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39)
독식하는 재벌 3세-339화(339/518)
339. 침묵하다 (3)
오후 8시.
무상 급식 투표가 모두 끝난 시간이었고.
모두가 최종 투표율에 큰 관심을 보였다.
“최종 투표율은 26%를 넘지 못하였습니다.”
“결국 33%를 넘지 못했군요.”
“개표조차 하지 못하였고, 이번 투표는 없었던 일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서울시장이 사퇴 약속을 지킬지는 모르겠습니다. 여당에서는 투표율이 25%가 넘은 것만으로도 실질적으로 승리했다는 논평을 내기도 했습니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투표율 25% 대부분이 여당 지지자들일 가능성이 높았으니까.
실제 개표를 한다면 압도적으로 높은 찬성표가 쏟아져 나올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건 개표를 했을 때나 가능한 이야기였고, 지금은 개표조차 못하는 상황이었기에 부질없는 말에 불과했다.
“서울시장은 약속을 지킬 겁니다. 자신이 뱉은 말을 어길 정도로 철면피도 아니고, 주민 투표에 사용한 막대한 비용 때문이라도 시장 자리를 지키기 어려울 겁니다.”
“이번 주민 투표에 사용된 비용은 182억 원입니다. 서울시의 유권자가 840만 명 가량이니 1인당 대략 2,100원 정도밖에 사용되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구차한 변명에 불과했다.
1인당 고작 2,100원에 불과하지만, 결국 사용한 총 금액은 182억 원이었고.
서울시민이 낸 세금 182억 원을 땅에 버린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개표를 못 했으니 무승부라고 주장하고 싶겠지만, 이미 결과는 여당의 패배로 끝난 투표죠. 그것도 서울시장이 서울시 교육감에게 패배한 투표라고도 할 수 있지 않겠어요?”
“서울시 교육청에서 무상 급식을 강하게 주장했으니 그렇게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니 아마 서울시장은 사퇴를 할 겁니다. 서울시장이 교육감에게 패배를 했는데 무슨 면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겠어요? 하지만 여당에서도 가만히 있진 않을 겁니다.”
정치권은 결코 일방적으로 당하지는 않았다.
패배를 깔끔히 인정하고 물러서는 건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존재하지 않는 일이었다.
“여당에서 딱히 공격할 카드가 있겠습니까? 증거도 없이 공격했다간 정치 탄압이라는 이야기만 듣게 됩니다.”
“공격할 카드가 왜 없겠어요? 털어서 먼지 나오지 않을 사람은 없죠. 그리고 꽤 큰 먼지가 서울 교육청에 묻어 있어요. 그것도 교육감에게 묻어 있죠.”
“명동에서 나온 소스입니까?”
기획실장은 태우그룹의 정보를 총괄하는 자리였다.
그런 그가 모르는 정보를 내가 알고 있으니 명동 쪽 정보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저기서 나온 정보죠. 아마 서울시장이 사퇴 기자회견을 하는 즉시 여당에서 교육감을 공격할 겁니다.”
“서울시장 사퇴를 묻기 위해서라도 더 강하게 공격을 하겠습니다.”
“언론에서 서울시장 사퇴보다 교육감 비리 관련 뉴스가 더 많이 나오겠죠. 우리 입장에서는 서로 싸워 주니 고마울 따름이고요.”
여당 소속 서울시장과 야당 소속 서울시 교육감.
그들의 싸움은 결국 여당과 야당의 싸움으로 보이기 마련.
싸움이 길어지는 순간 거대 양당에 대한 정치 혐오가 강해질 터였고, 그렇게 된다면 국민경제당이 가만히 앉아서 중도표를 끌어모을 수 있게 된다.
“그럼 우린 거대 양당이 더 잘 싸우도록 판을 깔아 주면 되겠습니다.”
“SNS와 포털을 통해 거대 양당의 목소리가 더 잘 울려 퍼질 수 있도록 하세요. 특히나 서울 유권자들이 아주 학을 뗄 정도로 시끄럽게 전달해 주면 됩니다.”
“지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 * *
이틀 후.
서울시장은 약속대로 사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검찰에서 서울시 교육감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 소식을 접한 기획실장이 곧장 회장실로 달려와 관련 사항을 자세히 보고했다.
“지난 지방선거의 교육감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경쟁 후보에게 2억 원에 달하는 금품을 전달했다고 합니다.”
“단순히 먼지가 아니군요.”
