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55)
독식하는 재벌 3세-355화(355/518)
355. 새로운 시작 (4)
서정준 대표가 덴마크로 떠난 지 20일 만에 한국으로 복귀했다.
20명이 넘는 인원과 함께 간 덴마크 출장이었고, 김장우 박사를 비롯해 인공지능 전담팀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렇게 복귀한 서정준 대표는 제일 먼저 나를 찾아왔고.
그의 얼굴만 봐도 이번 출장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일이 잘되었나 보군요. 서 대표님의 얼굴에서 미소가 숨겨지질 않습니다.”
“신약 개발 8%를 센트리언이 가지는 것으로 계약을 했습니다.”
“지분 8%를 그냥 줄 리는 없고, 우리는 무얼 해 주기로 했나요?”
“인공지능을 통한 도움을 주기로 하였습니다. 모든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전임상 시험과 임상 시험까지 공동으로 진행하는 조건입니다. 덴마크와 한국에서 동시에 같은 연구를 진행하면, 신약 개발을 앞당길 수 있다는 판단 같습니다.”
솔직히 그리 좋은 조건은 아니었다.
물론 나는 앞으로 만들어질 신약이 기적의 다이어트 약이라는 걸 알았지만.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나 말고는 없었고, 센트리언의 모든 기술력과 인력을 사용하는 대가로 고작 지분 8%는 정말 도둑놈 심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나쁘게만 생각할 건 아니었다.
특히나 모든 연구 결과를 공유한다는 점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모든 연구 결과를 공유한다면, 당연히 로보 노디스크의 연구 결과도 공유하는 것이겠죠?”
“인공지능을 통해 가상 시험을 진행하기 위해선 정확한 정보가 필수입니다. 로보 노디스크에서 실시간으로 모든 연구 결과를 공유해 주기로 하였습니다.”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군요. IT 쪽만큼이나 정보에 민감한 곳이 제약회사 아니었나요?”
“그만큼 우리를 신뢰하는 것 같습니다. 로보 이사회 측에서 회장님 덕분에 FDA 승인이 빠르게 진행되었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해 달라고 하였습니다.”
FDA 승인만으로 이런 신뢰 관계가 구축된다고?
그럴 리가 없었다. 로보 노디스크에서도 무슨 꿍꿍이가 있으니 이런 제안을 한 게 분명했다.
“다른 세부 조건은 없었나요?”
“딱히 다른 조건은 없었습니다. 오랜 시간 티타임을 가졌지만, 센트리언의 지분 구조를 묻는 질문 정도만 했습니다.”
“센트리언의 지분에 관심을 가진다? 흥미롭군요.”
“인슐린 대량 판매가 시작되면 주가가 급상승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관심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센트리언은 코스닥에 상장한 상태였다.
내가 5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고, 나머지 지분도 서정준 대표가 꽉 쥐고 있었기에 시장에 풀린 지분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센트리언의 주가는 상승곡선을 빠르게 그리고 있었다.
인슐린 판매가 시작되면, 당연히 더 가파르게 상승할 게 분명했다.
그런 이유로 로보 노디스크가 센트리언에 관심을 가지는 걸까?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이 분명했고, 최악의 가정을 한다면.
센트리언을 아시아 거점으로 삼기 위해 인수 합병을 하려고 들 수도 있었다.
“우선은 조건을 받아들이고 공동 연구를 진행하세요.”
“오늘부터 바로 공동 연구에 들어가기로 하였습니다.”
“IIT에서 박사급 연구원을 지원해 주기로 하였으니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결과로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서정준 대표가 웃는 얼굴로 밖으로 나갔고.
나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데이비드에게 전화를 걸었다.
[보스! 안 그래도 연락을 드리려고 했습니다. 셰일 가스 개발이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텍사스 주지사와도 소통이 잘 되어서 다음 달이면 첫 삽을 뜰 수 있을 것 같습니다.]“고생 많았어요. 그럼 이제 시간이 나겠군요.”
[제가 또 나서야 될 일이 있나 봅니다. 이번엔 어디를 가면 됩니까? 웬만하면 텍사스에서 직항이 있는 국가면 좋겠습니다.]“덴마크에 좀 다녀와야겠어요. 로보 노디스크에서 센트리언에 너무 좋은 조건을 제시하더군요.”
