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67)
독식하는 재벌 3세-367화(367/518)
367. 독사과 (2)
대기업 회장님들은 조심성이 대단하신 분들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의 자리에 오르면서 얼마나 많은 일들을 겪었겠는가?
그런 회장님들을 움직이는 가장 쉬운 방법이 하나 있었다.
내가 나서는 것이다.
내가 먼저 나서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척만 해도 움직일 회장님이 몇 명 있었다.
“부지 맞교환이라고 하시면 어느 지역 부지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수도권 지역은 바라지 않습니다. 경상도나 전라도에 위치한 골프장 정도의 부지와 맞교환하려고 합니다.”
“혹시 창고로 사용하는 부지도 괜찮습니까? 양산 쪽에 대형 창고 부지가 있습니다.”
나는 진심으로 관심을 보이는 척을 했다.
사실 용산 땅이라면 놓치기 아까운 땅이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중국과의 관계를 잠시 머릿속에서 지우고는 열연을 펼쳤다.
“김 회장, 신사옥에 금융 허브 타워까지 서울에 만들어 놓고 또 서울 땅에 관심을 가지는가? 이번엔 우리 샤롯그룹에 양보를 하게나.”
“샤롯그룹에서도 괜찮은 부지가 많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강준용 대사의 말에 미소를 짓는 샤롯그룹 진호균 회장이었다.
샤롯그룹은 우리에게 신사옥 부지를 넘겼기에 땅 욕심이 가득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이번에도 태우그룹에게 금싸라기 땅을 넘기게 생겼으니 나서지 않고는 못 배기는 게 당연했다.
“상주에 괜찮은 골프장이 하나 있지요. 동네도 조용하니 큰 문제가 없을 겁니다.”
“태우그룹에도 경상북도 지역에 괜찮은 부지가 있습니다.”
“김 회장, 정말 그럴 건가? 이번엔 양보를 하게나.”
나는 진 회장을 살짝 도발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더 강하게 반발하는 진 회장이었고, 이제 슬슬 빠져도 되겠다고 생각될 때.
“현재자동차 그룹에도 괜찮은 부지가 있습니다. 울산 근교라 교통도 원활한 곳이지요.”
“어허, 장 회장! 자네까지 왜 그러는가.”
현재자동차 그룹의 참전.
샤롯그룹과 현재자동차 그룹은 공통점이 있었다.
회귀 전에는 서울에 멋들어진 신사옥을 만들었지만.
이번 생에는 신사옥 부지를 태우그룹에게 강탈당한 두 그룹이었다.
“혹시나 해서 드리는 말씀이지만, 사드 부지를 제공하게 되면 중국과의 관계가 많이 나빠질 수 있습니다. 그럴 각오가 있으십니까? 괜히 부지 제공을 취소하겠다고 하시지 마시고 고민을 좀 더 해 보십시오.”
“김 회장이나 더 생각을 해 보게나. 태우그룹이야말로 중국에 막대한 물량을 수출하고 있지 않은가.”
도박장에서 호구를 만드는 방법을 아는가?
도박을 계속하라고 권유를 하면 의심을 사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적당한 강도로 말리는 시늉을 하면, 호구는 알아서 도박판에 앉는다.
중국과의 관계 이야기를 꺼낸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리스크가 큰일이니 포기해라.
태우그룹은 감당할 능력이 있으니 우리가 부지 맞교환을 하겠다.
이런 의미가 담긴 말을 두 회장님에게 하였고.
두 회장의 자존심을 건드리기에 충분한 말이기도 했다.
현재자동차 장 회장의 자존심을 조금 더 건드려 볼까?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 중국입니다. 현재자동차가 작년에만 140만 대가 넘는 차량을 중국에 판매하지 않았습니까? 미국보다 중국에서 더 많은 실적을 올렸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걱정은 감사하지만,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현재자동차 그룹은 부지 맞교환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태우, 현재, 샤롯그룹까지.
10대 기업에 드는 3곳에서 나서자 다른 기업 회장님들은 차마 손을 들지 못했다.
욕심이야 왜 나지 않겠는가? 하지만 워낙 쟁쟁한 그룹들이 경쟁을 하니 끼어들 수가 없었다.
