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70)
독식하는 재벌 3세-370화(370/518)
370. 독사과 (5)
길었던 양적 완화의 시대.
리먼 사태 이후 무려 5년이나 지속되었던 양적 완화였다.
미국 국민은 물론이고 월가마저 양적 완화에 익숙해져 버렸다.
제로 금리는 당연했고.
국가가 돈을 푸는 걸 당연시 여기고 있었다.
그렇기에 양적 완화 축소에 아무도 대비가 되어 있지 않았고.
우리가 보다 수월하게 준비를 할 수 있는 이유기도 했다.
“회장님, 주가가 빠르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증시는 물론이고, 유럽, 일본, 한국 증시까지 동반 하락하고 있습니다.”
“양적 완화 축소가 발표되었으니 당연한 결과죠. 그런데 한 사장은 여유롭게 이러고 있어도 됩니까?”
“밤새 미국장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아직 한숨도 안 잔 사람에게 너무하십니다.”
“밤샐 필요가 있어요? 어차피 이번 작전은 조지 대표가 알아서 진행할 테고, 우리는 그저 돈만 쏟아부으면 되는 일 아닙니까.”
조지 대표는 평생을 이런 식으로 돈을 벌어온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이번 작전을 조지 대표에게 맡긴 것이었고, 태우증권은 그의 뒤에서 수익만 올리면 되었다.
“아시아 지역은 제가 총괄하기로 했습니다. 미국장만 털어먹긴 아깝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재미를 많이 보고 있나요?”
“벌써 공매도로 쏠쏠하게 수익을 올리고 있고, 채권 가격도 많이 올라 초기 목표는 달성했습니다.”
조지 대표의 작전은 간단했다.
양적 완화 축소가 발표되는 순간.
증시는 하락하고, 채권은 상승한다.
그러니 공매도를 통해 증시로 수익을 올리고, 채권을 미리 확보해 채권을 통해 또 한 번 수익을 올린다.
증시와 채권.
이 두 종목이 이번 작전의 50% 이상을 차지했고.
부동산과 선물을 통해서도 추가 수익을 달성할 계획이었다.
“재미를 너무 보다가 발을 뺄 타이밍을 놓치면 한 번에 수익이 다 날아갈 수도 있어요. 데드라인은 9월까지입니다.”
“9월 전에 공매도를 전부 회수하고 채권을 전부 매각할 계획을 이미 몇 달 전부터 세워 두었습니다. 회장님이 답안지를 미리 알려 주셨는데 시험 문제를 틀릴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객관식이라면 당연히 답을 알면 쉽게 풀겠지만.
양적 완화 문제는 서술식이었기에 실제 플레이어들의 창의력이 필요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조지 대표와 한 사장의 창의력 정도라면 100점은 따 놓은 당상이었다.
“이번 작전에 처음 합류한 금융사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아주 좋아 죽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작전에 참여하지 못한 금융사들이 단체로 항의해 오는 사태가 어제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당연한 일이었다.
같은 건물에 입주해 있기에 더더욱 서로의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옆 금융사는 돈을 긁어모으고 있는데, 자신들은 손가락만 빨고 있으니 어찌 항의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어떻게 처리했나요?”
“우린 믿을 수 있는 금융사와 작전을 진행한다고 돌려 말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작전은 더 많은 금융사가 참여할 수 있으니 기다리라고도 전했습니다.”
“자신들이 왜 이번 작전에 참여하지 못했는지 제대로 알려 주셨죠? 그래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죠.”
“조금 돌려서 말하긴 했지만, 그 정도도 못 알아듣는다면 우리와 같이 작전을 진행할 자격이 없지 않겠습니까?”
“그렇긴 하군요. 이번 작전은 태우증권의 수익률이 조금 낮더라도 다른 금융사의 수익률을 높여 주도록 하세요.”
양적 완화는 연습경기에 불과했다.
연습 경기에서 골을 양보해야 선수 간의 신뢰가 쌓이는 법이다.
그렇게 한 뒤 본 경기에서 우리가 헤트트릭을 한다면, 남는 장사 아니겠는가.
“태우증권에서 워낙 거금을 투자했기에 우리가 많이 가져갈 수밖에 없는 구조긴 하지만, 투자금 대비 수익만 놓고 본다면 다른 금융사가 더 높도록 기획을 했습니다.”
“우리 말만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걸 깨닫게 해 줘야 합니다.”
금융타워의 지속을 위해선 꼭 필요한 과정이었고.