[조건이 좋으면 의심을 해 봐야죠. 제가 지금 바로 덴마크로 날아가 보겠습니다. 안 그래도 로보 노디스크 임원과 친분을 다져 두었습니다.]데이비드를 보내는 순간 정보를 얻는 건 시간문제였다.
로보 노디스크 이사회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물론이고, 그들의 집에 포크와 나이프가 몇 개가 있는지도 알아낼 사람이 데이비드였으니까.
“시간은 많으니 천천히 진행해도 됩니다.”
[이런 일에 시간을 많이 쓸 이유가 있겠습니까? 이번 주 내로 연락드리겠습니다.]뚜뚜-.
데이비드와의 통화가 끝난 후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나도 로보 노디스크의 신약을 강탈할 생각을 했었다.
로보 노디스크라고 해서 나와 다를 리는 없겠지.
정말로 로보 노디스크가 센트리언를 노리고 있는 것이라면.
나는 아무런 죄책감 없이 신약을 그들에게서 빼앗아 올 수 있었다.
오히려 제발 로보 노디스크가 나쁜 계획을 세우고 있기를 바랄 뿐이다.
* * *
요즘 나는 두 개의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었다.
하나는 태우그룹 본사에 있는 사무실이었고, 다른 한 곳은 금융타워에 있는 사무실이었다.
외국 기업들을 불러들여 놓았는데 모른 척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회장님, 간담회 준비가 모두 끝났습니다. 입주한 기업 대부분이 간담회에 참석하겠다는 연락을 보내왔습니다.”
“대부분의 기업이라면 참석하지 않는 기업도 있다는 뜻이군요.”
“일본 금융사 대부분과 유럽 금융사 몇 곳에서는 참석하지 않겠다고 통보해 왔습니다.”
간담회 참석은 자유였다.
하지만 오늘의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이번 간담회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첫 단추였으니까.
첫 단추를 제대로 끼지 못하면, 결국엔 뒤처지기 마련이었다.
“간담회를 진행하겠습니다!”
금융타워에 위치한 대형 회의실.
20곳이 넘는 금융사 임원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퀀텀펀드는 유일하게 대표인 조지가 간담회에 참석했다.
“무슨 일인데 우리를 불러 모았나? 간담회가 있다는 말에 유럽에서 날아왔다네.”
“금융 허브 타워에 입주한 기업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자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미스터 킴이 직접 주도하는 프로젝트인가? 그렇다면 나는 무조건 함께하겠네.”
마치 짠 것처럼 대화가 이어졌다.
물론 연극은 아니었고, 당연히 대본도 없었다.
그저 조지 대표가 나를 너무 신뢰하기에 이런 대화가 이어졌다.
“우선 프로젝트의 내용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러시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특히나 크림반도의 분위기가 매우 흉흉하죠.”
“전쟁을 예상하는가?
“전쟁까지 가지 않을 수도 있지만, 러시아는 분명 크림반도를 차지하기 위해 무모한 짓을 벌일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웅성거리는 사람들.
지금 가장 핫한 지역은 유럽이었고, 러시아도 유럽에 속해 있기에 그들의 관심을 끌 수 있었다.
“러시아가 확장 정책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에 제재를 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면 루블화가 폭락하겠군. 그리고 러시아 기업들의 주가도 동전주가 되겠어.”
“루블화와 러시아 기업 주가를 비롯해 여러 요소가 영향을 받게 됩니다. 태우그룹 혼자 진행하기엔 사이즈가 너무 크지요. 어떻게, 같이하시겠습니까?”
내 제안에 가장 먼저 반응한 건 월가의 금융사들이었다.
그들은 SAVE 투자회사 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어떤 식으로 돈을 벌어 왔는지 잘 아는 사람들이었고, 투자 실패를 한 적이 없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태우증권과 퀀텀펀드가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우리가 빠질 수는 없지.] [유럽 쪽의 일을 진행하기 전에도 이렇게 정보를 알려 줬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금융 허브 타워로 들어오니 이런 점은 좋군요.]금융 허브 카르텔이라고 해야 할까?
