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48)
독식하는 재벌 3세-348화(348/518)
348. 투 트랙 (2)
텍사스 남부에 위치한 퍼미안 분지.
미국 최대 셰일 가스 유전이 있는 곳이었고, 그 지역 중심에 오스틴 소유의 목장이 자리했다.
목장 부지가 얼마나 거대한지.
차를 타고 몇 시간이나 가서야 겨우 그의 저택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반갑습니다. 태우그룹 김민재라고 합니다.”
“GM을 인수한 애송이가 자네군. 왜 자꾸 날 괴롭히는 건가? 그래 오늘은 또 무슨 말을 하려는 건가?”
“잠시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를 나눠도 되겠습니까?”
“그래도 먼 길을 온 손님이니 커피라도 한 잔 나눠 주겠네.”
저택의 문을 활짝 열고는 안으로 들어가는 오스틴.
그 모습에 데이비드가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제가 왔을 때는 문전박대를 했는데, 그래도 보스가 오니까 커피도 나눠 주네요. 확실히 보스가 유명해지긴 했나 봅니다.”
“헛소리 그만하고 얼른 안으로 들어가죠.”
나는 데이비드와 함께 오스틴의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텍사스에서 손꼽히는 지역 유지였지만, 검소한 그의 저택이었다.
건물 자체도 목조로 만든 건물이었고, 식탁을 비롯한 가구들도 전부 오스틴이 직접 만든 것처럼 보였다.
탁!
우리가 들어서자 커피를 내어놓는 오스틴.
그는 테이블에 몸을 기대고는 담배를 입에 물었다.
“빨리들 마시고 가. 나는 목장을 유전으로 만들 생각이 없으니까.”
“미국의 경제 발전과 안보를 위해서는 셰일 개발이 필요합니다.”
“자네 한국인 아닌가? 한국인이 무슨 미국의 경제 발전과 안보를 운운하는가? 퉷!”
그는 담배 끝자락을 입으로 뜯어내어 바닥에 뱉었다.
그러곤 라이터를 집어 불을 붙이려는 순간.
부르릉! 그의 저택 앞으로 차량 한 대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오늘따라 손님이 많이 찾아오는군. 혹시 자네가 부른 손님인가?”
“주인의 허락도 받지 않고 손님 한 분을 모셨습니다.”
“또 정치인을 불렀나 보군. 나를 뭘로 보고! 정치인이 찾아오면 내가 눈 하나 깜짝할 것 같은가!”
그는 입에 담배를 문 채 문을 거칠게 열었다.
찾아온 손님이 누구든지 욕부터 퍼부을 기세였다.
하지만 차에서 내린 손님의 얼굴을 보는 순간, 욕은커녕 말조차 더듬없다.
“슈러브? 정말 자넨가?”
“오스틴! 오랜만일세. 내가 텍사스 주지사를 할 때 만났으니 10년은 훌쩍 지난 것 같네.”
차에서 내린 사람은 부시 대통령이었다.
부시 대통령의 애칭은 슈러브로, 작은 덤불이라는 뜻이었다.
부시는 큰 덤불이라는 뜻이 있었고, 아버지를 이어 대통령이 된 부시 대통령을 작은 덤불이라고 부르는 오스틴이었다.
“자네가 여기까진 어쩐 일로? 설마 미스터 킴이라는 사람이 불러서 온 건가?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사람이 어찌 미국도 아니고 한국의 장사꾼에 의해 움직인단 말인가!”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이리 세워 두는 건 예의가 아니지. 자세한 이야기는 안에 들어가서 합세나. 오랜만에 자네가 타 준 커피가 마시고 싶군.”
부시 대통령은 오스틴의 어깨를 두들기고는 저택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곤 아주 자연스럽게 내 옆자리에 앉아 오스틴이 커피를 내어 주기를 기다렸다.
오스틴은 잠시 멍하니 부시 대통령을 바라보다 한숨을 내쉬고는 커피를 내려 그의 앞에 가져다주었다.
“여기 있네. 지금까지 연락도 없다 갑자기 날 찾아온 이유가 뭔가?”
“미스터 킴의 이야기를 아직 듣지 않은 것 같군. 우선 그의 이야기부터 듣기로 하지.”
오스틴은 나를 바라봤다.
빨리 하던 이야기를 마저 하라는 뜻이었고.
불과 몇 분 전만 하더라도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든 듣지 않겠다는 행동과는 정반대되는 행동이었다.
