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78)
독식하는 재벌 3세-378화(378/518)
378. 손을 내밀다 (3)
사우디로 떠나기 하루 전.
오랜만에 서울역 맞은편에 위치한 구사옥을 찾았다.
“아직 공사가 한창이군요.”
“35년 넘게 제대로 된 리모델링 없이 사용되었던 건물이라, 손볼 곳이 많습니다.”
태우그룹의 모든 계열사가 신사옥으로 이동했고.
구사옥은 대대적인 리모델링 작업에 들어갔다.
사무실로 사용하던 건물이었기에 복합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선 여러 곳을 손봐야 하긴 했다.
“완공 시기는 언제죠?”
“늦어도 내년 하반기에는 완공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그리고 이미 많은 기업이 입주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너무 좋은 위치에 자리 잡은 구사옥이었기에.
높은 홍보효과를 노리고 입점을 원하는 기업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아무 기업에게 아까운 공간을 내어줄 수는 없었고, 엄격한 심사를 통해서만 입점 기업을 선정했다.
“1~2층은 태우그룹의 신기술 홍보관으로 사용될 테고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이 공간을 차지하면 남는 공간은 별로 되지도 않겠군요.”
“태우그룹과 관련 있는 IT 기업들의 홍보관과 기념품 판매점도 입점해야 하기에 정말 남는 공간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IT 기업뿐만이 아니었다.
태우엔터와 OTT 기업이 연계하여 엔터테인먼트 관도 진행하기로 되어 있었다.
완공만 된다면, 서울의 새로운 관광 시설로 자리 잡을 것이 분명한 구사옥이었다.
“사우디에 가기 전에 구사옥을 보고 싶었어요. 초심을 잃지 말자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순간이라서 말이죠.”
“회장님께서는 변함이 없으십니다. 처음 태우그룹에 입사했을 때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전혀 달라지지 않으셨습니다.”
“그때에 비하면 절박함이 많이 사라졌죠. 그래도 구사옥을 보니 사라졌던 절박함이 다시 돌아오는 것 같습니다.”
IMF 시절 때의 절박함이 필요했다.
석유 전쟁은 그만큼 대형 이벤트였고, 실수 없이 계획을 진행해야만 태우그룹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었다.
한참이나 구사옥을 눈에 담고 난 뒤에야 공항으로 이동했고.
석유 전쟁의 정보를 얻어 내기 위해 전쟁의 중심이 될 사우디로 떠났다.
* * *
사우디에 도착하자 빈 살만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보는 눈이 많아 의젓한 모습으로 나를 반겼고, 차에 올라타고 나서야 표정을 푸는 그였다.
“오시느라 고생 많았어요. 형을 보러 한국을 가려고 했는데, 요즘 왕가의 분위기가 좀 그래요.”
“무슨 일 있어?”
“······형만 알고 있어야 해요. 절대 외부로 알려지면 안 되는 이야기예요.”
“왕가의 일을 떠벌려서 좋을 게 뭐가 있다고. 그렇게 걱정되면 안 해도 상관없어.”
깊은 고민에 빠진 빈 살만.
석유 문제라면 이렇게 깊게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 하나뿐이었고, 미래를 알고 있기에 무슨 문제가 터졌는지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
“혹시 왕세제께서 편찮으신 거니?”
“그, 그걸 어떻게 아세요? 왕가 내부에서도 아는 사람이 몇 되지 않는 일인데. 어디서 그 이야기를 들으셨어요?”
“어디서 듣긴, 그냥 넘겨짚어 본 거지. 일전에 왕세제께서 호흡기 쪽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어.”
“폐렴으로 고생을 많이 하고 계세요. 세계에서 뛰어나다는 의사를 전부 불러들여 봤지만, 차도가 없어요.”
사우디아라비아의 권력이 바뀌는 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리고 내 눈앞에 있는 빈 살만이 그 중심에 서게 될 터였다.
“살만 주지사님께서 곧 왕세제 자리를 이어받게 되시겠어.”
“건강이 지금보다 악화되면 그렇게 되겠지만, 꼭 완치될 거라 저는 믿고 있어요.”
진심으로 왕세제를 걱정하는 빈 살만이었다.
