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4)
독식하는 재벌 3세-34화(34/518)
34화. 연구소(4)
미국의 5대 로펌 중 하나인 윌머헤일.
변호사라면 모두가 원하는 꿈의 직장이라 불리는 곳이었다.
그만큼 들어가기도 힘든 곳이었지만, 입사한 지 고작 3년도 안 된 변호사가 오늘 사표를 던졌다.
“헤이, 파크! 왜 갑자기 그만두겠다는 거야? 연봉이 적어서 그래? 3년 차 변호사 중에 자네만큼 연봉을 많이 받는 사람은 없다고!”
“연봉에는 만족합니다.”
윌머헤일의 몇 안 되는 파트너 변호사 링켄.
그는 최근 들어 가장 마음에 드는 신입 변호사인 박준일이 던진 사표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왜 그만두겠다는 거야? 뭐가 부족해서?”
“향수병이 도졌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자네 미쳤어? 다른 로펌도 아니고 한국으로 간다고? 거기 뭐가 있다고 간다는 거야?”
“은혜를 갚아야 합니다. 제가 로스쿨을 다닐 수 있도록 지원해 준 분이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링켄은 박준일의 말을 더더욱 이해할 수가 없었다.
중세시대 기사가 군주에게 할 법한 소리에 목소리가 더욱 커지는 링켄이었다.
“은혜는 자네 경력이 쌓이고 나서 갚아도 충분해. 5년만 더 일하면 자네를 파트너 변호사로 추천해 준다니까! 윌머헤일의 파트너 변호사 경력이면 평생 떵떵거리며 살 수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태우그룹 장학생으로서 은혜를 갚을 의무가 있습니다.”
“태우그룹? 싸구려 자동차 만드는 회사 아냐? 거기 가면 자네 커리어는 끝이야.”
“그래도 가야만 합니다. 그간 감사했습니다. 파트너 변호사님에게 받은 은혜도 꼭 갚겠습니다.”
무슨 말을 해도 설득이 안 된다는 걸 깨달은 링켄이었다.
그는 사직서를 박준일의 얼굴에 집어 던졌다.
“가고 싶으면 가야지. 한국에 가 보면 깨닫게 될 거야. 거기서는 미래가 없다는 걸. 돌아오고 싶으면 언제든지 돌아와. 자네 자리는 치우지 않고 기다리고 있을게.”
“감사합니다. 종종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돌아오겠다는 연락 아니면 하지도 말라고!”
링켄은 냉혈한으로 유명했다.
그런 링켄이 박준일에게만은 따뜻한 감정을 내보였다.
그만큼 그의 능력이 아쉬웠기 때문이었다.
로스쿨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건 물론이고, 이공계적인 지식이 풍부한 박준일은 이제 막 시작되고 있는 지적 재산권 분쟁에서 큰 역할을 맡아야 할 사람이었다.
박준일 그 또한 잘 알고 있었다.
윌머헤일을 그만두지 않으면 장밋빛 인생이 펼쳐질 거라는 걸.
하지만 빵 조각 하나 먹을 돈도 없었던 자신에게 값비싼 로스쿨 학비부터 생활비까지 지원해 준 태우그룹의 부름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와 같은 결정을 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들은 미국 혹은 유럽에 거주하는 태우 장학생 출신들이었고.
태우그룹의 부름에 기꺼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한국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그리고 의외의 인물 한 명도 한국행을 택했다.
그의 이름은 조나단.
애플의 디자이너인 그는 애플의 대주주인 SAVE 투자회사를 통해 연락을 받았고,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한국으로 날아왔다.
그가 받은 연락은 이랬다.
[메시지 패드는 쓰레기가 아니다. 내가 증명해 보이겠다.]* * *
기술 연구소에 속속들이 인재들이 찾아왔다.
태우 장학 재단에서 지원한 자금으로 공부한 장학생들이었다.
그들은 태우 장학생이라는 자부심이 가득했기에 강한 애사심을 보였다.
굳이 기존 기술 연구소 인원과 융합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나단은 달랐다.
그는 애플의 디자이너였고, 태우그룹의 돈을 지원받지도 않았다.
단지 나에 대한 호기심으로 잠시 한국으로 들어왔을 뿐이었다.
