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50)
독식하는 재벌 3세-350화(350/518)
350. 투 트랙 (4)
왜그너 목장의 공동 경영자였던 베릴.
그는 참 끈덕지게 달라붙었다.
목장 매각으로 벌어들인 3.5억 달러는 물론이고, 자신의 투자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1억 달러까지 전부 우리에게 투자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왔다.
호텔까지 따라올 기세인 베릴을 겨우 진정시켰고.
한 사장은 베릴의 끈질김에 혀를 내두르며 맥주를 들이켰다.
“월가 사람들이 지독하긴 하지만, 베릴처럼 투자를 받아 달라고 끈질기게 달라붙는 경우는 처음 봤습니다.”
“베릴이 운영하는 투자회사에 대해선 알아봤나요?”
“캐넌 투자회사라는 곳인데, 3년 동안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투자금 대부분이 빠져나간 상태고, 마지막 남은 1억 달러와 이번에 받은 3.5억 달러로 마지막 한 방을 노리는 것 같습니다.”
리먼 사태 이후 월가의 투자 회사 절반이 망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당연히 베릴이 운영하는 투자회사 또한 어려운 상황에 빠졌을 것이 당연했다.
“그래도 실력이 아예 없는 사람은 아니군요. 손해를 보긴 했지만, 리먼 사태로부터 살아남긴 했으니까요.”
“뇌사 상태에 빠져 산소 호흡기를 달고 있는 사람을 살아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베릴의 회사가 딱 그 꼴입니다.”
“그래도 남 뒤통수치는 사람은 아닌 것 같더군요. 우리에게 끈덕지게 달라붙는 것만 봐도 어떻게 해야 살아남는지 아는 사람인 것 같기도 하고요.”
나는 베릴의 얼굴을 통해 상세 정보를 보았고.
그가 준수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베릴의 투자금을 받으실 생각이십니까? 태우증권을 통해 펀드에 가입한다면야 모를까 직접 투자금을 받을 이유는 없습니다.”
“안 그래도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진행하고 싶은 사업이 하나 있었는데 베릴이 먼저 다가와 손을 내미니 잡아 주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이는군요.”
새로운 사업이라는 이야기에 한 사장이 관심을 보였다.
셰일 가스, 범캣 인수, 인슐린 생산권, 로보 노디스크 지분 인수까지.
연달아 새로운 사업을 진행하니 조금 우려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 한 사장이었다.
“혹시 규모가 큰 사업이십니까? 그렇다면 더더욱 믿을 수 있는 사람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투자금이 얼마 들지 않는 사업입니다. 공유 오피스 사업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우리는 이미 공유 사업을 시작하고 있었다.
공유 자전거와 킥보드.
미국, 한국 그리고 유럽까지.
우리가 뿌린 자전거와 킥보드가 수만 대가 넘었고, 강 대위와 전문 경영인들이 열심히 꾸려 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공유 오피스 사업이라고 하시면, 사무실 쪼개기 임대나 소호 사무실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비슷하긴 한데 어떻게 보면 완전 다르죠. 사무실을 불특정 다수가 사용하며 소통과 협업이 가능하도록 하는 겁니다.”
“투자자들이 좋아하는 단어들이군요. 소통과 협업.”
“SNS가 온라인에서 소통을 한다면, 공유 오피스는 오프라인 상에서 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아주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단순히 사무실 임대라고 하면 부동산 사업으로 치부되지만, 소통과 협업이 따라붙으면 IT 사업으로 분류될 수도 있겠습니다. 소통과 협업을 가장 좋아하는 곳이 IT 업체들이니까요!”
한 사장은 공유 오피스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었는지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기도 잠시, 그는 계산기를 꺼내 수익성을 자체적으로 분석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돈이 되는 사업 같나요?”
“미국, 유럽, 아시아 지역까지 확대한다면, 초대형 기업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존 같은 초대형 기업이 되지 못하더라도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한 사장조차 이런 반응을 보인다면.
월가나 실리콘 밸리의 투자자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높았다.
아니 확신할 수 있었다. 회귀 전에도 많은 투자자가 공유 오피스 사업에 투자를 했으니까.
“베릴이 보유하고 있는 4.5억 달러에 우리가 5억 달러 정도를 지원해 주면, 실리콘 밸리,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의 사무실을 대거 임대할 수 있겠죠.”
