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52)
독식하는 재벌 3세-352화(352/518)
352. 새로운 시작 (1)
며칠 후.
미국 쪽 일을 마치고 돌아온 한 사장을 강 대위의 식당으로 불렀다.
느끼한 미국 음식만 먹다 한정식을 보니 눈이 돌아가 허겁지겁 음식을 입 속에 집어넣는 한 사장이었다.
“미국에 한 식당이 얼마나 많은데 며칠을 굶은 사람처럼 먹어요?”
“한국에 있는 한식당은 미국 사람 입맛에 맞게 만들어서 한국 사람이 먹기엔 느끼하고 싱겁습니다. 특히나 한식 특유의 매운맛이 전혀 없습니다.”
쭈우욱!
김치를 손으로 찢어 밥 위에 올리는 한 사장.
그러곤 너무도 행복한 표정으로 맨밥에 김치 한 줄을 맛있게도 먹었다.
“이제 다 먹었어요?”
“마지막으로 숭늉 한 모금만 하고 끝내겠습니다.”
벌컥벌컥 숭늉을 들이켜는 한 사장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
그가 그릇을 내려놓는 순간 비행기 티켓을 그의 앞으로 내밀었다.
“내일 바로 유럽을 좀 다녀오셔야겠어요.”
“오늘 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내일 바로 유럽으로 가라는 말씀이십니까?”
“금융허브 빌딩이 조만간 완공된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공실이 너무 많아요. 금융허브 빌딩을 공유 오피스로 사용할 순 없지 않겠어요?”
“유럽 금융사들의 아시아 거점을 금융허브 빌딩으로 옮겨 오라는 말씀이시군요.”
“가능하겠어요?”
찌이익!
한 사장은 다급히 김치 한 줄을 더 찢어 입 속으로 넣었다.
내일부터 다시 유럽으로 가야 하기에 급히 한국의 맛을 몸속에 저장하는 그였다.
“가능합니다. 그런데 유럽 금융사만으로는 부족하지 않겠습니까? 금융허브를 풍성하게 채우려면 일본 금융사들도 받는 게 어떻겠습니까? 유럽보다 일본 금융사들이 우리에게 약점이 더 많이 잡혀 있습니다.”
“노무라 증권부터 해서 일본 금융사 몇 곳을 받으면 좀 더 풍성해지긴 하겠군요. 그럼 일본을 경유해서 유럽으로 가면 되겠군요.”
“······알겠습니다. 일주일 안에 일본과 유럽의 금융사들과 금융허브 빌딩 입주 계약을 체결하고 오겠습니다.”
일주일 만에 일본과 유럽 투어를 마치고 돌아온다?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유럽으로 신혼여행을 가도 일주일이면, 서유럽 정도만 보고 돌아올 스케줄이었다.
“일주일 가지고 되겠어요? 두 달 정도는 유럽에 있다가 와도 됩니다.”
“밥을 이동하는 차 안에서 먹고, 잠은 비행기에서 잔다면 일주일이면 충분합니다.”
“늦어도 괜찮으니. 유럽 관광도 하면서 천천히 돌아오세요.”
“타지 생활은 이제 지겹습니다. 최대한 빨리 끝내고 돌아오겠습니다!”
금융사 대표들과 만나는 일이었기에 한 사장이 직접 움직여야만 했다.
한 사장이 움직이지 않으면, 내가 움직여야 하는데 그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
그래도 당근은 좀 던져 줄까?
한 사장의 동기부여를 끌어올릴 마법의 단어가 존재했다.
“금융허브에 관련된 성과는 전부 한 사장의 이름으로 기록이 될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부회장으로 승진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명분이 되지 않겠어요?”
“지금 바로 움직이겠습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나를 향해 고개를 숙이는 한 사장.
지금 바로 유럽으로 떠날 기세로 식당 밖으로 뛰쳐나가는 그였다.
* * *
태우 금융타워 완공식.
하늘 높이 솟은 타워와 듬직한 모습의 컨벤션 호텔까지 완공이 되었다.
금융타워 완공 소식보다 더 반가운 건 정말 오래간만에 할아버지가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돌아오셨다는 점이다.
“할아버지 얼굴 보기가 나라님 얼굴 보는 것보다 더 힘드네요. 완공식에도 참석을 하지 않으시는 건 아닌지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나이를 먹으면 자연이 그리운 법이다. 그리고 내 얼굴을 자주 보고 싶으면 결혼을 하면 될 일 아니더냐! 증손주라도 낳으면 네가 싫다고 해도 매일 네 집에 얼굴도장을 찍으마.”
TV에서나 보던 명절 스트레스가 이런 것이었구나.
