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62)
독식하는 재벌 3세-362화(362/518)
362. 전진 혹은 후퇴 (2)
대통령 선거 후보자 토론회.
30%씩의 지지율을 보유한 3명의 대선 후보가 모인 토론회였기에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대선 토론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선거였던 1997년 선거 이후 50%가 넘는 시청률을 또 한 번 기록하게 되는 토론회일 정도였다.
한참이나 토론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
최재석 후보의 차례가 되었고, 그가 질문자가 되어 두 명의 후보에게 질문을 하는 순간이었다.
“두 후보님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극단으로 분열되고 있습니다. 상대 정당의 지지자들을 적으로 생각하고 싸우고 있는 것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한민국의 정치 구도가 지금처럼 지속된다면, 분열은 가속화될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대통령이 되면, 분열을 막고 대화합이 가능하도록 내각을 꾸리겠습니다!”
야당의 후보가 먼저 대답을 했고.
여당의 후보는 잠시 뜸을 들인 다음 대답을 이어 나갔다.
“저는 이미 경제 민주화를 통해 보수와 진보의 대화합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분열을 막을 수 있는 대통령 후보는 제가 유일합니다.”
“두 분 모두 대한민국의 분열을 우려하고 있다고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두 후보님에게 한 가지 제안을 드리고자 합니다.”
갑작스런 제안.
최재석 후보의 말에 두 후보가 동시에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그 순간, 최재석 후보는 강한 어조로 말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저는 대한민국의 분열을 막을 수만 있다면, 대통령 후보 사퇴를 할 결심까지 하였습니다. 두 후보님께서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대통령 후보를 사퇴하겠습니다!”
최재석 후보의 충격 발언.
두 후보가 눈에 띄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고.
후보들뿐만 아니라 방송국 PD는 엄청난 돌발 상황에 식은땀을 흘리며 방송을 진행했다.
시청률은 무조건 대박을 친다.
하지만 여기서 자신이 조금이라도 실수를 한다면, 평생 먹을 욕을 오늘 먹게 된다.
PD, 작가, 카메라 감독.
모두가 한뜻이 되어 토론회의 생생한 현장을 생방송으로 송출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들의 노력을 아는 듯, 최재석 후보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자신의 제안을 하나씩 말해 나갔다.
“대통령 중임제를 제안합니다.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단기적인 계획만 세울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어느 국가보다 튼튼해졌다고 자부합니다. 그러니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중임제를 실시할 때가 되었습니다.”
크게 놀라지 않는 두 후보였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대통령 중임제 이야기가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었다.
“대통령 중임제와 더불어 모든 정당과 청와대가 소통할 수 있는 소통창구를 만들기를 바랍니다. 매일 싸우기만 하는 정치를 언제까지나 할 순 없지 않겠습니까? 대통령 중임제를 비롯한 대통합의 뜻을 두 후보님이 함께하신다면, 저는 지금 대통령 후보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국민 대통합, 소통창구.
이런 건 그저 명분에 불과했다.
대통령 중임제가 핵심 제안이었고, 두 후보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지금 당장 결정할 수가 없는 문제였으니 답하기가 매우 곤란했다.
하지만 여당 후보는 빠르게 생각을 정리하고는 최재석 후보의 말에 동의하고 나섰다.
“저는 동의하겠습니다. 대통령 단임제의 경우, 국민들의 뜻에 어긋나게 국가를 통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임제로 바뀐다면, 중간 평가를 받게 되니 지금보다 국민의 뜻에 따라 움직이지 않겠습니까?”
여당 후보가 먼저 최재석 후보의 손을 잡았다.
정말 최재석 후보의 생각에 동의해서인지 아니면, 최재석 후보의 지지율을 흡수하기 위해서인지는 알 수 없었다.
만약 최재석 후보의 지지율을 여당 후보가 고스란히 흡수한다면?
그럼 선거는 더 볼 것이 없어졌기에, 야당 후보도 얼른 최재석 후보의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 구도가 되었다.
