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76)
독식하는 재벌 3세-376화(376/518)
376. 손을 내밀다 (1)
러시아의 경제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었다.
금융, 군사, 심지어 곡물 산업까지 제재를 받고 있으니 좋을 수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데이비드를 한국으로 불러들였고, 그는 백악관의 소식을 가득 담은 채 한국으로 들어왔다.
“보스! 금융타워가 돈을 쓸어 담고 있다는 소식이 월가에 잔뜩 퍼져 있습니다. 규모가 되는 해지펀드 몇 곳은 금융타워에 들어가고 싶다고 선을 연결해 달라는 청탁까지 해 올 정도입니다.”
“아무나 받아들일 수는 없죠. 앞으로 금융타워에 입주하려면, 금융타워 소속 금융사 과반이 찬성해야 받아들일 겁니다.”
여러 금융사가 청탁을 해 오는 상황이었고.
금융타워 소속의 금융사 중에서도 자신들과 친한 중소 금융사를 금융타워에 꽂아 넣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런 정책을 만들었고.
다방면으로 평가한 후 금융타워에 입주 허가를 내줄 계획이었다.
“사람이고 기업이고 기회를 잘 노려야 하나 봅니다. 금융타워가 생기기 전에 청탁을 했다면 어렵지 않게 들어올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모든 일이 그런 법이죠. 그런데 백악관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여론이 그다지 좋지가 않습니다. 백악관이 크림반도 사태에 너무 소극적으로 대처한다는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추가 제재를 가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러시아의 숨통을 완전히 조이겠다는 거군요.”
사실 제재를 가할 필요도 없었다.
조만간 석유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알아서 러시아 경제는 얼어붙을 테니까.
경제 제재와 더불어 석유 가격 하락까지 일어나게 되면, 러시아는 디폴트까지 걱정해야 할 판국이었다.
“러시아의 신용 등급이 쓰레기 수준으로 떨어질 때까지 제재를 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모든 일은 때가 중요하다고 했었죠? 금융타워가 힘들 때 입주를 요청한 기업이 지금 이득을 보는 것처럼, 지금 러시아에 손을 내밀면 많은 이득을 볼 수 있지 않겠어요?”
“그렇긴 한데. 미국에서 가만히 두고만 볼 것 같지가 않습니다. 물론 제가 중간에서 잘만 조율하면 큰 문제 없이 해결할 수는 있지만, 예전만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긴 힘들어집니다.”
지금 러시아를 돕겠다는 건.
미국과 서방 세계를 적으로 돌리겠다는 뜻과 비슷했다.
지금까지 쌓아 놓은 신뢰 관계 덕분에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는 있겠지만, 10년 넘게 노력해 온 신뢰 관계를 잃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니 조용히 진행해야죠. 그리고 우리가 러시아를 돕겠다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이용하겠다는 거죠.”
“조용히 움직일 방법이 있으십니까?”
“EPL팀 몇 곳을 초청해 한국에서 자선 경기를 열려고 합니다.”
“갑자기 자선 경기를 여시다니요?”
“팀을 초청하면, 구단주가 같이 오는 경우도 간혹 있죠.”
“아! 로만을 한국으로 불러들여 이야기를 나누실 생각이시군요.”
로만은 러시아 정부에서 서열이 높은 사람이었다.
주지사까지 했던 사람이었고, 푸틴이 아끼는 기업가이기도 했다.
그리고 EPL팀의 구단주이기도 했기에 명분을 만들기 아주 좋았다.
“이미 로만과는 이야기를 끝내 놓았습니다. 다음 달 중순에 한국으로 들어올 겁니다.”
“그럼 저는 뭘 하면 되겠습니까?”
“중국으로 가서 기름칠을 해주면 됩니다. 이번 일은 중국까지 끌어들여야 합니다.”
“러시아라면 조금 곤란하지만, 중국이라면 괜찮습니다. 제가 가서 아주 깔끔하게 기름칠을 해 놓겠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아직 원만했다.
살짝씩 마찰이 나오긴 하지만, 아직 미중 갈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이전의 상황이었기에 러시아보다는 중국에서 활동하기가 편한 데이비드였다.
* * *
EPL팀의 한국 순방.
한국을 시작으로 일본까지 진행되는 행사였고.
