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71)
독식하는 재벌 3세-371화(371/518)
371. 변덕 (1)
샤롯그룹 사장단 회의.
한 달에 한 번꼴로 소집되는 사장단 회의였고.
그만큼 샤롯그룹의 상황이 좋지 않음을 뜻하는 일이기도 했다.
그리고 오늘은 일본 샤롯그룹을 관리하고 있는 진동구 부회장까지 회의에 참석했다.
“샤롯마트와 백화점의 중국 매출이 조금씩이지만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쯧쯧, 그렇게 찔끔 상승해서 언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겠느냐? 50년은 더 걸리겠어.”
“일본 불매 운동의 여파로 샤롯그룹이 타격을 입었지만, 상황이 나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중국 시장의 매출은 이미 최저점을 기록했다고 봐야겠지, 그러니 차라리 중국 시장의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미국 시장에서 이득을 취하는 것이 최선이야.”
진호균 회장이 미국 시장을 꺼내 들었다.
전경련 회의 이후로 매일 미국 시장 이야기를 꺼내는 진호균 회장이었기에, 사장단은 귀에 딱지가 생길 지경이었다.
미국 시장과 신사옥 부지.
진호균 회장의 최대 관심사였고, 사장단 회의가 열린 이유기도 했다.
하지만 딱히 방법이 없었기에 회의 참석자들은 고개를 숙이고 시간이 빨리 흐르기만을 원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중국 진출 실패의 책임을 져야 하는 진동오 부회장은 목숨 걸고 미국 시장에 뛰어들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선 무조건 사드 부지 맞교환 대상으로 샤롯그룹이 선택되어야만 했다.
“사드 부지만 샤롯그룹에서 제공할 수 있다면, 백악관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그러니 무조건 현재자동차 그룹을 따돌리고 우리가 대상자가 되어야만 합니다.”
“그걸 누가 모르느냐? 뻔한 소리 말고 방법이나 말해 보거라.”
“부지 선정은 결국 정치권에서 결정합니다. 특히나 미국 쪽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습니다. 현재자동차 그룹이 한국 정치계 쪽은 빠삭하다곤 하지만, 미국 정치계까지는 영향력이 미치지 못합니다.”
결국 로비를 하자는 말이었다.
샤롯그룹은 수십 년 전부터 한국 정치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현재자동차 그룹에 비할 수는 없었다.
그러니 한국이 아닌 미국 쪽을 공략해야지만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다.
“미국 정치권을 무슨 수로 움직이겠다는 게냐? 운이 좋아 선이 닿는다고 한들 로비 자금으로 억만금을 뿌려야 할 것 아니겠느냐.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 버리면, 우리가 선정된다고 한들 아무런 의미가 없어.”
“돈을 들이지 않고 미국 정치권을 움직일 방법이 있습니다.”
“그런 방법이 어디에 있단 말이냐. 어디 말해 보거라.”
진호균 회장은 못 미더운 눈초리로 진동오 부회장을 바라봤고.
진동오 부회장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태우그룹의 김민재 회장의 도움을 받는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제가 알아낸 바로는 백악관은 처음부터 태우그룹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합니다, 전경련 회의는 그저 요식 행위에 불과했었지요.”
“그런데 왜 김 회장이 전경련 회의에서 갑자기 포기를 했단 말이냐?”
“아마도 중국 시장을 우려해서 그런 결정을 한 듯합니다. 우리와 달리 태우그룹은 중국에서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자신만만하게 목소리를 높이는 진동오 부회장.
하지만 듣는 사장단의 표정은 동시에 일그러졌다.
중국 진출 실패를 마치 자랑하듯이 들렸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치자. 그럼 김 회장이 우리를 도와주게 할 방안도 있느냐?”
“양심이 있으면 우릴 돕지 않겠습니까? 샤롯그룹이 없었다면, 태우그룹이 어떻게 신사옥을 지을 수 있었겠습니까? 그리고 태우그룹이 없었다면, 우리가 중국에서 큰 손해를 볼 일도 없었지 않습니까!”
모두가 얼굴이 붉어졌다.
진동오 부회장의 발언에 사장단 회의 참석자 모두가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였다.
