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7)
독식하는 재벌 3세-37화(37/518)
37화. 최초의 폴더폰 (3)
스티브가 정신을 차린 건 음식이 나오고 나서였다.
웨이터가 음식을 세팅하는 동안 생각을 마친 그가 어렵사리 말을 꺼내 들었다.
“이걸 휴대폰이라고 할 수 있을까? 마치 컴퓨터를 휴대폰 사이즈로 축소시킨 것 같군.”
“스마트폰이라고 불리게 될 겁니다. 모든 기능은 터치 스크린을 통해 작동할 수 있고, 음악은 물론이고 영화까지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들 생각입니다.”
“그게 가능한가?”
“지금 당장은 불가능합니다. 휴대폰 시장의 미래를 그린 상상도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영원히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이미 저는 스마트폰을 만들어 나갈 계획을 착실히 수립하고 있으며 그 계획은 스티브 당신의 도움이 꼭 필요합니다.”
스티브는 그제야 다른 디자인 초안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확히 다음 세대의 휴대폰이 될 폴더폰 디자인을 집어 들었다.
“첫 시작으로는 접히는 휴대폰을 구상 중인가? 스마트폰과는 거리가 먼 디자인이군. 차라리 애플에서 만든 메시지 패드가 스마트폰과 비슷한 모양새 같군.”
“사람이 한 번에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은 한계가 있습니다. 메시지 패드는 단숨에 옥상까지 올라가려 하니 사람들이 쫓아가지 못한 거죠.”
“폴더폰이 중간 계단 역할을 해 줄 거란 말이군.”
“그렇습니다! 아, 그리고 이 폴더폰을 디자인한 사람이 메시지 패드 디자인을 담당했던 조나단입니다.”
스티브는 조나단을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하긴 애플을 나락으로 밀어 버린 메시지 패드의 디자이너를 애플 창립자인 스티브가 모를 리가 없지.
“조나단이라면 잘 알고 있지. 내가 만든 구조조정 명단에 들어가 있는 사람 중 한 명이고.”
“이미 애플로 돌아갈 생각을 하고 계셨군요.”
전생에 내가 살생부를 만들었듯.
스티브도 애플로 돌아갔을 때를 생각해 살생부와 비슷한 구조조정 명단을 이미 제작하고 있었다.
구조조정 명단을 만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애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뜻.
“……돌아가고 싶다고 해서 내 마음대로 돌아갈 수 있는 곳이 아니지. 회사의 주인은 내가 아니라 대주주들이니까.”
“그래서 제가 이런 제안을 하는 겁니다. 저와 함께 폴더폰을 만드시죠. 모든 업적을 스티브의 공으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디자인도 이미 끝나 있고, 제작 생산을 나한테 맡길 것도 아니고. 그런데 나에게 뭘 도와 달라는 거지? 설마 이름만 빌려 달라는 건가?”
스티브의 이름값은 여전했다.
애플이 나락으로 빠졌음에도 스티브의 명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애플에서 쫓겨났기에 그의 명성은 더욱 높아만 갔다.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주세요. 제작에 필요한 모든 자금을 제가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NEXT의 소프트웨어 제작 능력이 필요하다는 말이군.”
“그리고 당신의 이름도 필요합니다. 폴더폰의 제작 총괄에 당신의 이름을 써넣고 싶습니다.”
“나는 그냥 이름을 빌려주지는 않을 거야. 디자인부터 성능까지 내 마음에 들어야만 허락하겠네.”
그래 주면 나야 더 고맙지.
부족한 부분을 알아서 채워 주겠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폴더폰 제작에 관한 모든 권한을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NEXT에서 만든 소프트웨어의 지분은 어떻게 나눌 거지? 설마 자네가 다 먹겠다는 건 아니겠지?”
역시 예리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도 아직은 휴대폰 전용 소프트웨어가 얼마나 가치 있는 상품인지는 정확히 모를 것이다.
“소프트웨어 제작비로 4천만 달러를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기종의 휴대폰에 들어갈 소포트웨어를 제작할 때마다 그에 상응하는 제작비를 지원하겠습니다.”
“그 대신 소프트웨어의 지분을 모두 자네가 가지겠다는 거군.”