한국이 금융허브 국가로 자리를 잡게 된다면, 태우증권은 막대한 이익을 챙길 수 있었다.
한국 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태우증권에도 큰 도움이 되는 일이기에 지금 당장의 수익을 포기해도 상관이 없었다.
“이번 작전을 주도적으로 움직인 퀀텀펀드는 최소 90%의 수익률을 올리게 되고, 나머지 금융사 역시 못해도 70% 이상의 수익률을 올리게 됩니다. 반면 태우증권은 50% 정도도 되지 않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하고도 남겠군요.”
금융의 상징인 월가.
하지만 매년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금융사는 거의 없었다.
월가 헤지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고작 4%에 불과했기에 이번에 70%의 수익률을 맛보게 된다면 눈이 돌아갈 게 분명했다.
“한 번에 먹이를 너무 많이 준 건 아닐까 걱정됩니다.”
“하이에나도 크게 보면 ‘갯과’라고도 볼 수 있지 않겠어요? 먹이만 잘 주면 꼬리를 흔드는 동물이 개죠. 그러니 주기적으로 먹이만 준다면 물지 않고 잘 따라올 겁니다. 특히나 먹이를 많이 먹은 개는 배를 까뒤집고 아양을 떨기 마련이죠.”
물론 하이에나는 갯과가 아니긴 했다.
하지만 갯과와 비슷한 습성을 가지고 있었고.
먹이만 잘 준다면, 월가의 하이에나를 충분히 사냥개로 양성할 수 있었다.
앞으로 미-중 무역 분쟁이 일어날 때를 대비해 많은 사냥개를 양성해야만, 태우그룹이 주도권을 쥘 수 있었다.
* * *
6월 한 달 동안 양적 완화 축소로 엄청난 재미를 보았다.
미리 준비를 잘해 둔 덕분에 예상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조지 대표와 한 사장의 궁합이 맞았고 금융타워의 금융사들도 잘 따라와 준 덕분이었다.
게다가 아직 양적 완화 축소는 끝나지 않았다.
점점 더 증시는 추락하고 있었고, 채권의 가격은 높아만 졌다.
그렇기에 더 많은 재미를 볼 수 있었고, 금융타워의 결속력은 더욱 단단해져만 갔다.
그렇게 6월을 보내고, 7월이 찾아왔다.
7월의 첫째 날, 나는 의외의 인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회장님, 샤롯그룹 진동구 부회장께서 만남을 원하고 계십니다.”
“대충 어떤 용무인지 알겠군요. 오늘 저녁 식사를 같이하자고 전해주세요.”
기획실장을 통해 연락이 온 진동구 부회장.
샤롯그룹의 승계 다툼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속이 타들어 가겠지.
그러니 평소에 연락 한 번 없다가 지금에 와서 급히 연락을 해 오는 것이었다.
“회장님이 평소 가시는 한정식 식당으로 예약을 잡아 두었습니다.”
“벌써 연락이 닿았나요? 연락이 오길 기다리고 있었나 보군요.”
애가 타는 사람을 기다리게 할 순 없지.
나는 하던 업무를 끝마치고, 식당으로 향했다.
아직 저녁 식사 시간 전이라 진동구 부회장은 도착하지 않았고, 강 대위가 직접 마중 나와 별관으로 안내했다.
“요즘 많이 바쁘죠? 식당 업무는 이제 밑 사람에게 맡기지 않고요.”
“식당 일에는 완전히 손을 뗐습니다. 하지만 회장님이 오시는 날만큼은 제가 직접 관리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는 일은 잘되고 있죠?”
“너무 잘돼서 겁이 날 정도입니다. 택시, 렌트, 공유 모빌리티 사업 모두 너무 잘 굴러가고 있습니다.”
확실히 강 대위도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물론 그의 경영 능력은 다소 떨어졌지만, 리더십이 강한 사람이었고.
군 시절 그를 따르던 유능한 인재들이 그의 부족한 경영 능력을 커버해 주고 있었다.
그렇기에 여러 사업을 잘 이끌 수 있었고.
웬만한 중견 기업보다 더 큰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
“어딜 가면 회장님 소리를 듣는 분인데, 이제 경호 업무도 넘기는 게 어떠세요?”
“그건 절대 안 됩니다. 사람이 초심을 잃으면 망가지기 마련입니다. 제 초심은 회장님을 보필하는 겁니다!”
충성심은 여전한 강 대위였다.
