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75)
독식하는 재벌 3세-375화(375/518)
375. 변덕 (5)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올림픽.
2월 7일에 성대하게 개막식이 열렸고.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어쨌든 2월 23일 폐막식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이틀이 지난 25일.
크림반도에 위치한 광장에서 러시아 국기가 펄럭이며 갑작스러운 집회가 열렸다.
“드디어 러시아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예상보다 두 달이나 빠른 움직임입니다. 정식 올림픽은 끝났다고는 하지만, 패럴림픽이 남아 있는데 벌써 움직일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올림픽에 비해 패럴림픽은 국제적인 관심이 낮다고 판단했겠죠.”
패럴림픽까지 끝나야 진정한 의미로 올림픽이 끝났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마음이 급한 러시아는 먼저 움직여 버렸고, 국제적인 관심이 올림픽에서 크림반도로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크림 공화국의 러시아통합당 소속 악쇼노프 의원이 총기와 로켓 발사기로 무장한 병력을 이끌고 의회를 점거했다고 합니다.”
“총리가 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긴 하죠.”
선거를 통해서는 절대 총리가 될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의 지지율은 고작 4%가 넘어가지 않았고, 국민적인 지지를 받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런데 굳이 국민적인 지지를 받을 필요가 있겠는가?
총과 로켓 발사기만 있으면, 아주 쉽게 의회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데 말이다.
“악쇼노프 의원이 스스로 총리에 취임하고, 러시아와의 합병을 요청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아마 그렇게 움직일 겁니다. 러시아에서는 크림 공화국 총리가 합병을 먼저 요청해 왔으니 명분이 생기는 셈이죠.”
“크림반도 이전 총리도 쿠데타와 비슷한 형태로 총리의 자리에 올랐으니 명분이 더욱 쌓인 셈입니다.”
“최소한의 명분일 뿐이죠. 무력으로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탈한다는 건 바뀌지 않은 사실이기도 하고요.”
러시아 입장에서는 충분한 명분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 이외의 나라에는 부족한 명분이었고, 오히려 러시아를 제재할 충분한 명분이 되는 크림반도 사태였다.
“미국에서는 어떻게 반응하고 있나요?”
“아직은 지켜보는 입장이라고 데이비드를 통해 전해 받았습니다.”
“러시아에서 직접적으로 무력 침공을 감행하는 순간, 미국도 움직이겠군요.”
“하지만 UN을 통해 이번 사태를 막긴 어려울 듯합니다.”
“러시아도 상임이사국이니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력이 아무리 반대하고 나서도 UN이 러시아를 막을 순 없겠죠.”
UN은 만장일치 제도를 택하고 있었다.
그러니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반대를 한다면, 결국 UN이 할 수 있는 건 없었고.
만약 UN이 움직인다고 한들 UN은 권고만 할 수 있을 뿐, 법적으로 할 수 있는 건 전혀 없었다.
“UN이 움직이지 못하니 미국과 유럽에서 자체적으로 움직일 겁니다. 아무리 늦어도 3월 안에는 제재안이 발표되겠죠.”
“그래서 지금 움직이려고 합니다. 루블화에 대한 계획과 러시아 기업에 대한 작전을 실행하려고 합니다.”
“딱 좋은 타이밍이군요. 루블화는 붕괴될 테고, 러시아는 경제 위기에 빠질 겁니다.”
“러시아에서 빠져나가는 돈을 우리가 최대한 받아먹도록 해 보겠습니다!”
크림반도로 러시아는 1,000억 유로 이상의 피해를 입는다.
그중에서 우리가 절반만 받아먹어도 500억 유로였고, 70조 원이 넘는 금액이었다.
이는 최소한으로 책정했을 때의 금액이었고, 계획이 제대로 굴러만 가도 100조 원에 달하는 수익을 금융타워 금융사들끼리 나눠 먹을 수 있었다.
“이번 작전은 한 사장이 직접 지휘하시죠?”
“금융타워 전체가 움직이는 작전이라 우선은 제가 지휘를 하고, 부족한 부분은 조지 대표가 맡아 주기로 하였습니다.”
“이번 작전에서 돌발 행동을 하는 금융사를 체크해 두세요. 다음 작전에서 배제하거나 가장 수익률이 낮은 분야에 박아 버리면 되니까요.”
“분부대로 하겠지만, 그런 금융사가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빨을 들이밀기는커녕 꼬리 흔들기에 바쁜 사람들입니다.”