“회장님이 항상 강조하시던 규모의 경제학이 필요한 사업 같습니다. 더 많은 투자금을 투입하거나 대출을 받아 더 많은 사무실을 임대해 공유 오피스 시장을 완전히 선점해야 경쟁자가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공유 오피스 사업이 마음에 드나 보다.
한 사장의 입에서 웬만하면 나오지 않는 투자를 더 늘리자는 말이 나올 정도였으니까.
“당장 흑자를 볼 수 있는 사업이 아니에요. 적자가 꽤 길게 이어질 겁니다.”
“모든 사업이 그렇지 않겠습니까? 태우상사가 운영하는 로켓에 비하면 적자 규모가 그리 크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업을 굳이 베릴을 통해 진행해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차라리 태우건설 같은 태우그룹의 계열사를 통해 본격적으로 진행하시는 것이 어떠십니까?”
한 사장은 공유 오피스 사업이 태우그룹에 득이 될 거라 판단했다.
정말 득이 될 사업이라면, 내가 태우그룹이 아닌 베릴을 통해 진행할 이유가 있겠는가?
“빛 좋은 개살구. 공유 오피스 사업에 딱 어울리는 속담이죠.”
“실패할 사업이라는 말씀이십니까?”
“투자자를 끌어모으기엔 최적의 아이템이지만, 성공할 가능성은 아주 낮은 사업이죠.”
공유 오피스 사업은 결국 부동산 사업이었다.
IT 사업으로 포장을 잘할 수는 있겠지만, 결국은 사무실을 임대해 수익을 올리는 구조였다.
“지금이야 저금리 시대니 공유 오피스 사업으로 재미를 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큰 타격을 입게 되고, 당분간 미국 금리는 계속 상승하게 될 겁니다.”
“금리의 영향을 받지 않으려면, 대출을 받지 않고 태우그룹이 보유한 자금으로 사업을 진행하면 되지 않습니까?”
“미국의 부동산 가격은 지금이 가장 낮은 시기라고 보면 됩니다. 결국 성공을 하려면 우리가 수백 채의 빌딩을 매입해야 한다는 건데. 빌딩 매입 자체가 쉽지 않을뿐더러, 천문학적인 자금이 들어가게 되죠.”
내가 풀어 설명하자 한 사장이 정신을 차렸다.
그는 얼른 다시 계산기를 두들겼고, 금리 인상과 부동산 인상을 조건으로 넣어 새롭게 계산을 하였다.
“회장님 말대로 경제 상황이 돌아간다면, 공유 오피스의 수익성이 마이너스가 됩니다.”
“금리가 지금처럼 유지되고, 부동산 가격도 크게 상승하지 않는다고 해도 다양한 변수가 발생할 수 있는 사업이죠.”
“그런 사업을 굳이 시작하시려는 이유가 있으십니까?”
“그런 사업을 좋아할 투자자들을 위해서죠. 빛 좋은 개살구를 비싸게 사 줄 사람이 있어요. 이런 IT 사업이라면, 달려들 사람이 일본에 있죠.”
IT 업계와 투자자 그리고 일본.
내가 준 3개의 힌트로 한 사장은 금방 답을 찾아내었다.
“일본 쇼프트뱅크 손정우 사장 말씀이십니까?”
“쇼프트뱅크가 보유한 자산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이 있어요. 공유 오피스 사업이랑 바꾸면 좋을 것 같지 않아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도 있었다.
특히나 손정우 사장처럼 가치 투자로 큰돈을 번 사람은 자신의 것을 남에게 잘 내어 주지 않는다.
그러니 물물 교환을 하는 수밖에.
공유 오피스 사업은 쇼프트뱅크의 자산과 맞교환하기 위한 상품에 불과했다.
“낚시 미끼로 공유 오피스 사업을 선택하신 것이군요.”
“꽤 오랜 시간 미끼를 던져 놔야 할 겁니다. 짧으면 1년 길면 3년 정도는 걸려야 물고기가 미끼에 관심을 보일 겁니다. 그렇게 긴 시간 동안 우리가 굳이 낚싯대를 잡고 있을 필요는 없잖아요.”
