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44)
독식하는 재벌 3세-344화(344/518)
344. 혁명의 시작 (3)
로보 재단의 이사회.
5명이 넘는 이사 직급을 가진 사람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의 중심은 당연히 이사장인 러스였고, 사실상 그를 설득하기 위한 자리기도 했다.
“반갑습니다. 태우그룹 김민재입니다.”
“태우그룹의 회장님이 직접 오신다고 하여 상당히 놀랐습니다. 로보 재단 대표 이사장 러스입니다.”
반갑게 손을 맞잡으며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지금까지 10번도 넘게 그의 사진을 보며 상세 정보를 확인했지만, 역시 직접 보니 더 많은 정보를 알아낼 수 있었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민재 회장님이 덴마크로 오셨는데 당연히 초대를 해 드려야지요. 요즘 덴마크에서도 태우그룹과 애플이 합작해 만든 애플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사람은 이래서 유명해지고 봐야 하는 건가?
러스 이사장과는 초면이었지만, 그는 나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 덕분에 우린 10분이 넘게 이야기를 나누었고,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형성된 다음 본론을 꺼낼 수 있었다.
“로보 노디스크가 보유하고 있는 인슐린 생산권을 구매하고자 찾아왔습니다.”
“흐음, 태우그룹이 제약에도 관심이 있었는지는 몰랐군요.”
“최근에 유행했던 신종 플루 치료제인 태미플루를 생산하고 있는 센트리언 회사를 통해 제약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 센트리언이라면 태미플루 아시아권 생산, 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회사군요. 저도 들어는 보았습니다. 그런데 태우그룹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줄은 몰랐군요.”
태우그룹은 여러 사업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었다.
전자, 자동차, 반도체, 건설 등등.
하지만 제약 사업만 놓고 본다면 큰 영향력이 없었기에 러스 이사장이 잘 모르고 있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했다.
“한국의 제약 사업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슐린 생산권을 구매하려는 것이겠군요.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로보 그룹의 가장 큰 상품을 다른 회사에 넘길 수 있겠습니까?”
“5억 달러에 인슐린 생산권을 확보하고자 합니다. 물론 미국과 유럽 지역을 제외한 아시아권에서만 판매하겠다는 조건입니다.”
“아시아권이라고 하면 중국과 일본까지 포함되는데 어떻게 허락을 할 수 있겠습니까. 5억 달러에 한국 내에서만 판매하는 조건이라면 한 번 생각은 해 보겠습니다.”
5억 달러면 6천억 원에 달하는 거금이었다.
그런 거금을 들여서 겨우 한국 판매권만 얻어 내는 건 무조건 손해였다.
“그럼 이 조건은 어떠십니까? 5억 달러와 더불어 매년 매출액의 5%를 로보 재단에 기부를 하겠습니다.”
“영업 이익이 아니라 매출액 5%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지금 당장은 큰 금액이 아닐 수도 있지만, 안정적으로 인슐린을 생산하고 판매할 수 있게만 된다면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 됩니다.”
5억 달러에 매출액 5%.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은 없다고 할 수 있었지만, 러스 이사장을 만족시키기엔 부족한 조건이었다.
“꽤 좋은 조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슐린 아시아 생산권을 넘길 정도는 아닙니다.”
“그럼 마지막 제안을 드리겠습니다. 현재 로보 노디스크에서 다양한 당뇨병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모든 당뇨병 치료제의 임상 실험을 비롯한 모든 과정에 드는 비용을 전적으로 태우그룹에서 투자하겠습니다.”
“신약 개발에 들어가는 금액이 얼만지 아시고 하시는 말씀이십니까?”
“모든 기회비용까지 계산하면 10억 달러까지 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모든 비용을 투자하겠다는 것이군요. 허, 생각지도 못한 제안이군요. 그런데 투자라고 하셨으니, 다른 조건이 붙겠군요.”
지원이나 기부가 아닌 투자다.
투자는 당연히 투자금 회수를 위한 조건이 따라붙는다.
“개발에 성공한 신약의 지분 30%를 태우그룹이 소유하는 조건입니다.”
“30%의 지분이면 적은 지분은 아니지만, 신약 개발에 실패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10년 동안 신약이 하나도 개발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태우그룹은 단지 인슐린 생산권을 얻기 위함이 아니라, 로보 재단의 뜻을 함께하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습니다.”
돈이 아니라 이념 혹은 방향성.
월가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 미쳤다는 소리를 듣겠지만.
