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69)
독식하는 재벌 3세-369화(369/518)
369. 독사과 (4)
한국에서 나보다 많은 인수, 매각 계약을 해 본 사람이 있을까?
IMF시절부터 지금까지 대기업 규모의 회사를 매각해 보기도 했고, GM과 AIZ 같은 초거대 기업을 인수해 보기도 했었다.
작은 규모의 회사의 경우엔 수십 개가 넘게 인수를 해 보았다.
그런 모든 계약을 다 합쳐도 손정우 회장과의 계약처럼 빠르게 끝난 계약은 없었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 것도 아니고, 10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하루도 아니고 몇 시간 만에 끝난 경우는 처음이군요.”
“저도 월가에서 많은 인수 계약을 보아 왔지만, 이렇게 빨리 끝난 계약은 처음입니다.”
손정우 회장은 단지 계약 작성만 빠른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돈 계산도 확실한 사람이었고, 베릴에게 약속한 1억 달러를 곧장 보내왔다.
“입금 확인했습니다. 핀테크 은행 계좌로 1억 달러가 입금되었습니다.”
“더 많은 금액을 챙겨 드리고 싶었는데 시간이 촉박해서 1억 달러밖에 못 챙겨 드렸네요. 하지만 이번이 끝이 아니라 계속해서 함께할 테니 너무 서운해하지는 마세요.”
“1억 달러를 전부 저를 주시는 겁니까? 제가 한 일에 비해 너무 과한 금액입니다.”
왜그너 목장의 상속자 중 한 명이었던 베릴.
그런 그에게도 1억 달러는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었다.
“우리는 능력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해요. 베릴이 투게더 워크를 잘 관리해 준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어 낼 수 있었어요. 그러니 그냥 받으시면 됩니다.”
“1억 달러보다 회장님과 더 오래 일하고 싶을 뿐입니다.”
“저와 계속 일하고 싶으시면, 1억 달러를 받으세요. 그래야 제 마음이 편해요.”
“그럼 더는 사양 않고 감사히 받겠습니다.”
고개를 숙인 채 들지 못하는 베릴이었다.
그런 그를 그대로 둔 채 한 사장이 말을 이어 나갔다.
“투게더 워크 지분 30%는 핀테크 은행의 소유였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현금으로 보상을 해도 되고, ARN의 지분을 나눠 갖는 방식으로 보상을 해도 됩니다.”
“핀테크 은행도 이젠 돈이 급하진 않을 겁니다. ARN 지분 일부를 나눠 가지기를 다이먼도 바랄 겁니다. 그래도 다이먼과 상의를 해 보고, 원하는 대로 해 주세요.”
핀테크 은행이야 내 개인 금고나 다름없었다.
지분이 태우그룹에 있나 핀테크 은행에 있나 큰 상관은 없기에 이런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리사 사장에게는 언제 말씀하실 생각입니까?”
“이제 말을 해야죠. 안 그래도 지금 바로 태우반도체로 넘어가려고 했어요.”
태우반도체 사장 리사.
그녀와 상의도 없이 반도체 설계 회사를 인수해 버렸다.
하지만 반도체 설계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던 그녀였기에 큰 문제는 없을 듯했다.
* * *
신사옥은 서울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경기도에도 태우반도체와 게임 회사를 위한 신사옥을 지었다.
물론 서울에 위치한 신사옥이나 금융타워에 비하면 층수도 낮고 규모도 작은 건물이었지만, 태우반도체가 사용하기엔 충분하고도 넘치는 규모였다.
그런 태우반도체 사옥의 주인은 두 명이었다.
반도체 생산과 파운드리 사업부를 관리하는 웨이 부사장.
그리고 반도체 설계와 태우반도체 총괄을 맡은 리사 사장.
두 명 모두 대만 출신 반도체 전문가였고.
태우반도체의 성장 원동력이 되고 있는 인물들이었다.
“두 분과 이렇게 같이 자리를 한 건 오래간만이네요.”
“회장님이 태우반도체에 관심을 완전히 끊으신 줄 알았어요.”
“설마 그럴 리가요. 워낙 두 분께서 잘해 주시니 제가 딱히 간섭할 게 없었습니다. 원래 무소식이 희소식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 주시면 감사하겠어요.”
