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57)
독식하는 재벌 3세-357화(357/518)
357. 신사옥 (1)
태우그룹 사내 문화 혁신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임원진을 중심으로 꽤 많은 반발이 있었지만, 대놓고 말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태우그룹의 총수인 내가 만든 정책을 대놓고 반대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모든 임원의 입을 강제로 닫게 한 건 아니었다.
계약직인 임원이야 내 눈치를 보긴 보겠지만, 능력이 출중한 임원의 경우 언제든지 회사를 옮길 수 있었기에 할 말은 하고 살았다.
특히나 경제 연구소 후쿠다 소장의 경우가 그랬고.
오늘 나와 점심을 같이 먹고 있는 천민정 팀장도 그런 부류에 속했다.
“회장님, 사내 문화 혁신 정책이 좋긴 한데. 야근만 조금 풀어주시면 안 되나요? 아시겠지만, IT 쪽은 야근이 필수라서요. 일을 하다가 끊기니까 너무 답답해요.”
“최대한 업무 시간 안에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세요. 야근이 고착화되어 버리면 직원들의 삶이 너무 감옥 같지 않겠어요? 문화 생활도 즐기고 가족들과의 시간도 즐겨야 회사 생활도 즐거운 법이죠.”
이번 정책이 결코 손해는 아니었다.
야근, 휴가, 육아 휴직, 안식년 등.
업무 시간 단축과 관련된 사안이었고, 그래서인지 업무 능률이 올랐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려왔다.
“요즘 직원들이 어떻게든 정시 퇴근을 하려고 발악을 하고 있긴 해요. 담배 태우러 가는 시간도 줄이고, 화장실도 점심시간에 맞춰 가려고 하더라고요.”
“집중도가 올라가면, 정시 퇴근을 하든 야근을 하든 업무량은 비슷할 겁니다.”
“확실히 사내 분위기가 많이 좋아지긴 했어요. 제 바로 앞에서 근무하는 사람은 와이프와 자녀 계획을 세웠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이야 출산율이 그렇게 문제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10년만 지나도 출산율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된다.
물론 사회적 문제를 내가 나서 해결할 생각은 아니지만, 태우그룹은 다른 그룹과 다르다는 인식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일이었다.
“단점보다 장점이 많아 보이지 않나요?”
“시간을 두고 더 지켜보긴 해야겠지만, 지금만 놓고 보면 확실히 긍정적인 반응이에요.”
“좋다니 다행이긴 한데. 익명 설문 조사를 진행해 보니 귀찮은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더군요.”
“태우IT 쪽에서도 설문 조사를 한다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어요.”
“그래서 말인데, 설문 조사 같은 구식 방법 말고 새로운 방법으로 직원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어떨까 싶어요. 물론 익명을 보장받은 상태로 말이죠.”
직장인을 위한 익명 커뮤니티 사이트.
회귀 전에도 이런 사이트가 큰 인기를 끌었었고, 아직 이런 사이트는 세상에 나오기 전이었다.
“익명을 보장하기 위해선 정보를 최소화해야 하는데, 가입을 위해서는 태우그룹 소속임을 밝혀야 해요.”
“가입 시에만 사원증이나 사내 E-메일을 통해 확인 절차를 가지고, 가입 이후에는 모든 정보를 삭제하는 방법이면 가능하지 않겠어요?”
“사이트 자체를 만드는 건 어렵지 않아요. 그런데 젊은 사원들의 이용을 권장하려면 앱 형식도 같이 만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천민정은 역시 하나를 말해도 열 가지를 알아들었다.
굳이 더 자세한 설명은 필요 없었고, 앞으로 모든 직장인이 애용하게 될 서비스를 만들게 될 그녀였다.
“최대한 자유로운 분위기로 소통할 수 있도록만 만들어 주세요. 그리고 임원진의 가입은 막아 버리세요.”
“키즈 카페에 어르신들이 놀게 할 수는 없죠. 임원진은 접근조차 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버릴게요.”
항상 대우를 받는 태우그룹 임원진이었다.
한국은 물론이고, 외국을 나가도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직장인 익명 사이트에서는 문전박대를 받는 신세로 전락하였다.
물론 나를 포함해서 말이다.
* * *
2012년 10월.
태우그룹의 새로운 페이지가 열리는 날이었다.
