상대적으로 안전한 일본 서부 지역으로 이동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최재석 도지사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다.
교민 대피령의 경우 야당에서 나설 일이 아니었고, 만약 본진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기회이기도 했다.
정부는 물론이고 거대 양당에서 하지 못한 일을 성공하게 되는 셈이었고.
최재석 도지사의 인지도와 인기도를 지금보다 몇 배는 더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어렵군요. 시간을 더 주실 수는 없으십니까?”
“본진이 언제 또 발생할지 모릅니다. 지금 당장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만약 국민경제당에서 나서지 않는다면, 태우그룹 차원에서 독단적으로 움직여야만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아무래도 일본 교민들의 협조를 얻기가 힘듭니다.”
기업은 결국 이익 집단에 불과했다.
교민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도움이 필요했고, 특히나 국민경제당의 경우 호감도가 높은 정당이라 더욱 큰 효과를 낼 수 있었다.
“정치 인생을 걸어야 하는 판단이 될 수도 있겠군요.”
“지진이 또 발생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욕 몇 마디 먹는 것으로 끝날 겁니다.”
“경기지사 자리는 유지할 수 있겠군요.”
도지사 자리는 유지할 수 있지만.
대권의 꿈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는 일이긴 했다.
어이없는 판단을 내린 지도자를 대통령으로 선택할 유권자는 없었으니까.
“이번 일이 분수령이 될 수 있습니다. 어차피 지금 상태로는 대권에 나갈 명분도 인기도 없지 않습니까?”
“허허, 도박수를 강요하시는군요. 좋습니다. 김 회장님의 말을 따라서 안 된 경우는 없으니 이번에도 김 회장님을 믿고 진행해 보겠습니다.”
최재석 도지사가 마음을 굳혔다.
그가 마음을 움직인 건 대권 도전을 위한 명분도 있었지만.
만약 지진이 또 발생한다면 일본 교민이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 바로 기자회견을 열어 주시길 바랍니다. 태우그룹은 오늘 중으로 일본 교민을 이동시킬 항공편과 대형 버스를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당 차원에서 이번 일에 사활을 걸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최재석 도지사가 자리에서 먼저 일어났다.
거침이 없는 발걸음
정치적인 결심을 내렸다는 뜻이 가득 담겨 있는 발걸음이었다.
나 또한 거침없이 발을 움직여 회사로 돌아왔고.
최재석 도지사를 만나는 사이 기획실장은 많은 일을 한 상태였다.
“현진그룹의 도움을 받아 항공편을 대거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모든 항공 요금은 태우그룹에서 감당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일본에 있는 대형 운송 회사와 계약을 체결해 100대가 넘는 버스를 5일 동안 사용하기로 계약을 맺었습니다.”
“고생하셨어요. 이제 태우그룹 차원에서 성명을 낼 일만 남았군요.”
“기자회견을 하실 생각이십니까?”
“최재석 도지사가 기자회견을 마치면 곧장 우리도 기자회견을 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 주세요. 기자회견장에는 제가 직접 나설 겁니다.”
일종의 사전작업.
면죄부를 얻기 위한 기자회견이며, 이번 일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만 하는 과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