학교는 어디 갔니? 직장은 어디 다니니? 결혼은 언제 하니? 애는 언제 낳니?
나에게 이런 소리를 할 사람은 할아버지가 유일했고, 오랜만에 할아버지 입에서 결혼 이야기를 들으니 정신이 혼미해졌다.
“때가 되면 다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베트남 공기가 할아버지께 잘 맞긴 한가 봅니다. 더 젊어지신 것 같습니다.”
“베트남 공기가 좋다고 누가 그러더냐? 서울이나 베트남이나 미세먼지가 가득한 건 매한가지다. 그냥 젊은 사람들과 푸닥거리며 일을 하니 몸도 마음도 젊어진 것 같긴 하구나.”
“그렇게 좋은 베트남에서 계시지 오늘은 왜 한국으로 들어오셨습니까?”
“대통령도 오니 나도 와야지. 장관급에서 참석한다고 했으면 오지 않았을 게다.”
이번 완공식에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기로 했다.
그만큼 금융허브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대통령이었고, 청와대에서 요청했는지 엄청난 수의 취재진이 완공식 현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태우그룹의 행사인지 정부의 행사인지 구분이 안 가네요.”
“원래 그런 거 아니겠느냐?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 봐라. 기업가는 권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단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할아버지의 말에 일정 부분 동의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미래 권력을 내 힘으로 만들어 낸다면, 더는 이런 꼴을 당하지 않아도 되니까.
“이제 표정 관리 하거라. 대통령이 오고 있구나.”
현직 대통령이 우리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그래도 할아버지에게는 예의를 갖춰 인사를 하는 대통령이었다.
그렇게 대통령과 함께 완공식 행사를 진행하였고, 각국의 금융사 대표 혹은 대리인들이 이번 완공식에 참석을 하였다.
퀀텀펀드, 버크셔 해서웨이, 핀테크 은행, 노무라 증권, BNP 뱅크 등등.
미국, 유럽, 일본의 다양한 금융사가 한국에 모이게 되었다.
이들을 초대한 사람은 태우그룹이었고, 당연히 나는 주인 된 도리로 정신없이 그들을 맞이해야만 했다.
* * *
완공식 행사가 어떻게 끝났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나마 할아버지께서 손님 접대를 같이해 주신 덕분에 숨이 붙어 있었지 그렇지 않았다면, 호텔이 아니라 응급실에서 숨을 쉬고 있었을 것이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참석자 대부분을 컨벤션 호텔로 안내했습니다. 따로 다른 호텔을 예약한 손님들은 강 대위의 경호팀이 호위를 하고 있습니다.”
“호텔이 바로 옆에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나는 지금 새로 완공된 컨벤션 호텔에 묵고 있었다.
금융타워 바로 옆에 위치해 있었고, 일반 호텔과 달리 금융사를 타겟으로 만든 호텔이기에 스위트 룸과 일반 객실의 숫자가 비슷한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퀀텀펀드의 조지 대표가 잠시 만나고 싶다고 연락을 해 왔습니다. 내일 오전으로 약속을 미루는 게 좋을 듯합니다.”
“조지 대표와 만나는 걸 미룰 수는 없죠. 지금 바로 만나겠습니다.”
“그럼 이곳으로 모시고 오겠습니다.”
이번 행사에서 대표가 직접 참석한 곳은 소수였고.
그중 한 곳이 조지 대표가 이끄는 퀀텀펀드였다.
유럽에서 열심히 재미를 보는 와중에도 시간을 내어 한국까지 방문한 조지 대표이니 아무리 힘들어도 얼굴을 보고 대화를 나눠야만 했다.
“미스터 킴! 그새 얼굴이 반쪽이 되었군. 하긴 금융사 놈들을 그렇게 많이 상대했으니 그럴 만도 하지.”
“조지 대표님은 얼굴이 좋아 보이십니다.”
“자네 덕분에 유럽에서 재미를 아주 많이 보고 있네. 그러니 어떻게 얼굴이 안 좋을 수가 있겠는가?”
유럽 재정위기는 아직도 이어지고 있었고.
최소 2~3년은 재미를 더 볼 수 있는 시장이었다.
내가 권유하지 않았어도 퀀텀펀드는 유럽 재정위기에 뛰어들었겠지만, 내 덕분에 보다 빠르게 진입할 수 있었다.
“태우증권은 슬슬 유럽에서 물러나려고 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조지 대표님과 같이 계속 재미를 보고 싶지만, 아시다시피 태우그룹은 금융사만 있는 것이 아니라서 이미지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자네 입장에서는 아쉽겠지만, 퀀텀펀드 입장에서는 좋은 소식이군. 자네 몫까지 우리가 아주 쪽쪽 빨아먹겠네.”