금융 허브 타워에 입주하면, 우리와 함께할 기회가 주어진다.
모든 카르텔은 결국 돈을 위해 뭉치기 마련이었고, 내가 주는 정보가 돈이 되는 한 금융 허브 타워의 입주 기업들은 단단히 뭉치게 되어 있었다.
“우리가 힘을 합치면 파이를 우리끼리 나눠 먹을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위기를 쉽게 대처할 수도 있지요.”
“준비된 사람에게 위기는 기회에 불과하지. 퀀텀펀드는 프로젝트의 선봉에 설 테니 다들 따라만 오게나.”
월가가 조지 대표의 말에 동조했고.
그러자 유럽 금융사들도 분위기에 휩쓸려 함께 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버크셔 해서웨이만큼은 한발 물러섰다.
버크셔 아시아 지부장인 제인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우리는 공매도나 환율 공격을 통해 수익을 올리지 않습니다. 저평가된 기업에 대한 투자가 있을 때 연락 주십시오.”
“단순히 공매도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상승할 종목에 대한 투자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럼 공매도와 환율 투자를 제외한 프로젝트에는 부분적으로 참가하도록 하지요.”
버크셔까지 부분적이지만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하였다.
그러자 머뭇거리던 다른 금융사까지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오늘은 이만 간담회를 마치겠습니다. 본격적인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다들 아시겠지만, 오늘 이 자리에서 나누었던 이야기는 최대한 보안을 유지해 주시기 바라겠습니다.”
간담회가 끝이 났고.
모든 금융사의 참가자들이 회의장 밖으로 나갔지만, 조지 대표만은 자리에 남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
“자네가 왜 이런 자리를 마련했는지 모르겠네. 보안 유지가 될 거라 생각하나? 저들은 아시아 지부장에 불과하네. 당연히 투자를 하기 위해선 본사의 허락이 있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오늘의 이야기가 월가는 물론이고 유럽의 금융사로까지 퍼져 나가게 될 걸세.”
당연히 그런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다.
보안을 유지해 달라는 말은 그저 하는 소리에 불과했다.
다른 투자라면 당연히 기밀 유지가 중요했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전쟁이었기에 큰 상관이 없었다.
“정보가 퍼져 나간다고 해서 러시아가 크림반도에 대한 야욕을 버리진 않을 겁니다.”
“그래도 경쟁자가 늘어나지 않겠는가. 태우증권과 퀀텀펀드가 독식할 수 있는 파이에 어중이떠중이까지 다 달려들어 포크를 올리지 않겠냔 말일세.”
“과열이 되어도 상관없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일종의 미끼 상품에 가깝습니다. 금융 허브에 입주하면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걸 알리기만 해도 충분합니다.”
조지 대표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전쟁 같은 대형 이벤트를 고작 미끼 상품 용도로 사용하려는 나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듯 보였다.
“그래서 크림반도 사태로 돈을 벌지 않겠다는 건가?”
“당연히 수익도 올릴 수 있습니다. 물론 우리끼리 독식을 할 때보다야 수익률이 떨어지긴 하겠지만, 그래도 30% 이상의 수익률은 충분히 올릴 수 있습니다.”
“흠, 30%의 수익률이라면 결코 낮은 수치는 아니긴 하지만, 우리가 독식했다면 300%의 수익률도 볼 수 있지 않겠는가. 아쉽군.”
조지 대표의 입장에서는 아쉬울 만도 했다.
지금까지 태우그룹의 유일한 파트너 자리를 유지했었기에 다른 금융사가 끼어드는 것을 좋아할 리가 없었다.
“다음 프로젝트는 조용히 진행할 생각입니다. 태우증권과 퀀텀펀드 그리고 크림반도 사태에서 괜찮은 움직임을 보이는 금융사 몇 곳과만 진행할 겁니다.”
“일종의 테스트라는 말이군. 우리와 함께 비밀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면 당연히 테스트를 봐야지. 이제야 자네 생각이 뭔지 알겠네.”
표정이 밝아진 조지 대표였다.
숨겨진 프로젝트가 있다는 말에 단번에 표정이 바뀐 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