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72)
독식하는 재벌 3세-372화(372/518)
372. 변덕 (2)
변덕 혹은 불확실성.
기업이 가장 싫어하는 단어였고, 변덕을 부리는 상대와 거래하지 않으려는 이유기도 했다.
하지만 변덕을 부리는 사람이 미국 연준이라면?
그저 당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의 경제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연준 의장의 결정을 두고 일개 기업이 왈가왈부할 수 없으니까.
“미 연준에서 공식 발표를 하였습니다. 양적완화 규모를 유지하기로 말을 뒤바꾸었습니다. 회장님의 예상대로 연준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미국 주식시장이 아주 난리가 났겠군요.”
“금리의 영향을 많이 받는 업체의 주가가 일제히 상승하기 시작했고, 채권, 선물, 환율 할 것 없이 전부 요동치고 있습니다.”
괜히 미 연준 의장을 경제 대통령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한마디에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 경제가 움직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양적완화를 유지하겠다는 발언 한마디에 경제 상황이 완전히 변해 버렸다.
“회장님은 어떻게 연준에서 양적완화 규모를 유지할 것이라고 보셨습니까?”
“질문의 타이밍이 상당이 늦군요. 준비 과정에서 해야 할 질문 아닌가요?”
“회장님께서 시키는 일은 무조건 따라야 이득이 된다는 것을 몸소 터득했습니다. 그러니 상황이 벌어진 다음 질문을 하는 게 마음이 더 편합니다.”
한 사장은 이미 모든 준비를 끝내 놓았고.
실무진은 갑작스런 양적완화 유지로 인해 급변한 주식 시장으로부터 막대한 수익을 뽑아내고 있었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전부 다 처리한 한 사장이었고.
그러니 마음 편히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었다.
“물가상승률도 그렇고 고용지표도 그다지 좋지 않았어요. 그러니 연준에서는 양적완화 카드를 버릴 수가 없었을 겁니다.”
“연준 의장도 오늘 발표에서 물가상승률과 고용 지표 이야기를 꺼내긴 했습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 연준이 말을 바꿀 것이라 예상하는 건 근거가 빈약하게 느껴집니다.”
내가 미래를 보고 왔다고 말할 수는 없었고.
한 사장을 설득하기 위해선 백악관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백악관에 초청을 받았을 때 그런 기류를 읽었어요. 물론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들은 건 없지만, 대통령과 주요 인사들의 반응을 자세히 살피면 국정 기조를 읽을 수가 있죠.”
“빈약한 근거를 눈치로 채웠다는 말씀이시군요. 저처럼 눈치가 느린 사람은 도저히 따라 할 수 없는 방법입니다.”
한 사장은 예측력이 뛰어난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분석력이 뛰어난 사람이었고, 내가 예측한 상황을 분석해 최적의 수익구조를 만들어 내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서로 잘하는 걸 하면 되죠. 태우증권의 수익률은 괜찮게 나오겠어요?”
“한국 금융사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수익을 낼 것으로 확신합니다. 태우증권 펀드에 가입한 고객님들의 입이 벌어질 정도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 같이 잘 먹고 살아야죠. 우리만 잘 먹고 잘 살면 결국엔 미운털이 박혀요.”
태우증권은 두 종류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었다.
하나는 태우그룹의 자금,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펀드를 통해 모집한 고객들의 자금이었다.
“그래서 금융 타워의 모든 금융사에게 정보를 나눠 준 것 아니겠습니까?”
“반응은 어때요? 혹시 왜 이제 정보를 알려 주냐고 항의하는 금융사가 있었나요?”
“마음속으로야 그런 생각을 할 순 있겠지만, 입 밖으로 꺼내는 곳은 없었습니다.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작전에서 배제될 수가 있는데 어떻게 그러겠습니까?”
일종의 길들이기였다.
채찍과 당근을 번갈아 가며 줘야 제대로 길들일 수가 있었고.
양적완화 축소 상황에서 손가락만 빨던 금융사들이 양적완화 유지 판에서는 같이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어떻게 반항을 하겠는가?
우리가 계속해서 당근을 줄 수 있다는 확신만 심어 준다면.
영원토록 금융타워에 남아 말 잘 듣는 얌전한 사냥개로 남아 줄 금융사들이었다.
“혹시나 그런 금융사가 나오면 다음 판에서 제외시켜 버리세요.”
