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58)
독식하는 재벌 3세-358화(358/518)
358. 신사옥 (2)
트럼프의 등장에도 행사장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몇 년 뒤 대통령이 된 다음에야 국빈 대접을 받겠지만, 지금의 트럼프는 성공한 부동산 사업가에 불과했으니까.
“한국까지 찾아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내 친구가 초대를 했는데 와야 하지 않겠나? 그리고 나의 든든한 후원자가 회장으로 있는 곳인데 말이야.”
할아버지와 트럼프는 친구 이상의 관계였다.
부동산 사업이 흔들릴 때 그를 구해 준 사람이 할아버지였으니 은인이라고 보는 것이 맞았다.
“미국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아 많이 바쁘시겠습니다.”
“공화당 후보 지지 유세를 다니느라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고 있지. 그래서 오늘도 잠시 얼굴을 비추고 곧장 미국으로 가야 하네.”
미국 대선은 한 달 후인 11월에 치러진다.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였고, 공식으로 공화당 정치인이 된 트럼프에겐 매우 바쁜 시기였다.
그럼에도 한국까지 방문해 신사옥 완공을 축하하러 왔다는 건, 그만큼 할아버지와 태우그룹을 아낀다는 반증이었다.
“대선이 끝나면 미국에 방문하여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자네가 온다면 언제든지 환영이지. 그런데 잠시 따로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는가?”
트럼프가 소근거리며 말했고.
나는 행사장에 옆에 있는 조용한 회의실로 그를 안내했다.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미국 정치권에 자네에 대한 소문이 파다하더군. 자네가 선택한 사람은 무조건 당선이 된다고 말이야.”
“헛소문이라고 보셔도 됩니다. 많은 미국 정치인을 후원하고 있다 보니 그중에서 당선이 되는 사람이 있어 생긴 소문입니다.”
“자네가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를 후원하고 있는 건 잘 알고 있네. 그래도 비중을 더 두는 곳이 있을 것 아닌가.”
집요한 트럼프였다.
다른 사람이라면 모를까, 앞으로 미국 대통령이 될 사람이니 지금 점수를 따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대선은 오바마 대통령이 승리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아직 민주당 지지율이 더 높은 상황이기도 하고, 구도 자체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매우 유리합니다.”
“흠, 우리 후보가 진다는 말이군.”
심각한 표정을 짓는 트럼프.
자신이 속한 정당이 패배한다고 하니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이어지는 말을 듣는다면 표정이 단번에 바뀌게 될 것이다.
“트럼프 회장님에게는 나쁘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공화당이 패배를 하는데, 나쁘지 않다니?”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이 패배한다면, 다음 대선에는 후보를 교체할 수밖에 없게 되겠지요.”
“아마도 그렇게 되겠지. 그런데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아직은 자신이 대통령 후보가 될 거라 생각하지 않는 트럼프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인기가 불타오르기 전인 상황이었으니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는 일이었다.
“지금부터 다음 대선까지 열심히 활동하신다면, 다음 공화당 대선 후보로 트럼프 회장님이 되실 수 있습니다.”
“내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다는 말인가?”
“물론 그렇게 되려면 공화당 지지자들의 마음을 꽉 붙잡아야 합니다. 지금보다 조금 더 강성적인 발언을 하셔야 하고, 상대 정당을 더 강하게 공격해야 합니다.”
“그건 걱정 말게나. 내 입은 언제나 물어뜯을 준비가 되어 있으니.”
트럼프가 장난스레 물어뜯는 시늉을 했다.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심각한 표정을 짓던 사람이 지금은 장난을 친다?
다음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다는 말에 행복회로가 돌아가고 있다는 뜻이었다.
“특히나 이번 선거 유세가 중요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어떻게 유명해졌는지 잘 아시지요?”
“그도 선거 유세를 따라다니며 얼굴을 알렸지. 자네가 맞네. 오바마도 한 걸 내가 못 할 이유야 없지.”
“조만간 시대의 흐름이 트럼프 회장님을 원하게 될 겁니다.”
“시대가 나를 원하게 된다. 허허, 지금까지 들어 본 말 중에 가장 달콤한 말이군. 나는 자네만 믿고 이번 선거에서 영혼을 불태워 보겠네.”
트럼프의 기운이 바뀌었다.
스스로를 다음 대선 후보로 인지했는지 존재감을 뿜어내는 그였다.
“할아버지가 기다리시겠습니다.”