러시아 작전이 시작되었다.
석유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전쟁이었고.
태우그룹의 영향력이 한국을 넘어 세계 전체에 뻗어 나가게끔 만드는 작전의 시작이기도 했다.
* * *
3월이 되었다.
한 달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일어났다.
크림 공화국의 총리 자리를 악쇼노프 의원이 결국 무력으로 강탈했다.
그리고 곧장 러시아와의 합병을 요청했고, 신원을 알 수 없는 무장한 군인들이 크림반도를 점령하고 있는 중이기도 했다.
당연히 러시아 군인들이었다.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모든 마크를 해제했다고는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본인의 소속을 완벽히 속일 수는 없었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
하지만 이제 그런 요식행위마저 하지 않는 러시아였다.
“러시아의 군대가 움직였습니다. 크림반도 주요 공항을 점령하였습니다.”
“러시아에서 공식 발표를 했나요?”
“발뺌을 하고 있긴 하지만, 누가 봐도 러시아 소속 군인들입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를 향해 비난 성명을 발표했고, 그러는 사이 러시아에서 6천 명이 넘는 군인이 크림반도로 넘어오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점령전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 말은 곧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가 러시아를 제재하는 순간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미국과 유럽이 움직이기 시작하겠군요.”
“안 그래도 데이비드로부터 방금 연락을 받았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크림반도 사태에 관련해 기자회견을 가진다고 합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속보가 쏟아져 들어왔고.
오바마 대통령이 회견장에서 어떤 발언을 했는지에 관한 내용이었다.
[러시아의 군사적 움직임에 매우 우려를 표한다. 러시아의 어떤 군사적 개입도 대가를 치를 것이다.]대가를 치른다.
가만히 두고만 보고 있지 않겠다는 뜻이 담긴 발언이었다.
그렇기에 한 사장은 진지하게 오바마 발언을 곱씹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을 보니 혹시 미국이 군대를 우크라이나에 파견 보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시 대통령이나 공화당 쪽에서 대통령이 나왔다면,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겠죠.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성향을 보면 군사적 충돌까진 가지 않을 겁니다.”
이미 많은 전쟁으로 지친 미국이었다.
예전처럼 군사를 직접 보내는 일은 웬만하면 일어나지 않는다.
“미국이 군사적 개입을 하지 않는다면, 대규모 전쟁은 발생하지 않게 되겠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제대로 된 반항도 하지 못한 채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빼앗기겠죠. 그러니 전쟁 발생 가능성을 0%로 설정해서 작전을 실행하세요.”
“그렇게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금융타워의 금융사들이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태우증권에서 움직이는 돈만 해도 300억 달러에 달했고.
금융타워 금융사들의 돈까지 전부 합하면, 1,000억 달러가 가뿐히 넘어가는 금액이었다.
그 거대한 금액이 러시아의 경제 위기에 배팅 되었고.
조금이라도 계획과 어긋난다면, 막대한 손해를 입을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하루하루가 피를 말리는 시간이었고, 금융타워엔 초조함이 감돌았다.
* * *
3월이 시작하고 보름이 지났을 무렵.
드디어 우리가 원하는 뉴스가 터져 나왔다.
“드디어 미국이 러시아 경제 제재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EU에서도 조만간 러시아를 강력 제재하겠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우리가 예상한 대로 상황이 흘러가는군요.”
“이제 돈을 쓸어 담을 준비만 하면 됩니다. 러시아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고 있고, 유가가 상승하고 있습니다.”
전운이 감돌면 유가는 상승한다.
실제로 전쟁이 발생했을 때보다 전쟁의 분위기가 감지되었을 때 오히려 유가는 더 민감하게 움직이는 법이었고, 지금이 바로 그 시기였다.
“유가는 얼마 가지 않아 다시 감소할 겁니다. 그러니 최대한 빨리 처분하세요.”
“안 그래도 태우증권이 보유하고 있는 유가는 전부 처분했습니다. 그런데 몇몇 금융사들에서 반항 아닌 반항을 하고 있습니다.”
“어떤 반항이죠?”
“최소한 유가가 1년 이상은 상승하지 않겠냐고 항의하고 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크림반도 사태만 놓고 본다면, 계속해서 유가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니까.
하지만 시야를 좀 더 넓히면, 사우디를 비롯한 OPEC 그리고 셰일 가스까지.