“그럼 각 그룹이 보유한 부지를 비교해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김 회장 정말 이러긴가? 이번엔 양보를 좀 하게나. 그리고 장 회장에게도 부탁을 하겠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입니다. 김 회장님. 욕심이 너무 과하십니다.”
양보를 요구하는 두 명의 회장.
내가 바라는 상황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넙죽 받을 수는 없었다.
“선의의 경쟁을 하겠습니다. 결정은 백악관과 청와대에서 하지 않겠습니까?”
“정말 너무하는군. 좋네. 어디 한번 끝까지 가 보자고!”
“김 회장님의 욕심이 끝이 없으시군요. 좋습니다. 현재자동차도 자신이 있습니다!”
긴급 소집된 전경련 회의가 끝이 났다.
화가 잔뜩 난 두 명의 회장이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났고.
나는 마지막에 자리에서 일어나며 강준용 대사에게 눈을 깜박이며 신호를 보냈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 상황이 흘러가고 있다는 신호였고.
생각보다 더 좋은 부지를 미국 측에서 얻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 * *
전경련 회의를 마치고 회사로 복귀했다.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던 기획실장과 한 사장이 곧장 사무실로 찾아왔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노련한 회장님들을 잘 상대하고 오셨습니까?”
“강 대사님이 연기를 아주 잘해 준 덕분에 생각보다 쉽게 일이 진행되는군요. 샤롯그룹과 현재자동차 그룹에서 적극적으로 부지 맞교환에 응해 왔어요.”
한 사장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예상한 것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는 반응이었다.
“샤롯그룹과 현재자동차 그룹 모두 중국 시장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왜 부지 맞교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땅 욕심이 있다는 거겠죠. 특히나 우리 태우그룹이 멋들어진 신사옥을 만들었으니 더욱 배알이 뒤틀리지 않겠어요?”
여전히 납득하지 못하는 한 사장.
머릿속으로 항상 손익을 계산하는 버릇이 있는 그였기에 샤롯그룹에서 나서는 이유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였다.
“단지 신사옥을 위해서 그렇게 움직이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샤롯그룹이야 이유가 있죠. 작년부터 중국에서 일본 불매 운동이 강하게 불었지 않습니까. 샤롯그룹도 큰 피해를 입었죠.”
샤롯그룹은 일본 기업이면서 한국 기업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작년에는 일본 불매 운동으로, 그리고 내년에는 한한령으로 두 번 연속 타격을 입게 생겼다.
“일본 불매 운동으로 샤롯그룹이 피해를 입었으니 아예 중국 시장을 포기할 생각인 겁니까?”
“이미 피해를 봤으니 여기서 조금 더 손해를 본다고 해서 달라질 게 없다고 판단한 것일 수도 있겠죠. 그리고 미국의 도움을 받으면, 상황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너무 깊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우리가 걱정할 문제가 아니죠.”
태우그룹의 일도 아니었다.
샤롯그룹이 중국 시장에서 망하든 말든 고민할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 샤롯이 아닌 현재자동차 그룹의 부지가 채택될 가능성도 있었다.
“다른 그룹의 일을 제가 너무 과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사드 배치가 정말 된다면, 우리도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중국에서 한국 제품 불매 운동을 시작하겠죠. 일본 제품과 동일한 취급을 받을 겁니다.”
“자동차, 전자 등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태우그룹은 전 세계로 제품을 수출했고.
1위가 북미, 2위가 중국 순으로 많은 제품이 팔려 나갔다.
그런데 중국 시장에서 매출이 감소하게 된다면, 태우그룹의 매출도 크게 떨어질 게 분명했다.
“우리도 큰 손해를 입긴 하겠지만, 그래도 한국의 다른 대기업보다는 피해 규모가 적을 겁니다.”
“무슨 연유로 말씀이십니까?”
“이걸 장점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애플카, 그리고 애플 가전제품의 경우엔 중국에서 제재를 가할 수 없을 겁니다. 한국과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과의 문제로 번지게 될 테니까요.”
태우그룹은 여러 외국 기업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태우 로고와 함께 외국 기업의 로고가 함께 붙어 있었고.