“처음부터 다시 말씀드리자면, 셰일 가스 개발은 미국 경제 발전과 안보에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그게 왜 그렇게 되는 건가? 셰일 가스를 개발하니 경제 발전은 그렇다 쳐도 안보와는 무슨 상관인가?”
“미국은 지금까지 석유를 컨트롤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하였습니다. 하지만 중동 지역을 비롯한 산유국을 완전히 컨트롤할 수는 없었습니다.”
“셰일 가스를 개발하면, 산유국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말인가?”
관심을 보이는 오스틴이었다.
뼛속까지 보수주의자라 그런지 중동 이야기가 나오자 눈빛부터 달라졌다.
“산유국들은 석유를 독점하다시피 하며 많은 이득을 취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많은 석유가 나오곤 있지만, 러시아나 중동 국가에 비할 수는 없습니다.”
“너무 비약이 심하군. 미국은 러시아와 사우디에 이어 세계 3위 산유국이네.”
“세계 3위라고는 하지만, 소비량을 비롯한 다양한 이유로 석유를 수입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석유를 소비하는 국가였다.
그렇기에 석유라면 전쟁도 불사하기도 했고, 항상 석유에 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셰일 가스 개발을 하면 더는 다른 산유국의 석유를 수입할 필요가 없다는 뜻인가?”
“그렇습니다. 오히려 수출까지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다른 산유국을 컨트롤할 수 있는 힘이 생기고 미국의 경제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실제로 미국은 셰일 혁명 이후 엄청난 성장을 이루어 내었다.
셰일 혁명 이전의 미국은 산유국이 뭉친 OPEC과의 주도권 싸움에서 밀렸지만, 셰일 혁명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산유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미국의 정책 기조를 단번에 바꿀 말 그대로 혁명적인 일이었다.
“주도권을 미국이 확실히 가지고 올 수 있다는 말이군.”
“단순히 주도권만 가지고 오는 것이 아닙니다. 셰일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미국은 더는 고유가를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미국에서 자체 생산하는 석유로도 충분히 수요를 감당할 수 있게 됩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오스틴.
그는 어느 정도 나의 말에 설득된 듯 보였다.
하지만 완전히 넘어온 것은 아니었고, 그는 결정적인 질문 하나를 던졌다.
“그런데 왜 한국인인 자네가 이런 걱정을 하는 건지 모르겠군. 미국과 중동의 일도 자네가 걱정할 부분은 아니지 않은가?”
“미스터 킴은 미국 시민권자네. 그것도 내가 직접 명예 시민권을 발급해 주었다네.”
“명예 시민권자? 저 사람이 뭘 했다고 그런 것까지 주었는가?”
“쯧쯧쯧.”
부시 대통령이 혀를 찼다.
그러곤 한심하다는 듯이 오스틴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 나갔다.
“자네 아들을 살린 사람 앞에 두고 못 하는 소리가 없군.”
“그게 무슨 말인가? 미스터 킴이 내 자식놈과 아는 사이인가?”
“911 테러를 생각하게나. 자네 아들이 쌍둥이 빌딩에서 근무하지 않았는가?”
“그랬었지. 하지만 운이 좋게 쌍둥이 빌딩 건물주가 인테리어 공사인가를 한다고 해서 다른 곳에서 근무를 할 수 있었지.”
“그 건물주가 자네 눈앞에 있네.”
나도 몰랐던 사실이었다.
오스틴의 아들이 쌍둥이 빌딩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다는 정보는 부시 대통령의 입에서 처음 들었다.
“저 사람이 쌍둥이 빌딩 건물주였다고?”
“그뿐인가? 테러가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구출 작업을 시작한 곳이 태우그룹이네. 그러니 내가 미스터 킴에게 명예 시민권을 수여하지 않았겠는가.”
덥썩!
오스틴이 내 손을 잡으며 지그시 바라봤다.
이전까지는 이방인을 보는 눈빛이었다면, 지금은 나를 친구 혹은 가족 보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자네를 몰라봤네. 세상 소식에 어둡다 보니 미처 알아보지 못했네. 정말 고마워.”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한마디를 더 하자면, 내 최고 후원자가 미스터 킴이기도 하네. 미스터 킴 덕분에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지.”
“미스터 킴. 지금까지 오해해서 미안하네.”
이래서 전관예우를 사용하는 걸까?
전직 미국 대통령보다 높은 전관예우가 있을까?
