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35)
독식하는 재벌 3세-335화(335/518)
335. 승리의 서막 (4)
최재석 도지사의 기자회견이 끝이 났다.
갑작스런 기자회견임에도 많은 기자들이 모인 기자회견장이었고.
이는 이번 지방 선거를 승리로 이끈 국민경제당이 얼마나 관심을 받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단순히 관심만 받는 것으로 끝나는 기자회견이 아니었다.
최재석 도지사는 진심을 담아 일본 교민의 대피를 외쳤고, 나와 같이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한 사장이 감탄을 자아낼 정도였다.
“확실히 최재석 도지사가 인물은 인물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호소력이 있습니다. 포털 사이트 인기 검색어 1위를 벌써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SNS에서도 반응이 매우 뜨겁습니다.”
“반응이 뜨겁다고 해서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죠. 찬반 여론이 극명하게 나뉘어지는 주제일수록 반응이 뜨겁기 마련이니까요.”
“최재석 도지사의 의견에 동의하는 여론이 절반이고, 너무 과잉 반응을 한다는 반응이 절반입니다. 거대 양당의 극성 지지자들의 경우에는 험한 말을 쏟아내고 있기도 합니다.”
최재석 도지사의 정치 인생이 달린 기자회견이었다.
이번처럼 이슈의 중심으로 들어간 적은 없었던 그였기에 반응이 더욱 뜨겁게 불타올랐다.
“최재석 도지사가 스타트를 끊었으니 이제 태우그룹이 바톤을 이어받을 차례가 되었군요.”
“정말 회장님이 직접 기자회견장에 나서실 생각이십니까? 차라리 저나 부회장님이 나서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회장님에게 비난 여론이 쏠리게 될 수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내가 직접 나서야 파급력이 크지 않겠어요? 파급력이 크면 클수록 우리는 강력한 면죄부를 받게 됩니다.”
“지진이 또 발생한다면 그렇겠지만, 발생하지 않을 경우엔 신뢰도가 크게 떨어지게 됩니다.”
신뢰도가 떨어질 일은 없었다.
3일 후에 더 큰 지진이 발생하는 걸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이제 슬슬 기자들이 도착할 때가 되지 않았나요?”
“여의도에서 출발한 기자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10분 정도면 기자회견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제 내려가 봐야겠군요.”
약간의 준비를 마치고 기자회견장으로 내려갔다.
그사이 기자들이 본사 로비를 가득 채우고 있었고, 나는 옷매무새를 마지막으로 점검한 뒤 단상 위로 올라갔다.
“반갑습니다. 태우그룹 회장 김민재입니다.”
고개를 숙여 간단하게 인사를 했다.
내 이름을 걸고 기자회견을 여는 건 정말 오래간만이었기에 기자들은 쉴 새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렀고, 내 모든 말이 속보 형태로 인터넷 뉴스로 나가고 있을 것이었다.
“이번 기자회견의 목적은 일본의 지진에 관련된 내용입니다. 태우그룹은 자연재해를 예측하기 위한 인공지능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태우건설, 태우IT 그리고 IIT의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 만든 인공지능 시스템입니다.”
갑작스럽게 꺼낸 인공지능 시스템 이야기.
기자들은 이번 기자회견 목적이 인공지능 시스템의 홍보라고 생각했는지 반응이 조금 식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말에 기자들의 반응은 180도 바뀌게 될 것이다.
“자연재해 예측 인공지능 시스템이 따르면, 일본에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최대 규모 9의 강진이 발생하게 된다면 일본은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됩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 일본 교민들을 대피시켜야 합니다.”
태우그룹 회장.
한국 재계 서열 1위 그룹의 회장이 일본 대지진을 확신하는 말을 내뱉었다.
그러니 기자들의 반응은 어떻겠는가? 벌써 손을 들고 질문을 하려는 기자들이 속출했고, 노트북을 두들기는 기자들의 타자 속도가 몇 배는 빨라졌다.