로보 재단의 이사회 어르신들에게는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말이었다.
“마음은 참 고맙군요. 하지만 아직 신뢰관계가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턱대고 이런 계약을 체결할 수는 없지요.”
“마지막으로 태우그룹은 미국과 아주 깊은 유대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우리와 손을 잡으면, FDA 승인에 큰 도움이 됩니다. 물론 FDA 승인을 무조건 받아 낸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과정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은 할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로비의 나라였고.
그중에서도 제약회사는 정치권에 막대한 로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로비를 하더라도 FDA 승인을 받아 내기란 어려웠다.
그렇기에 내가 내건 조건에 이사회 전원이 눈을 반짝였다.
“태우그룹의 많은 계열사가 미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으니 우리보다야 미국 정치권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겠군요.”
“자동차, 전자, 반도체 등. 미국 정치권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업들입니다. 그리고 이사장님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더 높은 정치인과 관계가 깊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잠시 저희끼리 이야기를 나눠 봐야겠습니다.”
나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처음으로 제안에 관심을 보이는 재단 이사회였고, 그들끼리 상의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10분 정도가 지났을 때.
생각보다 빨리 이사회에서 나를 다시 불렀다.
“허허, 로보 재단을 좋게 봐주셔서 고맙군요. 그런데 태우그룹을 위해 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유럽 재정 위기로 인해 로보 그룹의 상황도 어렵긴 합니다. 당연히 신약 개발 비용을 태우그룹이 지원해 준다면 감사한 일이겠지만, 태우그룹에게 부담이 너무 많이 되는 일 같군요.”
“신약이 개발되면 아시아 생산권을 태우그룹이 보유하는 조건까지 추가한다면, 결코 태우그룹이 일방적으로 손해 보는 조건은 아닙니다.”
이사회에 참석한 모든 이사진이 옅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유럽 재정 위기의 여파로 유럽 전체가 힘들었고, 그나마 덴마크의 상황은 낫다고 하지만 예전보다는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주겠다는 사람이 나타났으니 얼마나 기특하겠는가?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우리야 5억 달러에 매출 5% 그리고 수십억 달러를 투자받을 수 있으니 김 회장님이 제안한 조건을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사실이 알려지면, 태우그룹을 향한 여론이 나빠질 게 분명합니다.”
“그 정도 여론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러스 이사장이 내게 손을 뻗었다.
나도 손을 뻗어 러스 이사장과 악수를 하기 직전 얼른 한마디 말을 덧붙였다.
“미처 말씀드리지 못한 한 가지 조건이 더 있습니다.”
“무슨 조건인가요?”
“현재 개발 중인 당뇨병 치료제가 ‘다른 용도로 사용될 경우’도 지분 30%는 물론이고, 아시아 생산권을 태우그룹에서 가지겠습니다.”
갑작스럽게 추가된 조건.
조건을 듣기 전에는 러스 이사장의 표정이 굳어 있었지만, 모든 조건을 듣고 난 그의 얼굴은 미소가 가득했다.
“당연한 말씀을 하시는군요. 그런데 당뇨병 치료제가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혹시 모르지 않습니까. 심장병 치료제가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좋습니다. 정식 계약서에 그 조건까지 추가하도록 하지요.”
그제야 나는 러스 이사장과 두 손을 맞잡았다.
그런 우리의 모습을 이사회의 모든 이사가 흡족하게 바라봤다.
마치 호구를 잡았다는 것처럼 보이는 미소였다.
하지만 호구는 내가 아니라 저들이었다.
내가 왜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경우까지 조건에 넣었겠는가?
앞으로 로보 노디스크에서 만들 당뇨병 치료제는 다이어트 치료제로 불티나게 팔리게 된다.
헐리우드의 배우부터 시작해서 IT 기업 회장까지.
없어서 못 사는 기적의 약의 지분을 고작 수십억 달러에 획득하게 되었다.
거기다 아시아 생산권까지 확보했으니 오히려 내가 더 남는 장사를 했다고 봐야 했다.
* * *
로보 재단 이사회와의 만남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왔다.
한 사장과 데이비드가 초조하게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들은 동시에 입을 열었다.
“회의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생각보다 빨리 회의가 끝났는데 잘 안 된 겁니까?”
“인슐린 아시아 생산권을 우리가 가져오기로 했어요. 그리고 앞으로 개발하는 신약의 비용을 우리가 지불하는 대신 지분 30%와 신약 아시아 생산권도 우리가 가지기로 했어요.”
