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41)
독식하는 재벌 3세-341화(341/518)
341. 침묵하다 (5)
보궐 선거가 시작되었다.
보통의 보궐 선거라면 큰 관심을 받지 않고 지나가겠지만.
이번 보궐 선거는 거대 양당뿐만 아니라 국민경제당까지 대대적으로 지원 유세를 펼쳤기에 전 국민적 관심을 받는 선거가 되었다.
“이번 보궐 선거의 투표율이 예상보다 훨씬 높습니다. 오전 11시 기준 투표율이 20%를 넘어섰고, 최종 투표율이 50%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지난 지방 선거에서 서울시의 투표율이 54% 정도였었죠? 확실히 보궐 선거치고는 투표율이 상당히 높긴 하군요.”
지방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는 법정 공휴일에 진행된다.
하지만 보궐 선거는 공휴일이 아니었고, 이번 보궐 선거는 수요일에 진행되었기에 투표율이 낮을 거라 예상되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높은 투표율을 기록하고 있었고.
높은 투표율이 어느 정당에 유리할지는 해석의 영역이었다.
“전문가의 분석으로는 범야권 후보와 국민경제당의 후보가 박빙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특히나 범야권 후보는 단일화로 이슈몰이를 한 덕에 단번에 인지도를 크게 올렸습니다.”
“이번 보궐 선거의 책임이 여당에게 있으니 아무래도 여당이 불리한 선거긴 하죠.”
“일각에서는 서울시장 후보를 무공천 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지만, 여당에서는 물러서지 않고 후보를 내었습니다.”
물러설 생각이었다면, DDoS 공격을 계획하지도 않았겠지.
열세인 이번 선거를 뒤집을 회심의 한 수로 DDoS 공격을 택한 여당이었다.
“다른 이슈는 없나요?”
“선관위 사이트가 마비되었다고 합니다. 갑작스레 트래픽이 증가하여 사이트 접속 자체가 안 된다고 합니다.”
“여당에서 드디어 움직였군요.”
“무슨 말씀이신지? 설마 여당이 선관위 사이트를 마비시켰다는 말씀이십니까?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그런 짓까지 하겠습니까?”
DDoS 공격 관련 작전에 기획실장은 제외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기획실장이었고, 나는 그동안 수집한 증거를 기획실장에게 내밀었다.
“개표가 끝나면 각 언론에 뿌리세요. 영상 증거까지 있으니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를 할 겁니다.”
“······어떻게 이런 짓을? 그런데 회장님은 여당이 이런 짓을 할 거라고 예상하고 계셨습니까?”
“먼지를 털어 볼까 조사하다 보니 생각보다 큰 먼지가 걸리더군요. 다음 대선까지 여당은 DDoS 공격을 감행한 비열한 곳이라는 프레임이 이어질 수 있도록 부채질을 해 주세요.”
“이 정도의 확실한 증거면 굳이 우리가 부채질을 하지 않아도 언론에서 알아서 확산시킬 것 같습니다. 그래도 SNS와 포털을 이용해 최대한 이슈를 키워 보도록 하겠습니다.”
DDoS 공격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태우그룹의 전산팀을 이용하면 충분히 DDoS 공격을 막을 수 있었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여당에서는 DDoS 공격을 하는 이유가 야당을 공격하기 위함이었고.
DDoS 공격으로 인해 조금이라도 야당의 표를 갉아 먹을 수 있는데 굳이 우리가 나설 이유가 없었다.
“이번 투표도 8시까지 진행되죠? 개표가 시작되려면 아직 많이 남았군요. 그동안 계열사 보고들 받도록 하죠.”
“현재 일본 대지진과 남유럽 재정위기까지 겹쳐 계열사의 매출이 조금 하락하였습니다.”
TV를 끄고 업무에 집중했다.
유럽 재정위기로 인해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었지만 꼭 좋은 것은 아니었다.
결국 세계적 경제 위기는 수출 주력 회사의 매출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었다.
“어느 계열사가 많이 감소했나요?”
“태우전자와 태우-카이 자동차의 유럽 시장 매출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중국과 미국 시장의 판매량이 늘어나 전체 매출은 크게 감소하진 않았습니다.”
당분간은 이런 추세가 이어지게 되어 있었다.