태우그룹에 처음 입사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강 대위의 변함없는 충성심이 있기에 편하게 이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강 대위는 특별히 뒷주머니를 차도 눈감아 줄 테니 알아서 잘 챙겨가세요.”
“아닙니다! 연봉으로 받는 돈만 해도 군 시절에 비하면 20배가 넘습니다. 저는 물론이고 자식들까지 평생 먹고살기에 충분한 돈입니다.”
“그럼 다행이고요. 나중에 퇴직하게 되시면, 노후는 제가 책임지도록 하죠.”
“두 다리가 멀쩡히 움직이는 동안은 평생 회장님을 보필할 생각입니다. 그러니 제 노후 걱정은 안 해 주셔도 괜찮습니다.”
오랜만에 강 대위와 한참이나 대화를 나누었다.
경영하는 사업체의 보완점을 지적해 주었고, 앞으로 어떤 사업을 새로 시작하게 될지도 말해 주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고.
샤롯그룹의 진동구 부회장이 식당 별관에 도착했다.
“김 회장님 반갑습니다. 너무 오래간만 아닙니까? 자주자주 얼굴을 봐야 하는데 서로 바쁘다 보니 소홀했습니다.”
“먼저 연락을 드렸어야 하는데 진 부회장님이 먼저 연락을 하게 만들어 죄송할 따름입니다.”
“허허, 신경 쓰지 마십시오. 원래 기업가들의 소식은 신문과 뉴스를 통해 전해 듣는 것 아니겠습니까? 우선 한 잔 받으시지요.”
술부터 찾는 진동구 부회장이었다.
그만큼 속이 타들어 간다는 뜻이었고, 비싸고 독한 술 대신 시원한 맥주로 그의 속을 식혀 주었다.
“요즘 고민이 많으신가 봅니다. 안색이 많이 상하셨어요.”
“······김 회장님 말대로 진동오 부회장이 진행하는 중국 사업이 큰 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중국 진출은 원래 진동구 부회장의 몫이었다
하지만 장남인 진동오 부회장이 뺏다시피 하며 중국 진출을 자신이 차지해 버렸다.
그리고 그때, 나는 샤롯그룹의 중국 진출은 실패할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진동구 부회장에게 한 적이 있었다.
“부회장님 입장에는 나쁠 게 없는 상황이지 않습니까? 그룹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투자한 중국 진출을 실패한 장남, 그리고 일본에서 큰 성과를 보고 있는 차남. 진동구 부회장님이 차기 후계자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으로 보입니다.”
“저도 그렇게 될 줄 알았어요. 하지만 아버지는 여전히 장남을 밀어주고 계십니다.”
장자 승계는 세계 공통이라고 볼 수 있었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에서도 장자가 기업을 승계하길 바라는 경우가 많았고, 샤롯그룹 정도면 그나마 나은 수준이라고 볼 수 있었다.
“샤롯그룹의 임직원은 진동구 부회장님을 더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임직원의 지지를 받는 사람을 어떻게 내치겠습니까?”
“아버지와 진동오 부회장이라면 충분히 하고도 남습니다. 그러니 김 회장님께 조언을 부탁드리고자 오늘의 만남을 요청했습니다.”
나와 진동구 부회장은 거래를 했었다.
나는 샤롯그룹으로부터 신사옥 부지를 얻어 내고.
진동구 부회장은 샤롯그룹의 정식 후계자가 될 수 있도록 서로 돕겠다는 거래.
중국 시장 진출을 진동오 부회장에게 떠넘긴 것만으로도 내가 할 일은 다 했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샤롯그룹 부지를 얻는 데 성공했고.
아직 진동구 부회장은 정식 후계자가 되지 못했다.
A/S 차원으로 조언 정도야 못 해 줄 것도 없지.
“사드 부지로 샤롯그룹과 현재자동차가 경쟁하고 있는 것은 아시지요?”
“잘 알고 있습니다. 아버지께서 목숨 걸고 미군부대 부지를 차지하려고 하십니다.”
“막으세요. 정확히는 최대한 막는 척만 하세요. 그리고 임원진을 만나고 다니며 적극 반대하시면 길이 보이게 될 겁니다.”
내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는지 갸웃거리는 진동구 부회장이었다.
사드 배치로 인해 샤롯그룹이 중국 사업 철수를 할 정도로 제재를 받게 된다는 걸 모르기에 나오는 반응이었다.
사드 부지 제공이 독사과인 것을 샤롯그룹에서는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진동구 부회장만이 독사과임을 알아차리고 막는 시도를 한다면, 당연히 그의 영향력은 강해지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