“메시지 패드가 쓰레기가 아니란 걸 어떻게 증명해 보이겠다는 거죠? 애플은 메시지 패드 때문에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내 얼굴을 보자마자 화를 토해 내는 조나단이었다.
뭐 내가 도발하긴 했지. 그에게 메시지 패드는 역린이니까.
희대의 쓰레기라 불리는 메시지 패드를 디자인한 사람이 조나단이었다.
하지만 그건 지금의 이야기고.
몇 년만 지나도 메시지 패드는 아이폰의 아버지라 불리게 된다.
메시지 패드가 있었기에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디자인 또한 조나단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그런 사람을 데리고 올 수만 있다면, 몇 번이고 분노를 받아 줄 수 있다.
“너무 앞선 기술이라 대중의 외면을 받았을 뿐입니다. 시대에 맞는 기술과 제품을 내놓아야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메시지 패드가 너무 앞서 나간 제품이라는 건가요?”
“중간 단계가 생략된 제품이었습니다. 중간 단계를 착실히 밟아 나가면 메시지 패드는 재평가를 받게 될 것이고, 제가 그렇게 만들어 드릴 수 있습니다. 정확히는, 저와 함께 그렇게 만들어 나가 보지 않겠습니까?”
조나단이 가장 원하는 말을 해 주었다.
하지만 조나단은 여전히 화가 난 표정이었고, 나는 추가타를 날렸다.
“애플에서 받던 것보다 더 많은 연봉을 제공하겠습니다.”
“연봉은 중요하지 않아요.”
그래 돈이 뭐가 중요하겠나?
디자이너로서의 자존심이 박살 난 상황인데.
메시지 패드로 인해 그의 명성에 금이 갔고, 애플이 힘들어졌다.
“한 가지 약속을 더 드리죠. 딱 2년만 저랑 일을 하시고 애플로 돌아가게 해 드리겠습니다. 실패한 디자이너가 아니라, 대 성공한 디자이너로 금의환향하게 해 드리죠.”
“당신이 뭔데 그런 약속을 하지? 애플의 대주주인 SAVE 투자회사와 친한가 보지?”
“SAVE 투자회사의 실소유자가 바로 접니다. 애플의 대주주로서 당연히 저도 애플을 살리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신이 꼭 필요합니다.”
조나단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한 말에서 모순을 발견했기 때문일 것이다.
“애플을 살리고 싶은데 태우그룹으로 들어와라? 그게 왜 그렇게 되는 거지?”
“태우그룹은 애플을 영원한 파트너로 삼을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태우그룹에서 당신과 함께 개발한 모든 것들은 애플을 위한 준비 작업입니다. 제가 가진 애플 지분 20퍼센트를 걸고 약속드릴 수 있습니다.”
“뭐 다 사실이라고 쳐. 그런데 내가 여기서 뭘 할 수 있다는 거야?”
나는 그가 가지고 있는 다자인 철학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가 가진 디자인 철학을 이해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기도 했다.
“미니멀리즘. 당신이 추구하는 디자인 철학이죠? 저는 당신과 동일한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신이 말하지 않았나? 미니멀리즘을 강조한 메시지 패드는 시대에 맞지 않는 제품이었어.”
“그 중간 단계를 저와 함께 만들어 나가시죠. 그리고 메시지 패드 이후의 제품은 애플에서 다시 만드시면 됩니다.”
“그러니까 중간 단계 디자인을 나와 함께하자는 거야?”
“이미 대략적인 디자인 몇 개를 만들어 두었습니다.”
나는 간단한 스케치 도안 몇 장을 꺼내 들었다.
폴더폰, 슬라이드폰, 그리고 스마트폰까지.
향후 유행하게 될 휴대폰의 도안이었고, 지금의 휴대폰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제품 디자인이었다.
“이게 뭐지? 설마 휴대폰인가?”
“제가 디자인 능력이 떨어져서 제대로 그리지 못했습니다. 이 도안을 구체화시키고 싶지 않으십니까?”
“지금의 기술력으로 만들 수 있는 건 이게 되겠군.”
그는 정확히 폴더폰을 지목했다.
내년부터 전 세계를 강타하게 될 모토로라의 스타택과 비슷한 디자인의 도안이었다.
