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56)
독식하는 재벌 3세-356화(356/518)
356. 새로운 시작 (5)
오늘은 완공에 임박한 신사옥을 보기 위해 강남을 찾았다.
이미 외관은 90% 이상 완성된 상태였고, 꼭대기 층 공사와 함께 내부 인테리어 공사도 함께 진행되고 있었다.
나와 기획실장은 그 모습을 하염없이 올려다보았다.
태우그룹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사옥의 모습을 보니 오랜만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실장님, 완공이 얼마나 남았죠?”
“외부 공사 완공은 두 달 후면 끝이 나고, 내부 공사까지 전부 마무리되려면 6개월은 걸립니다.”
이제 고작 반년.
단순히 신사옥에 입성하는 것에 만족하면 안 되었다.
변화된 사옥만큼이나 변화된 마인드를 직원들이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선 당연히 태우그룹의 기업 분위기부터 먼저 변화를 해야 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이 있죠? 반대로 말하면, 새 부대에도 새 술을 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하지만 태우그룹의 성장세가 매우 가파릅니다. 지금 구조조정을 단행한다면, 그룹 내부는 물론이고 외부에서도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구조조정을 왜 합니까? 제가 얼마나 고심해서 선발한 인재들인데. 나간다고 해도 붙잡아야지요.”
명분 없는 구조조정은 독이었다.
게다가 태우그룹은 구조조정이 전혀 필요 없는 상황이었다.
대부분의 계열사 직원은 내가 직접 상세 정보를 확인해 적재적소에 배치했다.
인공 눈물을 몇 통씩이나 넣으며 어렵사리 선발한 인재들을 왜 내 손으로 자르겠는가?
물론 문제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었다.
능력은 뛰어나지만 잘못된 욕심을 부린 직원도 간혹 나오긴 했었고.
나는 주기적으로 그런 인원들을 잘라내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새로운 술은 새로운 직원이 아니라 태우그룹의 기업 문화를 말한 겁니다.”
“태우그룹의 기업 문화가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한국의 어떤 대기업보다 좋은 기업 문화를 보유하고 있다고 자신합니다.”
태우그룹의 기업 문화는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회식을 권하는 문화도 많이 사라졌고, 부하 직원을 개인 비서로 사용하는 경우는 적발 즉시 중징계를 받곤 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연봉과 복지.
연봉이야 한국 최고 수준을 받으니 두말할 것도 없었고.
복지 또한 다양한 계열사를 운영하고 있기에 다양한 방법으로 복지를 챙겨 줄 수 있었다.
하지만 기준을 올린다면?
한국이 아니라 세계 기준에 맞춘다면 그리 좋은 문화는 아니었다.
“태우그룹은 이제 한국 기업과 경쟁할 규모가 아니죠. 세계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선 세계 기업의 문화와 비교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어떤 점을 개선하실 계획이십니까?”
“몇 가지 생각해 둔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태우그룹의 내부 실태 조사부터 진행하는 것이 우선이겠죠.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를 진행할까 합니다.”
한국 대학생들 사이에서 태우그룹은 취직하고 싶은 1위 기업이었다.
하지만 기업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으니 양질의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선 한국의 인재풀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러니 세계 인재를 유입하기 위해선 더 많은 부분을 개선해야 했고, 개선할 사안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당연히 임직원들이었다.
“인사과와 복지 센터에서 주기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악폐습을 계속해서 철폐하고 있습니다.”
“그런 설문 조사로는 부족하죠. 설문 항목을 제가 만들어 배포하도록 하죠. 그리고 익명성을 보장할 겁니다. 자신의 이름을 거는 순간 제약이 많이 생기기 마련이죠.”
“언제든지 설문 조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 두겠습니다.”
* * *
태우자동차 설계팀 대리 임진우.
그는 출근과 동시에 본사에서 나온 기획실 직원에 의해 교육실로 이동했다.
“설문 조사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익명성은 보장되면, 임 대리님이 설문 조사를 했다는 사실은 동료 직원들조차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준비한 노트북을 통해 설문 조사를 실시하게 되며, 인터넷을 통해 본사로 곧장 설문 조사 자료가 이동되기에 어떤 답을 했는지는 기획실에서도 알지 못합니다.”
