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73)
독식하는 재벌 3세-373화(373/518)
373. 변덕 (3)
오랜만에 데이비드가 한국을 방문했다.
여러 소식을 전하기 위해 한국을 직접 찾은 그였고,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한정식 식당에서 백숙을 들이켜는 그였다.
“키야아! 미국에서는 왜 이런 맛이 안 나는지 모르겠습니다. 괜히 백숙이 보양식이라고 불리는 게 아닙니다. 몸속이 따뜻해지며 독소가 몸 밖으로 배출되는 기분입니다!”
“무슨 미국 사람이 백숙을 그렇게 좋아해요? 누가 보면 평생을 한국에서 산 사람으로 알겠어요.”
“회장님을 따라다닌 지가 벌써 몇 년입니까? 이쯤 되면 저도 반쯤은 한국 시민이지요.”
“이러다가 나중에는 김장까지 하겠어요.”
후식으로 나온 수정과까지 시원하게 들이켜는 데이비드였고.
그러고 나서야 한국까지 방문한 목적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연준에서 양적완화를 축소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힌 듯합니다. 조만간 양적완화 축소를 공식 발표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양치기 소년의 말을 누가 믿을까요? 양적완화 축소를 하겠다고 했다가 유지해 버리고, 또다시 축소하겠다고 하는군요.”
“회장님께서 원하시던 상황 아니십니까?”
“이제 그렇게 재미를 볼 시기는 지났어요. 그냥 푼돈이나 조금씩 버는 수준이죠.”
물론, 이미 준비는 완벽히 해 두었고.
푼돈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웬만한 금융사의 1년 수익을 한 번에 벌 수 있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타워 전체가 나눠 먹기엔 파이가 부족한 사건이었다.
“회장님이 푼돈이라고 부르는 수익을 올리기 위해 월가의 투자회사들은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열심히 하라고 하세요. 그보다 베네수엘라의 움직임은 어떤가요?”
양적완화는 이제 버리는 카드였고.
금융타워가 나눠 먹을 새로운 파이는 석유였다.
베네수엘라는 그저 파이의 일부분일 정도로 이번 프로젝트의 규모는 거대했다.
“베네수엘라의 상황이 아주 재미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장기 집권했던 차베스의 사망으로 인해 부통령인 마두로가 그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 임기가 많이 남은 상황이라 대선을 다시 치러야 했지요.”
“마두로 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했다는 소식은 전해 들었어요.”
“고작 2%도 안 되는 차이로 간신히 이겼습니다. 그리고 출구조사에서는 상대 후보가 오히려 더 높게 나와 버렸습니다. 그래서 정치권에서는 마두로 부통령이 부정선거를 했다는 음모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부패한 국가와 부정선거는 한 묶음이었다.
그러니 베네수엘라 대선에서 부정선거가 일어났다는 말은 단순한 음모론으로 치부하긴 어려웠다.
“확실한 증거가 나온다고 한들 선거 결과를 뒤집긴 어려울 겁니다. 이미 마두로 대통령이 정권을 꽉 잡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차베스 대통령 시절처럼 흘러가진 않고 있습니다.”
“석유 가격이 떨어지는 만큼 대통령 지지도도 떨어지는 구조니 어쩔 수 없죠.”
차베스 대통령 시절에는 고유가 시대였다.
베네수엘라에서 생산되는 석유를 비싼 값에 팔 수 있었고.
넘쳐나는 돈을 국민들에게 뿌렸으니 대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2012년부터 석유 가격은 조금씩 하락하고 있었고, 예전처럼 막무가내로 퍼주는 식의 정책을 펼칠 수 없게 된 베네수엘라였다.
“그리고 미국 정치권에서도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젠 베네수엘라에 끌려다닐 필요가 없게 되었죠. 셰일 가스가 본격적으로 대량 생산되는 순간, 미국은 베네수엘라를 제재하기 시작할 겁니다.”
“저도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지금이야 제재에 관련된 논의를 시작한 단계에 불과하고, 제재가 실질적으로 시작되려면 최소 2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직은 베네수엘라의 입에 산소 호흡기는 달려 있었다.
지금이라도 정상적인 국가 행세를 하면 목숨은 부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반미 정책을 펼쳤던 차베스 대통령의 후계자인 마두로 대통령이었기에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했다.
“셰일 가스로 3차 석유 전쟁이 발발한다면, 최대 피해국은 베네수엘라가 될 겁니다.”
“3차 석유 전쟁이 정말 터지겠습니까? 미국 입장에서도 큰 피해를 보게 될 텐데 말입니다.”