“태우전자는 이미 80년대 후반부터 휴대폰을 만들어 왔습니다. 기술력은 충분하죠. 단지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부족할 뿐이었습니다. 당신이 무슨 디자인을 하든 구현시킬 능력이 됩니다. 기술이 부족하면, 다른 기업으로부터 사들이겠습니다.”
“SAVE 투자회사의 자금을 사용해서라도?”
“오늘을 위해 SAVE 투자회사를 만들었죠.”
태우전자는 한국 1세대 휴대전화를 만든 기업 중 하나였다.
할아버지의 미래를 보는 안목은 결코 틀리지 않았다.
단지 기술보다 세력 확장에 중점을 두는 경영 방식으로 인해 제대로 꽃피우지 못했을 뿐.
“한국까지 와서 꼭 사기를 당하는 기분이군. 그래 알겠어. 최소 1년은 당신 밑에서 일해 주겠어.”
“애플로 돌아가신다면 절대 붙잡지 않겠습니다. 때가 되면 가기 싫다고 하셔도 제가 애플로 보내 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애플이 되살아날 수 있을까?”
“그 준비도 차근차근 진행 중입니다. 그건 추후 자세히 설명드리죠.”
나는 조나단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는 잠시 주춤하다 내 손을 꽈악 잡았다.
“또 실패한 디자이너란 소리를 듣지 않게만 해 줘.”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모든 디자인의 지적 재산권은 태우그룹의 소유가 될 것입니다.”
“뭐 초기 도안은 당신이 설계했으니 당연히 그래야지.”
조나단의 영입이 끝이 났다.
나는 그와 함께 신설된 특허 전담팀으로 향했고.
50명에 가까운 인원이 대회의실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연구소 총괄 소장 김민재입니다. 경제 연구소에서 기존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오게 된 연구원도 있으시고, 먼 길을 날아 새롭게 합류한 분들도 계십니다.”
모두 고개를 돌려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는 연구원들이었다.
특히나 새롭게 합류한 직원 중에는 외국인도 상당수였기에 어색함이 감돌았다.
“여러분들이 지금부터 할 일은 간단합니다. 아이디어를 구체화해서 특허로 등록하는 일들입니다.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과 유럽에 동시에 특허 등록을 진행할 겁니다.”
“특허를 등록할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연구원 한 명이 용기를 내었다.
너무도 추상적인 업무 지시에 불안감이 생겼나 보다.
나는 불안감을 지워 주기 위해 틈틈이 만들어 놓은 아이디어 구상안을 모두에게 보여 주었다.
폴더폰부터 스마트폰까지.
미국에서 공부를 하는 동안 만들어 두었던 아이디어 구상안이었고, 두꺼운 전공책보다 더 많은 숫자였다.
“아이디어는 충분합니다. 여기에 있는 아이디어를 특허로 등록할 때마다 소정의 보너스를 지급하겠습니다. 그리고 특허로 벌어들이는 수익의 5퍼센트를 제공하죠.”
5퍼센트는 결코 많은 보상이 아니었다.
기업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많게는 30퍼센트까지 보상으로 주는 회사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구상한 사람이 나였기에 그렇게 많은 보상을 줄 수는 없었다.
“5퍼센트가 적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 있는 아이디어 구상안에 없는 특허를 출원하는 분에게는 최대 30퍼센트까지의 보상을 약속드리죠.”
“혹시 팀을 만들어서 특허를 등록해도 되겠습니까?”
박준일 변호사가 가장 먼저 반응을 보였다.
그는 미국 대형 로펌에서 일을 했기에 특허 등록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당연히 가능하죠. 원하는 사람끼리 팀을 만들어도 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제가 임의로 팀을 만들어 드리도록 하죠.”
“그런데 특허 등록으로 받을 수 있는 보너스가 정확히 얼마나 됩니까?”
“난이도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3급 난이도는 5백만 원, 2급은 천만 원, 1급은 3천만 원으로 책정했습니다.”
연구원들은 다시금 아이디어 구상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들의 얼굴에 화색이 도는 건 순식간이었다.
아이디어 구상안이 노다지라는 걸 모두가 알아차렸다.
그리고 서로 아이디어를 선점하기 치열한 눈치 싸움에 돌입했다.
보너스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국적과 언어의 장벽이 사라지는 순간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