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46)
독식하는 재벌 3세-346화(346/518)
346. 혁명의 시작 (5)
협상은 결국은 아쉬운 쪽이 양보를 하기 마련이다.
그러기 위해 나는 태우그룹이 범캣에 큰 미련이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
“범캣을 매각하기 싫으시다면 다른 방향으로 도와드릴 수도 있습니다. 현재 미분양이 난 아파트는 어쩔 수 없지만, 완공이 얼마 남지 않은 아파트를 태우건설에서 떠안아 드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자금 유동성 문제가 더 심각해지지는 않을 듯합니다.”
“규모가 크게 줄어드는군요.”
범캣 매각 대금은 5조 원.
미분양 아파트는 겨우 5천억 원 수준이었다.
금액이 1/10로 줄어드니 당연히 아쉬울 수밖에.
“범캣을 매각하실지 아니면 미분양 아파트를 태우건설로 넘기실지는 천천히 고민하셔도 됩니다. 태우그룹은 얼마든지 기다려 드릴 수 있습니다. 물론 아무런 도움을 받지 않으셔도 상관없습니다.”
“허허, 태우그룹이야 급하지 않겠지요.”
급한 건 도산그룹이었다.
그리고 도산그룹이라는 거대한 선박의 핸들을 잡고 있는 건 박민용 회장이었다.
“그리고 범캣 인수 조건을 다 말씀드리지 못했네요. 5조 원에 범캣을 인수하는 대신 도산그룹이 보유한 논현동 사옥의 지분을 태우그룹이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논현동 사옥이라면 1,800억 원이 넘는 가치가 있는 건물입니다.”
“범캣을 5조 원에 매각하는 조건으로는 매우 약소한 조건아니겠습니까? 논현동 사옥의 지분 대신 1,800억 원을 인수 대금에서 제하셔도 상관없습니다. 그럼 4조 8,500억 원에 범캣을 매각하게 되시겠네요.”
부동산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범캣의 가치를 폄하하기 위해 끼워 넣은 조건이었을 뿐.
이미 서울 한복판에 신사옥을 짓고 있고, 한전 부지에 금융 허브 빌딩도 짓고 있는 마당에 새로운 땅은 그다지 필요가 없었다.
“임원진과 회의를 가진 후 다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천천히 결정하셔도 됩니다. 언제까지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여유는 오히려 압박감을 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내가 여유를 부리는 만큼 박민용 회장은 급해지기 마련이었고, 잘못된 선택을 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 * *
도산그룹 임원진 회의.
각 계열사 사장단부터 그룹 본사 중요 부서장들이 참석한 회의였다.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박민용 회장은 태우그룹이 제시한 제안을 가감 없이 말해 주었다.
“범캣을 매각해 안정적으로 자금 유동성을 확보할지 아니면, 미분양 아파트를 태우건설로 넘겨 지금의 위기만 넘길지 결정을 해야 하네.”
“미분양 아파트를 넘긴다고 하더라도 도산건설의 적자 규모를 메꿀 수가 없습니다. 도산건설의 작년 적자 규모는 3천억 원이 넘습니다. 그리고 올해 적자는 6,500억 원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도산건설의 적자 규모가 1조를 넘길 기세였다.
건설 경기가 좋아질 기미가 없었기에 내년 또한 미분양 사태가 속출할 게 분명했다.
도산건설이 아무리 재계 10위 안에 드는 대기업이라고 하더라도 계열사 한 곳이 1조 원의 적자를 보는 건 감당할 수가 없었다.
“김민재 회장이 나보고 선택을 하라고 하더군요. 범캣을 살릴지 도산건설을 살릴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어요.”
“범캣을 매각하기엔 지금까지 들인 공이 너무나 아쉽습니다. 이제야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고, 매년 흑자 폭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도산중공업 사장이 범캣 매각을 반대하고 나섰다.
그도 그럴 것이 도산중공업은 범캣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했고, 드디어 빛을 보기 시작하려는 순간 매각하게 생겼다.
“저는 반대 의견입니다. 범캣을 5조 원에 매각할 수만 있다면 완전히 새로운 판을 만들 수 있습니다. 도산건설의 부채를 전부 탕감할 수도 있고, 기존 계열사의 자금 유동성 문제도 털어 낼 수 있습니다. 백지상태에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금액입니다.”