외국인들은 태우 로고가 한국 제품인지 모르고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중국 시장의 애플 사랑은 막을 수가 없었다.
애플카는 물론이고, 애플 TV를 비롯한 가전제품까지.
태우그룹의 제품이라기보다 애플의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었기에 태우그룹의 피해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협업을 진행한 제품은 확실히 문제가 없을 듯합니다. 하지만 태우에서 만든 오리지널 제품의 경우엔 피해를 보게 됩니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제가 직접 중국을 방문해 고위층과 이야기를 나눠 볼까 합니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피해를 완전히 막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줄여 봐야겠지요.”
중국은 세계 2위의 시장으로 성장했다.
10년 전의 중국과는 완전히 다른 국가가 되어 버렸다.
그렇기에 지금 당장 중국 시장을 버릴 수는 없었고, 새로운 시장이 완전히 개척되기 전까진 시간을 벌어야만 했다.
“한국 산업은 중국 의존도가 너무 높기에 우려됩니다. 정말 한한령이 발동된다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크게 감소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기 전에 새로운 시장을 빠르게 개척해야죠. 그나마 북미와 유럽 그리고 동남아 시장의 매출이 증가하고 있으니 태우그룹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어요.”
“······혹시 명예 회장님이 동남아 지역에 거주하는 이유도 이번 일과 관련이 있습니까? 역시 명예 회장님이십니다. 저는 그저 휴양 목적으로 명예 회장님이 동남아에 계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고 계신 것이었군요!”
꿈보다 해몽이라고 했던가?
할아버지가 동남아에서 쉬고 계신 걸 새로운 시장 개척으로 오해하는 한 사장이었다.
물론 완전히 틀린 생각은 아니긴 했다.
할아버지가 동남아에 거주하고 있는 덕분에 태우그룹은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시장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었으니까.
“이번 사드 배치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시작될 겁니다. 사드 배치까지 2년 정도의 시간이 남았으니, 그전까지 확실히 준비를 해 둬야 충격을 흡수할 수 있어요.”
“중국은 이미 세계의 공장이 되었습니다. 아무리 미국이라고 해도 중국과 무역 전쟁을 벌이는 건 부담이 되지 않겠습니까?”
“미국은 힘 싸움을 피하지 않을 겁니다. 중국에서 계속해서 도발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니 미국도 참고 있을 수만은 없을 테죠.”
중국은 지금까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하지만 시진핑이 정권을 잡은 뒤부턴 움직임이 달라졌고.
이젠 중국몽이라는 정책을 펼치며 세계의 중심을 중국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었다.
그걸 가만히 지켜만 볼 미국은 아니었고.
무역 전쟁을 통해 중국을 찍어 누르려고 할 게 분명했다.
그리고 내가 회귀하기 직전까지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은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었기도 했다.
“두 마리의 고래가 싸우면 한국 등이 터져 나가겠습니다.”
“지금이야 중립 외교를 펼치며 미국과 중국, 두 곳 모두에서 이득을 취하고 있지만, 그럴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어요.”
“결국엔 한쪽 편에 서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아니면 한국이 새우가 아니라 또 다른 고래가 될 정도로 커지든가요.”
태우그룹은 결국 대한민국을 기반으로 두고 있었다.
한국의 사정이 나빠지면, 태우그룹도 타격을 입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태우그룹이 초거대 글로벌 그룹으로 성장하게 된다면, 대한민국의 경제를 지탱할 수도 있게 된다.
“새우가 고래가 되려면, 먹이를 아주 많이 먹어야 되겠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먹이는 지천에 깔려 있어요.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움직여 먹이를 먹어 치우느냐에 따라 고래가 될지 아니면 덩치가 좀 큰 새우가 될지 결정될 겁니다.”
나는 이미 두 가지 계획을 다 세워 두었다.
새우의 입장에서 미국-중국 무역 전쟁에서 살아남는 방법.
그리고 또 하나의 고래가 되어 무역 전쟁의 한 축이 되는 방법까지.
당연히 나는 후자의 방법을 택하고 싶었고, 그렇기에 더욱 열심히 덩치를 키워 나가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