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59)
독식하는 재벌 3세-359화(359/518)
359. 신사옥 (3)
천민정은 이미 원격 회의 시스템을 완벽하게 만들었다.
자신의 노트북을 꺼내 시연까지 해 보였고, 약간의 화질 문제를 제외하면 보완할 부분도 없었다.
“재택근무를 위해 이걸 만들었다는 거죠?”
“사실 정시 퇴근 하는 직원들을 위해 만들었어요. 6시만 되면 사무실 전기가 나가 버리니 어쩔 수 없이 퇴근을 해야 하고, 남은 일을 집에서 처리하면서 소통을 하려면 화상 회의 시스템이 필요했어요.”
천민정은 항상 이런 식이었다.
불편한 상황이 만들어지면, 어떻게든 답을 찾았다.
영어를 공부하라고 했더니 영어 번역 프로그램을 만들어 버렸고.
이번엔 정시 퇴근을 하라고 했더니 집에서 일할 수 있는 원격 회의 시스템을 만들어 버렸다.
“직원들이 좋아할까요? 퇴근하고 집에서도 일을 해야 하는 걸 좋아할 직원은 없죠.”
“정말요? 저는 직원들에게 꼭 필요한 시스템이라고 생각해서 만들었어요.”
“모든 직원이 천민정 씨처럼 일중독에 빠진 건 아니니까요.”
이대로 원격 회의 시스템이 풀리게 된다면.
천민정이 원하는 대로 직원들이 집에 가서도 일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내가 원하는 그림이 아니었기에 나는 한 가지 제약을 더 내걸어야 했다.
“퇴근 후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개인적인 연락을 하지 못하도록 막아야겠군요. 만약 연락할 일이 있으면 본사를 거쳐 연락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겠어요.”
“사적인 연락이 아니라 공적인 연락은 해도 되지 않나요?”
“퇴근해서도 공적인 연락을 받으면 그게 퇴근을 한 건가요? 출근과 퇴근의 경계가 확실해야 업무 능률도 더 오른다고 봅니다.”
외국의 많은 회사가 이런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었다.
물론 금융이나 IT 쪽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퇴근을 한 뒤에도 일 처리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긴 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까지 그럴 필요는 없었다.
세계 최고의 그룹이 되기 위해선 세계 최고에 걸맞은 기업 문화를 보유해야 했다.
“태우그룹이 예전부터 듣던 말이 뭔지 아세요?”
“재계 1위 그룹 아닌가요.”
“대기업 사관학교라는 말을 더 자주 듣죠. 태우그룹 출신이면, 어딜 가도 일을 잘한다고 붙은 말이죠. 그만큼 태우그룹의 업무 강도가 다른 기업보다 높다는 의미고요.”
태우그룹 출신은 이직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다.
다른 대기업에서 서로 모셔 가려고 경쟁하니까.
이젠 그런 구시대적인 이미지를 탈피해야 할 때였다.
“업무 강도가 높은 만큼 성과도 잘 나오기 마련 아닐까요?”
“잠시 여기로 와 보시겠어요.”
나는 창문으로 걸어가 천민정을 불렀다.
그녀는 내 옆에 서서 창가를 내려다보았다.
“어때요? 신사옥 꼭대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기분이?”
“사람의 모습이 개미처럼 보여요. 그리고 땅보다 하늘이 더 가까운 기분이고요.”
“구사옥 때랑은 많이 달라진 게 느껴지시나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달라졌어요.”
“건물만 바뀌어서는 안 됩니다. 기업 문화, 이미지, 모든 것이 바뀌어야만 태우그룹은 계속해서 성장해 나갈 수 있어요.”
천민정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나 이런 말로는 일중독 중증 상태인 천민정을 설득하기란 어려웠다.
그래도 내 뜻이 무엇인지는 이해했을 천민정이었고, 납득하지 못하더라도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움직일 사람이었다.
“원격 회의 시스템에 기능 몇 개를 추가하겠습니다. 퇴근 후 원격 회의 시스템을 사용할 경우 본사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기능을 추가하고, 야근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겠습니다.”
“그 정도만 추가되어도 직원들이 원격 회의 시스템을 반길 겁니다. 진정한 의미의 재택근무가 가능해질 테니까요.”
“이번 달부터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직원들에게 원격 회의 시스템을 사용하도록 할까 합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세요. 그리고 수정할 부분을 전부 보완하고 나면, 태우그룹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도 사용할 수 있도록 시장에 오픈하세요.”