양심이 없는 쪽은 김민재 회장이 아니라 진동오 부회장이라고 생각하는 그들이었지만, 아무도 그런 내색을 할 수는 없었다.
회장의 총애를 받고 있는 진동오 부회장이었으니까.
“제가 직접 만나 김민재 회장을 설득해 보겠습니다. 그래도 안 된다면, 회장님께서 나서신다면 해결이 되지 않겠습니까?”
“결국 내가 알아서 해결하라는 뜻이구나.”
“절대 아닙니다. 제 선에서 최대한 해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김 회장이 우리에게 마음의 빚이 있긴 하지. 영 가능성이 없는 방법은 아니구나.”
오늘의 사장단 회의는 그나마 해답이 나왔다.
진호균 회장까지 동의한 해답이니 이제 그렇게 움직이기만 하면 되었다
사장단은 오늘 회의가 생각보다 빨리 끝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에 얼굴이 밝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
진호균 회장과 진동오 부회장의 말을 막아서는 사람이 나왔다
사장단 중에서 그런 용기가 있는 사람은 없었으니, 나선 사람은 당연히 진동구 부회장이었다.
“저는 반대합니다.”
“김 회장의 도움을 받는 걸 반대한다는 게냐? 네게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그렇게 해 줄 테니 말해 보거라.”
“제 말뜻은 그게 아닙니다. 사드 부지 제공 자체를 반대한다는 뜻입니다.”
“지금 와서 그게 무슨 말이냐?”
진호균 회장의 언성이 높아졌다.
여전히 샤롯그룹의 절대자인 진호균 회장이었다.
나이가 들고 몸도 많이 약해졌다고는 하지만, 절대자의 위엄은 결코 약해지지 않는다.
그가 언성을 높이는 순간, 사장단은 호랑이 앞에 토끼처럼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진동구 부회장은 오히려 목소리를 더 높이며 반항했다.
“사드 부지를 제공해서 우리가 얻는 이득이 뭐가 있습니까?”
“무슨 이득을 얻는지 정녕 몰라서 하는 말이냐? 서울 금싸라기 땅에 신사옥을 지을 수 있게 되고, 미국의 지원도 받을 수 있지 않느냐. 지금 상황에서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어딨냔 말이냐.”
“회장님, 진동구 부회장이 일본에 오래 있어서 한국의 사정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얼른 말을 거드는 진동오 부회장.
자신이 장남이긴 했지만, 중국 진출 실패로 차남에게 언제 밀려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차남의 이미지에 스크래치를 내야 했기에 거세게 진동구 부회장을 공격했다.
“중국 시장을 완전히 포기할 생각입니까? 일본 불매 운동을 겪으면서도 겨우 버티고 있는 중국 사업부입니다. 사드 부지를 샤롯그룹에서 제공하게 되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됩니다.”
“이미 중국 사업부는 최악을 겪고 있지. 사드 부지 제공을 한다고 해서 이보다 얼마나 더 나빠지겠어? 그리고 미국에게 도움을 받게 된다면, 중국 사업도 지금보다 더 나아지지 않겠어?”
아주 희망찬 발언이었다.
복권에 당첨될 확률보다 낮은 가능성에 희망을 걸고 있는 진동오 부회장이었고.
진호균 회장까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사장단은 차마 반대를 할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진동구 부회장을 마음속으로나마 응원하는 사장단이었다.
“그럴 가능성은 0에 수렴합니다. 왜 지금이 최악이라고 판단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드 부지를 제공하는 순간, 지하실 밑에 지옥이 있음을 알게 될 겁니다. 중국에 진출한 모든 사업부를 철수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아주 악담을 퍼붓는구나. 그래서 사드 부지 제공을 포기하자는 말이냐? 샤롯그룹의 신사옥을 위해서라도 꼭 우리가 해야 한다고.”
점점 언성이 높아지는 진씨 형제들.
그들을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은 진호균 회장이 유일했고.
그는 장남인 진동오 부회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진동구 부회장은 이번 일에서 빠져라. 그냥 하던 대로 일본 샤롯그룹 일이나 열심히 보거라.”