“뭔가 많이 거창하네요. 설문 조사를 하루 이틀 하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임진우 대리는 지금의 상황이 호들갑 같았다.
주기적으로 진행하는 설문 조사를 수십 번 넘게 해 보았고, 굳이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혼자 남게 된 교육실에서 설문 조사를 시작하는 순간.
이번 설문 조사는 뭔가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다.
[1. 육아 휴직을 사용하셨나요? 사용하지 못했다면 직장 동료 혹은 상급자의 압박이 있었습니까?]“1번 항목부터 너무 강한 질문인데? 뭐라고 해야 하지?”
자신도 모르게 혼잣말을 한 임 대리였다.
요즘 들어 육아 휴직을 권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금씩 조성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힘들긴 마찬가지였다.
특히나 남성 육아 휴직의 경우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냥 솔직하게 쓰자. 익명을 보장한다고 했으니까.’
임 대리는 머리를 비우고 있는 그대로 설문 조사에 임했고.
1번 질문을 다 채워 넣고는 2번 질문으로 넘어갔다.
그런데 2번 질문도 매우 민감한 질문이었다.
[2. 한 달에 야근을 며칠이나 하나요? 상급자로부터 야근을 강요당하거나 권유 받은 적이 있나요?]설계팀은 야근이 일상이었다.
정시에 퇴근한 날은 손에 꼽을 수 있었고, 야근을 해야지만 겨우 일정을 맞출 수가 있었다.
[3. 휴가나 명절에 출근한 적이 있나요? 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하도록 상급자의 압박이 있었나요?] [4. 안식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필요하다면 기간은 얼마가 적당할까요? ex. 6개월, 1년 등.] [5. 재택근무가 가능하다면 하시겠습니까? 재택근무를 시행하게 된다면 1주일에 며칠을 하길 바라십니까?]임 대리는 설문지의 질문에 머리가 아파 왔다.
지금까지 수십 번 넘게 진행했던 설문 조사와는 궤를 달리하는 질문의 연속이었다.
질문은 10개 항목이 넘었고, 하나같이 지금의 기업 문화에서는 적용 불가능한 것들이었다.
‘혹시 구조조정 인원을 선발하려고 이런 질문을 하는 거 아냐?’
임 대리는 절로 의심이 들었다.
익명성을 보장한다고 했지만, 실제로 익명성이 보장될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설문지 마지막의 문구를 보고 익명성의 보장을 확신할 수 있었다.
[모든 설문 항목은 김민재 회장이 작성하였고, 익명성 보장은 김민재 회장이 약속드립니다. 만약 이번 설문 조사로 약간의 불이익이라도 받는다면, 모든 보상을 본사에서 약속드립니다.]‘회장님의 이름까지 걸었다면, 익명성은 보장되겠지. 모르겠다. 그냥 솔직히 쓰면 되겠지.’
임 대리와 같은 설문조사를 여러 계열사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고.
무려 일주일이나 걸려서야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가 마무리되었다.
* * *
설문 조사 결과를 받아 들었다.
내가 예상한 대로의 결과였기에 크게 놀라진 않았다.
단지 여전히 태우그룹의 문화가 낙후되어 있다는 사실에 한숨이 나올 뿐이었다.
“아직도 휴가를 상급자의 눈치를 보고 가고 있더군요. 한국 최고의 그룹이라는 태우그룹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있습니까.”
“죄송합니다. 휴가 사용을 적극 권장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않았습니다.”
기획실장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모든 산업은 사이클이 존재했고, 바쁜 시기에는 휴가를 갈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특수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휴가를 제한받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앞으로 휴가 사용 시 결재 방식을 바꾸세요. 휴가 사용 승인이 아니라 통보식으로요. 직원이 원하는 날짜에 휴가 사용 등록만 하면, 이유를 묻지도 말고 그냥 보내줄 수 있도록 하세요.”