원격 회의 시스템을 빠르게 선점해야 했다.
물론 이미 원격 회의 시스템 혹은 화상 채팅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사이트가 여럿 있었다.
하지만 아직 자리를 잡기 전이었고.
태우그룹의 뛰어난 영상, 음향 능력을 기반으로 원격 회의 시스템을 만든다면 시장을 독식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원격 회의 시스템을 정식 런칭하려면 지금보다 화질, 음향, 그리고 기능까지 더 보완해야 합니다.”
“천민정 씨는 뼈대만 만들도록 하세요. 영상이나 화질 업데이트는 전문가들에게 맡기면 됩니다. 그리고 익명 직장인 소통 사이트인 ‘블라블라’도 정식 런칭을 준비하세요. 태우그룹만 사용하기엔 너무 아까운 시스템이군요.”
“그럼 지금 바로 사무실로 내려가 수정 작업에 들어가겠습니다!”
미완성인 작품을 세상에 내놓기 부끄러운 화가의 모습이 저러할까?
천민정은 자신이 만든 작품인 블라블라와 원격 회의 시스템을 보완하기 위해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사무실로 뛰어 내려갔다.
* * *
퇴근 후.
나는 강 대위의 사무실을 들렀다.
“퇴근이 늦으셨습니다.”
“신사옥이 다 좋은데 너무 높아서 탈이네요. 100층 높이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야 퇴근을 할 수 있으니 시간 낭비가 심해요.”
신사옥에는 초고속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었다.
100층까지 50초면 도착할 수 있는 최신식 엘리베이터긴 하지만, 그래도 체감상 많은 시간이 낭비되는 기분이 들곤 했다.
“뭐든 장단점이 있기 마련 아니겠습니까?”
“사무실을 저층으로 옮길까도 생각했지만, 그러면 직원들이 불편해할 것 같아 어쩔 수 없네요. 그런데 대선 관련 프로젝트를 이제 본격적으로 가동해야겠어요.”
“이미 올해 초부터 여론몰이를 위해 SNS와 포털 사이트를 중심으로 최재석 도지사 띄우기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대선까지 남은 시간은 두 달.
너무 빨리 강하게 푸시를 하면 역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었기에 잔잔한 바람 정도로만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본격적인 여론 조사가 시작되겠군요.”
“이번에 나온 여론조사의 결과를 보면 매우 박빙입니다.”
아직 언론에도 공개되지 않은 여론 조사 결과를 알아낸 강 대위였고.
국민경제당 후보 34% 여당 후보 32% 야당 후보 19% 무소속 후보 12%였다.
“최재석 도지사가 근소한 차이로 1위를 달리고 있긴 하군요.”
“고작 2%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야당 후보와 무소속 후보의 단일화가 논의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단숨에 범야권 후보가 31%가량의 지지율을 얻게 됩니다.”
1+1=2
유치원생도 하는 아주 간단한 산수지만, 정치판에서는 통하지 않는 공식이었다.
“단일화가 성사된다고 해도 큰 지장은 없을 겁니다. 사퇴한 후보의 표를 온전히 범야권 후보가 흡수하지는 못할 겁니다. 일부라도 최재석 도지사가 흡수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최소한 지금의 격차는 유지할 수 있게 되죠.”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언론에서는 범야권 후보의 단일화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실상은 여당의 후보가 문제입니다. 60대 이상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지금의 여당 후보는 엄청난 존재감을 보유한 인물이었다.
지난 대선은 사실 여당 경선이 본 경기란 말이 나올 정도였고, 지금의 대통령에게 근소한 차이로 패배한 후보였다.
그리고 정치적 후광도 보유한 인물이었다.
그렇기에 콘크리트보다 더 단단한 노년층 지지를 받고 있었다.
“지금 상황에서 여당 후보를 공격하면, 오히려 지지층이 더 결집할 수가 있어요.”
“동정심을 유발할 수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러니 이번엔 반대 전략을 사용해 보도록 하죠.”
“반대 전략이라고 하면, 공격을 하지 않는 전략입니까?”
회귀 전.
18대 대통령 선거의 기점은 방송 토론이었다.
거기서 진보 계열 정당의 한 후보자가 한 말은 예능에서 사용될 정도로 유행을 탔었다.
‘떨어트리려고 나왔습니다!’