1차 석유 전쟁은 1979년에 발생했고.
산유국이 극도로 유리한 유가 인상 전쟁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1차 석유 전쟁의 승자는 사우디가 되었다.
2차 석유 전쟁은 1986년.
1차 전쟁과는 반대로 유가 하락 전쟁이었고.
저유가 시대로 인해 소련이 큰 피해를 입었으며, 소련이 붕괴시키는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다.
3차 전쟁도 2차 전쟁과 마찬가지였다.
유가 하락 전쟁이 벌어질 것이었고, 사우디를 비롯한 OPEC과 베네수엘라, 러시아 등의 산유국이 치킨 게임을 벌이게 될 터였다.
“미국도 당연히 피해를 입겠죠. 하지만 눈엣가시 같은 러시아와 베네수엘라를 동시에 공격할 수 있는 석유 전쟁을 마다할 이유가 없죠.”
“국제 정세가 아주 재밌어지겠습니다.”
“재밌게 구경만 하기엔 아깝죠. 우리가 뛰어들어 수익적으로도 큰 이득을 봐야 더 재밌어지지 않겠어요?”
데이비드는 미소를 지으며 내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무언가가 떠올랐는지 정색을 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석유 전쟁이 발생하면, 셰일 가스 업체가 죽어 나가지 않겠습니까? 산유국에 비해 석유 생산 단가가 높은 셰일 가스이지 않습니까.”
“셰일 가스 업체가 줄도산을 하겠죠. 그나마 규모가 큰 업체들은 어떻게든 버티겠지만, 빅3에 들지 못하는 셰일 가스 업체들은 버틸 힘이 없을 겁니다.”
“체셔피크는 버티지 못한다는 말씀이시군요.”
“미국 정부가 산소 호흡기를 달아 주니 않는다면, 살아남기 힘들 겁니다. 살아남는다고 하더라도 예전만 못해지겠죠.”
우리와 계약한 업체가 체셔피크였다.
텍사스의 왜그너 목장을 비롯한 모든 셰일 가스 개발을 체셔피크가 담당하고 있었다.
우리와는 동업자 관계였고, 우리가 지분 일부를 보유하고 있기도 했다.
“체셔피크 지분을 지금이라도 팔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손해를 좀 보긴 하겠지만, 헐값에 체셔피크를 인수하려면 명분이 필요해요. 지금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체셔피크의 지분이라면 명분으로는 충분하죠.”
빅3 업체가 아닌 체셔피크를 택한 이유였다.
석유 전쟁으로 보는 손해 대부분은 체셔피크가 감당하고.
석유 전쟁이 끝나고 유가가 오르기 직전에 체셔피크를 인수해 이득은 우리가 보는 계획이었다.
“인수할 가치가 있겠습니까? 정부의 지원까지 받을 정도면 회생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이야기 아니겠습니까?”
“몇 배는 남겨 먹을 수 있어요. 그리고 미국 정치권과의 좋은 관계를 위해서라도 우리가 셰일 가스 업체를 인수하는 편이 좋아요.”
무조건 우리에게 이득이 되는 일이었다.
미국 정치권에는 셰일 가스 인수로 인해 빚을 지울 수 있었고.
석유 전쟁이 끝나면 셰일 가스를 통해 큰돈을 벌 수도 있는 일이었다.
“앞으로 체셔피크 경영진 얼굴을 똑바로 못 쳐다보겠습니다. 저도 나름 양심이라는 게 있는 사람이라서 말이죠.”
“그럴 필요 없어요. 망하기 직전의 회사를 우리가 인수하는 것인데 뭐가 문제겠어요? 오히려 우리가 도와주는 셈이죠.”
우리 때문에 망한다면 양심에 찔리겠지만.
국제 정세로 인해 망하는 것인데 누구 탓을 하겠는가?
그리고 기적적으로 잘 경영해서 이번 석유 전쟁에서 큰 피해 없이 살아남을 수 있지도 않겠는가?
물론 그럴 가능성은 1%도 되지 않겠지만.
“그럼 그렇게 움직이겠습니다. 그런데 러시아의 움직임도 심상치가 않습니다. 크림반도에 대한 욕심을 계속해서 표출하고 있습니다. 마치 전쟁이라도 실제로 벌일 듯이 과격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정말 전쟁을 일으킬 생각이니 그렇게 움직이는 거겠죠. 늦어도 내년이면 실제로 크림반도를 정복하기 위해 군대를 움직일 겁니다.”