그의 말 몇 마디에 난공불락 같았던 오스틴의 마음을 단숨에 녹일 수 있었다.
* * *
오스틴의 저택에서 밤새 술을 들이켰다.
바닥에는 텍사스 지역을 대표하는 론스타 맥주 수십 병이 나뒹굴고 있었고.
부시 대통령은 벌써 떠났는지 모습이 보이지도 않았다.
“부대 대통령님은 벌써 가셨습니까?”
“젊은 사람이 술이 그렇게 약해서 어디에 쓰겠어? 새벽에 자네랑도 인사를 하고 떠났네.”
“술을 섞어 마셔서 그렇습니다. 맥주까지는 괜찮았는데 데킬라까지 마시니 복싱 시합을 한 것처럼 머리가 너무 아프네요.”
“이리 와서 해장이나 하게나.”
나는 뜨끈한 국물을 생각하며 식탁에 앉았다.
그런데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음식이 식탁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베이컨, 소시지, 스크램블 에그, 해시 브라운, 비스킷 등등.
보기만 해도 목이 막히는 음식들이 집합해 있었다.
“스프는 없습니까?”
“스프 같은 걸 먹어서야 힘이나 쓰겠나?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야 술도 빨리 깨는 법일세. 어서 와서 남김없이 먹게나.”
꾸역꾸역.
손님 된 도리로 어찌 음식을 남기겠는가?
그나마 맛은 나쁘지 않았기에 억지로 그릇을 깨끗하게 비울 수 있었다.
“내가 보유한 목장 부지를 자네에게 맡기겠네. 하지만 약속 하나만 해 주게나.”
“어떤 약속이든 하겠습니다. 그리고 목장 부지 임대 비용으로 최소 50배 이상을 약속드리겠습니다.”
텍사스 목장의 임대 비용은 상당히 저렴했다.
아무것도 없는 땅을 빌릴 이유가 없겠지만, 빌린다고 한들 에이커당 50달러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셰일 가스 개발 부지로 사용되게 되면, 에이커당 최소 5천 달러에서 1만 달러까지의 임대 비용을 받을 수 있었다.
“돈은 자네가 알아서 주게나. 난 욕심 부릴 생각은 없다네. 미국의 발전과 안보를 위한다는 데 어찌 돈 욕심을 부리겠는가. 단지 땅을 너무 오염시키지만 말아 주게나.”
“셰일 가스 개발로 환경 오염이 심각하다는 이야기를 들으셨나 봅니다. 중소 개발사나 기술력이 부족한 곳에서 개발을 하면 환경 오염이 심각해지지만, 기술력이 충분한 회사에서 진행하면 그런 문제는 전혀 생기지 않습니다.”
태우그룹은 아직 셰일 가스 개발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이번 계획은 처음부터 미국의 대형 정유사와 협업을 통해 진행할 생각이었고, 기술력이 뛰어난 정유사 몇 곳과 데이비드가 이미 접촉을 한 상태였다.
“그렇다면 다행이군. 그런데 우리 목장 가지고 제대로 셰일 가스를 개발할 수 있겠나?”
“이미 많은 곳과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혹시 임대 계약 말고 부지 매입에는 관심이 없는가?”
“적당한 매물이 있다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하지만 텍사스 사람들이 땅을 팔지 않으려고 해서 임대 계약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셰일 가스가 나오는 부지는 황금알을 낳는 땅이었다.
그런 땅을 누가 팔려고 하겠는가?
게다가 텍사스 지역의 유지들은 수십 년 이상 이곳에서 정착한 사람들이라 땅을 팔려고 하지 않았다.
“괜찮은 매물이 하나 있어서 말을 꺼내는 걸세. 텍사스에서 가장 넓은 부지를 가진 목장이 조만간 매물로 나올 듯하네. 원한다면 자네가 먼저 접촉을 하도록 자리를 마련해 줄 수 있다네.”
“가장 넓은 부지라고 하면 어느 정도 규모입니까?”
“LA보다 더 넓다네. 50만 에이커 정도가 될 걸세. 유정도 널려서 땅만 파면 석유가 나오는 땅이지.”
50만 에이커?
평으로 계산하면 무려 6억 평에 달하는 넓이였다.
제주도보다 더 큰 면적을 가진 땅이 매물로 나왔다는데 어찌 가만히 있겠는가?
특히나 땅만 파면 석유가 나온다는데 무조건 사들여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