“벌써 여론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서울시장 사퇴 선언보다 교육감 비리에 더 많은 관심이 쏠려 있습니다.”
“교육감이라서 더욱 그런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죠.”
서울시 교육감은 서울 학생들의 교육을 총괄하는 자리였다.
가장 깨끗하고 모범이 되어야 할 사람이 거대한 비리를 저지른 셈이었다.
게다가 여당과 여당을 지지하는 언론에서 부채질을 아주 열심히 하고 있으니 반응은 점점 더 뜨거워져만 갈 터였다.
“보궐선거가 두 달 후에 열리게 됩니다. 여당에서는 교육감 비리 이슈로 보궐 선거를 치르려고 하는 듯합니다.”
“그렇게 한다고 한들 여당은 쉽지 않을 겁니다. 이번 보궐 선거의 원인이 무상 급식이고 여당에서 주장한 이슈니 유권자들이 쉽사리 여당 편에 서지 않겠죠.”
“그리고 야당에서는 단일화를 통해 지지세를 불려 나가려는 계획으로 추정됩니다.”
회귀 전에는 야당의 승리로 끝난 보궐 선거였다.
하지만 이번엔 국민경제당이라는 변수가 생겼으니 결과는 뒤바뀌게 되어 있었다.
“여당과 야당이 계속 싸우게 두면 어부지리로 국민경제당이 서울시장을 먹게 되어 있어요. 문제는 보궐 선거가 아니라 내년에 있을 대선에 주안점을 둬야 합니다.”
“보궐 선거 승리만으로는 대선까지 흐름을 이어 갈 수 있을 지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우선은 여당과 야당의 싸움이 커지도록 집중해 주세요. 뒷일은 전문가에게 맡기면 되니까요.”
내년에 있을 대선은 여당의 승리로 끝이난다.
지금이야 여당이 계속해서 패배를 하고 있지만, 여당에는 아직 표심을 돌릴 대선주자가 존재했기에 다른 선거와 달리 대선만큼은 여당이 유리했다.
하지만 인물론을 밟아 버릴 정도의 이슈가 있다면?
그것도 여당에 치명타를 입힐 이슈가 터진다면, 최재석 도지사에게도 충분히 승산이 있는 대선이었다.
* * *
오랜만에 찾은 강 대위의 사무실.
게다가 오늘은 처음으로 손님까지 데리고 이곳을 찾았다.
“천 팀장님 아니십니까? PC방에서만 보다 사무실에서 보니 더욱 반갑습니다!”
“여기가 강 사장님 사무실인가요? 꼭 조폭 아지트처럼 생겼어요.”
강 대위의 사무실로 초대 받은 손님은 천민정이었다.
지난 지방 선거에서 손발을 맞춘 강 대위와 천민정이었기에 반갑게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천 팀장, 내가 왜 여기로 불렀는지 대충 감이 잡히죠?”
“지난 지방 선거와 비슷한 작전을 하기 위해서 인가요? 나름 재미있긴 했는데 이미 알고리즘을 완벽하게 만들어 둬서 굳이 제가 필요한지는 모르겠어요.”
천민정은 정말 바쁜 직원이었다.
그녀가 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한 손으로 셀 수조차 없었다.
그럼에도 지난 지방 선거 작전에 적극 참여한 것은 오로지 재미 때문이었다.
그런데 같은 작전을 두 번 시행하면 당연히 재미는 반감되기 마련이었고, 천 팀장은 벌써 지루함을 느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같은 작전이 아닙니다. 이번엔 우리가 덫을 치고 상대방의 실수를 잡아내는 작전입니다.”
“상대방의 실수라고 하시면? 비리 현장을 잡거나 돈으로 표를 사는 행위를 하는 걸 잡아내는 건가요?”
표정이 180도로 바뀌는 천민정이었다.
사이버 여론전이 아니라 첩보 작전과 비슷한 일을 한다고 하니 흥미를 느끼는 그녀였다.
“비슷합니다. 정보에 따르면 여당에서 이번 보궐 선거를 위해 DDOS 공격을 감행한다고 합니다.”
“어디에 DDOS 공격을 한다는 거죠?”
“야당 후보 홍보 사이트와 선관위를 공격한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투표율이 낮을수록 여당이 유리한 선거가 될 테니까요.”
“그 방법이 통할까요? 선관위 사이트가 마비된다고 해도 투표소 위치를 찾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잖아요.”
천민정의 말처럼 큰 효과가 없는 작전이었다.