말 그대로 여당 후보를 떨어트리기 위해 무차별 공격을 가한 진보 정당이었다.
하지만 그 전략은 실패했고, 오히려 지지층 결집의 효과만 일으켰다.
그러니 이번엔 그런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지만, 최재석 도지사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다.
“공격을 하지 않는 선에서 그치지 말고, 오히려 부흥회를 열어 주세요.”
“SNS와 포털 사이트를 이용해 칭찬하는 기사를 내보내라는 말씀이시군요.”
“그냥 칭찬하는 정도로는 부족해요. 누가 봐도 과할 정도로 칭찬을 하도록 하세요.”
칭찬을 싫어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리고 칭찬은 지켜보는 사람에게도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
그러니 정치인들은 긍정 기사 한 줄을 내기 위해 하기 싫은 봉사활동을 하곤 했다.
“과할 정도로 칭찬 기사를 내보내면 여당 후보를 도와주는 일이 되지 않겠습니까?”
“정치인과 연예인이 비슷하다는 말을 알고 계시죠?”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직업이니 비슷한 경향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극성 팬클럽에서는 공격하고 싶은 대상이 있으면 악성 댓글을 다는 것이 아니라 과하게 칭찬하는 댓글을 단다고 하더군요. 그러면 그 댓글을 보는 사람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되죠. ‘그 정도는 아닌데.’ 정치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상스럽게 말하면 ‘억빠’ 전략.
일종의 올려치기 전략으로 상대방의 능력을 과하게 치켜세워 반발심을 일으키게 하는 전략이었다.
“회장님의 말씀대로 정말 과하게 올려치는 기사를 내보내야 그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SNS에 도배를 하고, 필요하다면 언론사의 도움까지 받아 올려치기를 하세요.”
“그런데 우리가 그렇게 움직이면 범야권에서 여당 후보를 매몰차게 공격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우리야 더 좋죠.”
여당과 범야권 후보가 싸울수록 우리에겐 이득이었다.
치열하게 싸우는 과정에서 지지자가 떨어져 나오기 마련이었고, 반대편 정당보다 중립 정당인 국민경제당으로 모이게 되니까.
“아! 이제야 이해했습니다. 올려치기 전략을 통해 여당의 후보에 대한 반발심을 키우고, 범야권과 여당이 서로 싸우도록 유도를 하는 것이군요.”
“맞아요. 여당과 범야권이 치열하게 싸울 때, 국민경제당은 경제 회복을 외치며 지지를 얻어 내는 거죠.”
이번 대선은 복잡하게 꼬인 실타래와 같았다.
괜히 한쪽을 강하게 당기면 더욱 꼬이게 되어 있었고.
차근차근 실타래를 풀어내야 원하는 결과를 얻어 낼 수 있었다.
* * *
며칠 후.
다이먼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다이먼은 나에게 전화를 걸어왔고, 일종의 정기 보고와도 같은 연락이었다.
[투게더 워크의 반응이 상당히 뜨겁습니다. 실리콘 밸리 쪽에서도 각광을 받고 있고, 임대료가 비싼 지역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금융업계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겠군요.”
[월가에는 투게더 워크에 투자를 하려고 안달이 난 투자자가 상당하다고 합니다.]황금알을 낳는 거위.
월가의 눈으로 보자면, 투게더 워크는 그리 보일 터였다.
하지만 거위가 낳는 것은 황금알이 아니라 썩은 달걀이라는 것을 모르기에 나오는 반응이었다.
“아직은 조금 더 약을 올리도록 하세요. 그래야 대어가 잡히지 않겠어요?”
[그래서 월가의 투자를 전부 거절하도록 조언을 했습니다. 투게더 워크의 대표로 있는 베릴이라는 사람이 꽤 쓸 만해 보입니다. 충성도도 높고 자신이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농장 상속인 베릴.
하지만 그는 월가의 물을 먹은 사람이었기에 말귀를 잘 알아들었다.
“방향만 제대로 제시해 주면, 사고 칠 일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미국 연준에서 양적완화를 점점 축소할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테이퍼링을 시작할 때가 되긴 했죠.”
[테이퍼링이란 용어도 있었습니까?]아직 나오지 않은 단어였던가?
양적완화를 서서히 줄여 나가는 행위를 테이퍼링이라고 불렀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테이퍼링이라는 경제 용어가 만들어진 연도가 내년이었다.
양적완화 축소.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또 한 번 흔들리게 될 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