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37)
독식하는 재벌 3세-337화(337/518)
337. 침묵하다 (1)
하루가 지날수록 일본 증시는 큰 폭으로 하락을 하였다.
그러니 우리와 계약을 맺은 일본 금융사는 어떻게든 조기에 합의를 보기 위해 한 사장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아야 했다.
우리가 원하는 대부분의 조건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아주 쉬운 협상.
그러니 한 사장이 보름도 안 되어 모든 협상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고생 많았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어떻게 된 게 일본 출장을 가기 전보다 5kg은 더 찐 거 같습니다.”
“금융사 대표들이 매일같이 식사를 하자고 달라붙는데 방법이 있습니까? 밥을 안 먹는 건 또 예의가 아니니 억지로 수저를 들다 보니 살이 좀 쪘습니다.”
조 단위의 돈이 오가는 협상이었다.
그러니 값비싼 음식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남는 장사였기에 한 사장이 제대로 대접을 받았을 터였다.
“맛있는 음식에 홀랑 넘어가 협상을 대충 하지는 않았겠죠?”
“설마 그러겠습니까? 계약 파기 조건으로 우선은 우리가 투자한 금액의 2배인 300억 달러를 현찰로 받기로 하였습니다.”
“현찰이 끝이 아닌가 보군요. ‘우선은’이라는 말을 하는 걸 보니.”
뽈록하게 튀어나온 배를 두들기는 한 사장이었다.
맛있는 음식만 배에 넣고 온 게 아니라는 뜻처럼 보이는 행동이었다.
“현찰만 300억 달러고, 주식과 부동산 그리고 각종 특허권까지 다 더하면 못해도 500억 달러는 넘습니다.”
“나머지 자산은 현금화하려면 시간이 걸릴 테니 지금 당장은 2배의 이득이 전부라고 봐야겠군요.”
“공매도를 통해 얻은 수익과 엔화에 배팅해서 발생한 금액은 아직 현재 진행형입니다.”
엔화는 지금 엄청난 변동을 일으키는 화폐였고.
그렇기에 많은 투기 세력이 몰려들어 있었다.
“이제 슬슬 엔화가 상승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더군요.”
“최저점에서 엔화를 사들였습니다. 우리가 엔화를 사들이고 난 직후 일본 정부에서 G7국가와 공조하여 외환시장에 개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국가든 화폐 가치가 급락하는 걸 두려워한다.
특히나 기축통화까지는 아니지만 준기축통화라고 주장하는 엔화였기에 일본 정부는 적극 개입하기 마련이었다.
“당분간 엔화는 계속해서 상승할 겁니다. 해외에 나가 있던 일본 자금이 돌아오면 더욱 가파르게 상승하겠죠.”
“덕분에 우리가 아주 쏠쏠하게 재미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공매도와 엔화까지 다 더하면 700억 달러까지 자금을 키울 수 있을 듯합니다.”
300억 달러를 투자해 700억 달러의 수익을 올린다.
300억 달러라는 거금을 단기간에 700억 달러로 불리는 건 일반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인류역사상 최악의 재난이 발생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재난의 규모에 비해 수익이 적다고 느낄 수도 있었다.
우리가 조금 더 공격적으로 나섰다면, 더 많은 이익을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투자는 태우그룹의 이름을 걸고 나선 투자였기에 선을 지켜야만 했다.
“괜찮은 수익이군요.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나 수익을 봤는데 일본 정부와 언론이 너무 조용하군요. 비난까지는 아니더라도 하소연하는 논평 정도는 낼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너무 조용해요.”
“일본 금융사 대표들을 만나며 들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끝까지 침묵을 지킬 것이라고 전해 들었습니다.”
일본 정부가 침묵으로 일관한다?
우리가 예상한 시나리오 중 하나긴 했지만, 정말 우리가 가장 원하는 시나리오대로 일본 정부가 움직여 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고 있었다.
“재난이 발생하면, 책임을 외부로 떠넘기려고 하고 싶을 건데 왜 침묵을 한답니까?”
“복잡한 이유가 얽혀 있습니다. 우선은 일본 정부보다 태우그룹이 먼저 지진을 예측하고 많은 구호물자와 구호성금을 낸 것이 첫 번째 이유입니다.”
납득 가는 이유였다.
태우그룹은 구호성금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일개 그룹이 대만이나 미국보다 더 많은 성금을 기부했으니 일본 정부에서도 신경을 써야만 했다.