내 앞이라서 착한 모습을 보이려는 걸까?
그가 왕세제 자리에 앉게 된 후 피의 숙청을 벌였다는 걸 알고 있기에 지금의 대화가 가식적으로 들려왔다.
그런 대화를 나누는 사이 살만의 저택에 도착했고.
빈 살만과 함께였기에 별다른 보안 검사를 받지 않고 곧장 저택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주지사님은 계시니?”
“오늘 형이 온다고 해서 아버지께서 기다리고 계세요.”
사우디는 손님을 성대히 대접하는 나라였고.
특히나 왕족의 경우엔 도가 지나친 경우가 많았다.
오늘도 마찬가지였고, 수백 가지가 넘는 산해진미가 식탁에 세팅이 되어 있었다.
“어서 오너라. 너와 태우그룹 덕분에 사우디가 많이 변하였구나. 이젠 어디를 가도 전기차를 쉽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주지사님께서 투자해 주신 덕분입니다. 저는 그저 아주 약간의 도움을 드렸을 뿐입니다.”
“허허, 전 세계에서 가장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는 태우그룹의 회장이 너무 겸손을 떠는구나.”
살만 주지사는 나를 안아 주며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내가 꼬맹이였던 시절부터 안면이 있기도 했지만, 태우그룹이 눈부시게 성장한 덕분에 나를 더욱 반기는 살만이었다.
“오늘은 너에게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좀 듣고 싶구나.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미국 CIA보다 네가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더구나.”
“과찬이십니다.”
“월가의 워렌 버핏이라는 사람처럼 수천만 달러를 줘야지만 점심을 같이할 수 있는 건 아니겠지?”
“절대 아닙니다. 그런데 조금 곤란한 이야기가 될 수 있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우리는 친구를 넘어 가족이지 않느냐. 곤란할 게 뭐가 있겠느냐.”
가족?
빈 살만과 어린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긴 했고.
할아버지와 살만의 인연도 깊긴 했지만, 피가 섞인 가족은 당연히 아니다.
하지만 사우디 왕가의 암투를 생각하면 피가 섞인 가족보다 오히려 피가 섞이지 않은 사람이 더욱 가족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편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앞으로의 세계 경제의 화두는 석유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의외구나. 나는 네가 IT분야나 완전히 새로운 분야 이야기를 꺼낼 줄 알았더니.”
“미국의 셰일가스로 인해 석유 시장의 판도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사우디를 비롯한 OPEC에서 엄청난 양의 석유 증산 정책을 수립해 치킨 게임을 시작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흠흠.”
살만은 말을 아꼈다.
현재 사우디 서열 3위인 살만이니 사우디 정부의 대소사를 전부 알고 있을 터.
그리고 석유 증산과 관련된 정보도 이미 알고 있을 살만이었다.
“이래서 제가 곤란한 이야기라고 한 것입니다.”
“네 생각을 좀 더 듣고 싶구나. 그래서 어떻게 될 것 같으냐?”
“치킨 게임을 넘어선 석유 전쟁이 발발하게 됩니다. 그리고 석유 가격은 지금보다 반값 이상 하락하게 되고, 여러 국가가 석유 전쟁으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무료로 정보를 풀어주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말을 할 때마다 살만의 상세 정보에 새로운 내용이 추가되었고.
어림짐작만 하던 정보들을 확신으로 바꿀 수 있었다.
“어느 국가가 가장 많은 피해를 입겠느냐?”
“크림반도 사태로 인해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가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과 좋지 않은 관계인 베네수엘라도 힘들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너는 사우디가 석유 전쟁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느냐?”
살만의 말투만 들어도 많은 정보를 알 수 있었다.
이미 사우디가 석유 증산을 선택했고, 살만은 확신이 없다는 것까지 알아내었다.
“사우디에게 결코 좋은 선택은 아닙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합니다.”
“석유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석유 증산을 선택해야 한다는 말처럼 들리는구나.”
“사우디 왕가에서 그렇게 결정을 내릴 것으로 저는 예측하고 있습니다.”
“네가 태우그룹 회장이 아니었다면, 주술사나 예언가로 오해하겠구나.”