“러시아가 그런 움직임을 보인다면, 미국도 무언가 조치를 취하지 않겠습니까?”
“당연히 제재를 가하겠죠. 그리고 석유 전쟁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명분도 되겠죠.”
석유 전쟁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엮여 발생했다.
셰일 가스, 베네수엘라, 러시아의 크림반도 사태, 그리고 사우디를 비롯한 OPEC의 주도권 싸움까지.
복잡하고 방대하다고 해서 절대 나쁜 건 아니었다.
돈을 벌 수 있는 곳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미국이 제재를 가하는 순간, 러시아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겠습니까?”
“당연히 그렇게 되겠죠. 금융타워에서 지금부터 러시아의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졌음을 가정하고 작전을 세우고 있어요.”
“······태우그룹은 괜찮겠습니까? 한국 기업 중에서 러시아에 가장 많이 진출한 곳이 태우그룹이지 않습니까.”
태우그룹은 러시아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저렴한 가격에 석유와 천연가스를 공급받고 있었고.
천연가스 회사의 지분 일부를 내가 보유하고 있기도 했었다.
그러니 결코 좋은 상황만은 아니었다.
어떻게 모든 사업부가 이득을 보겠는가?
러시아 사업부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다른 곳에서 더 많은 이득을 취할 수만 있다면 충분했다.
“해외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발을 빼겠죠. 하지만 태우그룹은 계속해서 러시아에 남아 있을 겁니다.”
“그래도 괜찮은 겁니까? 괜히 백악관의 심기를 건드릴 수도 있습니다.”
“사업을 확장하지 않고, 지금 상황만 유지한다면 별일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백악관을 달래는 역할은 데이비드가 해 줘야죠.”
“제가 백악관을 잘 구워삶아 보겠습니다!”
데이비드와 3시간이 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 사장에게도 말하지 않은 장기 플랜을 데이비드에게는 알려 주었다.
그만큼 중간에서 조율자 노릇을 해야 하는 데이비드의 역할이 크기 때문이었다.
물론 한 사장에게도 조만간 장기 플랜을 공유할 예정이었다.
* * *
미국 연준의 변덕이 또다시 시작되었다.
양적완화 축소에서 유지 그리고 다시 축소까지.
그렇다고 해서 시장의 반응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미리 준비하고 있던 금융타워 소속 금융사들이 짭짤한 수익을 올릴 정도는 되었다.
“채권 가격이 다시 상승하고 있고, 다시금 공매도를 진행해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공매도에는 금융타워 모든 금융사들이 참여했기에 수익률은 이전에 비하면 높지 않습니다.”
“다 같이 손을 맞춰 보는 경험을 했다고 보면 됩니다.”
“확실히 금융타워 전체에 활기가 돌고 있긴 합니다. 서로 오늘 몇 %의 수익률을 올렸는지 자랑하고 다니느라 바쁩니다.”
역시나 금융사에게 수익만큼 좋은 조건은 없었고.
앞으로 몇 년만 더 먹이를 던져 주면, 알아서 한국에 자리를 잡을 외국 금융사들이었다.
“다들 아주 신이 났군요. 우리는 슬슬 다음 작전을 준비해 보지요.”
“큰 그림만 말씀해 주시면, 제가 알아서 뼈와 살을 붙여 보겠습니다.”
자신감이 넘치는 한 사장이었고.
그에게 나는 베네수엘라, 러시아, OPEC 산유국이 엮여 있는 3차 석유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모든 이야기가 끝나자 한 사장이 기겁을 했다.
지금까지 진행했던 작전보다 너무 큰 스케일에 놀란 그였다.
“우선은 타임라인을 만들어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혼자서 계획을 세울 수 있겠어요?”
“솔직히 저 혼자서는 불가능합니다. 태우증권의 임원진과 태우경제연구소의 도움을 받아야 제대로 된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래서 한 사장을 좋아했다.
자신의 한계를 정확히 알고 있었고,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하면 채울 수 있는지도 잘 아는 사람이었다.
“경제 연구소에는 제가 말해 놓죠. 후쿠다 소장과 함께 계획을 세우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데이비드와 다이먼을 통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 정세에 관련된 정보도 얻은 다음 확실히 계획을 세워 보겠습니다.”
연습경기는 이제 끝났다.
연습경기였던 양적완화는 본 경기인 석유 전쟁에 비하면 애들 장난 수준이라고 볼 수 있었고.
금융타워 소속 금융사가 전부 달라붙어도 다 먹지 못할 정도의 수익을 볼 수 있는 프로젝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