“4천만 달러는 적은 돈이 아닙니다. 소프트웨어의 소유권 정도는 제가 가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스티브 잡스가 만든 소프트웨어 회사 NEXT.
분명 좋은 회사긴 했지만, 시가총액을 비롯한 모든 가치를 더해도 겨우 4억 달러 수준에 불과했다.
4천만 달러면 NEXT사 가치의 10퍼센트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매출로만 따져도 4천만 달러면 NEXT사가 당분간은 다른 일을 찾지 않아도 될 금액이었다.
“그래도 지분을 전부 넘기는 건 불합리해 보이는군. 지분의 70퍼센트만 가지고 가는 것이 어떤가? 그렇게만 한다면 자네의 계획에 동참하겠네.”
“잠시만 시간을 주세요.”
70퍼센트에 만족해야 할까?
나는 애플을 잡아먹을 생각은 없다.
단지 소프트웨어 부분만 내 것으로 만들 계획을 세워 두었다.
그것만으로도 돈이 되니까.
스마트폰이 만들어지고, 앱 스토어를 통해 1년에 60조가 넘는 매출이 들어오게 된다.
소프트웨어의 지분을 꽉 쥐고 있으면 앱 스토어의 매출액 대부분을 내가 먹는 것도 가능했다.
너무 욕심인가?
나 혼자 다 먹으려고 들면 반발이 들어오기 마련이지.
그래도 70퍼센트는 너무 적어.
“80퍼센트를 가져가겠습니다. 그 대신 소프트웨어 제작비를 4천만 달러에서 5천만 달러로 인상하겠습니다.”
“최선의 조건 같군. 자네와 손을 잡도록 하지. 디자인부터 개발 진행 상황까지 모두 공유해 주게나. 아주 혁신적인 폴더폰을 만들어 주지.”
“간략하게 말씀드리면 많은 부분을 해결한 상태입니다. 우선 폴더폰에 들어갈 소형화된 배터리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배터리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어떻게 할 생각이지?”
“모든 걸 어떻게 혼자 다 만들겠습니까? 당신이 맥을 만들 때처럼 여러 회사의 힘을 빌려야죠.”
“삼진전자를 말하는 건가? 한국의 휴대폰 기술력을 이용한다면 충분히 올해 하반기에 제품을 출시할 수는 있겠군.”
스티브 잡스는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삼진전자와 파트너쉽을 체결하기 위해.
그가 그랬듯 나도 우수한 회사들과 손을 잡을 생각이다.
내가 모든 기술을 개발할 수도 없을뿐더러 그러기엔 너무 많은 시간과 인력이 소모된다.
나는 그저 맛있는 부분만 독식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 핵심 기술만을 내가 쥐고 있으면 되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도 잘 부탁하지. 지금은 NEXT사의 대표로 자네와 인사를 나누지만, 다음에는 애플의 대표로 인사를 나누고 싶군.”
스티브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식당에 처음 들어설 때만 해도 경계심이 가득했던 그였지만, 지금은 오랜 동반자를 대하듯 부드러운 어조로 나와 인사를 나누는 스티브였다.
* * *
일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미국까지 왔으니 최대한 많은 일들을 처리해야 했고.
나는 월가의 사람들과도 만나 일본 파생상품에 관련된 회의를 진행해야 했다.
대략 2시간의 회의.
월가의 하이에나들은 마치 일본이 자기 것이라도 되는 양 서로 어느 부분을 나눠 먹을지 의논했다.
내가 의도한 상황이긴 했다.
나는 내 그림에 포함되어 있는 일본 기업을 다른 하이에나가 손대지 못하도록 막는 데 최선을 다했다.
파생상품을 내가 만든 덕분에 크게 어렵지는 않았고, 일본에는 워낙 먹을 것이 많았기에 모두가 만족할 만한 부분을 얻어 낸 채 회의가 끝이 났다.
결과적으로 내게 이득이었다.
월가의 하이에나들이 일본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달려들게 되었다.
덕분에 일본 경제는 내가 회귀하기 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붕괴될 것이고, 내가 만든 파생상품의 가치는 더욱 높아만 갈 것이다.
회의가 끝나자 삼삼오오 흩어졌고.
나는 이번 회의에 트래블러스의 대표 자격으로 참여한 다이먼에게 접근을 했다.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꼭 한번 뵙고 싶었습니다.”