“팀원과 상의해서 휴가 날짜를 조율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일주일 이상의 장기 휴가일 경우에만 조율하도록 하고, 이틀 이하의 단기 휴가의 경우엔 통보식으로 바꾸도록 하세요. 만약 상급자가 휴가로 딴지를 거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제가 직접 문책하겠다고 엄포를 놓으세요.”
휴가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었다.
“그리고 야근이 왜 이렇게 많습니까? 앞으로 무조건 6시 이후에는 전기 사용을 금지하세요.”
“야근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럴 경우 부서장이 직접 본사에 신청을 하라고 하세요. 그리고 야근이 많으면 임원진의 평가에 마이너스가 된다고도 하세요. 만약 야근 신청을 하지 않고 야근을 하는 경우엔 부서장을 징계하겠습니다.”
일을 오래 한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었다.
근무 시간이 길기에 일을 뒤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했고, 능률적인 면에서도 악영향을 미쳤다.
휴가와 야근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아직 전혀 시행되지 않고 있는 제도도 있었다.
“육아 휴직을 쓴 사람이 20%도 되지 않는군요.”
“임신을 하게 되면 퇴직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남직원의 육아 휴가는 법적으로도 강제되지 않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강제로 휴직을 시키세요. 무조건 1년 동안 휴직을 하게 되고, 휴직이 끝나면 복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도록 하세요.”
내가 한 땀 한 땀 선발한 인재들이었다.
그런 인재들이 육아의 이유 때문에 퇴사를 하는 꼴은 볼 수가 없었다.
남성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신생아가 집에 있는데 회사 일이 제대로 손에 잡히기나 하겠는가?
“회장님의 말씀은 옳지만, 그렇게 된다면 인원 공백이 생기게 됩니다.”
“태우그룹이 그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까? 육아 휴직자의 업무를 동료 직원들이 나눠 사용하면 되지 않습니까. 그리고 인원 공백이 생기면 더 많은 인원을 채용하면 됩니다.”
“그렇게 되면 인건비 상승이 불가피하게 됩니다.”
“인재가 유출되는 것보다야 인건비 상승이 더 낫습니다. 반대로 다른 기업의 유능한 인재가 육아 문제로 우리 회사로 이직하는 경우도 생기지 않겠습니까?”
태우그룹은 당연히 한국 최고의 기업이었다.
그러니 많은 인재가 태우그룹에 취직하길 원했지만, 다른 기업을 선택한 인재도 적지 않았다.
그들을 데리고 오기 위해선 메리트가 필요했고.
육아 휴직 정책도 그중 하나였다.
“계도 기간을 가진 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진행하겠습니다.”
“당연히 계도 기간이 필요하겠죠. 그러니 올해는 육아가 필요한 직원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하도록 하세요.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경우엔 4시간 자율 출근제를 시행하세요.”
“4시간 자율 근무제라면··· 하루에 4시간만 회사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정책입니까?”
“몇 시에 출근하든 하루에 딱 4시간만 일하도록 하세요. 재택근무도 마찬가지입니다. 4시간만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하세요.”
육아 휴직은 사실 큰 문제도 아니었다.
사회적으로 남성 육아 휴직이 의논되고 있는 시점이었고, 정부에서도 관심을 가지는 부분이었으니까.
하지만 안식년의 경우엔 달랐다.
육아 휴직이야 육아라는 이유가 있지만.
안식년의 경우엔 그저 쉬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휴직을 하는 경우였으니까.
“5년 이상 근무자에 한해 6개월의 안식년 신청을 받으시고, 10년 이상 장기 근무자에겐 1년의 안식년 신청을 받도록 하세요.”
“아직 한국 기업 중에서 안식년 제도를 시행한 곳은 없습니다. 그리고 기업 문화 개선에 안식년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장님의 마음은 이해합니다. 1년이나 쉬어 버리면, 일의 연속성이 사라지고, 전문성도 많이 떨어질 수도 있겠죠. 그럼에도 시행할 겁니다.”
태우그룹의 기업 문화를 바꾸기 위해선 꼭 필요한 조치였다.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 인재들을 영입할 수만 있다면, 안식년보다 더 강한 조치도 취할 생각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