한국은 태우그룹이 그리고 일본 행사는 미우라증권이 담당하는 행사였다.
이래야 의심을 받지 않을 수 있었다.
한국 단독 행사가 아니라 일본 연계 행사였고.
주 행사장소는 일본이었고, 한국 방문은 그저 연습 경기에 가까웠으니까.
그렇게 행사는 시작되었고.
태우그룹 축구단과 EPL팀의 경기가 부산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렸다.
나는 그 모습을 VVIP석에서 관람했고, 내 옆에는 EPL 구단주인 로만이 함께했다.
“얼굴을 보고 대화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이번 행사에 100억 원이 넘는 금액을 사용했습니다. 로만 구단주님을 뵐 때마다 100억 원을 사용해야 한다면, 아무리 저라도 부담스럽네요.”
“그럴 바에야 EPL 구단을 하나 인수하는 게 어떠십니까? 그러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지 않겠어요?”
오랜만에 보는 로만의 모습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예전에는 주지사의 입장이었기에 정치인의 냄새가 물씬 풍겼지만, 지금은 아주 자유로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주지사를 하실 때보다 더 좋아 보이십니다.”
“정치는 영 제 적성에 맞지 않아서 말이죠. 괜히 정적만 생기지 좋은 게 없어요. 이렇게 기업이나 경영하며 축구를 보는 게 훨씬 제 적성에 맞아요.”
“요즘 러시아 경제가 많이 안 좋은데 괜찮으십니까?”
“······별수 있겠습니까? 크렘린에서 내린 결정이니 감수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지요.”
기업가인 로만.
그의 입장에서 크림반도는 중요한 일이 아니었고.
크림반도 사태로 인해 수익이 줄어든 것이 그에겐 더 큰 일이었다.
“제재가 꽤 오래 지속될 듯합니다.”
“최소 3년은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실 왜 크림반도를 점령했는지 저는 이해가 가지 않아요. 이득 될 게 전혀 없는 점령이죠.”
“크림반도 사태로 인해 경제 제재를 받은 것도 문제지만, 크림반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갑니다. 특히나 우크라이나가 공급하던 에너지를 이젠 러시아가 공급해야 합니다.”
크림반도의 책임은 이제 러시아로 넘어갔다.
에너지, 식량을 비롯한 다양한 복지의 책임도 러시아가 져야만 했고, 막대한 비용을 감내해야만 했다.
“러시아 경제도 문제입니다. 외국 기업들이 전부 빠져나가면 러시아 경제는 한순간에 무너질 겁니다. 지금도 루블화가 추락하고 있는데, 이대로 1년만 지나도 루블화는 반값이 되어 버릴 겁니다.”
“안 그래도 그 문제 때문에 뵙자고 했습니다.”
“혹시 태우그룹도 러시아를 탈출하려고 하십니까? 허허, 태우그룹마저 빠져나가면 러시아 경제 추락이 더 가속화되겠군요.”
러시아에 많은 해외 기업이 진출했지만.
태우그룹만큼 공격적으로 공장을 짓고 인프라를 구축한 기업은 없었다.
그렇기에 로만이 서글픈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고민 중입니다. 미국 정치권에 로비를 한다면, 어떻게든 러시아에 남아 있을 순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엄청난 적자를 떠안아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러시아 천연가스 회사의 지분을 더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태우그룹이 러시아에 남겠다고 약속만 하시면, 제가 책임지고 크렘린을 설득해 보겠습니다.”
러시아는 절박했다.
사실 서방 세계의 경제 제재는 감당할 수 있는 문제였다.
루블화가 폭락하고, 러시아 기업의 주가가 20% 넘게 하락하고 있다곤 하지만.
넘쳐나는 천연자원을 지니고 있었기에 언제든지 회복할 수 있었고, 나라를 경영할 자금도 충분했다.
문제는 인프라였다.
해외 기업이 전부 빠져나가 버리는 순간 중공업을 비롯한 산업이 이전 시대로 돌아가 버린다.
그러니 하나라도 많은 기업이 러시아에 남아 산업을 지탱해 주길 바라는 입장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러시아 천연가스 지분을 제가 더 획득하게 된다면, 서방 세계가 태우그룹까지 제재를 가하지 않겠습니까?”
