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79)
독식하는 재벌 3세-379화(379/518)
379. 손을 내밀다 (4)
살만의 분노가 많이 사그라들었다.
역시나 부모는 자식을 생각하기 마련이었고.
무함마드의 미래를 위해 내가 무슨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살만이었다.
“형제 세습은 사우디의 오랜 전통이다. 그러니 내가 왕세제에 오를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은 국왕 하기 나름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국왕이 절대 권력을 지닌다고 한들 왕실 전체가 반대하는 정책을 펼칠 수는 없는 법이다.”
사우디 초대 국왕의 유언이 형제 세습이었다.
그러니 갑자기 자식 세습으로 정책을 바꾼다고 하면 왕실에서 난리가 나는 게 당연했다.
사우디 국왕의 유언을 어길 정도로 강력한 명분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사우디의 미래를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우면 됩니다.”
“그런 거창하기만 하고 형체가 없는 말을 사람들이 받아들이겠느냐?”
“석유 전쟁이 명분을 만들어 주게 됩니다. 지금이야 형체가 없는 말이지만, 석유 전쟁 이후 사우디가 큰 위기를 겪게 된다면 달라집니다.”
평시에는 변화를 원치 않는 법이었다.
하지만 위기 앞에서는 살과 뼈를 깎는 변화를 원하게 되고, 석유 전쟁은 사우디를 위기의 구렁텅이 속으로 밀어 넣을 힘이 있었다.
“흠, 사우디의 석유 증산 정책으로 사우디가 위기를 자초하게 된다는 말처럼 들리는구나.”
“석유 증산 정책은 지금의 사우디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결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선택은 아닙니다. 지금까지 사우디가 겪어 보지 못한 위기를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까지 2번의 석유 전쟁이 발발했고.
사우디는 2번 모두 큰 승리를 쟁취했다.
그렇기에 또다시 석유 전쟁이 일어난다면, 사우디가 승리할 것임을 아무도 의심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석유 전쟁은 달랐다.
셰일 가스라는 변수부터 다양한 변수가 도사리고 있었고.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석유 전쟁을 벌이는 순간 사우디는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
“사우디 왕실에서도 석유 증산 정책으로 인해 큰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왕실의 예상보다 훨씬 큰 피해가 발생합니다. 사우디 곳간이 비어 국채를 발행해야 할 정도가 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허허, 사우디가 국채를 발행한다니. 아무도 믿지 못할 말을 하는구나.”
돈이 넘쳐나기로 소문이 난 사우디였다.
그런 사우디였지만, 석유 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감당하지 못해 국채까지 발행하게 된다.
지금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는 일이었고, 나를 신뢰하는 살만마저도 믿지 못하는 말이었다.
“저는 그렇게 될 거라 예상합니다. 그렇기에 사우디가 변화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네 말대로 형제 세습을 단절할 수 있게 되겠구나.”
“그렇게 하기 위해선 피의 숙청이 필수입니다.”
“무함마드를 왕세자로 만들기 위해 왕족을 전부 처단하라는 말이더냐? 그건 너무 과하구나.”
개혁에는 피가 흐르기 마련.
특히나 권력 구조와 관련된 개혁이라면, 피로 강을 만들어야지만 가능했다.
하지만 국왕 자리를 살만이 잡고 있는다면, 그 정도의 피는 딱히 필요하지 않았다.
“지금 시대에 어찌 사람의 목숨을 함부로 끊겠습니까? 권력 욕심을 내지 않을 정도로만 혼을 내시면 됩니다.”
“뭘 어쩌라는 것이냐?”
“만약 사우디가 국채를 발행하게 된다면, 이는 사우디에 돈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돈이 여러 곳에 흩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왕족의 재산을 몰수하자는 말이로구나.”
“부패로 얼룩진 더러운 돈을 신성한 왕실의 힘으로 정화하자는 말이기도 합니다.”
부패와의 전쟁.
모든 국가가 그렇듯 권력자는 많은 돈을 보유하고 있었고.
특히나 사우디처럼 왕실이 존재하는 곳에서는, 왕가의 핏줄이라는 것만으로도 눈먼 돈을 자신의 주머니에 넣을 수 있었다.
“왕족의 재산을 몰수해 국고를 채우는 방법이라. 성공만 한다면야 좋겠지만, 국왕이라고 해도 끌려 내려올 수 있는 위험한 일이네.”
“그러니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국왕이 부패와의 전쟁을 직접 지휘해서는 안 됩니다. 국왕이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칼을 휘둘러야 합니다.”
성공한 숙청을 위해선 좋은 칼이 필요했다.
칼끝이 절대 국왕을 향하지 않으며, 믿고 맡길 수 있는 좋은 칼.
“그런 사람이 있는가?”
“무함마드가 그 역할을 맡아야 합니다.”
“제, 제가요?”
빈 살만은 다급히 손사래를 쳤다.
그런 빈 살만을 모른 척하며 나는 말을 이어 나갔다.
“빈 살만이 왕세자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주지사님을 이어 국왕이 되기 위해선 직접 칼을 휘둘러야 합니다.”
“무함마드가 잘할 수 있겠는가?”
“저는 무함마드보다 어린 나이 때부터 칼을 휘둘렀습니다. 개국 공신을 전부 잘라 내었고, 할아버지는 묵묵히 회장 자리에서 저를 기다려 주셨습니다. 무함마드도 그렇게 할 수 있을 거라 저는 믿습니다.”
“형, 제가 어떻게 왕가의 사람들을 그렇게 하겠어요.”
손가락을 들어 입을 가리켰다.
조용히 하란 뜻이었고, 무함마드가 입을 다물자 살만이 고개를 끄덕였다.