“태우그룹은 본사 차원에서 항공기와 대형 버스와 같은 운송 수단을 확보했고, 지금부터 교민들의 이동을 돕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일본 정부와 기업들의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교민들의 안전을 위해 임시 휴일을 선포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일개 기업 회장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임시 휴일을 선포해 달라고 하는 건 월권행위를 넘어선 언행이었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갔다.
“만약 일본 정부나 기업이 휴일을 선포하지 않는다고 해도 교민 여러분들은 무조건 대피를 하시기 바랍니다. 만약 태우그룹의 예측이 틀린다면, 모든 책임을 태우그룹이 지도록 하겠습니다.”
태우그룹이 모든 책임을 진다.
작게는 휴가 비용을 책임진다는 뜻이 될 수도 있었고, 크게는 회사에서 퇴사를 당한다면 그만한 보상금을 주겠다는 뜻이 될 수도 있었다.
일본 동북 지역에 사는 교민의 숫자는 최소 1만2천 명.
그들을 모두 책임지게 된다면, 최소 수백억 원의 자금이 사용되게 된다.
내가 뱉은 한마디로 태우그룹이 수백억 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게 된다는 걸 기자들도 직감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다시 말씀드리자면, 태우그룹은 일본에 대지진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일본 교민들과 국민들의 대피를 지원하겠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끝이 났고.
이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으로 넘어갔다.
거의 모든 기자가 동시에 손을 들어 올려 발언권을 얻으려고 했고, 나는 가장 앞줄에 앉아 있는 기자 한 명을 지목했다.
“조국일보 유동수 기자입니다. 일본 정부는 물론이고, 세계 각국의 기상청에서는 아직 일본에 대규모 지진이 발생한다는 예보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태우그룹의 인공지능 시스템이 세계 모든 기상청의 시스템보다 더 우수하다고 생각하십니까?”
“태우그룹의 인공지능은 그 어떤 시스템보다 우수하며 신뢰도가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인공지능뿐만 아니라 태우그룹에 속해 있는 많은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하여 나온 결론입니다.”
대답과 동시에 다음 기자를 지목했고.
기자는 안경을 살짝 들어 올리고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국민경제당의 최재석 도지사가 기자회견을 마친 직후 태우그룹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국민경제당과 미리 입을 맞췄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정황입니다. 태우그룹과 국민경제당의 관계를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따로 접촉을 하진 않았습니다. 국민경제당의 최재석 도지사께서 먼저 기자회견을 여셨기에 저도 확신을 가지고 기자회견장에 나설 수 있었습니다.”
내 말을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렇다고 할지라도 내 입으로 국민경제당과의 관계를 밝힐 수는 없었기에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
“태우그룹이 일본 지진에 관련해서 이렇게나 많은 관심을 가지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일방적으로 태우그룹이 손해를 보는 구조입니다. 태우그룹 주주들의 반발이 예상되며, 이번 일로 인해 오너 리스크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저도 웬만해서는 나서고 싶지 않았지만, 침묵을 하기엔 너무 큰 사건이라 나서게 되었습니다. 태우그룹에 많은 부담을 주는 일이라는 것 또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번 일의 모든 책임은 제가 지도록 하겠습니다.”
“태우그룹의 예측과 다른 일이 발생한다면, 회장직에서 사임을 하실 생각도 있으십니까.”
“회장직에서 사임을 하는 것으로 책임을 질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마지막 질의응답이었다.
여전히 기자들은 손을 번쩍 들고 있었지만, 나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단상에서 내려왔다.
하지만 반발하는 기자는 없었다.
특종을 1초라도 빨리 전송하기 위해 노트북에 파묻혀 있는 기자들이었다.
* * *
기자회견을 마치고 회장실로 올라갔다.
그동안 한 사장이 각종 반응을 정리해 두었다.
“최재석 도지사의 기자회견보다 더 뜨거운 반응입니다.”
“좋지 않은 반응이 더 많겠군요.”
