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61)
독식하는 재벌 3세-361화(361/518)
361. 전진 혹은 후퇴 (1)
대선까지 한 달도 남지 않은 시기.
대선 후보에게 지금 시기의 하루는 평상시의 1년만큼이나 중요했고.
한 명이라도 많은 유권자의 지지를 얻어 내기 위해 초 단위로 일정을 짜고 수행했다.
최재석 도지사도 바쁘긴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새벽 시간에 만남을 요청했고, 그마저도 차량 안에서 잠시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분을 뵙자고 해서 죄송합니다.”
“김 회장님의 연락이라면 저승사자가 찾아와도 제쳐두고 나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말 그대로 미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최재석 도지사였다.
방송 토론, 인터뷰, 선거 유세까지.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일정이었기에 얼굴에서 피곤이 느껴졌지만, 몸 전체로 놓고 보면 예전보다 더 생기가 돌았다.
선거 유세 뽕이라고 해야 할까?
많은 지지자의 응원을 받으면, 마치 기운을 나눠 받는 것처럼 활기가 도는 정치인들이었다.
“이번 선거는 정말 박빙이 될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가 분석하더군요. 태우그룹 차원에서 조사해 본 결과도 그렇습니다. 1% 이내의 차이로 당선이 결정되는 선거입니다.”
“여당의 후보가 굳건하고, 범야권 후보의 단일화 이슈까지 더해져서 한 치 앞도 모르는 선거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니 더욱 열심히 뛰어다녀야 하지 않겠습니까?”
3명의 후보가 30%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
박스 사이로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튀어나온 사람이 승자가 되는 선거 구도.
그 말은 곧 약간의 변수만 발생해도 이번 선거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었고,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치고 불확실성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 시점에서 제가 후보님에게 드릴 수 있는 두 가지 카드가 있습니다. 두 가지 카드 전부 후보님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일단 들어 보시겠습니까?”
“회장님이 비단 주머니를 내려 주신다니 조자룡의 마음으로 열어 보겠습니다.”
금낭의 계책.
조자룡은 제갈공명이 준 비단 주머니에 든 계책 덕분에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제갈공명이 아니었고, 최재석 후보도 조자룡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에게 있어 정말 잔인할 수도 있는 계책이 비단 주머니 안에 들어 있었다.
“먼저 첫 번째 카드는 합법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여론전의 강도를 보다 높이는 방법입니다. 여당과 범야권 후보의 비방에 가까운 게시글을 도배하면 그들의 지지율을 낮출 수 있습니다.”
“······합법적인 일은 아니겠군요.”
“합법적인 일은 아니지만, 그 누구에게도 걸리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시대가 지나고 정권이 여러 번 바뀐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꾸민 일이란 걸 알 도리가 없습니다.”
“흠흠, 아무리 제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하더라도 그런 짓은 하지 못하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한 정당을 이끄는 사람이라면 이런 제안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그러지를 못하겠습니다.”
이런 반응을 보일 줄 알았다.
내가 다른 정치인이 아닌 최재석과 손을 잡은 이유기도 했고.
답답함을 느낄 때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이런 성격이기에 나는 그를 믿을 수 있었다.
“후보님이 원하시지 않는다면, 지금처럼 합법적인 언론전만을 펼치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겨우 상대 후보들과 비슷한 지지율만 얻을 수 있습니다.”
“한 걸음씩 열심히 걷다 보면 0.1%의 지지율이라도 더 올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상대 후보들도 열심히 걷고 있습니다. 삼파전 양상이기에 더더욱 이번 선거는 지지율을 올리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후보님에게 불리한 양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평생을 정치권에서 보낸 최재석 후보였다.
내가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지 단번에 알아들었다.
“대한민국의 선거 판세는 결국 거대 양당으로 향하기 마련이긴 하지요. 국민경제당이 제1야당의 자리에 오르긴 했지만, 국민의 마음에는 아직 국민경제당이 거대 양당의 한 축으로 완전히 인정을 받지는 못했지요.”