“다른 사람이 이득을 취하면 배가 아프겠지만, 조지 대표님이 이득을 취하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환영입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내가 퀀텀펀드를 도와준 것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나 또한 퀀텀펀드의 도움을 상당히 많이 받았기에 진심으로 하는 말이었다.
“그런데 유럽 다음에는 어디를 공략할 생각인가? 다음 작전도 함께할 준비가 되어 있다네.”
“아직은 멀었습니다. 유럽 재정위기가 끝난 후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생각하고 있는 작전이 있다는 말이로군! 자네가 지옥에 같이 가자고 해도 같이 들어갈 것이니 언제든지 말만 하게나.”
태우그룹의 직원들은 나에 대한 믿음이 상당했다.
특히나 나와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낸 임원진의 경우에 믿음의 강도가 더욱 높았다.
하지만 나를 가장 믿는 사람은 태우그룹 임직원이 아니라 조지 대표일 듯했다.
그는 내가 고추장을 보고 케찹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나를 신뢰하고 있었다.
“지금은 유럽 재정위기로 재미를 보고 계십시오. 그리고 계속해서 IT 쪽이 강세를 이어 나갈 것이니 IT 종목에만 투자를 해도 손해는 보지 않으실 겁니다.”
“자네는 나에게 좋은 말을 해 주는데 나는 좋지 않은 말을 해야 될 것 같네.”
“나쁜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그게 아닐세. 금융허브에 입주한 금융사 대부분이 계약이 끝난 5년 뒤에는 홍콩이나 싱가폴로 다시 떠나갈 생각을 하는 것 같더군.”
아시아 금융허브를 대표하는 국가는 두 곳이었다.
한 곳은 홍콩 그리고 나머지 한 곳은 싱가폴이었다.
압도적인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홍콩이었고 그 뒤를 싱가폴이 따라오고 있는 추세였다.
그런데 내가 강제적으로 그 관계를 망쳐 버렸다.
홍콩과 싱가폴에 있는 아시아 거점을 한국으로 옮겼으니.
서울이 단숨에 아시아 금융허브 도시로 올라서게 되었다.
마냥 좋아할 만한 일은 아니었다.
홍콩이나 싱가폴은 자연스레 형성된 금융허브였지만.
서울의 경우엔 내가 강제로 만들어 내었고, 그만큼 명분이나 연결고리가 약했다.
“한국에는 이런 속담이 있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그런데 예전보다 요즘 시대가 더 빠르지 않습니까? 이젠 5년이면 강산이 바뀌기 충분합니다.”
“서울을 금융허브 도시로 만들 자신이 있나 보군.”
“한국도 정책적으로 지원을 많이 하긴 할 겁니다. 하지만 그보다 홍콩에서 먼저 문제가 터지지 않겠습니까?”
홍콩이 영국으로부터 중국으로 반환된 지 15년이 지났다.
다시 중국의 영토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지금의 홍콩은 독립적인 도시 국가라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중국이 이를 가만히 두고 볼 리가 없다.
점차 중국 본토는 홍콩에 강하게 개입할 것이었고.
결국 홍콩 또한 공산권 국가의 지배를 받는 도시가 되어 버린다.
“중국이 홍콩을 통제할 것이라고 보는가?”
“지금까지야 홍콩에 비하면 다른 도시의 GDP가 많이 떨어졌지만, 그 격차가 매년 크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중국이 홍콩의 독립성을 지켜 줄 이유가 사라지고 있다는 뜻이지요.”
“흠, 확실히 홍콩이 공산권 도시로 바뀐다면 금융허브로서의 매력을 많이 잃긴 하겠군.”
지금의 홍콩은 중국으로 들어가는 입구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입구가 여러 곳에서 생기고 있으니 홍콩의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지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결국 돈이 모이는 곳에 금융허브가 생기기 마련 아니겠습니까? 제 옆에 있으면 콩고물이 많이 떨어진다는 걸 느끼게 해 준다면 우리가 나가라고 해도 한국에 남게 될 겁니다.”
“맞는 말이지. 금융사는 결국 돈을 보고 움직이는 단체지. 돈만 벌 수 있다면 한국이 아니라 남극에라도 거점을 만들 걸세.”
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
금융허브가 되기 위해선 금융사들이 모여야 했고.
금융사들이 모이는 곳에는 돈이 모이기 마련이었다.
반대로 돈이 모이는 곳에도 금융사가 모여든다.
닭과 달걀을 전부 키우면 고민할 필요가 사라진다.
금융사는 이미 강제로 모았으니 이곳에 돈이 흐르도록 만들기만 하면, 금융허브는 알아서 잘 돌아가게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