“아무래도 그렇습니다. 젊은 오너로 인해 태우그룹이 리스크를 지게 되었다는 반응이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정부에서 할 일을 왜 태우그룹이 신경 쓰느냐는 반응도 꽤나 나오고 있습니다.”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한국은 기업 오너가 나서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미국의 경우 일부러 기업 오너가 이슈를 만드는 경우도 있었지만, 한국은 아직까진 안정적이며 보수적인 기업 오너를 좋아했다.
“반응은 신경 쓸 필요가 없죠. 그보다 일본 정부와 미국 정부에 우리가 보유한 자료를 송부하셨나요?”
“보내긴 했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습니다. 특히나 일본 정부에서는 아예 읽지도 않았습니다.”
일본 정부와는 별로 접점이 없긴 했다.
그러니 갑작스럽게 우리가 나서는 걸 좋아할 리가 없었고, 오히려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 수도 있었다.
일본 정부가 어떻게 반응하든 사실 상관이 없긴 했다.
그저 면죄부를 받기 위해 하는 작업에 불과했으니까.
“미국 정부에서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나요?”
“약간의 반응이 오긴 했습니다. 백악관 관계자로부터 추가 자료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인공지능 시스템에 관한 문의도 들어왔습니다.”
오늘을 위해 태우IT와 천민정이 많은 자료를 준비를 해 두었다.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을 통해 지진을 예측했다는 걸 보여 줄 만한 그럴듯한 자료를 만들어 내었다.
“관련 자료를 송부해 주세요. 그리고 미국 언론에도 최대한 협조를 해주시고요.”
“이미 미국 거대 방송에서 최재석 도지사와 회장님의 관련 기사가 속보로 나왔습니다. 아마 오늘 메인 뉴스가 될 듯합니다.”
“오랜만에 미국 TV에도 나오겠군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뉴스에서 회장님의 얼굴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한국 공항뿐만 아니라 외국 공항에서도 시끄럽게 생겼군.
딱히 유명세를 바라진 않았지만,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얼굴을 팔아야만 했다.
“한 사장은 이제 프로젝트에만 집중하세요. 나머지 일은 저와 기획실에서 담당하도록 하죠.”
“안 그래도 조만간 도쿄로 제가 직접 가서 상황을 챙길 생각입니다.”
“이번 주는 한국에 있고, 상황이 발생하면 그때 일본으로 넘어가도 늦지 않아요.”
한 사장을 지금 일본으로 보내는 건 너무 위험했다.
상대적으로 도쿄 지역은 안전하다고는 하지만,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르기에 무조건 한국에 남겨야 했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태우상사와 로켓을 활용해 최대한 구호물자를 확보하고 있는 중입니다. 아마존에서도 물자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구호물자도 앞으로는 기획실에서 챙길 테니 한 사장은 돈만 보세요.”
“아직은 여유가 있어 괜찮습니다.”
“조만간 바빠질 테니 미리미리 준비해 두세요.”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지진이 발생하기까지 고작 48시간밖에 남지 않았으니까.
그때가 되면 한 사장은 그 누구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야 할 것이었다.
* * *
3월 11일이 되었다.
고작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비난 여론은 하루가 다르게 거세져만 갔다.
“정부에서 공문이 내려왔습니다. 분란 조장을 자제하라는 메시지가 담겼고,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경고도 담겨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우리가 고깝게 느껴지겠죠.”
“오늘이라도 당장 국세청을 움직일 기세입니다. 청와대에서도 노골적으로 기자회견 당시의 발언을 취소하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강하게 압박을 가하고 있기에 기획실장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대안을 말하기는커녕 그저 시계만을 주시했다.
그런 내 모습이 답답했는지 기획실장이 말을 걸어왔다.
“제가 모르는 약속이 있으십니까?”
“그냥 시계가 보고 싶을 뿐입니다.”
그렇게 시계를 한참 바라보고 있을 때.
휴대전화와 사무용 전화기가 동시에 울리기 시작했다.
나는 직감할 수 있었다. 지금 이 순간이 바로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시점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