리사 사장이 살짝 화가 난 듯 말했다.
그녀의 화를 풀기 위해 나는 값비싸게 주고 산 선물을 꺼내 들었다.
“제가 얼마나 태우반도체를 생각하고 있는지 보여 드리죠.”
툭, ARN 인수 계약서를 그녀 앞에 내밀었다.
리사 사장은 잠시 계약서를 살펴보더니 그대로 굳어 버렸다.
“영국의 ARN을 인수하신 겁니까? 우리와 상의 한마디도 없이 이런 결정을 내리시는 게 어디 있습니까!”
“상황이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서 미처 상의할 시간이 없었어요. 쇼프트뱅크의 손정우 회장이 지금 당장 인수하지 않으면, 매각하지 않겠다고 하더군요.”
손정우 회장의 이름을 팔았다.
그가 아무리 속전속결의 사나이라고는 하지만, 리사 사장과 상의할 시간 정도는 충분히 있었다.
그저 내가 챙기지 못했을 뿐.
“전화로라도 연락을 주실 수 있으셨잖아요.”
“계약을 마치자마자 바로 태우반도체로 달려왔어요. 혹시 ARN 인수를 부정적으로 보시는 겁니까? 그럼 지금이라도 인수 계약 취소를 하도록 하지요.”
“······부정적으로 보는 건 아니죠. 지금이야 적자를 보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스마트폰 회사가 ARN의 반도체 설계 기술을 이용하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높은 회사예요.”
역시 좋아할 줄 알았다.
내가 말도 없이 반도체 설계 회사 인수를 체결한 것에 화가 난 리사 사장이었지만.
자신이 원하던 ARN을 가지게 되었다는 기쁨을 숨기지 못해 자꾸만 입술을 씰룩거렸다.
“태우반도체는 두 마리 토끼를 전부 잡을 겁니다. 팹리스와 파운드리. 그래서 두 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ARN까지 인수하게 되었으니 팹리스 쪽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5년 안에 태우반도체의 설계 능력을 세계 최정상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어요.”
확신에 찬 리사 사장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태우반도체의 설계 능력은 매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엄청난 금액을 투자했고, 인적 자원도 쓸어 담다시피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파운드리에 소홀한 건 절대 아니었다.
오히려 투자 금액만 놓고 본다면, 파운드리 쪽에 10배 이상 더 많이 투자를 했다고 봐야 했다.
“파운드리 사업부도 잘 굴러가고 있습니다. 지금도 세계 유명 회사들과 계약을 체결했고, 내년에 파운드리 공장 단지가 완공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회사도 여러 곳입니다.”
“첫해부터 흑자를 보라고는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너무 급하게 움직이지 않으셔도 됩니다.”
“5년 안에 태우반도체의 매출을 2배 이상으로 끌어올려 보겠습니다. 규모만 놓고 본다면, 삼진전자나 대만의 반도체 회사보다 훨씬 큰 공장 단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파운드리 시장은 규모의 경제가 통하는 곳이긴 하죠.”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었다.
시장 규모가 1,000억 달러를 넘어서는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고.
지금부터 선점한다면, 50% 정도는 우리가 선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었다.
그게 가능해진다면?
태우반도체는 파운드리 사업부만으로 50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릴 수 있게 된다.
매년 60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게 된다면, 태우그룹은 물론이고 한국 경제도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었다.
“규모의 경제가 통하긴 하지만, 태우반도체 공장을 100% 가동하려면 반도체 수요가 지금보다 2배 이상은 많아져야 합니다. 미국 공장도 내후년이면 완공이 됩니다.”
“5년 이상 적자를 본다고 해도 태우그룹은 감당할 능력이 충분히 됩니다. 그리고 지금 나오는 매출만 유지해도 적자는 보지 않을 겁니다.”
리스크 없는 사업이 어디 있겠는가?
특히나 반도체 산업의 경우 사이클이 존재했기에 더욱 리크스가 높았다.
그런 고위험 산업에 태우그룹은 수백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태우그룹이기에 가능한 공격적인 투자였고.
당연히 투자금을 단기간에 회수할 생각도 없었다.