게다가 효과가 없음에도 엄청난 리스크를 져야 하는 형편없는 작전이기도 했다.
하지만 선거라는 것이 1%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기에 이런 작전을 실행하곤 했다.
“효과가 있든 없든 상관없어요. DDOS 공격을 가한다는 것만 해도 테러 사건이라고 할 수 있고, 이를 거대 여당이 주도했다는 증거만 잡아 내면 됩니다.”
“이런 일은 제가 또 전문입니다. 우리 직원 중에서 사이버 테러 전문 인력도 꽤 됩니다.”
강 대위가 자신 있게 앞으로 나섰다.
그의 말처럼 사이버 테러전은 군이 전문이었고, 게다가 증거 수집도 강 대위라면 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
“좀비 PC를 이용해 DDOS 공격을 감행할 겁니다. 그리고 북한이 사용했던 IP를 이용해 정체를 감추려고 할 겁니다. 증거를 수집할 수 있겠습니까?”
“코드 몇 개만 심어 놓으면 어렵지 않게 찾아 낼 수 있어요. 아마 DDOS 공격을 하기 전에 시험 삼아 선관위 사이트를 몇 번 건드려 볼 게 분명해요. 그사이 코드를 심어 좀비 PC의 경로를 파악할 수 있어요.”
천민정은 화이트 보드에 그림까지 그리며 신이 난 듯 설명을 했고.
그녀의 설명을 들은 강 대위가 말을 덧붙였다.
“경로만 추적할 수 있다면, 우리 팀이 움직여 DDOS 공격을 주도하고 있는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사무실 CCTV 영상도 확보 가능하고, 도청기 설치까지 가능합니다.”
“보궐 선거 전까지 DDOS 공격 주도자를 파악할 수 있겠어요?”
“이미 만들어 둔 알고리즘도 있고, 그리고 태우그룹에서 사용하려고 DDOS 공격 대비용 인공지능도 만들고 있었어요.”
확신에 찬 천민정의 목소리.
사실 그녀를 이번 일에 투입하는 건, 닭 잡는 일에 소 잡는 칼을 쓰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럼 부탁할게요. 보궐 선거까지 두 달밖에 남지 않았어요. 최대한 빨리 증거를 확보해 주세요.”
“강 대위님의 직원분들과 함께하면 아무리 늦어도 한 달 안에는 잡아낼 수 있어요.”
이번 작전만 성공한다면 여당의 콘크리트를 조금이나마 부술 수 있게 된다.
그 표는 당연히 야당으로는 흡수되지 않을 것이었고, 국민경제당이 고스란히 받아먹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게만 된다면?
최재석 도지사의 청와대 입성이 가능해 진다.
* * *
8월의 마지막 날.
요즘 일본과 유럽을 오가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한 사장이 한국으로 잠시 복귀를 했다.
“요즘 유로화가 널뛰기를 하더군요.”
“퀀텀펀드의 조지 대표가 한마디를 할 때마다 유로화 가치가 변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벌써 20%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습니다.”
국가를 이긴 투자자.
괜히 그런 별명이 붙은 것이 아니었고, 그의 발언 한마디는 환율을 급격하게 변동시킬 힘이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 작전을 퀀텀펀드와 같이하는 것이기도 했다.
“수백억 달러로 돈놀이를 하려면 환율이 제일 좋은 방법이긴 하죠.”
“환율로 가장 큰 수익을 올리고 있긴 하지만, 다른 방법으로도 쏠쏠하게 수익을 올리고 있기도 합니다. 특히나 그리스를 필두로 한 남유럽의 기업 상대로 큰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IMF 당시 월가가 한국 기업을 상대로 했던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한 사장이었고.
직접 그 시절을 겪었기에 어떻게 하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1년만 더 재미를 보고 슬슬 발을 빼세요.”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습니까? 유럽 재정위기는 최소 5년은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괜히 미운털 박힐 이유가 있나요? 지금이야 퀀텀펀드가 욕받이 역할을 해 주고 있지만, 우리에게 언제 불똥이 튈지 몰라요. 태우그룹이 유럽에 판매하고 있는 수출 제품을 생각해서라도 1년 안에 발을 빼야 합니다.”
텅텅 빈 곳간만 채우기 위해 시작한 작전이었다.
재화가 곳간 밖으로 넘쳐흐르면, 시기와 질투를 넘어 공격을 받을 수가 있었다.
먹을 만큼 먹었으면, 판에서 일어나는 것도 용기였고 지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