“이사님의 의견도 존중하지만, 범캣은 도산그룹의 새로운 캐시카우 역할을 할 중요한 회사입니다. 지금의 위기만 잘 이겨 낼 수 있다면, 범캣은 도산그룹을 풍족하게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도산중공업 사장과 최고 재무 책임자(CFO)와의 의견 충돌이 발생했다.
도산그룹에서 상당히 높은 서열을 가진 두 명의 충돌이었기에 아무도 끼어들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생각을 해 보세요. 자금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범캣의 미래도 없습니다. 게다가 태우그룹에서 5조 원에 인수하기로 하였습니다. 시간이 더 지난다고 해서 범캣을 그 가격에 팔 수 있다고 장담할 수도 없어요.”
“제가 장담하겠습니다. 1~2년만 지나도 범캣을 5조가 아니라 6조, 7조 원에도 매각할 수 있습니다.”
“쯧쯧, 지금 5조와 2년 뒤의 7조가 같은 가치라고 생각하십니까? 지금 5조 원을 투입한다면 자금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2년 뒤에는 7조 원을 투입한다고 한들 자금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가능성이 더 높아요.”
CFO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부채를 줄여 나가야만 했다.
매달 이자로 빠져나가는 금액이 늘어나고만 있었고, 2년이 지나면 아무리 높은 매출을 올린다고 한들 이자를 감당할 수 없게 될 것을 우려하는 CFO였다.
“잠시 진정들 하게나. 그리고 김민재 회장이 범캣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논현동 부지의 지분을 달라고 하더군. 지분을 주지 않을 거면, 1,800억 원을 인수 자금에서 제하겠다는 말도 했다네.”
“논현동 부지가 아깝긴 하지만, 어차피 매각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5조 원을 받는 대가로 논현동 부지를 태우그룹으로 넘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논현동 부지는 도산그룹의 역사가 잠들어 있는 땅이네 그런 땅을 태우그룹에게 넘기고 싶지는 않다네.”
CFO는 잠시 생각에 잠기고는 대답했다.
박민용 회장의 마음을 돌릴 방법이 생각난 그였다.
“그럼 이런 조건을 다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5년 뒤에 논현동 부지를 재인수하는 조항을 다는 겁니다.”
“태우그룹이 그런 조건을 받아들이겠는가?”
“태우그룹은 논현동 부지가 아쉬운 상황이 아닙니다. 서울 중심가 두 곳에서 고층 빌딩 공사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논현동 부지가 왜 필요하겠습니까? 그러니 받아들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5년 뒤 시가로 인수를 한다면 더 많은 돈을 줘야 한다네.”
“부동산 가격이 아무리 올라 봐야 2배가 최대입니다. 1,800억 원이 3,600억 원이 된다고 해도 5조 원에 비할 수는 없는 금액입니다.”
CFO의 발언권은 막강했다.
중공업 사장이 끝까지 저항을 해 봤지만, 회사의 재무를 담당하는 CFO를 이겨 낼 수는 없었다.
“흠, 그럼 재무팀과 기획실에서 범캣 매각에 관해 기획서를 작성해 보세요. 범캣을 매각할 경우와 그렇지 않을 경우를 비교해 도산그룹의 미래에 어느 쪽이 더 좋은지 상세히 작성해 보고하세요.”
“이번 주 내로 기획서를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보고서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미 마음이 기운 박민용 회장이었고, 그저 마음의 위안을 삼기 위해 기획서가 필요할 뿐이었다.
* * *
며칠 후.
한 사장이 유럽에서 돌아왔다.
로보 노디스크와의 인슐린 아시아 생산권 계약을 마무리했고, 유럽 전 지역에 뿌려 둔 금액을 회수하기 위해 바쁘게 돌아다닌 한 사장이었다.
“얼굴이 아주 반쪽이 되었네요. 몸보신에 삼계탕만큼 좋은 게 없죠.”
“회장님도 매우 바쁘게 지내셨다고 들었습니다. 도산그룹으로부터 범캣을 인수하려고 하신다는 말을 들었는데 사실입니까?”
“국물부터 들이켜시면 대답을 해 드리죠.”
호로록!