지금이야 태우반도체는 태우그룹 최고의 캐시카우였지만, 이번 투자로 인해 태우상사보다 더 많은 적자를 볼 수도 있었다.
“그래도 희망적인 부분은 있습니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고, 전기차로 인해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크게 증가하였습니다.”
“반도체 수요는 지금보다 2배가 아니라 5배 이상 증가하게 될 겁니다. 그때가 오면 태우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이 아니면 수요를 감당할 수가 없게 되겠죠.”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한 말은 아니었다.
실제로 반도체 수요는 크게 증가하고 있었고, 우리의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파운드리 공장이 100% 가동될 수도 있었다.
“회장님, 잠시 저도 한 말씀 드려도 될까요?”
“언제든지요. 팹리스 사업부에 필요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필요하다면 ARN과 비슷한 규모의 설계 전문 회사를 인수할 수도 있어요.”
팹리스 시장 규모도 절대 무시할 수 없었다.
파운드리가 1,000억 달러 규모까지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다면.
팹리스 시장은 최소 600억 달러 규모까지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는 산업이었다.
그러니 리사 사장이 원하는 건 뭐든지 들어줘야지.
팹리스 사업까지 우리가 일정 파이를 먹을 수 있다면, 태우반도체 하나만으로도 한국 재계 1위를 달성할 수도 있었다.
“반도체 설계 회사는 ARN이면 충분해요. 그보다 인공지능센터와 협업을 조금 더 강하게 진행하고 싶어요.”
“반도체 설계에도 인공지능이 많은 도움이 되나 보군요.”
“아주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사람은 생각할 수도 없는 방향으로 인공지능이 설계를 하곤 해요. 최적화 부분에서도 사람보다 더 뛰어난 경우도 많고요. 물론 완전히 말도 안 되는 쓰레기 같은 결과가 나올 때도 있지만, 그래도 매우 유용하게 쓰이고 있어요.”
반도체 설계도 결국은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완성된다.
인공지능은 하루에도 수백 번의 가상 실험이 가능했기에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고.
그 결과를 토대로 사람이 재설계를 한다면, 최적의 설계를 찾아낼 수 있었다.
“안 그래도 인공지능센터의 규모를 지금보다 더 키우려고 하고 있어요. 천 팀장을 센터장으로 승진시켜 총괄을 맡길까 합니다.”
“최연소 센터장이 되겠군요. 천 팀장에게 너무 가혹하지 않겠어요? 차라리 태우반도체로 보내주시면, 제가 든든한 방어벽이 되어 줄 수 있어요.”
“인공지능센터에서 누가 천 팀장을 시기하고 질투하겠어요? IIT 교수진들도 천 팀장의 말이라면 수긍하고 받아들입니다.”
“아쉽네요.”
든든한 방어벽은 개뿔.
천 팀장을 태우반도체 소속으로 만들어 독점할 생각을 가지고 있는 리사 사장이었다.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태우반도체는 태우그룹의 든든한 기둥 역할을 해야 하는 계열사입니다.”
“기둥뿌리가 뽑혀 나가지 않게 우리가 단단히 잡고 있을게요.”
대장부의 기운을 뿜어내는 리사 사장.
그리고 덕장의 모습으로 인자한 미소만을 짓고 있는 웨이 부사장.
둘의 모습을 보니 태우반도체가 내 예상보다 더 빠르게 성장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2013년 6월.
공기가 무덥게 느껴지는 계절이 찾아왔고.
미국 경제의 기온도 뜨겁게 할 만한 소식이 터져 나왔다.
“회장님! 미국 연준에서 양적 완화 축소 의사를 드디어 내비쳤습니다.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하였습니다!”
“드디어 때가 되었군요.”
양적 완화 축소.
지금 당장 양적 완화를 하겠다는 건 아니었고, 단지 의사만 내비쳤을 뿐이다.
하지만 경제 대통령이라 불리는 미 연준 의장의 발언은 미국 경제를 흔들리게 하기 충분했다.
그리고 우리가 기다리던 신호기도 했다.
양적 완화 축소를 기다리고 있던 퀀텀펀드의 조지 대표가 움직일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