유럽 시장은 주춤하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시장에서 매출이 높게 나오는 사이클이었다.
“중국 시장의 매출이 늘어난다니 다행이긴 하지만, 언제까지나 그렇게 되진 않을 겁니다. 중국도 결국은 자국 회사의 제품을 밀어주게 되어 있어요. 향후 10년 안에 중국 시장의 매출이 크게 감소하게 될 겁니다.”
“중국 정부 차원에서 가전제품과 휴대폰 그리고 자동차, 반도체까지 자국 회사 제품을 밀어주려는 분위기가 조금씩 감지되고 있긴 합니다.”
지금이야 중국은 매력적인 시장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3년 동안은 여전히 높은 매출이 나오는 시장이 된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의 사이가 멀어지게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지금부터 준비를 해 둬야만 했다.
“새로운 시장을 계속해서 개척해야 합니다.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와 인도 시장에 미리미리 진출을 해 둬야지만, 중국 시장을 대신할 수 있어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런데 태우반도체의 경우 아주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특히나 전기차 판매량 증가로 인해 반도체 소비량이 매우 크게 늘었습니다.”
반도체의 경우야 당분간은 걱정이 없었다.
전기차 점유율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차량용 반도체 판매량이 증가할 터.
게다가 스마트폰도 계속해서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기에 반도체 판매량은 상향 곡선을 그리게 되어 있었다.
“문제는 태우건설입니다. 올해 들어 수주량이 더욱 크게 줄었습니다. 중소 건설사 파산 소식이 매달 들려오고 있습니다.”
“슬슬 후분양 카드를 꺼낼 때가 되었군요.”
“정말 아파트 후분양을 시작하실 계획이십니까? 현재 부동산 가격은 계속 하락하고 있고, 이 분위기는 최소 5년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요즘 들어 부동산 불패라는 말이 쏙 들어갔다.
건설사들이 아파트 미분양을 털지 못해 골머리를 썩고 있는 시점이었기 때문이었다.
“부동산 시장이 어렵긴 한가 보군요.”
“조만간 홈쇼핑에서도 아파트 분양권을 팔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파트 공사기간이 몇 년이나 되죠?”
“짧으면 3년 허가가 길어지면 4~5년도 걸릴 수 있습니다.”
“그럼 뭐가 문제죠? 불황이 5년 정도 이어진다고 하셨죠. 그럼 지금 공사를 시작하면 불황이 끝나고 완공이 되지 않습니까.”
불황 기간에 완공이 된다고 해도 상관이 없었다.
우선은 우리가 분양권을 사들였다가 불황이 끝나고 다시 되팔면 그만이었다.
게다가 호황이 오면 차익까지 볼 수 있으니 나쁠 게 전혀 없었다.
“부동산 불황이 5년이 갈지 10년을 갈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합니다.”
“10년을 간다고 해도 상관없어요. 일본과 유럽에서 들어오는 돈이면 10년이 아니라 100년도 충분히 버틸 수 있어요. 한 사장으로부터 간간이 소식은 전해 듣고 있죠?”
“태우그룹의 모든 자산을 운용하고 있어 연락을 자주 하고 있긴 합니다. 꽤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이야기는 전해 들었지만 정확히 얼마나 수익을 올렸는지는 듣지 못했습니다.”
태우그룹의 모든 것을 알아야 하는 자리인 기획실장이었다.
하지만 그를 제외하고 진행한 프로젝트가 많다 보니 정보가 부족한 그였다.
미안한 마음이 들어 그에게 자세한 설명을 덧붙여 주었다.
“일본과 유럽 투자로 최소 1,00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볼 수 있어요. 원금을 상환하고 이자까지 다 갚고도 그만한 수익을 보게 됩니다.”
“1,000억 달러라고 하시면, 130조 원이 넘는 금액입니다. 정말 그렇게나 많은 수익을 한 사장님이 벌어들이고 있습니까?”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는 기획실장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태우그룹 1년 매출이 2,000억 달러였다.
영업이익만 놓고 본다면, 300억 달러 정도를 태우그룹이 1년에 벌어들였다.
그런데 태우증권이 몇 달 만에 태우그룹의 1년 영업이익의 3배를 벌어들이고 있다고 하니 놀라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이었다.