“시간을 너무 많이 뺏었군. 나는 이만 미국으로 돌아가 봐야겠네.”
“아직 비행기 시간이 남지 않으셨습니까?”
“자네 말을 들으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군. 비행기 시간을 앞당겨서라도 빨리 미국으로 돌아가야겠네.”
트럼프와 함께 회의실에서 나왔고.
그는 할아버지와 짧은 인사를 마치고 곧장 공항으로 이동했다.
트럼프에 이어 계속해서 손님이 몰려왔다.
세계 여러 기업의 대표가 직접 찾아온 경우도 있었고.
사우디의 경우엔 나와 친분이 깊은 빈 살만이 직접 찾아와 우리를 축하해 주기까지 했다.
* * *
신사옥 완공식 행사가 끝난 저녁.
나는 할아버지와 함께 저택으로 돌아왔고, 딱 한 명의 손님을 저택으로 초대했다.
아직은 사우디 왕가의 일원에 불가한 빈 살만이었다.
하지만 2~3년 안에 그의 입지는 크게 달라진다, 그렇기에 할아버지를 설득해 그를 저택으로 초대했다.
“여기가 형이 사는 집이에요? 생각보다 정말 검소하게 사시네요.”
“사우디의 왕궁에 비하면야 당연히 작긴 하지.”
“태우그룹이 한국 최고의 그룹이고, 세계에서도 순위권에 드는 기업이라 엄청 화려하게 사실 줄 알았어요.”
우리 저택을 보고 검소하다니.
서울에서 이만한 집에 살 수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았다.
하지만 사우디 왕가의 사람 눈에는 아주 조그마한 별장 정도로만 보이나 보다.
“신사옥을 크게 지었으면 된 거 아니겠어? 어차피 하루 대부분을 회사에서 보내는데 집은 잠만 자면 되는 거지.”
“그렇긴 하네요.”
“검소한 집이긴 하지만, 내가 우리 집에 초대한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
“정말요? 저도 이렇게 소박한 곳에서 지내보고 싶긴 했어요.”
말끝마다 검소, 소박이라는 단어가 따라붙었다.
확 뒤통수를 한 대 갈기고 싶었지만, 사우디 국왕이 될 사람이었기에 그러진 못했다.
“요즘은 뭐 하고 지내고 있어? 주지사님의 일을 도우며 보내는 거야?”
“아버지의 일도 돕고, 가끔 월가 쪽에서 투자도 진행하고 있어요.”
나는 빈 살만을 위해 여러 정보를 풀어 주었다.
월가에서도 알기 어려운 투자 정보나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의 정보까지 아낌없이 풀었다.
“이제 일 이야기는 그만하죠. 유럽 축구 구단은 좀 알아봤나요?”
“때를 기다리고 있지. 네가 축구 구단을 시작하면 같이 시작하려고.”
“제가 빨리 자리를 잡아야 구단주가 될 수 있을 텐데.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아요.”
“그렇게 많이는 안 걸릴 거야.”
“네? 그게 무슨 말인가요?”
말이 헛나왔다.
몇 년 후면, 왕세자가 될 거라는 말을 할 뻔했다.
“그냥 느낌이 그렇다는 거지. 이제 늦었으니 그만 자고, 내일 아침에 보자.”
“네! 형도 안녕히 주무세요.”
빈 살만을 내 방에 재우고는 거실로 내려왔다.
그런데 아직 할아버지는 주무시지 않고 창가를 바라보고 계셨다.
“벌써 베트남이 그리워져서 하늘만 보고 계신 겁니까?”
“하늘을 보긴, 네가 데리고 온 손님이 어찌나 귀한 분인지 밤새도록 경호원들이 자리를 지킬 것 같구나.”
할아버지의 손을 따라 창가를 바라봤다.
거기에는 수십 명이 넘는 경호원과 차량이 우리 저택을 둘러싸고 있었다.
빈 살만이 아직 왕세자의 위치에 오르진 않았지만, 사우디 왕가의 사람이었기에 극진한 보호를 받고 있었다.
“하루만 참아 주세요. 내일 아침 일찍 사우디로 돌아간다고 하네요.”
“오늘 완공식 참석자 명단을 보니 대통령 취임식보다 더 화려하더구나. 세계 유명 IT 기업, 금융사, 그리고 각국의 축하단까지. 허허, 네 덕분에 아주 화려한 완공식을 치를 수 있었구나.”