“두 번째 이유는 뭐죠?”
“최재석 도지사와 국민경제당입니다. 교민을 대피시킬 때 일본 시민도 같이 대피를 시켰다고 합니다. 일본 정부와 정치인들이 해야 할 일을 한국 정치인이 대신한 셈입니다.”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알려지면 골치가 아픈 일이겠군요.”
“그래서 침묵을 지키기로 한 듯합니다. 태우그룹의 구호물자와 구호성금도 언론에서 일체 언급을 하지 않고 있고, 국민경제당에 관한 이야기도 금기시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의 선택이 이해가 갔다.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침묵을 택한 것이었다.
“구호성금 관련 이야기를 하지 않는 대신 이번 재난으로 우리가 돈을 벌어들인 것도 함구하겠다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매우 남는 장사입니다. 구호성금으로 2억 달러를 사용했지만, 우린 700억 달러 플러스알파를 벌어들였지 않습니까?”
“최재석 도지사 덕분에 일이 쉽게 풀렸군요.”
단순히 구호물자와 성금만으로는 부족했다.
최재석 도지사가 직접 의원들을 이끌고 구호 활동을 해 준 덕분에 일본 정부가 침묵을 선택할 수 있었다.
“최재석 도지사 덕분도 있지만, 우리가 선을 지킨 것도 큰 이유 같습니다. 욕심을 더 부렸다면 아마 일본 정부에서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을 듯합니다.”
“선후 관계가 틀렸어요. 일본 정부가 가만히 있었기에 우리가 선을 지킨 거죠. 일본 정부에서 먼저 비난 여론을 조성했다면, 700억 달러가 아니라 1,000억 달러를 넘게 짜냈을 겁니다.”
“생각해 보니 그렇긴 합니다. 1,000억 달러 대신 700억 달러의 수익으로 태우그룹의 이미지를 지켰으니 좋아해야 할지 싫어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더 많은 수익을 내지 못한 건 아쉽긴 하지만.
태우그룹의 이미지를 지킨 것만으로도 나쁜 결과는 아니었다.
자본금을 2배 이상 키운 것만으로도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것이기도 했다.
“아직 본 게임이 남아 있으니 아쉬워하지 마세요.”
“본 게임이라면 유럽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안 그래도 퀀텀펀드에서 유럽의 재정 상태가 조금씩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고 전해 왔습니다.”
“일본 대지진이 연쇄 효과를 일으키는 거죠. 리먼 사태 이후 억지로 봉합한 상처가 벌어지기 시작할 겁니다. 조만간 유럽은 상처가 터지다 못해 피투성이가 될 것이기도 하고요.”
유럽 재정 위기의 시작은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유럽에 뿌려져 있던 일본 자금이 다시 일본으로 돌아갔기 때문이기도 했다.
일본 대지진이 터지지 않았다면, 최소 1~2년은 더 버틸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일본 금융사로부터 받은 금액을 투입해 그리스와 남유럽 지역에 사전 작업을 들어가려고 합니다.”
“계획이 많이 달라져야 할 겁니다. 초기에 세운 계획보다 더 많은 자금이 투입될 테니까요.”
일본에서 얻은 수익도 전부 유럽 프로젝트에 투입하게 된다면.
초기에 세운 계획보다 700억 달러가 더 많아지는 것이니 판을 더 키워야지만 모든 금액을 소화할 수 있었다.
“안 그래도 퀀텀펀드에서 연락이 왔었습니다. 큰 틀은 달라지지 않겠지만, 조금 더 깊숙이 유럽의 경제에 개입하기로 구두 약속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만 더 신경 써 주세요. 그리스가 해운업으로 유명하죠?”
“전 세계 해운업 1위가 그리스입니다. 그리스 GDP의 7%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해운업이 발달한 국가입니다. 물론 해운사 순위만 놓고 본다면, 10위권 안에 그리스 회사는 없지만, 대기업이 없을 뿐 선박을 소유한 선주의 숫자를 다 합치면 그리스가 1위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해양국가인 그리스.
해운업이 발달할 수밖에 없는 지리적 위치에 있는 국가였다.
“이번 기회에 괜찮은 선박을 좀 확보하고 싶군요.”
“현진해운의 선박으로는 부족하신 겁니까?”
“현진해운과 맺은 계약이라고 해 봐야 확보할 수 있는 선박의 숫자는 얼마 되지 않아요. 현진해운도 선주와 계약을 맺어 선박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으니까요.”