“저도 받아들이겠습니다. 국민 대통합을 위한 길이라면, 당의 반대가 있더라도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벌써 대통합이 이루어진 셈이었다.
항상 다른 생각을 하던 거대 정당의 두 후보가 한마음 한뜻이 되어 제안을 받아들였으니.
“두 후보자님을 믿고 저는 대통령 후보에서 사퇴하겠습니다. 저를 믿고 지지해 주신 국민 여러분과 국민경제당 동지들 그리고 당원 여러분들에게 사죄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대통령 후보에서 내려와 국회의 일원으로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이바지하도록 하겠습니다.”
국회의 일원.
말 그대로 국회에 입성하겠다는 뜻이었고.
내년 상반기에 실시되는 재보궐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나 다름없었다.
정치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단번에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었고.
당연히 토론 진행을 맡은 사회자는 최재석 후보의 뜻을 이해하고는 질문을 던졌다.
“재보궐 선거에 출마를 결심하셨습니까?”
“국민 대통합을 위해 대통령 선거를 포기하고 재보궐 선거에 나가기로 하였습니다.”
“어느 지역으로 출마를 하실 계획이십니까?”
“서울 노원구 주민들과 함께하고자 합니다.”
침을 바른다고 해야 할까?
최재석 후보는 노원구 재보궐 선거 출마를 선언해 버렸다.
그러곤 두 후보를 바라보는 최재석 후보.
자신에게 할 말이 있으면, 얼마든지 하라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지금 여기서 할 말은 뭐가 있을까?
30%의 지지율을 보유한 대선 후보가 사퇴를 선언했다.
그렇다면 1%라도 더 많은 지지율을 자기 쪽으로 끌어와야 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나 먼저 움직인 쪽은 여당 후보였다.
“최재석 후보의 뜻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렇기에 노원구 재보궐 선거에서 우리 당은 후보를 내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여당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노원구는 야당의 텃밭이었기에 얼마든지 내어 줄 수 있는 지역구였다.
이기기 힘든 지역구를 내어 주고 지지율을 흡수할 수 있다면 이득이 되기에 과감하게 노원구 무공천 선언을 할 수 있었다.
이제 야당의 차례가 되었다.
이대로 여당 후보가 최재석 후보의 지지율을 흡수하도록 두고 볼 수는 없었다.
특히나 지금은 생방송 토론이었기에 자신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는 순간, 여당으로 지지율이 넘어가게 되어 있었다.
“우리 정당도 노원구 불출마를 선언하겠습니다. 최재석 후보님 같은 훌륭하신 분이 국회에 입성해야 대한민국의 정치가 건강하게 발전하지 않겠습니까?”
야당 후보가 얼른 노원구 무공천 선언을 하였다.
야당의 텃밭과도 같은 곳에 무공천을 하는 건 뼈아픈 일이지만, 대통령에 당선만 된다면 더 큰 이득을 취할 수 있으니 아쉬울 게 없었다.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부디 대한민국이 분열되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마지막 인사를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는 최재석 후보.
그의 등을 떠미는 듯이 크게 박수를 치는 두 후보였다.
* * *
강 대위가 운영하는 식당의 별관.
대통령 후보 사퇴라는 큰일을 마치고 돌아온 최재석 후보를 위해 몸에 좋은 음식들로 상을 채웠고, 다양한 종류의 술까지 준비해 두었다.
“마음고생 많으셨습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빠르게 결단 내려 주신 덕분에 상황이 많이 유리해졌습니다.”
“잘한 결정이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당 내부는 물론이고, 지지자들로부터 항의 연락이 하루에도 수백 통씩 오고 있습니다.”
갑작스런 후보 사퇴.
그것도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후보가 사퇴를 했으니 지지자들도 큰 충격을 받았을 터였다.
그러니 당연히 항의 연락을 하겠지만, 반대로 그의 선택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더욱 많았다.
“여론을 분석해 보니 최재석 후보님의 선택을 지지하겠다는 반응이 더욱 높습니다. 특히나 국민경제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뿐만 아니라 중도층과 거대 양당의 지지자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셨습니다.”