내가 한 이야기가 모두 사실이라는 걸 인정하는 말이었다.
살만의 눈빛에서 나에 대한 신뢰가 한층 더 높아진 걸 느꼈고, 나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기로 결정했다.
“그럼 지금부터 제가 드리는 말은 태우그룹의 회장이 아니라, 떠돌이 예언가가 하는 말로 받아 주십시오.”
“얼마나 더 불편한 이야기를 하려고 그런 말까지 하느냐. 무슨 말을 들어도 다 받아들일 테니 편하게 말하거라.”
“저는 늦어도 내년 안에는 주지사님께서 왕세제가 되실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어허! 무슨 말을 하는 게냐! 무함마드, 네가 떠벌리고 다닌 게냐!”
갑자기 불똥이 빈 살만에게로 튀었다.
빈 살만은 다급히 손사래를 치며 결백함을 밝혔다.
“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형은 알고 있었습니다.”
“무함마드의 말이 맞습니다. 왕세제의 건강을 저는 예전부터 걱정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흐흠, 그래도 함부로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살만이었고.
그를 위해 나는 빈 살만에게 고용인들을 전부 밖으로 내보내 달라고 부탁했다.
모두가 밖으로 나가자, 나는 더욱 심각한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사우디는 형제 세습이지 않습니까. 그러니 주지사님도 준비를 해 두셔야 합니다.”
“뭘 준비를 하라는 말이냐? 왕세제 전하의 건강이 악화되길 빌기라도 하란 말이냐?”
“그런 뜻이 아닙니다. 주지사님이 왕세제에 오른 뒤의 일을 지금부터 준비해야지만, 무함마드에게 기회가 오게 됩니다.”
우리는 동시에 빈 살만을 바라봤고.
빈 살만은 갑자기 자신의 이름이 나온 이유를 모르기에 두 눈만 크게 깜빡이고 있었다.
“무함마드를 위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말은 무슨 뜻이냐?”
“주지사님은 왕세제를 넘어 언젠가는 사우디 국왕이 되십니다. 그러면 다음 왕세제는 무함마드가 아닌 조카에게 넘겨야 합니다.”
“왕실의 법도이니 그래야 하겠지.”
“형제 세습은 이제 그만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우디를 위해서라도 가장 뛰어난 이가 후계가 되어야 하고, 무하마드가 제격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자식 칭찬을 싫어하는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그리고 예전에야 왕세제 혹은 국왕이 멀게만 느껴졌겠지만.
왕세제의 건강이 악화된 지금은 권력이 눈앞에 있었다.
권력이 다가오면 생각도 많아지는 법.
살만도 왕세제에 이어 국왕 자리에 오르는 상상부터.
그리고 자신을 이어 빈 살만이 왕세자로 오르는 상상까지 해 보았을 것이 분명했다.
“무함마드를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한단 말이냐?”
“저는 태우그룹의 유일한 후계자였습니다. 저에겐 삼촌도 사촌도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회장 자리에 오르기 위해 피의 숙청을 진행하였습니다.”
“숙청이라. 자네는 생각보다 더 위험하고 과감한 사람이었군.”
“저를 가족으로 여겨 주시기에 이런 말을 드릴 수 있습니다. 형제와 같은 무함마드를 위해선 저는 어떤 일이라도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따뜻한 눈빛으로 무함마드를 바라봤고.
그런 나를 살만이 한참을 지켜보다 어렵사리 말을 꺼내 놓았다.
“무하마드가 좋은 형제를 얻었구나.”
“제가 뭐가 아쉬워서 이러겠습니까? 저는 이미 넘치는 부와 명예를 얻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러는 건 오직 어린 시절부터 이어 온 무함마드를 위함입니다.”
“네 진심은 알겠다. 그리고 네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도 이해가 가는구나.”
차기 사우디 국왕과 왕세자와의 절대적 신뢰 관계.
지금도 나쁘지 않은 관계였지만, 지금보다 더 깊은 관계가 형성될 필요가 있었다.
미중 무역 갈등에서 사우디의 역할은 중요했고.
사우디의 절대적 지지를 얻게 된다면, 태우그룹은 미중 갈등의 주도권을 완전히 잡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