“······혹시 다른 무언가를 원하십니까? 다른 사람도 아니고, 김 회장님의 요구라면 무리한 요구라도 전부 들어드릴 수 있습니다.”
안달이 난 로만이었고.
그만큼 태우그룹이 러시아 경제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는 뜻이었다.
이제 주도권은 내게 넘어왔으니, 편하게 본론을 꺼내 들 수 있었다.
“직접적인 이득을 취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러시아가 힘든 상황인데 어찌 태우그룹만 이득을 취할 수 있겠습니까?”
“태우그룹도 러시아도 다 같이 이득을 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죠. 그런데 그런 방법이 있습니까?”
“태우그룹은 몽골 지역의 천연자원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몽골은 중국과 러시아로 막혀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러시아를 통해 몽골 천연자원을 운송하였으면 합니다.”
러시아를 통하면 유럽으로 천연자원을 수출할 수 있었다.
몽골 천연자원 개발의 목적이 태우그룹의 자생력을 위해서긴 하지만.
모든 천연자원을 태우그룹이 전부 사용할 수는 없으니 대다수는 다른 국가로 수출을 해야 했다.
그리고 유럽은 아주 좋은 시장이었고.
러시아의 운송로를 이용한다면, 유럽 시장으로 가장 빠르게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그런 부탁이라면 얼마든지 들어드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혹시 몽골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통로를 러시아가 전부 책임지고 만들어야 하는 건 아니겠지요?”
“어떻게 그런 부탁을 하겠습니까? 태우그룹에서 전액을 지원하겠습니다. 정확히는 컨소시엄을 만들어 해외자본이 투자하는 형태로 몽골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길을 만들고자 합니다.”
태우그룹의 이름은 최대한 숨겨야 했다.
그러니 컨소시엄을 만들어야 했고, 금융타워 금융사들만 이용해도 다국적 컨소시엄을 만드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 정도 부탁이라면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통로를 하나가 아니라 3곳으로 뚫을 계획입니다.”
“몇 곳이든 상관없습니다. 러시아의 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니 3곳이 아니라 10곳을 뚫어도 괜찮습니다. 아니, 부디 많은 길을 만들어 주십사 부탁드립니다.”
그저 지나가는 길목이라고는 하지만.
이동하는 과정에서 괜찮은 수익이 발생한다.
그러니 러시아 입장에서는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지만, 다른 국가가 중간에 끼게 된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그중 한 곳은 중국을 거쳐 블라디보스토크 항구로 이동했으면 합니다. 북한을 거치지 않고 몽골의 자원을 한국으로 운반하는 최단 거리입니다.”
“중국과는 이야기가 끝난 겁니까?”
“아직 본격적인 이야기는 나누지 않았지만, 어렵지 않게 허가를 받아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차라리 중국을 통해서 운반하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중국의 다롄이나 칭다오 항구를 이용하면 더 빠르게 한국으로 몽골의 자원을 운반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날카로운 지적이었고.
이미 진행 중인 계획이기도 했다.
“중국을 통해 이동하는 운송로도 만들 계획입니다.”
“그럼 왜 블라디보스토크 항구를 이용하고자 하십니까?”
“만약 중국과의 관계가 어긋날 경우를 대비해서입니다. 러시아가 끼어 있는 사업이면, 중국에서도 어떻게 하지 못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긴 하겠군요. 그런데 중국과 태우그룹의 관계가 나빠질 일이 있겠습니까? 다른 기업은 몰라도 태우그룹은 중국과 관계가 매우 좋지 않습니까?”
“만약을 대비하는 것입니다. 길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않겠습니까?”
한한령을 대비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아직은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원만했지만, 사드 배치 이후 관계는 악화된다.
다국적 컨소시엄을 만드는 것도 중국에서 한한령을 핑계 삼아 운송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좋습니다. 이번 행사가 끝나는 대로 러시아로 돌아가 크렘린에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마 허가가 떨어질 겁니다. 아니, 반드시 제가 허가를 받아 내겠습니다.”
“로만 구단주님만 믿겠습니다.”
절박한 러시아와 손을 잡았다.
서방에서는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강탈한 악마라 칭하는 러시아였지만.
태우그룹의 이득을 위해서는 나는 언제든지 악마와도 손을 잡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태우그룹을 위해서라면 악마와 잡은 손을 언제든지 잘라 낼 수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