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38)
독식하는 재벌 3세-338화(338/518)
338. 침묵하다 (2)
역사를 바꿀 주민 투표는 무상 급식 투표뿐만이 아니었다.
세계 경제를 관점으로 보면 훨씬 규모가 큰 주민 투표가 그리스에서 논의되고 있었다.
“그리스 정부에서 유로존 탈퇴와 디폴트 선언에 대한 국민 투표를 진행하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슬슬 유럽 재정위기가 가속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군요.”
“유로 쪽에서 채무 탕감 50%와 1,000억 유로가 넘는 구제 금융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유로에서 제시한 긴축안을 그리스 국민들이 거세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긴축 요구가 얼마나 지독한지 우리는 잘 알고 있었다.
한국이 IMF 당시 긴축요구로 얼마나 시달렸는지 국민 모두가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확실히 유럽이라 그런지 한국이 IMF의 지원을 받을 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군요.”
“IMF도 한국을 지원할 당시 너무 과하게 긴축요구를 했다고 자성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 그리스 지원에서는 긴축 요구를 완화했다고 합니다.”
“완화된 조건마저 그리스 국민들은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군요.”
“사실 한국이 예외적이라고 봐야 합니다. IMF의 지원을 받은 국가 중에 유일하게 모든 요구를 받아들이고 경제를 회복한 국가가 한국입니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고난과 역경의 연속이었고.
국민들의 유전자에 위기 극복이 새겨져 있었다.
그러니 다른 국가가 우리처럼 하지 못한다고 해서 비난할 수는 없었다.
“유럽 증시가 아주 난리가 나고 있겠군요.”
“유로화는 아직 큰 변동은 없지만, 퀀텀펀드에서 제대로 나서는 순간 큰 폭으로 하락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유럽 증시는 벌써부터 하락하고 있습니다. 유럽 스톡스 지수가 올해 10% 이상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유럽 재정 위기에 배팅을 한 상태였다.
유로화가 하락하고 유럽 증시가 하락할수록 수익을 올리는 시스템을 만들어 둔 상태였다.
“남유럽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겠군요.”
“그래서 생긴 신조어가 하나 있습니다. PIGS라고 해서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4개 국가를 그렇게 부르고 있으며,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는 국가들이기도 합니다.”
PIGS 혹은 PIIGGS.
국가 부채 위기에 빠진 포르투칼,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을 뜻하는 말이었고.
추후에는 아일랜드와 영국이 추가되어 6개국을 지칭해 돼지들이라고 부르게 된다.
“어떻게 재미를 좀 볼 수 있겠어요?”
“이미 남유럽 전체에 거대한 그물을 설치해 두었습니다. 퀀텀펀드가 신호를 주면 우린 그물을 끌어올려 물고기만 취하면 되는 상황입니다.”
“그물을 워낙 많이 쳐서 끌어올리는 데 시간이 꽤 걸리겠군요.”
“순차적으로 그물을 끌어올리면 됩니다. 우선은 그리스에 설치된 그물부터 시작하고 그다음으로는 남유럽, 마지막으로 유럽 전체에 설치된 그물을 끌어올리면 됩니다. 당장 내년부터 수익을 실현할 수 있고, 늦어도 3년 안에 모든 작업이 끝나도록 계획되어 있습니다.”
3년이면 그리 긴 시간도 아니었다.
게다가 당장 내년에 그리스로부터 수익을 실현하게 된다면, 핀테크 은행으로부터 빌린 부채를 갚을 수도 있었다.
“그물 밖으로 물고기 몇 마리가 빠져나가도 상관없으니 빠르고 안전하게 진행하도록 하세요.”
“우리가 물고기를 흘린다고 해도 퀀텀펀드가 알아서 주워 갈 테니 걱정 없습니다. 그리고 회장님이 말씀하신 대로 그리스 해운사들에도 그물을 펼쳐 놓았습니다.”
그리스는 디폴트 선언까지 하려는 상황이었다.
그리스 정부가 파산을 하는 상황이 오면, 당연히 그리스 기업도 파산 혹은 파산 직전의 상황을 갈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부채가 너무 많은 해운사는 그냥 선박만 받고, 살릴 수 있을 것 같은 해운사만 인수를 하도록 하세요.”