“어쩌다 보니 많은 사람과 인맥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아직도 멀었느냐? 지금까지 한 번도 묻지 않았지만, 네가 어디까지 가려는지 이제는 물어봐야겠구나. 태우그룹이 새롭게 시작하는 순간이니 말이다.”
지금까지 한 번도 내 목표를 할아버지에게 말씀드린 적이 없었다.
그저 태우그룹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나, 미래 먹거리에 관한 이야기를 했을 뿐이었다.
“태우그룹을 세계 1위 그룹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양적으로 세계 1위라면 지금도 가능하지 않겠느냐? 너처럼 용의주도한 놈이 모든 것을 오픈했을 리는 없고, 나조차도 모르는 사업이 꽤 있지 않느냐?”
역시 핏줄은 못 속인다.
할아버지는 나를 너무 잘 알고 있었고, 변명할 틈도 주지 않았다.
“태우그룹과 제가 개인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사업을 전부 합치면, 단번에 세계 10위 기업까지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허, 내 예상보다 훨씬 규모가 크구나. 그런데도 아직 부족하느냐?”
“많이 부족합니다. 태우그룹을 세계 1위 그룹으로 만든다고 한들 그게 영원하겠습니까?”
“네가 없어도 태우그룹이 영원히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은가 보구나.”
내게 남은 시간은 8년도 남지 않았다.
8년이 지나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나는 알 수가 없었다.
지금으로부터 8년 후에 나는 지금 과거로 회귀를 했으니까.
그러니 8년 안에 태우그룹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둬야 했다.
그 누구도 감히 넘볼 수 없는 그룹으로 만들어 둬야지만, 태우그룹의 이름이 영원할 수가 있었다.
“100년, 1,000년이 지나도 태우그룹이 남아 있길 바랄 뿐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단순히 세계 최고 그룹이 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무엇이 더 필요한 게냐.”
“정치로부터 자유롭고 싶고, 세계 경제 위기, 경쟁사, 자연재해로부터 자유롭고 싶습니다. 자유롭기 위해선 압도적인 힘이 필요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정부를 매우 싫어하신다.
군사 정권 시절 정부로부터 시달렸었고, 군사 정권이 끝나고 나서도 매번 정부에 끌려다녔다.
이는 힘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태우그룹은 한국 정부라고 할지라도 함부로 건드릴 수가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허허, 세계를 정복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들리는구나.”
“세계를 정복해서 뭘 하겠습니까? 저는 태우그룹을 경영할 수만 있다면 만족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태우그룹에 해가 되는 것들을 하나씩 지워 버리거나 우군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세계 경제를 네 마음대로 주무르겠다는 것과 뭐가 다른 게냐?”
“세계 경제를 누가 주무르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저는 그저 그 사람이 태우그룹의 편이기만 하면 됩니다.”
할아버지께서 내 어깨에 손을 올리셨다.
그간 고생한 손자를 위해 어깨를 토닥여 주는 할아버지였다.
“너무 무리하지는 말거라.”
“아직은 괜찮습니다.”
“무리를 하려거든, 후대를 보고 무리를 하란 말이다. 네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태우그룹을 누구에게 맡긴단 말이냐. 내가 이 나이에 새장가를 갈 순 없지 않느냐!”
농담과 진담이 섞인 할아버지의 말씀이었고.
덕분에 대화의 끝을 웃음으로 끝낼 수 있었다.
* * *
며칠 후.
천민정이 내 사무실을 찾아왔다.
“회장님, 직원 익명 사이트 ‘블라블라’와 관련된 보고입니다.”
“편하게 말하세요. 태우그룹의 부장 이하 직원이 전부 블라블라에 가입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어요.”
“블라블라를 만들다 보니 재택근무에 관한 이야기가 정말 많았어요. 그래서 온라인 회의가 가능한 기능을 만들었어요. 원격 회의는 물론이고, 인터넷 강의 및 수업, 일정 조율이 가능한 캘린더까지 만들어 봤어요.”
그저 익명성을 보장하는 직원 사이트를 만들라고만 했었다.
그런데 천민정은 한발 더 나아가 원격 회의 사이트를 만들어 버렸다.
회귀 전에도 원격 회의 사이트가 유행을 했었다.
그때 그 사이트의 시가 총액이 아마 100억 달러가 넘었었지?
혼자서 100억 달러의 가치에 달하는 사이트를 만들어 버린 천민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