“시간이 지나면 중도층이 여당 혹은 야당으로 쏠리게 될 겁니다. 30%의 박스권이 유일하게 깨질 가능성이 있는 곳이 국민경제당입니다.”
나는 아픈 부분을 사정없이 후벼 팠다.
최소 2~3% 앞서 나간다고 한다면, 지금의 말이 아프지 않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1% 이내의 초박빙인 상황이었고, 여론 조사 결과에서도 1위를 할 때도 있지만 가끔 2위를 차지하고 있었기에 상처가 되는 말이었다.
“그래서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하자는 말씀이십니까? 그 말씀이라면 다시 한번 거절하겠습니다.”
“불법적인 방법은 후보님이 원하시지 않으니 더는 권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30% 확률의 지금 선거와 70% 이상의 확률의 다음 선거 중 어느 선거를 택하시겠습니까?”
달변가로 유명한 최재석 후보였다.
방송 토론에서는 어떤 민감한 질문도 쉽게 대답을 했고, 오히려 역공까지 가하는 능수능란함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런데 내 질문에는 한참이나 입을 열지 못했다.
“지금, 선거를 포기하자는 말씀이십니까? 아직 제가 지지율 1위가 나오는 여론 조사가 과반이 넘습니다.”
“그래서 지금이 적기입니다. 지금 후보 사퇴를 하시면 가장 비싼 값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정치인이지 장사꾼이 아닙니다. 몸값을 받을 생각으로 이번 선거에 나선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최재석 후보가 나에게 화를 내었다.
나에게 화를 낸 적이 오늘이 처음인가?
그동안은 내가 무슨 말을 하든 최대한 받아들이려고 했던 그였다.
하지만 후보 사퇴를 종용하는 말에는 화를 낼 수밖에 없었다.
“몸값의 대가가 대한민국의 미래라면 어떻습니까? 그래도 몸값을 받지 않으시겠습니까?”
“무슨 뜻인지 자세히 말씀해 주십시오.”
“여당과 범야권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정치권뿐만 아니라 지지자들까지 분열이 되어 있지요. 게다가 국민경제당까지 합세해 삼파전으로 분열을 해 버렸습니다.”
“그 점은 저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과정에서 건강한 민주주의가 탄생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여러 의견을 내는 것이 민주주의였다.
한 가지 의견만 있다면, 그건 공산주의 혹은 사회주의일 것이다.
“건강한 의견 다툼이라면 저도 동의하겠지만, 지금은 너무 과열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점점 더 심해지겠지요.”
“제가 사퇴한다고 그런 분열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분열을 막고 대통합을 명분 삼아 후보 사퇴를 한다면, 국민의 마음속에 큰 울림을 울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나는 장사꾼이다.
정치적 이념이나 건강한 민주주의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정치권이 국민을 분열시킨다고 해서 나와는 큰 상관이 없기도 했다.
그저 최재석 후보의 다음 단계를 위한 작전에 불과했고.
대통합을 명분 삼아 후보 사퇴를 한다면, 다음 선거에서는 압도적인 격차로 승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기에 이런 말을 꺼냈다.
“아무리 큰 종이 울린다고 하더라도 파동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그치기 마련입니다. 다음 대선까지 울림이 남아 있겠습니까?”
“귀로 듣는 울림이야 끝나겠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울리는 울림은 남아 있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후보 사퇴를 통해 또 한 가지의 이득을 취할 수 있습니다.”
“무슨 이득입니까?”
“5년짜리 대통령에 만족하시겠습니까? 미국처럼 우리도 8년은 청와대에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통령 중임제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대통령 중임제.
미국처럼 재선이 가능한 구조로 선거 개혁을 하자는 뜻이었다.
내가 후보 사퇴 이야기를 꺼낸 근본적인 원인이기도 했다.
현재 국민경제당은 최재석 후보가 전부였다.