“다음 판이라면, 양적완화 축소 말씀이시지요? 그런데 그런 상황이 오겠습니까? 아무리 연준이라고 해도 축소에서 유지로 그리고 다시 축소하겠다고 말을 바꾸긴 어렵지 않겠습니까?”
금융사 입장에서는 미치고 팔짝 뛸 일이었다.
미 연준에서 변덕을 부릴수록 금융사들은 밤을 세워 가며 대응해야 했다.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었다.
미 연준의 변덕을 미리 알고 준비만 제대로 해 둔다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었으니까.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은 오히려 더 쉬워요. 그리고 미국은 이제 양적완화를 축소할 때가 되긴 했어요. 이번 양적완화 유지 정책은 일종의 시간 끌기에 불과하죠.”
“그럼 올해 연말에 양적완화가 축소된다는 걸 기반으로 계획을 세워 보겠습니다.”
“수익률은 점점 떨어질 겁니다. 시장도 변덕에 익숙해지는 거죠. 그래도 나쁘지 않은 수익을 뽑아낼 순 있을 겁니다.”
다시 한 사장의 시간이 되었다.
다음 판떼기를 지금부터 준비를 해 둬야 했으니까.
* * *
오래간만에 나는 태우IT를 찾았다.
천 팀장을 만나 할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었고.
이곳저곳을 바삐 움직이고 있는 천 팀장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전동휠이라도 하나 사 줘야겠군요. 이동하는 데 체력을 다 사용하겠어요.”
“그래도 될까요? 솔직히 전동 휠체어라도 하나 사서 다닐까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회사에서 그런 걸 타고 다니면 눈치가 보여서 참고 있었어요.”
“태우그룹에서 천 팀장에게 감히 눈치를 줄 사람이 어디 있어요?”
나를 빤히 바라보는 천 팀장이었다.
그러고는 열 손가락을 활짝 펼쳐 보이며 하나씩 손가락을 접는 그녀였다.
“회장님도 계시고, 각 계열사 사장님들, 그리고 태우IT만 해도 저보다 직급이 높은 사람이 수십 명은 넘어요.”
“다른 계열사 사장은 몰라도 이제 태우IT 내에서 천 팀장에게 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인공지능센터 센터장으로 승진하시게 될 거니까요. 그리고 태우IT를 총괄 관리하는 부사장도 겸임하게 될 겁니다.”
“제가요?”
천 팀장의 또래 직원들은 이제 대리 혹은 과장급이었다.
그런데 부장도 아니고 센터장에 부사장 직급으로 승진하게 된다니 믿지 못하는 그녀였다.
“그럼 누굴 승진시킵니까? 인공지능센터를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만든 사람이 천 팀장이지 않습니까.”
“저는 그저 준비만 하고, 새로운 센터장님이 오시는 줄만 알았어요.”
“새로운 센터장을 왜 구합니까? 이미 모두에게 인정받는 인재가 여기에 있는데 말이죠.”
얼굴을 붉히는 천 팀장이었다.
천 팀장을 놀리기 위해 하는 말은 결단코 아니었다.
그녀의 실력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었고, 젊은 나이에 센터장에 오른다고 해서 반발할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래도 저보다 직급이 높고, 태우그룹에서 오래 일한 직원들이 반발하지 않을까요?”
“사실상 센터장 역할을 이미 천 팀장이 하고 있어요. 태우IT에서 진행하는 대부분의 사업에 참여하고 있고, 특히나 인공지능 관련 사업은 천 팀장이 모두 관여하고 있기도 하죠.”
태우그룹에서 가장 바쁜 사람이 천 팀장이었다.
그녀가 소화하고 있는 일정만 놓고 본다면, 몸이 10개라도 부족해 보였다.
남들은 하나도 제대로 진행하기 어려운 프로젝트를 연달아 성공시킨 성과도 있었기에 센터장에 오를 자격은 충분했다.
“그래도 제가 센터장에 오르는 건 시기상조 같아요.”
“센터장에 오르면 많은 권한을 가지게 됩니다. 가령 E-스포츠 후원이나 광고도 센터장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죠.”
“······E-스포츠 선수들과 협업도 가능할까요?”
“당연히 가능하죠. 센터장은 본사의 허가 없이 협업을 진행할 권한을 보유하고 있어요.”
“그럼 할게요!”
역시 이럴 줄 알았다.
E-스포츠에 진심인 천민정이었다.