“안 그래도 그 문제로 다이먼과 상의를 하고 있습니다. 인수 합병 분야에서는 다이먼이 세계 최고의 전문가이지 않습니까.”
“인수 합병은 물론이고, 기업의 가치를 올리는 것도 다이먼이 전문가죠.”
다이먼도 이번 프로젝트에 깊게 개입되어 있었다.
우리에게 천문학적인 자금을 대출해 주었으니 어떻게든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해야지만 원금과 이자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니 한 사장이 하는 부탁을 무조건 들어줘야만 했고, 부족한 시간을 쪼개 그리스 해운사를 분석하고 견적을 내고 있었다.
“그런데 변수가 있습니다. 만약 그리스가 정말 유로존 탈퇴와 디폴트 선언 국민 투표를 진행하고, 통과가 된다면 계획을 대폭 수정해야만 합니다.”
“지금 당장은 절대 그런 결정을 하지 못할 겁니다. 일종의 협박이라고 봐야죠. 더 많은 지원을 해 주지 않으면 파산 선언을 하겠다는 협박을 유럽의 다른 국가에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협박을 해도 선을 지키면서 해야지. 지금 그리스는 선을 한참 넘었습니다. 월가는 물론이고, 유럽과 아시아 지역의 투자회사들이 하나같이 그리스를 욕하고 있습니다.”
그리스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정확히는 그리스 정치권이 살아남기 위해 국민들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고 있는 중이라고 봐야 했다.
그리스 국민들은 유로존 때문에 재정 위기가 터졌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러니 유로존 탈퇴라는 수를 던질 수밖에 없는 그리스 정치인들이었다.
“욕을 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뭐가 있겠어요? 늦어도 올해 연말 안에 유로에서 그리스에 많은 지원을 해 줄 겁니다. 어떻게든 유로존 탈퇴는 막아야 할 테니까요.”
“그럼 그리스 국민 투표는 없는 일로 치부하고 계획을 계속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퀀텀펀드에도 그렇게 전해 주세요. 국민투표가 일어날 가능성은 0%라고. 물론 정권이 바뀐다면 그럴 가능성이 생기겠지만, 이번 그리스 정권에서는 그럴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제가 확신한다고 전하세요.”
그리스 경제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사전 작업은 얼추 끝난 상황이었고, 이제부터는 돈을 수금하는 일만이 남았다.
* * *
2011년의 여름이 찾아왔다.
그리스가 국민 투표로 시끄러울 때, 한국에서는 주민 투표가 진행되려고 하고 있었다.
“회장님, 무상 급식 주민 투표 날짜가 정해졌습니다. 이번 달 24일에 서울 시민을 대상으로 주민 투표가 진행된다고 합니다.”
“여당에서는 주민 투표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나 보군요.”
“여론조사 결과를 믿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전면 무상 급식보다 선별적 무상 급식 지지율이 20%가량 높습니다.”
기획실장이 여론조사 결과지를 내밀며 말했다.
일반적인 선거라면 여론조사와 비슷한 결과가 나오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주민 투표의 경우에는 투표율이라는 변수가 존재했다.
“지지율이 20%가 넘게 높다고 하더라도 투표율이 33.3%를 넘지 못하면 개표조차 못합니다.”
“회장님께서는 투표율이 33%가 넘지 못할 것이라고 보십니까?”
“이번 투표는 변질되었어요. 무상 급식 투표가 아니라 서울 시장 재신임을 위한 투표라는 성격이 더 강해졌어요. 재신임을 원치 않은 사람은 투표장으로 아예 가질 않을 것이고, 투표를 하는 사람은 여당 지지자라고 낙인찍힐 수밖에 없는 투표가 되었어요.”
대한민국의 선거는 비밀투표가 기본이었다.
직장 동료가 어느 당을 지지하는지 정치색이 어떤지 모르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투표는 투표소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어느 당을 지지하는지 알 수 있게 되었기에 유권자에게 부담이 많이 가는 선거였다.
부담이 많으면?
당연히 투표율이 떨어지기 마련이었고.
특히나 무상 급식 같은 민감한 주제였기에 더더욱 성향을 감추고 싶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서울 시장이 약속대로 시장직을 내려놓겠습니까?”