삼면이 바다인 대한민국이었다.
그리고 태우그룹은 수출 중심 그룹이었기에 해운업이 매우 중요했다.
세계 5위 안에 드는 해운사인 현진해운이 멀쩡하다면 모를까, 몇 년 안에 현진해운은 파산하게 되어 있었다.
그렇게 되면 결국 일본과 중국 그리고 대만에게 좋은 일이 된다.
파산한 현진해운의 물량을 그들이 소화하게 될 테니까.
물론 한국에도 다른 해운사가 있긴 하지만, 현진해운에 비해 규모가 작았고.
결국 해외 해운사에 태우그룹의 수출 상품을 전적으로 맡겨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었다.
“태우그룹의 성장을 위해서 해운사가 꼭 필요하다는 말씀이시군요.”
“손해를 조금 감수하더라도, 태우그룹의 수출 물량을 감당할 수 있는 해운사가 필요해요.”
“알겠습니다. 그럼 이번 기회에 선박은 물론이고 기타 시설까지 인수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일본의 해운사와도 접촉을 해 보겠습니다.”
“일본 금융사와의 협상에 일본 해운사의 지분도 포함되어 있나 보군요?”
씨익 웃어 보이는 한 사장.
그는 금융사로부터 뜯어낸 자료를 꺼내 들었다.
“일본 금융사에서 현금 대신 부동산부터 다양한 현물을 넘겼습니다. 그중에 해운 선박도 있고, 일본 해운사의 지분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본 해운사 쪽은 생각도 안 했는데 의외의 성과를 거두었군요.”
“일본 해운사 쪽과 협의해 선박의 소유를 태우그룹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겠습니다.”
“우리가 선주가 되기만 하면 됩니다. 불황 기간 동안은 일본 해운사가 선박을 운용할 수 있도록 해 주세요.”
아직 태우그룹은 해운 선박을 자체적으로 운용할 계열사가 없었다.
임시방편으로 태우상사가 운용하면 되긴 하겠지만, 제대로 운용하기 위해선 해운사의 경험과 기술이 필요했다.
그러니 지금은 굳이 선박을 가지고 올 필요가 없었고.
단지 명의만 태우그룹으로 옮기기만 해도 충분했다.
“아직은 유럽 프로젝트에 여유가 있으니 일본에서의 일을 마무리하고 유럽으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사전 작업은 퀀텀펀드에서 주도적으로 하고 있기도 해서 저도 여유가 있습니다.”
“이런 일은 퀀텀펀드가 전문가이니 믿고 맡기면 될 겁니다.”
유럽 재정위기가 본격적으로 터지기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반년.
그동안 우리는 유럽 깊숙이 침투해야 했고, 그 역할을 퀀텀펀드가 도맡기로 했다.
퀀텀펀드가 뚫어 놓은 구멍을 통해 우린 이득만 취하면 되었다.
* * *
2011년의 봄이 끝나 갈 무렵.
최재석 도지사의 요청으로 경기도의 조용한 식당에서 만남을 가졌다.
“도지사님 오랜만입니다. 교민을 구한 영웅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낯간지럽습니다. 그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언론이 너무 과하게 포장을 하고 있습니다.”
최재석 도지사가 머리를 쓸어 넘기며 말했다.
정말 부끄럽다는 듯한 표정과 말투를 하고 있었지만,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길 가장 바랐던 사람이 바로 그였다.
“차기 지도자 여론조사에서 당당히 1위를 하셨더군요. 2위와 무려 15%나 차이가 나고 말입니다.”
“부끄럽습니다.”
“이제 슬슬 차기 행보를 준비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국민 여론이 원하고 있는데 나서지 않는 것도 일종의 배신행위나 다름없습니다.”
“마지막 시험만 치르고 결심을 하겠습니다.”
확실히 예전보다는 마음을 굳힌 최재석 도지사였다.
그리고 나는 그가 말한 마지막 시험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고 있었다.
“여당에서 무상 급식 관련 투표를 진행하려고 하더군요.”
“늦어도 8월에는 무상 급식 주민 투표가 진행될 것 같습니다.”
서울 시장직을 내건 한판 승부.
모든 것을 내던진다고 해서 꼭 승리하라는 법은 없었고.
대한민국의 정치 판도가 크게 바뀌게 될 주민 투표가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