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60)
독식하는 재벌 3세-360화(360/518)
360. 신사옥 (4)
금융 허브 타워에도 계급이 존재했다.
가장 높은 지상 70층의 경우엔 대회의실로 사용되었고.
실질적으로 69층이 최고 계급이 사용할 수 있는 층수였다.
태우증권이 당연히 69층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태우증권은 상가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20층을 사용하고 있었다.
주인 된 입장에서 괜히 높은 층을 사용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지금 69층을 사용하고 있는 회사는 월가의 퀀텀펀드였다.
“어떻게, 서울 도심을 한눈에 내려다보는 기분은 어떠십니까?”
“주변 경관이 무슨 소용이겠나? 수익률만 높일 수 있다면 가정집 차고에서 일을 해도 상관없는 사람들이 월가 놈들 아니겠는가? 나도 마찬가지고.”
금융 허브 타워 69층.
나는 퀀텀펀드를 방문해 조지 대표와 티타임을 가졌다.
월가에서도 크게 성공한 조지 대표였지만, 언제든지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캡슐커피머신에서 뽑아낸 맹물 같은 커피였다.
“좋은 뷰를 보면서 높은 수익률까지 낼 수 있으면 더 좋지 않겠습니까?”
“오호! 드디어 비밀 프로젝트를 시행할 때가 되었나 보군.”
“비밀 프로젝트라고 할 정도의 거창한 일은 아닙니다. 연습 게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래도 확실한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마시던 커피를 내려놓는 조지 대표.
그는 모든 창의 블라인드를 치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이야기해 보게나. 확실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미국 연준에서 계속해서 양적완화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지난달에 3차 양적완화인 QE3를 시행했네. 채권을 아무리 많이 사들인다고 해서 침체된 경기가 살아날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일세.”
리먼 사태 이후 미국 경제는 좋지 않았다.
그렇기에 미국 연준은 다양한 방식으로 양적완화를 시행했고.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부동산 시장 방어를 목표로 한 QE1부터 정부의 지출에 허리띠를 채우는 QE2까지 시행했다.
그리고 마지막이 미국 국채 매입을 하는 QE3였다.
다들 QE3가 미국이 시행하는 마지막 양적완화가 될지 아니면, QE4, QE5까지 나오게 될지 주목하고 있는 시점이었다.
“이대로 무한정 양적완화를 시행하긴 어려울 겁니다. 아무리 달러 패권을 꽉 쥐고 있는 미국 정부라고 하더라도 부담이 될 겁니다.”
“그러면 미국 정부에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는 건가?”
“지금 당장은 아닙니다. 8월에 연준 의장이 제로 금리 정책을 2013년 연말까지 유지하겠다고 발표했으니 지금 시점에서 번복하긴 어렵겠지요.”
미국 연준 의장을 괜히 세계 경제 대통령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말 한마디에 미국 경제는 물론이고, 세계 경제가 요동치기에 그의 말에는 무게감이 있어야만 했다.
불과 두 달 전에 했던 말을 뒤엎어 버린다면.
신뢰도가 떨어지기 마련이었기에 최소한 올해까지는 제로 금지 정책을 유지해야만 했다.
“그럼 시기가 언제쯤 되겠는가?”
“내년 중순이 되면 연준에서도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자네 혼자만의 예상인가? 아니면 백악관과의 소통을 통해 얻은 예상인가?”
조지 대표는 내가 백악관과 친분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이었고, 내 대답 여하에 따라 그의 움직임이 달라질 수 있었다.
“여러 정보를 취합하고 분석해서 얻은 답입니다. 태우그룹의 자체적인 시스템, 월가, 그리고 백악관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얻어 낸 정보이니 믿으셔도 좋습니다.”
“시나리오를 자세히 한번 들어 봐도 될까? 어떤 식으로 이번 작전을 진행할 건가?”
“3차 양적완화로 인해 지금 주식 시장, 부동산 시장 할 것 없이 돈이 몰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양적완화를 축소한다고 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주식 시장이 급락하고 채권 금리가 급등하겠군.”
일종의 공식이었다.
금리가 낮으면 돈이 풀리기 마련이고.