한 사장이 눅진한 삼계탕 국물을 들이켰고, 그의 목젖이 움직이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나는 대답을 해 주었다.
“범캣을 인수할 겁니다. 5조 원밖에 안 하는 헐값으로 범캣 같은 회사를 구매할 기회가 지금 말고는 없어 보이더군요.”
“범캣은 상장을 위해 기업 공개를 할 때마다 가치가 하락했습니다.”
“지금이야 부채가 높고 매출이 낮아 기업가치가 낮지만, 내가 보기엔 아주 저평가되어 있는 회사입니다.”
한 사장은 생각이 많은지 실시간으로 얼굴 표정이 바뀌었다.
그러고는 생각을 정리했는지 숨을 내쉬고는 말을 이었다.
“회장님께서 저평가되었다고 하셨으니 범캣의 가치는 인정하겠습니다. 그런데 굳이 태우그룹이 범캣 같은 건설 기계 회사를 인수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우리가 셰일 가스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 건설 기계 수요가 크게 증가하지 않겠어요? 셰일 가스를 통해 돈을 벌고 건설 기계 사업으로도 돈을 벌 수 있게 되는 거죠.”
셰일 가스에 수십조 원을 퍼부을 계획이었다.
그럼 당연히 공사 규모가 커지게 될 터.
그럼 우린 투 트랙으로 돈을 벌 수도 있었다.
“셰일 가스 사업이 호황이 될 게 분명하니 수혜를 보는 회사를 인수하자는 말씀이시군요.”
“리스크 감소 효과도 있어요. 만약 셰일 가스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해도 건설 기계 판매를 통해 손해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어요. 물론 아주 적은 양이 되긴 하겠지만요.”
“알겠습니다. 그럼 범캣을 인수할 절차를 밟도록 하겠습니다.”
“더 반대하지 않으시고요?”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말을 하면 조금 오만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5조 원짜리 회사 인수를 반대할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사실 회장님이 5조 원으로 취미 생활을 즐긴다고 해도 그러려니 넘어갈 수 있습니다.”
한 사장의 통이 이렇게 컸던가?
모르는 사이 큰 사람이 되어 있는 한 사장이었고, 그만큼 일본과 유럽에서 높은 수익을 올렸다는 뜻이기도 했다.
“유럽에서 재미를 아주 쏠쏠하게 봤나 보군요.”
“마지막으로 한탕 크게 당겼습니다. 퀀텀펀드에서 스페인 쪽을 흔든 게 주효했고,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범캣 인수 금액보다 더 많은 추가 수익을 얻었습니다.”
역시나 사람은 지갑이 든든해야 여유가 생기는 법이다.
물론 한 사장의 지갑에 돈이 들어간 건 아니지만, 태우그룹의 곳간이 가득 차자 여유가 과하게 생긴 한 사장이었다.
“추가로 설명하면, 범캣을 셰일 가스 개발에만 사용할 건 아닙니다. 로켓의 물류 센터에 사용되는 로봇부터 각종 공장의 자동화 시설의 장비까지 개발이 가능한 회사가 범캣이죠. 5조 원의 가치를 충분히 하고도 남을 회사입니다.”
“회장님이 그렇게 판단하셨다면 믿고 따르겠습니다. 그보다 데이비드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텍사스 지역의 유지들과 셰일 가스 개발 회사들과의 친분을 충분히 다져 두었다고 합니다.”
1차 사전 작업이 끝났다는 이야기였다.
이제 본격적으로 셰일 혁명에 뛰어들 때가 되었고, 그러기 위해선 내가 직접 미국으로 가야만 했다.
“유럽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미국으로 가게 생겼군요. 한 사장도 같이 미국으로 가시죠.”
“지금 당장 미국으로 가실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데이비드가 텍사스 지역 유지 중 한 명을 아직 회유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보름 정도 후에 미국으로 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회장님이 원하신다면 미국이 아니라 화성이라도 같이 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원래 이런 캐릭터가 아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부가 느는 한 사장이었다.
“보름 정도가 남았다면, 센트리언에 들릴 시간은 되겠군요.”
“인슐린 아시아 생산권을 확보했다는 소식을 전하면, 서정준 대표가 무슨 표정을 지을지 벌써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