“저야말로 영광이죠. 이렇게 아름다운 파생상품을 누가 만들었는지 꼭 한번 만나고 싶었습니다.”
트래블러스 금융 기업의 2인자가 바로 다이먼이었다.
트래블러스라고 하면 조금 생소한 기업이었지만, 향후 3년만 지나면 미국 최대 금융 기업인 CT그룹으로 성장하는 회사가 트래블러스였다.
그런데 내 관심은 CT그룹이 아니었다.
향후 CT그룹의 2인자로 올라서지만, 쫓겨나는 다이먼이 내 최고 관심사였다.
CT그룹의 일인자는 샌디 웨일로 다이먼에게는 스승과도 같은 사이였지만, 혈육에게 밀려 쫓겨나게 된다.
그는 복수심으로 칼을 갈았고.
결국 CT그룹보다 더 큰 금융 제국의 대표가 된다.
이 모든 건 그가 뛰어난 능력을 보유한 덕분에 가능했고, 그는 이미 소문난 구조조정 전문가였다.
지금 내게 꼭 필요한 인재였다.
태우그룹의 모든 계열사를 구조조정 하기 위해선 그의 능력이 꼭 필요했다.
“저는 트래블러스가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건 다이먼의 능력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의문이 들더군요. 왜 독립을 하지 않으십니까?”
“저는 샌디 웨일과 함께 트래블러스를 미국 최고의 금융 기업으로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고 싶지도 않고요.”
역시 높은 충성심을 보이는 다이먼이었다.
이렇게 충성을 다 바쳤는데 배신을 당했으니 복수심이 엄청났겠지.
“트래블러스를 세계 최고의 금융 기업으로 만들어도 어차피 샌디 웨일은 자식에게 대표 자리를 넘기지 않겠어요? 평생 2인자로 남아야 하는데 만족하세요?”
“……어디서 어떤 말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샌디 웨일은 그럴 사람이 아닙니다.”
“뭐 그렇다면 제가 사과드리죠. 하지만 독립 생각이 있으면 언제든지 저를 찾아오세요. 10년 안에 샌디 웨일이 만든 회사보다 더 큰 금융 회사를 만들도록 도와드리죠.”
나는 다이먼에게 명함을 내밀었다.
그는 지금까지의 대화를 농담처럼 여기며 명함을 받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자그마한 의심의 씨앗이 싹트기 시작했을 것이다.
회귀 전에는 3년 후에나 쫓겨날 다이먼이었다.
하지만 내가 심은 의심의 싹으로 그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다.
* * *
미국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2박 3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워낙 많은 일정을 소화했기에 체감상 몇 주는 미국에서 보낸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마음 같아서는 며칠을 쉬며 보내고 싶었지만.
벌여 놓은 일들이 많았기에 시차적응을 할 틈도 없이 움직여야 했고, 내가 향한 곳은 기술 연구소가 아니라 명동이었다.
광화문 곰이 드디어 내 제안에 답할 준비가 되었나 보다.
내가 미국에 있을 때 만남을 요청한 그였고, 나는 한국에 도착하는 동시에 그의 고택으로 향했다.
“미국을 다녀왔다고 들었네. 바쁜 시간을 뺏어서 미안하이.”
“아닙니다. 아직 젊어서 며칠을 밤새워도 끄떡없습니다.”
“부럽군. 나도 지금의 자네처럼 혈기가 왕성할 때가 있었지. 하지만 지금은 무언가를 주도적으로 할 기력이 사라졌다네.”
앓는 소리를 하는 이선일 회장이었다.
고령의 나이이긴 했지만, 타고난 장사 체질이었기에 여전히 정정하다 못해 소도 때려잡을 정도로 건강해 보이는 그였다.
“아직 정정하십니다.”
“그래 보인다면 다행이군. 아직 움직일 힘이 남아 있을 때 뭐라도 해 봐야 하지 않겠나? 그래야 자네가 말한 명동의 주인이 될 수 있지 않겠나?”
내 손을 잡기로 결정했군.
역시 명동 사채 시장의 큰손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뛰어난 판단력이 있었기에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었고, 내 손까지 잡는 결정을 내렸다.
좋은 결정을 했으니 내가 도와줘야지.
명동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