“정치생명을 건 도박수를 던졌으니 사퇴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게 되었죠.”
“그럼 서울 시장 보궐 선거가 조만간 시행되겠습니다.”
“지금 서울시 주민들의 정당 지지율이 어떻게 나오고 있나요?”
“국민경제당이 1위를 하고 있고, 여당과 야당이 거의 붙어 있습니다.”
국민경제당의 지지율은 여전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여당과 야당이 무상 급식 같은 주제로 싸우고 있는 동안 국민경제당은 일본 교민의 생명을 살렸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지금의 바람을 보궐선거까지 이어 나갈 수만 있다면, 국민경제당에서 서울 시장을 배출할 수 있겠군요.”
“그러기 위해선 선거 전략을 잘 짜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번 선거 전략은 침묵입니다. 무상 급식 주제에는 침묵을 하고, 경제 위주의 정책만 내놓기로 하였습니다.”
침묵은 금이다.
고대 그리스 정치가가 했던 말이었다.
하지만 이 명언은 정치계에서는 크게 통용되지 않았었다.
정치인은 유권자의 목소리를 대변해 주는 사람이었기에 말을 아껴서는 안 되었다.
하지만 무상 급식 주제에 관해서는 침묵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중도표를 흡수할 수 있었기에 이번만큼은 침묵 전략을 사용하기로 하였다.
“지금의 지지율만 유지할 수 있으면, 국민경제당이 유리한 선거는 맞습니다. 그런데 거대 정당에 비해 인물 경쟁력이 다소 밀리지 않겠습니까?”
“부족한 인물 경쟁력을 최재석 도지사가 해결해 줄 겁니다. 그리고 국민경제당의 서울 시장 후보도 일본 교민 대피 작전에 참석한 인물이더군요. 그 점을 부각하면 격차를 충분히 줄일 수 있을 겁니다.”
서울 시장 보궐 선거는 결코 국민경제당에 유리한 구도는 아니었다.
몇 달 전에 진행되었던 지방선거만 놓고 봐도 10%가 넘는 격차로 낙선한 지역이 서울이었다.
하지만 몇 달 만에 구도가 완전히 변해 버렸다.
일본 대지진이라는 대재난에 능동적으로 움직인 국민경제당이었고, 그 모습에 국민들이 많은 지지를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국민경제당이 침묵을 하는 것이지 우리까지 가만히 있는 건 아닙니다. 무상 급식으로 싸우는 거대 양당의 모습을 SNS와 포털을 통해 확산시키고, 반대로 국민경제당의 일본 교민 대피 영상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도록 하세요. 특히나 서울 시장 후보로 나설 사람의 영상을 편집해서 노출시키도록 하세요.”
“보궐선거 기간 동안 국민경제당의 지지율이 더 상승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국민경제당이 서울 시장까지 차지한다면.
최재석 도지사도 대권이라는 큰 결심을 할 수 있게 될 터였다.
* * *
8월 24일이 되었다.
보통의 선거는 투표보다 개표에 더 집중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의 경우엔 투표율이 33%가 넘을지가 매우 중요했기에 투표율에 더 큰 관심이 쏠렸다.
“12시까지 투표율은 13%입니다. 여당에서는 충분히 투표율이 33%가 넘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꿈이 참 크군요. 지지자 대부분이 오전에 투표를 마쳤을 겁니다. 그런데도 고작 13%밖에 안 된 걸 보니 33%는 절대 넘지 못하겠군요.”
“인공지능 팀에서 분석한 결과도 그렇습니다. 23~26% 정도로 예측하고 있고, 오차 범위가 5%기에 33%는 절대 넘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인공지능도 예측한 결과를 정당에서 예측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그저 희망 회로를 돌리는 것에 불과했고, 이미 여당에서는 패배를 직감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보궐 선거를 이제 본격적으로 준비해야겠군요.”
“투표 결과가 나오는 대로 보궐선거 계획을 본격적으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결과는 보지 않아도 뻔했다.
투표소가 한산하다는 연락까지 들어오자 나는 TV를 끄고 업무에 집중했다.
보궐 선거보다 훨씬 중요한 유럽 재정 위기가 점점 거세지기 시작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