“준비를 워낙 잘한 덕분에 그만한 수익을 올릴 수 있었어요. 어떻게 1,000억 달러면 후분양을 진행해도 되겠죠?”
“충분하고 남습니다. 원래라면 수도권에만 아파트 건설을 진행하려고 했습니다. 수도권은 물론이고 광역시까지 공사 규모를 늘려도 되겠습니다!”
기획실장의 목소리가 한층 높아져 있었다.
든든한 자금줄이 생겨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아주 신이 난 기획실장이었다.
“규모를 최대한 키워 후분양 아파트 공사를 시작해 보세요. 완공 이후에도 분양이 되지 않으면, 임직원 기숙사로 사용해도 되고, 아니면 회사에서 무이자 대출을 지원해 직원이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해도 됩니다. 물론 지금 당장 걱정할 부분은 아니긴 하죠.”
“후분양 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기획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회장님께서 주신 DDoS 증거들을 언론에 풀 방법도 기획하겠습니다.”
발을 빠르게 움직여 사라지는 기획실장이었다.
할 일이 늘었건만 오히려 좋아하는 모습에 기획실장 또한 일중독에 빠진 사람 중 한 명임을 다시금 깨달았다.
* * *
오후 9시가 되었다.
보궐 선거 개표가 시작된 지 고작 1시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윤곽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강남 3구와 용산구에서만 여당 후보자가 1위를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지역은 국민경제당과 범야권 후보가 치열하게 1위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강남 3구야 여당의 텃밭이니 거기서는 이기기 힘들긴 하죠.”
“20개 지역구 정도에서 국민경제당이 앞서가고 있고, 범야권 후보도 20개 정도의 지역구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1위와 2위의 격차는 1%정도였다.
3위를 달리고 있는 여당 후보와는 5% 차이 이상 벌어졌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다.
“최종 투표율이 얼마나 나왔죠?”
“직장인들이 퇴근하고 투표를 많이 해서 그런지 예상보다 높은 51%가 나왔습니다. 지방 선거와 비교해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투표율입니다.”
회귀 전에 있었던 보궐 선거와는 큰 차이가 있었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50%가 넘지 않는 투표율을 기록했었던 보궐 선거였다.
최소 2~3% 정도의 투표율이 증가했다는 뜻이었고, 그 표가 국민경제당으로 쏠렸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 선거였다.
“보궐 선거니 개표는 빠르게 끝나겠군요. 조금만 더 지켜보도록 하죠.”
“잠시 휴식을 취하시고 계십시오. 윤곽이 완전히 잡히면 제가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잠시 의자에 누워 쉬고 있도록 하죠.”
의자에 기대 눈을 감았다.
기획실장이 따뜻한 물수건을 눈 위에 올려 주었고, 나는 잠시 선잠을 잘 수 있었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났을까?
기획실장이 다시 찾아왔을 땐, 눈의 피로가 사라져 있었다.
“지금 몇 시죠?”
“새벽 4시입니다. 드디어 보궐 선거 윤곽이 잡혔습니다. 국민경제당이 2% 차이로 서울시장 당선 확정이 되었습니다!”
나는 얼른 TV를 켰고.
각 방송사에서 진행 중인 개표 방송을 집중해서 바라봤다.
시간별로 그래프가 요동을 치고 있었고, 이제야 서서히 격차가 벌어지며 국민경제당에서 승리를 확보했다.
“1위 36%, 2위 34%, 3위 29%. 정말 치열한 결과군요.”
“거대 여당이 텃밭으로 삼는 지역구를 제외한 지역구에서 국민경제당 후보가 많은 표를 획득하였습니다.”
“목숨까지 걸고 일본에서 교민을 대피시켰건만 고작 2% 차이로 승리했군요.”
“솔직히 다음 선거에서 또 국민경제당이 승리할지는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거대 양당에 비해 뿌리가 깊지 않아 언제 흔들려도 이상하지가 않습니다.”
“중심만 잡히면 뿌리는 금방 내리기 마련이죠.”
정당의 뿌리는 결국은 대선 후보였고.
최재석 도지사가 대통령만 된다면 해결될 문제였다.
참 오랫동안 침묵한 최재석.
이젠 오랜 침묵을 깨고 나올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