“베릴의 어깨가 아주 튼튼해 보였습니다. 3년 정도는 충분히 낚싯대를 잡고 있을 힘이 있어 보였습니다.”
이제야 내 계획을 모두 이해한 한 사장이었다.
그는 계산기를 내려놓고는 등을 소파에 기댔다.
“쇼프트뱅크라면 욕심나는 자산이 상당히 많긴 합니다. IT 관련 회사만 100개가 넘고, 휴대폰, 전자제품, 금융까지 전부 매력적인 자산입니다.”
“인터넷 통신망이 저는 가장 욕심이 나더군요. 사실상 한국 인터넷은 일본을 통해서 세계로 뻗어나가지 않습니까? 그리고 그 길목을 쇼프트뱅크가 소유하고 있더군요.”
나는 변수를 좋아하지 않았다.
IT 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는 태우그룹이었고, 쇼프트뱅크가 보유한 백본망을 우리가 소유할 수만 있다면 많은 변수가 사라진다.
“베릴을 조만간 만나 사업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베릴 입장에서도 결코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닐 겁니다. 오히려 최소 5배 이상 남겨 먹을 수 있는 사업이죠. 사업 전체를 쇼프트뱅크에 넘기는 과정에서 엄청난 콩고물이 떨어져 나올 테니까요.”
기회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고 했던가?
베릴은 끈질기게 우리에게 손을 내밀었고, 그 보상으로 공유 오피스 사업의 주역이 될 수 있었다.
* * *
다음 날.
데이비드가 호텔을 찾아왔다.
“보스! 체셔피크 에너지와 이야기가 잘 끝났습니다. 우리와 손을 잡고 텍사스 지역의 셰일 가스 개발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미국 3대 정유사는 아니지만, 역사가 오래된 기업입니다. 특히나 셰일 가스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태우그룹이 혼자 셰일 가스 사업을 진행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미국 정유사 한 곳과 손을 잡아야 했고, 나는 체셔피크 에너지를 선택했다.
“조만간 체셔피크 에너지를 방문해 협업 계약서에 서명을 해야겠군요.”
“이번 주 내로 모든 절차를 끝마칠 수 있도록 진행하겠습니다.”
“회장님, 그런데 체셔피크의 자금 유동성이 좋은 편은 아닙니다. 지금보다 더 사업을 크게 확장하면, 크게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한 사장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었다.
역사와 전통이 깊은 정유사긴 하지만, 미국 3대 정유사에 비하면 수익구조가 좋지 않은 곳이 체셔피크 에너지였다.
“그래서 체셔피크 에너지를 선택했어요. 3대 정유사는 흔들린다고 하더라도 어떻게든 버텨낼 힘이 있어요. 하지만 체셔피크 에너지는 한 번 흔들리기 시작하면 파산할 수도 있죠.”
“파산 가능성을 알면서도 협업을 진행하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태우그룹이 3대 정유사를 인수할 방법은 없어요. 하지만 체셔피크 에너지 정도는 충분히 인수할 수 있죠. 특히나 파산 위기에 몰린다면 더욱 쉽게 인수할 수 있게 되죠.”
셰일 혁명을 미국 정유사들의 잔치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우리도 같이 잔치를 벌이기 위해선 미국 정유사 한 곳을 인수해야 했고, 가장 좋은 먹잇감이 체셔피크 에너지였다.
“그럼 이번 협업도 체셔피크 에너지를 인수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신 겁니까?”
“협업 계약서에 한 가지 조건을 추가할 생각입니다. 지분 우선 인수 조건을 말이죠. 그리고 회사가 파산할 지경에 이르게 되면 미국 정부에서 우리에게 가장 먼저 인수 권유를 하지 않겠어요?”
“그런 상황이 온다면, 부채 탕감까지 해 주면서 우리에게 넘기려고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인수하면 체셔피크 에너지의 수익이 개선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IT 버블 이후 IT 기업들의 주가가 어떻게 되었나요? 저점을 찍은 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고 있죠? 체셔피크 에너지도 그렇게 될 겁니다.”
모든 손해는 체셔피크 에너지와 미국 정부가 지게 하고.
우린 과실만 맛있게 먹는다.
지금의 모든 과정은 과실을 먹기 위한 사전 작업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