“다음 주 중으로 정식 발령이 날 겁니다. 따로 준비할 건 없고, 마음의 준비만 하면 됩니다. 개인 사무실과 차량이 제공되고, 비서 2명과 수행비서 1명도 배치될 겁니다.”
“어색하긴 하지만, 익숙해져야겠죠?”
“경영진의 시간은 소중합니다. 비서를 통해 잡무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 겁니다.”
“노력해 볼게요.”
어색함에 몸 둘 바를 몰라 하는 천민정이었다.
그런 그녀를 위해 자연스럽게 일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인공지능 사업부는 잘 돌아가고 있죠? 여러 곳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어 제가 전부 챙기진 못하고 있네요.”
“우리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든 기업이 크게 만족하고 있어요. 특히나 로보 노디스크에서는 인공지능 사용 의뢰가 2배 이상 증가했어요. 그리고 인공지능 관련 정보를 과할 정도로 요구하고 있어요.”
인공지능과 신약 개발.
예전에는 크게 관심받지 못했던 일이었지만.
천 팀장을 비롯한 인공지능센터의 뛰어난 연구진이 만든 딥러닝 인공지능은 신약 개발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러니 욕심이 나겠지.
센트리언이 단기간에 인슐린 생산을 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인공지능에 있었고, 로보 노디스크의 이사회도 보고를 받아 아는 내용이었다.
“우리가 제공한 정보를 토대로 로보 노디스크에서 비슷한 성능의 인공지능을 만들거나 카피할 수 있을까요?”
“완전히 불가능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의약 회사인 로보 노디스크의 기술력으로는 태우그룹의 인공지능을 카피하긴 어려워요. 흉내 정도는 낼 수 있겠지만, 그게 전부예요.”
“아쉽군요.”
“뭐가 아쉽단 말씀이세요?”
상대가 적극적으로 나와야 싸울 맛이 난다.
강하게 주먹을 휘두를수록 상대의 힘을 이용해 더 큰 타격을 가할 수 있기 마련.
그런데 로보 노디스크는 너무 안전지향적으로 움직였고, 이대로는 10년을 기다려야 내가 원하는 상황이 올 것 같았다.
그렇게 오래 기다릴 순 없지.
상대방이 미적거린다면, 등을 떠밀어 주는 수밖에.
“혹시 로보 노디스크가 인공지능을 카피해서 만들 수 있도록 핵심 기술을 유출할 수 있나요? 물론 핵심 기술 전체를 넘기라는 건 아니고, 그럴듯하게 만들 정도의 기술이면 됩니다.”
“그 정도는 어렵지 않아요. 2년 전에 만들었던 프로토 타입의 인공지능 기술 정도는 언제든지 넘길 수 있어요.”
“넘기는 건 아니고, 로보 노디스크가 언제든지 쉽게 훔쳐 갈 수 있도록 눈에 보이는 곳에 두는 정도로만 가능할까요?”
현찰 더미를 들고 다니는 건 죄가 아니다.
유혹을 이겨 내지 못하고 현찰 더미를 훔치려는 사람이 모든 책임을 져야 했다.
“가능은 하지만, 굳이 그래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아무리 다운그레이드 버전이라곤 하지만, 그 수준의 인공지능을 보유한 기업은 몇 곳 되지 않아요.”
“로보 노디스크에서 다운그레이드 버전 인공지능을 만든다면, 천 팀장이 원격 조종할 수 있을까요?”
“핵심 기술에 몇 가지 코드를 심어 놓으면, 얼마든지 제가 원하는 대로 조종이 가능하긴 해요.”
“로보 노디스크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훔쳐 가는 순간, 신약 개발 관련 정보를 수정해 주세요.”
일종의 트로이 목마 전략이었다.
훔친 인공지능 기술은 트로이 목마가 되어 로보 노디스크의 내부를 공격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었다.
“신약 정보를 어떤 식으로 수정하면 될까요?”
“아무런 쓸모가 없는 쓰레기처럼 보이도록 만들어 주세요.”
“쉽지는 않지만 가능은 해요. 우선은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정보를 전부 수정하고, 실험 기록을 오염시키면 될 것 같아요.”
로보 노디스크가 만들 다이어트 치료제를 가져올 기회였다.
물론 로보 노디스크가 인공지능 핵심 정보를 도둑질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법.
로보 노디스크는 우리가 만든 트로이 목마를 훔쳐 갈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