반대로 금리가 높아질수록 돈은 빠져나간다.
“금리의 영향을 많이 받는 주식에 공매도를 하고, 채권을 미리 사들이면 재미를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나쁘지 않긴 한데, 너무 약하지 않나? 지금까지 자네가 제안했던 작전 중에 가장 수익률이 낮은 작전 같군.”
“그래서 제가 연습 게임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작전은 여기서 끝이 아니긴 합니다.”
“그럼 그렇지! 아무리 연습 게임이라고 해도 자네가 이 정도 규모의 일을 할 사람이 아니지.”
지금까지 퀀텀펀드와 여러 작전을 같이 진행했다.
하나같이 국가를 뒤흔들 정도의 작전이었기에 성에 차지 않는 조지 대표였다.
“내년 중순에 미국 연준이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을 보인다고 했지, 실제로 양적완화 축소를 진행할 것이라고는 하진 않았습니다.”
“······연준에서 양적완화 축소를 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월가를 비롯한 금융계 전체가 양적완화 축소를 예상하겠지만, 연준이 양적완화를 내년 연말까지 유지할 것으로 태우그룹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연준은 안정성을 추구하는 조직이었다.
단순히 양적완화 축소 의사를 내비치는 것만으로도 주식 시장이 급락하고, 채권이 급등한다면?
양적완화 축소 시기를 뒤로 늦추게 되어 있었다.
“양적완화를 할 것처럼 하고서는 하지 않는다는 말이군.”
“그러다가 내년 연말에 양적완화 축소를 해 버리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1년 사이에 최소 3번은 시장이 출렁거리겠군.”
“3번 이상 우리가 수익을 낼 수 있는 타이밍이 생긴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래야 자네답지. 이 정도 규모라면, 쏠쏠하게 재미를 볼 수 있겠어.”
“아무리 연습 게임이라고 해도 몸을 풀 정도는 되어야 본 게임을 제대로 뛸 수 있지 않겠습니까?”
양적완화 축소를 연습 게임이라고 한 이유가 있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을 시작으로 도미노처럼 여러 사건들이 터지게 된다.
그때는 더욱 기민하게 움직여야 했고, 한순간에 거액을 벌어들이거나 반대로 크게 잃을 수도 있었다.
“이번 연습 게임은 우리끼리 진행하는 건가? 아니면 먹이를 기다리는 아기새들과 같이 움직일 건가?”
“시험을 통과한 회사들과 같이 진행하고자 합니다.”
시험은 크림 사태를 뜻했다.
금융 허브 타워에 입주한 모든 기업에게 크림 사태 관련 정보를 풀었고.
나는 정보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조심해 달라는 말을 덧붙였었다.
“이런 작전을 할 때는 내부의 적이 가장 위험한 법이지. 정보 관리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놈들은 작전에 끼어들 자격이 없는 것이지.”
“월가에 심어 둔 정보원을 통해 어느 금융사가 정보를 외부로 유출시키는지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믿을 놈이 있던가? 돈이라면 뭐든지 팔고 보는 놈들이라 정보도 다 내다 팔았을 것 같군.”
“조지 대표님의 말대로 대부분의 기업이 의도적이든 실수로든 정보를 유출시켰습니다. 그래도 10곳 정도는 보안에 꽤 신경을 쓰고 있었습니다.”
고작 10곳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월가, 유럽, 일본 등. 엄청난 숫자의 금융사가 금융 타워에 입주했다.
그중에서 10곳이니 적은 숫자임은 분명했지만, 내 예상보다는 많은 숫자였다.
“정보를 팔아 치운 놈들은 배가 아프겠어. 이번 작전을 통해 꽤 쏠쏠하게 재미를 볼 테니 말이야.”
“한번 당해 봐야 금융 타워에서 나온 정보를 소중히 여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겠습니까? 이번 작전을 통해 우리와 함께한 10곳의 금융사가 높은 수익을 올리는 모습을 봐야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습니다.”
“아가리를 함부로 떠든 비용이 얼만지 알게 되었으니 이젠 입단속을 확실히 하긴 하겠군.”