유가가 하락할 요소가 훨씬 많았다.
“시야가 좁은 금융사가 있군요. 알아서 하라고 하세요. 하지만 우리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약속을 꼭 받아 놓으세요.”
“개인행동을 하게 두어도 괜찮겠습니까?”
“우리 말을 안 들으면 손해를 본다는 걸 다시금 각인시켜 줄 필요가 있죠. 유가가 크게 하락하면 다시 고분고분해지지 않겠어요?”
“유가에 한해서는 개인행동을 허가하도록 하겠습니다.”
러시아는 세계 3위의 산유국이었다.
그런 러시아에 문제가 생겼으니 원유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건 당연했다.
그러니 금융타워의 기조와 다르게 움직이고 싶어지겠지.
우리의 지시를 어기면 어떻게 되는지 몸소 체험하게 해 줄 좋은 기회였다.
* * *
EU까지 러시아 경제 제재를 시작하고 보름 후.
나는 한 사장을 끼고 금융타워를 한 바퀴 돌았다.
만나는 모든 금융사 직원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 있었고.
이번 주에 얼마를 벌었는지 자랑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분위기가 아주 좋군요.”
“러시아 기업의 주가가 최소 20% 하락하였습니다. 그리고 루블화도 완전히 박살이 났으니 돈이 말 그대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습니다.”
“강 대위에게 이야기를 들어 보니 금융타워 인근의 고급 술집이 꽉 찼다고 하더군요.”
“금융타워 금융맨을 위한 술집이 하루에도 몇 개씩 생겨나고 있습니다.”
금융회사는 보너스에 후한 편이었다.
특히나 월가의 경우엔 수익 일부를 인센티브로 주는 경우가 흔했고.
연달아 두 번 큰 수익을 올리게 되었으니 금융타워의 직원들에게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왔겠는가?
돈이 들어오면 결국 쓸 곳이 필요했고.
그렇기에 금융타워 주변에는 최고급 술집이 생겨났다.
정확히는 내 요청에 의해 최고급 술집 거리가 만들어졌다.
최고급 술집을 오픈하기 위해선 많은 자금이 필요한데 어디서 그런 자금이 갑자기 나타났겠는가?
돈의 출처는 명동이었다.
명동의 주인이 나를 위해 금융타워 근처에 최고급 술집을 대거 오픈했고.
그는 돈을 벌어서 좋고, 나는 그를 통해 민감한 정보를 속속들이 알 수 있게 되었다.
“금융타워에 남아 있는 한 계속해서 축배를 들 수 있다고 확신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이미 대부분이 그렇게 확신하고 있습니다. 몇몇 금융사는 홍콩과 싱가포르에 있는 지점을 폐쇄하고 한국 지점만 운영하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아직도 부족했다.
여전히 홍콩과 싱가포르에 비하면 금융 허브로서의 입지가 적었다.
하지만 석유 전쟁이 끝나게 되면, 아시아 금융 허브는 완전히 한국으로 넘어오게 될 것이었다.
“러시아 내부 상황은 어떤가요?”
“데이비드를 통해 들어 보니 아주 난리도 아닙니다. 크렘린궁이야 큰 반응이 없지만, 기업들은 탈출 러쉬를 감행하고 있습니다. 많은 외국계 기업이 이미 짐을 싸고 떠나고 있습니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러시아의 경제가 위기에 처했으니 구매력도 떨어지기 마련.
굳이 적자를 보며 러시아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고, 하루라도 빨리 러시아를 떠나야 적자 규모를 줄일 수 있었다.
“러시아 경제가 20년 전으로 돌아가겠군요.”
“대다수의 일본 기업과 한국 기업 몇 곳도 철수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태우그룹은 정말 러시아 시장에 남아 있으려고 하십니까?”
“얻을 게 있으니 아직은 떠날 순 없죠.”
태우그룹의 많은 사업부가 러시아에 진출한 상황이었다.
자동차와 전자의 경우엔 대규모 공장이 러시아에 위치하고 있었고.
도시 전체가 태우그룹 공장에 의해 돌아가는 곳도 있을 정도였다.
“러시아와 협상을 하실 생각이십니까? 미국과 유럽이 제재를 하고 있는 시점에서 회장님께서 러시아와 협상을 하신다면,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비밀리에 진행해야겠죠. 그리고 태우그룹이 러시아를 지원해 주지만 않으면 딱히 별일은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