만약 이번에 당선이 된다고 한들, 5년 뒤에 내세울 후보가 마땅치 않았다.
내가 지금까지 국민경제당에 들인 공이 얼만데 고작 5년은 셈이 맞지 않았다.
“재선이 가능하도록 대통령 임기를 바꿔야 대한민국 정치 판도를 제대로 바꿀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기 위해선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대선은 흐름 싸움입니다. 어렵사리 찾아온 이번 흐름을 버리는 순간, 다음을 기약하기가 어렵게 됩니다.”
“그래서 내년 상반기에 시행되는 재보궐 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을 하시면 흐름을 이어 나갈 수 있습니다.”
총선이 끝나면 항상 선거법 위반 사례가 일어나곤 했고, 이번 총선 또한 마찬가지였다.
서울의 노원구 국회의원이 공석이 된 상황이었다.
“대선을 버리고 노원구 재보궐 선거에 출마하란 말씀이시군요. 허허, 대통령 선거에서 국회의원 선거라.”
“유배를 떠나라는 말과도 같다는 건,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노원구는 전통적으로 범야권 후보가 강세를 보이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특히나 야당에서는 이번 단일화를 하는 조건으로 노원구를 범야권 후보 한 명에게 밀어주기로 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범야권은 두 명의 후보가 단일화를 하였다.
그 과정에서 보상안으로 노원구 국회의원 자리를 약속했다.
그런데 최재석 후보까지 노원구에 출마를 하게 되어 버린다면 판도가 완전히 바뀌어 버린다.
“아직 공식적으로 나온 말은 없습니다. 그러니 하루빨리 결단을 내려야 노원구에서라도 당선이 될 수 있습니다. 후보님이 노원구 출마를 발표한다면, 범야권에서는 노원구를 포기하고 영도로 지역구를 옮기게 될 겁니다.”
“하긴 범야권 후보 두 명 모두 부산 지역에 연고가 있는 분들이지요.”
“노원구가 야당의 텃밭이라 노원구를 보상으로 준 것 아니겠습니까? 후보님이 출마를 하게 된다면, 더는 보상안이 되지 못하니 영도로 눈길을 옮기게 될 겁니다.”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해야 하는 지역구는 3곳.
서울 노원구, 부산 영도구, 그리고 충청남도 부여군이었다.
충청남도 부여군의 경우 여당의 텃밭이었다.
70%가 넘는 주민이 여당을 지지하고 있기에 아무리 대선 후보급이라고 해도 당선은 어려웠다.
물론 부산 영도의 경우도 여당 우세 지역인 건 마찬가지였고.
여당에서 이름 높은 중진이 출마한다는 소문이 파다한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재석 후보의 이름값에 비할 수는 없었고, 범야권 후보는 당연히 노원구보다 영도를 선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비단 주머니가 아니라 고민 주머니를 주셨군요. 어떤 결정을 하든 쉽지 않습니다.”
“물론 계속해서 대선에 집중하시는 선택을 하신다고 하더라도 저는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최재석 후보님이 8년 동안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잔인한 다지선다였다.
어떤 보기를 선택하더라도 최재석 후보의 정치 인생은 고난의 길을 걸어야만 했다.
대선을 지속한다 하더라도 당선될 가능성은 33%였고, 후보 사퇴를 한다고 하더라도 순탄한 길은 아니었다.
“잠시 시간을 주십시오. 국민경제당의 참모진과 깊은 상의를 하고 결정하겠습니다.”
“정답이 없는 문제입니다. 어느 답을 선택하는 것이 국민경제당과 대한민국의 미래에 도움이 될지만 고민해 주십시오.”
나는 이미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 어렴풋이 예상이 갔다.
선거 유세를 통해 온몸 가득했던 생기가 서서히 빠져나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는 며칠이 지나지 않아 해답을 찾아내었다.
그리고 자신이 선택한 해답을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후보자 토론에서 당당히 선언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