지금 미국은 대선에 모든 신경이 가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우리가 움직인다고 한들 관심을 가질 사람이 없기에 적극적으로 행동할 수가 있었다.
“조지 대표님이 중심을 잡아 주세요.”
“월가의 놈들은 자신들의 이득만 생각하는 놈들이라 돌발 행동을 하기 마련이지. 언제 움직이고 언제 빠질지 내가 신호를 주도록 하지. 그리고 이번에 돌발 행동을 하는 금융사는 다음 작전에서 배제한다고 단단히 경고를 주겠네.”
“한 번 수익률 맛을 보면, 알아서 몸을 사릴 겁니다. 그러니 이번 연습 경기로 재미를 많이 봐야 합니다.”
금융사는 결국 돈을 위한 조직이었다.
돈만 벌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곳이었고.
우리 말만 잘 들으면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고 깨닫기만 한다면, 욕심 그득한 하이에나들을 충성스러운 사냥개로 만들 수 있었다.
물론 사냥개인 척하는 하이에나겠지만.
겉모습을 아무리 바꾼다고 한들 결국엔 하이에나였기에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만 했다.
* * *
2012년 11월 6일.
미국 대선이 실시되었다.
워낙 땅이 넓고 사람도 많이 사는 미국이라 다음 날 오후가 되어서야 당선자의 윤곽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나는 11월 7일 저녁에 맥주를 들고 강 대위의 사무실을 찾았고.
한 사장과 강 대위는 이미 맥주와 안주를 먹으며 개표 결과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윤곽이 어느 정도 나오지 않았나요?”
“다행히도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이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제가 그렇게 된다고 했잖아요. 왜 걱정을 하고 있어요.”
“불과 한 달 전의 여론 조사만 해도 공화당 후보가 앞서는 결과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게다가 태풍이 미국 동부 지역을 강타하기도 했습니다.”
줄곧 오바마 대통령이 여론 조사에서 앞서갔었다.
하지만 대선 한 달 전인 10월부터 공화당 후보의 지지율이 급상승하기 시작했고.
20일이 넘는 기간 동안 오바마 대통령이 2위로 밀려나기도 했었다.
“태풍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현직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기 마련이죠.”
“오바마 대통령이 대처를 잘한 덕분에 떨어진 지지율을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조금만 실수를 했더라면, 결과가 뒤집혔을 수도 있습니다.”
자연재해를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자연재해의 대처는 정부의 몫이었고, 오바마 대통령은 국민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대처를 보여 주었다.
“공화당 후보가 말실수를 한 것도 영향이 있죠.”
“재난 예방과 대책에 과한 돈을 사용하고 있다는 망언을 한 다음 태풍이 강타해서 몰매를 맞았습니다. 그 말만 안 했어도 지금보다 더 격차가 좁혀졌을 겁니다.”
“그래서 대통령은 하늘이 만든다는 말이 나왔겠죠.”
자연재해로 인해 오바마 대통령은 이득을 보았고.
반대로 공화당 후보는 손해를 보았으니 이번 선거는 하늘이 결정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미국 대통령 선거도 끝났으니 이제 한 사장이 바빠지겠군요.”
“미국 연준을 24시간 감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금융 타워 금융사들과 함께 채권 매입과 공매도를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습니다.”
미국 연준도 대선 기간에는 큰 움직임을 보일 수가 없었다.
그러니 대선이 끝나고 반년 정도는 지나야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을 보일 터였다.
그러니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한다면 시기를 정확히 맞출 수가 있었다.
“한 사장은 그렇게 움직이면 되겠고, 강 대위는 어떻게 되어 가고 있나요?”
“한국 대선 준비도 착실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려치기 전략으로 인해 여당과 범야권 후보가 치열하게 싸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지율 격차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3명의 후보가 1%도 되지 않는 격차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습니다.”
미국 대선이 끝나고 바로 다음 달.
한국에서도 대선이 진행되기에 쉴 틈이 없었다.
그나마 미국 대선이 내 예상대로 흘러갔기에 한시름 놓기는 했지만, 한국 대선은 미국 대선과 달리 복잡한 역학관계가 엮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