서울 강남에 태우그룹 신사옥이 완공되었다.
“할아버지, 어떻게 마음에 드십니까?”
“아주 마음에 드는구나. 허허, 고생 많았다. 네 덕분이다. 네가 없었다면 지금의 태우그룹도 없었을 게다.”
눈시울이 붉어진 할아버지셨다.
이렇게 기쁜 날 눈물을 보일 순 없으니 나는 살짝 장난을 던졌다.
“그러면 이제 한국에서 계속 지내실 거죠? 금융타워 때도 완공식만 보고 바로 베트남으로 돌아가셨지 않습니까. 이제 신사옥도 생겼으니 한국에서 지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내 말하지 않았더냐. 증손주를 안겨 주기 전까진 한국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니 그리 알 거라.”
단번에 할아버지의 눈에 맺힌 눈물이 사라졌다.
진짜 베트남에 꿀이라도 발라 놓은 건가?
이상하게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지역을 좋아하시는 할아버지였다.
“그래도 오늘은 도와주실 거죠? 손님이 많이 오십니다.”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을 많이 만나 볼 수 있겠구나.”
완공식이 시작되었고.
간단한 행사를 끝으로 우린 본격적인 손님맞이에 들어갔다.
가장 먼저 우리를 찾아온 반가운 손님은, 삼진그룹의 오희건 회장이었다.
“김 회장님! 이거 몇 년 만입니까! 베트남에서 지내고 있단 이야기는 들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얼굴 한 번을 안 비춥니까.”
“이 사람아. 한국에 남아 있으면 하루 종일 일밖에 더하겠는가? 자네도 얼른 은퇴를 하고 나처럼 편안한 마무리를 준비하게나.”
할아버지와 비슷한 연배의 오희건 회장이었다.
나이 차이는 고작 6년.
할아버지 연배쯤 되면 10년 차이까지는 다 친구가 되기 마련이었고.
여전히 총수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은 오희건 회장을 타박하듯이 말하는 할아버지셨다.
“나도 김 회장님처럼 똑똑한 손자가 있었다면 진작 물러났겠지요. 하지만 아직 멀었어요. 몇 년은 더 가르쳐야 합니다.”
“일단 맡겨 보면 어떻게든 하게 되어 있네. 자네는 사업을 할 때도 그러더니 너무 꼼꼼한 게 탈이야.”
“천성이 그래서 어쩔 수가 없지요. 이런, 오늘의 주인공을 망부석처럼 세워 뒀구만. 잘 지냈는가?”
할아버지와의 안부 인사를 마친 오희건 회장.
그의 표정이 단번에 달라졌다.
할아버지를 대할 때는 인자한 할아버지와 같은 모습이었지만, 나를 바라볼 때의 눈빛은 날카로웠다.
“자주 찾아뵙고 인사를 드렸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합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사람인데 내가 이해를 해야지. 경기도에 짓고 있는 대규모 반도체 단지가 조만간 완공이 되면 더 바빠지겠군.”
“반도체 공장이 완공되려면 내년 3분기는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공장이 파운드리 전용 공장이기도 합니다.”
삼진전자의 주력 상품은 반도체였다.
그러니 태우그룹이 대규모 반도체 단지를 만드는 걸 경계하고 있었고.
나는 경계심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파운드리 공장이라는 걸 강조하며 말했다.
“태우그룹 같은 한국 최고의 그룹이 파운드리 사업을 시작한다는 게 나는 영 마음에 들지 않네.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도해 나가려면 설계부터 생산까지 독자적으로 진행해야 하지 않겠나.”
“당연히 설계 분야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고객과 경쟁하지 않기 위해선 파운드리 공장이 필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파운드리는 어떻게 보면 하청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다른 기업이 설계한 반도체를 그저 찍어 내는 하청 공장.
그렇기에 오희건 회장은 파운드리 공장에 부정적인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파운드리 공장은 단순한 하청이 아니었다.
앞으로 반도체 시장을 장악할 분야였고, 또한 태우그룹의 든든한 캐시카우가 될 산업이기도 했다.
“스마트폰을 생산하지 않는 태우그룹이니 파운드리 공장이 가능하긴 하겠구나. 그런데 요즘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돈놀이에 집중한다고 하더구나. 기업가는 결코 장사꾼이나 사채꾼이 되어서는 안 되네.”