“회장님! 신사옥이 아무리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이건 아닙니다. 샤롯그룹의 미래를 위해 재고 부탁드립니다.”
“어허! 샤롯그룹의 모든 직원이 한마음 한뜻으로 나아가도 모자랄 판국에 왜 초를 치느냐! 이번 일은 진동오 부회장이 알아서 하기로 했으니 믿고 맡길 테니 그리 알거라.”
진호균 회장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얼른 그의 옆에 서서 부축을 하는 진동오 부회장이었고.
그들이 회의실 밖으로 사라지는 걸 가만히 지켜만 볼 수밖에 없는 진동구 부회장과 사장단이었다.
회의실 밖으로 진씨 부자가 사라지자.
고개를 숙이고 있는 진동구 부회장을 향해 격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부회장님, 저도 사드 부지 제공에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회장님의 뜻이 워낙 굳건하셔서 아무런 말을 드리지 못했을 뿐입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이번 일은 득보다 실이 훨씬 많은 일입니다. 신입 사원도 계산이 가능한 득실을 왜 회장님께서 못 보시는지 모르겠습니다.]사장 한 명이 용기를 내어 진동구 부회장의 편을 들었고.
그러자 속으로만 응원하던 다른 사장도 용기를 내어 목소리를 내었다.
물론 진호균 회장이 없기에 가능한 용기였고, 진호균 회장이 있는 한 절대 공론화할 수 없는 목소리기도 했다.
“제가 최대한 막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막는 게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러니 어떻게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진호균 회장이 없을 때만 목소리를 내는 사장단.
지금이야 이런 목소리가 필요 없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진호균 회장이 백년 만년 샤롯그룹을 지키고 있을 수는 없었고.
만약 진호균 회장이 회장 자리에서 내려와야만 하는 불가피한 상황이 온다면?
오늘의 일을 통해 사장단 전원이 진동구 부회장을 지지하게 될 터였다.
사장단의 지지.
진동구 부회장의 노림수였다.
후계 구도에 있어 사장단의 지지는 생각보다 비중이 높았다.
물론 진동오 부회장 파벌의 사장단까지 움직일 수는 없겠지만, 중립 파벌을 자신의 편으로 데리고 올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었다.
‘일단 김민재 회장의 말대로 상황이 돌아가긴 하는군.’
이렇게 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회장이 될 수 있다 이거지?
사장단의 격려에 입을 가리고 미소를 짓는 진동구 부회장이었다.
이번 작전은 진동구 부회장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김민재 회장의 도움을 받아 짠 전략이었고, 그의 말에 따르면.
자신을 회장으로 만들어 줄 수도 있는 전략이라고 했다.
* * *
금융허브 타워는 정말 바쁘게 굴러가고 있었다.
퀀텀펀드와 태우증권을 비롯한 양적완화 축소 작전을 시행하고 있는 집단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돈을 쓸어 담느라 정신이 없는 그들이었다.
그런데 그들보다 더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나머지 금융사였다.
어떻게든 정보를 하나라도 더 얻기 위해 부단히도 뛰어다녔고, 혹시나 작전에 참여할 수 있을까 싶어 계속해서 기웃거리기도 했다.
“정신 사나워 죽겠습니다. 하루에 커피 마시자고 찾아오는 사람만 해도 30명이 넘습니다. 이러다가 카페인 중독으로 응급실에 실려 갔다고 뉴스에 날까 겁이 날 정도입니다.”
“그럼 이제 양적완화 작전을 모두에게 오픈하도록 하죠.”
“기존에 참여하고 있던 금융사에서 반발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참여한다고 해도 기존에 참여했던 금융사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되는 수익밖에 보지 못해요. 그러니 크게 반발하지는 않을 겁니다.”
양적완화 작전은 이제 1단계에 불과했다.
미 연준에서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발표했고.
이제 그 말을 뒤집을 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양적완화 축소를 하는 것으로 모두가 알고 있을 때, 갑자기 연준에서 양적완화 축소를 취소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당연히 증시는 또 한 번 뒤집히게 되어 있었고.
우리는 이미 그 준비를 다 해 둔 상태였다.
지금 그 정보를 다른 금융사에 알린다고 한들, 준비를 제대로 할 수는 없을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