같은 말을 했지만 두 명의 반응은 완전히 달랐다.
한 사장은 로보 노디스크의 가치를 내가 말해 주었기에 함박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데이비드는 신약 개발 비용을 걱정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었다.
“신약 개발 비용까지 투자하는 건 너무 부담스럽지 않으십니까? 개발에 실패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FDA 승인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매우 많습니다.”
“저는 데이비드를 믿고 이런 계약을 체결했어요. 이제 제약 관련 로비도 하셔야 하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부담스러우면 로비스트를 한 명 더 고용하는 것도 고려해 보죠.”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하십니까. 일전에 센트리온이 개발한 신종 플루 변이 바이러스 치료제 승인을 받을 때도 제가 FDA 쪽에 로비를 했었습니다.”
데이비드의 인맥은 하루마다 넓어졌다.
특히나 미국에서 그보다 인맥이 넓고 두터운 사람은 없다고 볼 수 있었고, 백악관과도 직통으로 로비 작업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로비스트였다.
“신약 개발에 성공만 한다면, 투자금을 금방 회수할 수 있어요. 앞으로 데이비드의 어깨가 더 무거워질 겁니다.”
“안 그래도 요즘 지시받는 일이 없어 심심했었습니다. 이제야 좀 세상 사는 게 재밌어지겠습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엔 놀고먹는 것처럼 보이는 데이비드.
하지만 그 또한 일중독자 중에 한 명이었고, 일이 끊기면 극심한 금단 현상을 일으키는 사람이었다.
“조만간 미국 대선도 있어요. 할 일은 쌓여 있으니 걱정 마세요.”
“이번 대선이야 딱히 볼 게 있겠습니까? 오바마의 재선이 확실시되는 상황입니다.”
“그래도 꾸준히 대선 자금을 지원해 주세요. 괜히 자금을 줄이면 미운털이 박혀 버릴 수가 있어요. 오히려 대선 자금 지원액을 증액해 버리세요.”
“이미 잡은 물고기에도 밥을 주자는 말씀이시군요. 하긴 비단잉어에게는 좋은 먹이를 계속 줘야 하긴 하지요.”
미국 대선은 내년 12월에 열린다.
아직 1년 넘게 남았지만 지금부터 지원을 확실히 해줘야 유대감이 유지가 될 수 있었다.
누군가는 너무 빠르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더 먼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정치인 한 명을 더 후원하려고 합니다.”
“정치인이야 지금도 많이 후원하고 있으니 한 명 더 는다고 큰일은 아니죠. 누굴 후원하면 되겠습니까?”
“정치인이라고 불러야 할지 기업가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군요. 트럼프라고 아시죠?”
“트럼프라고 하면, 부동산 재벌에 TV와 영화에 등장하는 사람 말씀이십니까? 지난 선거에 공화당 후보를 지원한 경력이 있긴 하지만 정치인은 아니지 않습니까?”
나는 2016년 미국 대선까지 준비를 하려고 했다.
다음 대선이야 오바마가 재선을 하겠지만, 그다음 선거에서는 오바마가 나오지 못하기에 정권 교체가 된다.
그리고 새로운 정권을 잡게 되는 사람이 트럼프였다.
지금이야 정치인보다는 기업가로 더 알려진 사람이었지만, 민주당과의 심한 마찰로 인해 공화당 내에서 유명세를 얻어 대통령까지 된다.
“정치에 뜻이 있어 보이더군요. 태우그룹과 깊은 관계가 있으니 친해지는 건 어렵지 않을 겁니다. 내가 다음에 한번 만나고 싶다고 말하면서 후원을 시작하세요.”
“굳이 우리가 후원을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말 그대로 재벌인 사람입니다.”
“원래 선거란 게 자기 돈으로 치르기 싫은 법 아니겠어요? 우리가 후원을 해 준다고 하면 반길 겁니다.”
사실 트럼프는 굳이 데이비드를 통할 필요도 없었다.
할아버지와 트럼프는 매우 깊은 관계였고, 그가 파산의 위기를 겪을 때 할아버지 덕분에 살아나기도 했었다.
“보스가 하라면 해야죠. 조만간 만나 회장님의 이야기를 하며 후원을 시작하겠습니다.”
“조만간 미국에 갈 계획이니 그때 한번 만나면 되겠군요.”
덴마크에서의 일은 마무리되었다.
남은 일은 한 사장에게 맡기면 되었고, 나는 한국에서 다른 일을 시작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