“명심하겠습니다.”
오희건 회장의 말뜻을 오해 없이 받아들였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내 생각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정상까지 오르는 방법은 결코 하나의 길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나는 이만 갑니다. 오랜만에 김 회장님 얼굴을 봐서 기쁘군요.”
“왜 벌써 가는가. 좋은 음식도 많이 준비했고, 자네에겐 특별히 유럽에서 공수해 온 좋은 와인을 대접해 주겠네.”
“요즘 나이를 먹으니 바깥 활동이 힘들더군요.”
“예끼 이 사람아. 내가 자네 나이 때는 아주 팔팔했다네. 아직 젊은 사람이 뭐 벌써 골골거리나.”
오희건 회장의 안색이 그리 좋지 않았다.
예전부터 삼진 가문의 사람들은 몸이 약하기로 유명했다.
그리고 나는 이미 알고 있기도 했다.
삼진그룹의 총수가 바뀌는 날이 몇 년 남지 않았다는 것을.
“나는 오 회장 배웅하고 오마. 외국 손님은 네가 받고 있거라.”
“천천히 두 분이서 얘기를 나누고 오셔도 됩니다.”
할아버지는 오 회장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며 이동했고.
그사이 미국에서 날아온 아주 반가운 손님이 나에게 다가왔다.
“머스크! 한국까지 오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미스터 킴의 일인데 당연히 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요즘 좋은 소식이 많이 들려오더군요. 새로운 종류의 로켓 발사도 성공했다면서요?”
“NASA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빠르게 성공할 수 있었죠.”
민간 회사 최초 로켓 발사에 성공한 머스크.
그 업적을 인정받아 NASA와 공식 파트너가 되어 새로운 로켓을 개발했고, 많은 숫자의 인공위성을 발사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 안정화가 되었으니 다음 프로젝트로 넘어가야 하지 않겠어요? 추진체를 재사용할 수만 있다면, 지금보다 발사 비용을 50% 이상을 아낄 수 있어요.”
“역시 미스터 킴은 제 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 계십니다. 안 그래도 그 이야기를 하러 한국까지 왔습니다.”
“자금이 부족하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원하는 만큼 투자를 하죠. 그리고 태우그룹이 보유한 기술이나 특허가 있으면 얼마든지 협업이 가능합니다.”
스페이스 X.
머스크가 만든 우주 탐사 기업.
지금도 회사의 가치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지만, 추진체 재사용이 성공하는 순간 가치는 지금보다 수십 배 이상 높아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내가 보유한 지분의 가치도 올라가게 되니 돈을 아낄 이유가 없었다.
“태우그룹 인공지능 팀과의 협업을 부탁하러 왔습니다. 궤도 수정과 설계 오류를 수정하는 데 적용해 보고 싶습니다.”
“그런 부탁이라면 당연히 들어드려야지요. 투자금도 넉넉하게 올려 드리죠.”
“사양 않고 받겠습니다. 추진체 재사용 시스템을 만들려니 여기저기 돈 들어갈 곳이 넘쳐나더군요.”
능청스럽게 웃으며 말하는 머스크였다.
스페이스 X의 성공과 더불어 전기차 판매량도 늘어나고 있기에 미소가 끊이지 않는 머스크였다.
“전기차 판매량도 많이 늘었다고 들었어요.”
“애플카와 시너지를 받아 예상보다 판매량이 더 증가했습니다. 그리고 GM 공장 덕분에 대량 생산도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공장을 신축하는 시간을 벌 수 있었습니다.”
머스크의 성공은 곧 나의 성공이었다.
그가 하는 모든 사업에 빨대를 꽂아 두었으니 가만히 있어도 단물만 쏙쏙 빼먹을 수 있었다.
“앞으로도 동반 성장해 나갑시다. 아직 전기차 시장의 파이는 많이 남아 있어요.”
“전기차 인프라가 계속 좋아지고 있으니 파이가 더 커진다고 확신합니다. 20년 안에는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전기차 시장의 파이가 더 커질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전기차의 이야기를 끝으로 머스크와의 인사를 끝냈고.
나는 다음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오희건 회장을 배웅하러 나갔던 할아버지가 데리고 온 손님이었고, 몇 년 뒤에 미국 대통령이 될 트럼프의 등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