“지금이야 좋은 반응을 보내겠지만, 다음 대선이 찾아오면 결국엔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으로 돌아갈 사람들입니다.”
“그들 중 1%만 잡으셔도 됩니다. 지금처럼 1% 차이의 박빙의 승부에서 상대 정당의 유권자 1%를 들고 올 수 있다면 무조건 승리하시게 되어 있습니다.”
통합의 아이콘.
언론을 비롯해 많은 국민이 생각하는 최재석 후보의 이미지였다.
물론 그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우리 쪽에서 많은 노력을 가하긴 했었다.
하지만 우린 무에서 유를 창조할 능력은 없었고, 최재석 후보의 과감한 결단이 있었기에 그런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우선은 내년에 있을 재보궐 선거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다음 대선까지는 너무 멀지 않습니까? 그러니 눈앞에 있는 목표부터 착실히 달성해 나가야지요.”
“방송 토론에서 얻어 낸 약속이 있지 않습니까. 거대 양당에서는 시청률 50%가 넘는 생방송 토론에서 한 약속을 어길 수가 없을 겁니다.”
나도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이득을 취한 최재석 후보였다.
역시 정치판에서 오래 생활해서 그런지 본능적으로 최대한의 이득을 취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거대 양당으로부터 약속을 받아 내긴 했는데, 약속을 지킬지는 모르겠습니다. 여당이야 어차피 불리한 지역구니 적선하듯 내어 주겠지만, 야당에서는 쉽지 않을 겁니다.”
“결국은 명분 아니겠습니까? 노원구 주민들도 생방송 토론을 다 보았으니 최재석 후보님에게 명분이 있습니다.”
“야당에서 이번 대선을 승리한다면 모르겠지만, 만약 여당에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다면, 야당에서는 물불 가리지 않고 움직일 수도 있지요.”
눈앞에 보이는 것이 없다면야 그러겠지만.
야당의 입장에서도 국민경제당과 척을 져서 좋을 게 하나도 없었다.
“그러다가 국민경제당이 여당과 손을 잡으면, 개헌까지 가능해집니다. 200석이 넘는 의석이면, 야당의 의견을 무시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야당에서도 국민경제당과 최재석 후보님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허허, 그건 그때 봐야 알겠지요.”
다시 5년 동안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 때문일까?
최재석 후보의 안색이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었다.
그런 그를 위해 나는 아주 약간의 희망을 보여 주기로 했다.
“다음 대선이 생각보다 빨리 열릴 수도 있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대선이 빨리 열린다니요?”
“태우그룹에서 분석한 결과, 여당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여당은 큰 싸움을 벌이게 됩니다.”
최재석 후보도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에 동의했다.
여당에는 두 개의 파벌이 존재했고, 파벌 간의 힘 싸움은 항상 벌어지는 법이었으니까.
“지난 정권의 세력과 이번 정권의 세력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싸움을 벌이겠지요. 그렇다고 해서 대통령 선거가 앞당겨지지는 않습니다.”
“물론 지금 당장이야 그렇겠지요. 하지만 대통령이 큰 실수라도 저지르게 된다면, 탄핵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탄핵이라는 단어를 꺼내 들었다.
대한민국에서 탄핵이라는 단어는 생소한 단어가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탄핵에 실패하긴 했지만, 탄핵 절차가 진행된 적이 있었으니까.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은 쉽습니다. 예전처럼 대통령은 끌어내릴 수 없는 존재가 아닙니다. 국민 대다수를 분노케 할 사건이 일어난다면, 언제든지 대통령직을 상실할 수 있습니다.”
“태우그룹에서는 그렇게 된다고 보시는군요.”
“여당이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한다면야 탄핵은 어렵겠지만, 지금처럼 두 개의 파벌로 나뉘어 있는 경우엔 그 가능성이 매우 높아집니다.”
“저는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봅니다.”
정말 그럴까?
만약 여당 후보가 승리한다면.
대한민국은 또 한 번의 탄핵 정국을 맞게 될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