“권력은 스스로 쟁취해야 하는 법이지. 무함마드가 직접 칼을 휘둘러 부패한 왕족을 처단한다면, 아무도 그가 차기 국왕이 되는 걸 못마땅하게 여기지 않긴 하겠군.”
“당사자인 무함마드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는다면, 형제 세습의 고리를 끊어 낼 수가 없습니다.”
“형···.”
“지금 당장은 어렵겠지. 그러니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하고.”
온화한 눈빛으로 빈 살만을 진정시켰다.
여전히 동공을 주체하지 못하는 그였지만, 그의 아버지인 살만은 이미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준비를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
“태우그룹의 정보력이 CIA보다 뛰어나다고 말씀하셨지요? 태우그룹의 정보력을 총동원해 부패한 왕족의 모든 것을 알아내도록 하겠습니다.”
“태우그룹이 사우디에 기반이 있는 것도 아닌데 가능하겠느냐?”
“돈은 결국 흔적을 남기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무함마드가 왕족 내부의 상황을 전달해 주기만 해도 흔적을 잡아낼 수 있습니다.”
사우디 내부의 정보를 얻기 위해선 내부자가 필요했고.
빈 살만만큼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내부자는 없었다.
“흠, 왕족 내부의 정보는 무함마드를 통해 얻어 내고, 외부의 정보는 태우그룹의 정보력을 통해 얻어 내겠다는 게구나.”
“단순히 정보만 얻어 내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획득한 정보를 토대로 숙청 방법까지 기획해서 드리겠습니다.”
밥상은 태우그룹이 차린다.
빈 살만은 그저 수저를 들어 떠먹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내가 국왕은커녕 왕세제가 될지도 확신할 수 없지만, 미리미리 준비해서 나쁠 건 없겠구나.”
“만약 상황이 예상과 달리 흘러간다면, 이번 계획은 백지화하겠습니다. 우리가 이런 계획을 세웠다는 것 자체를 세상에서 완전히 지워 버릴 수 있습니다.”
“너에게 맡기마. 이번 일을 통해 무함마드와 너는 진정한 형제가 될 수 있겠구나.”
진정한 형제?
말이 좋아 형제지 결국은 서로의 필요에 따라 움직이는 것에 불과했다.
석유 전쟁과 그 이후의 상황에서 사우디의 도움이 필요하기에 내가 이렇게 나서는 것이었다.
사우디 왕실의 완벽한 신뢰.
얻어 낼 수만 있다면, 가장 든든한 동맹을 얻게 되는 셈이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4~5년에 정권이 바뀌지만, 사우디는 수십 년 동안 권력이 이어지기에 이런 투자도 나쁘지 않았다.
* * *
사우디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회사보다 먼저 강 대위의 사무실을 찾았고, 주요 인물들이 이미 사무실에 모여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사우디의 모래바람이 어디로 향할지 잘 보고 오셨습니까?”
“모래바람이 폭풍으로 바뀌기 직전의 상황이더군요. 그래서 천 센터장도 부른 겁니다.”
강 대위 사무실에 출입할 수 있는 자격은 얻기 힘들었다.
다이먼, 데이비드 등 글로벌 그룹의 사장이거나 최고의 로비스트만이 강 대위의 사무실에 출입할 자격이 있었고, 그룹 내부에서는 오직 두 사람, 한 사장과 천 센터장이 유일했다.
선거 때부터 우리를 도와 일한 천 센터장이었고.
그렇기에 그녀가 강 대위의 사무실에 있는 걸 문제 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제가 뭘 하면 될까요?”
“뒷조사를 할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부분은 저보다 강 대위님이 더 전문가이지 않을까요?”
“한국 재벌 일가의 뒷조사라면 강 대위가 낫겠지만, 이번 일은 사우디 왕족의 뒷조사라서요.”
꿀꺽, 침을 삼키는 소리가 여러 방향에서 들려왔다.
한 사장과 강 대위 그리고 천 센터장까지 모두가 긴장한 듯 눈을 크게 뜨고 내 말을 기다렸다.
“사우디 후계 구도가 바뀔 것 같아요. 지금의 왕세제가 건강이 매우 좋지 않더군요. 조만간 살만 주지사가 왕세제 자리에 오르게 될 겁니다.”
“다음 순번이 살만 주지사이니 당연히 왕세제에 오르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왜 다른 왕족의 뒷조사가 필요합니까? 혹시 살만 주지사가 왕세제에 오르는 걸 반대하는 세력이 있는 겁니까?”
재벌이든 왕족이든 후계 다툼이 일어나기 마련.
그러니 한 사장이 내 말을 오해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살만 주지사를 반대하는 세력은 없습니다. 초대 국왕의 유언을 누가 반대하고 나서겠어요?”
“그럼 무슨 연유로?”
“초대 국왕의 유언을 어기기 위해서죠. 살만 주지사가 왕세제에 이어 국왕이 되면, 형제 세습을 깨고 아들인 빈 살만에게 왕세자 자리를 넘기게 될 겁니다.”
30분 넘게 사우디 왕가의 일을 설명해 주었다.
자식 세습, 그리고 피의 숙청까지.
설명을 다 들은 한 사장이 질문 하나를 던졌다.
“사우디 왕가의 일에 왜 태우그룹이 이렇게나 깊게 개입하려는 것입니까? 만약 일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태우그룹과 사우디의 관계는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틀어지게 됩니다.”
“반대로 우리 계획대로 일이 흘러간다면, 태우그룹은 사우디와 강력한 동맹 관계를 맺게 될 수 있죠.”
“석유 전쟁을 대비한 계획입니까?”
“아니죠. 석유 전쟁 이후의 일을 위한 계획이죠. 단지 석유 전쟁만을 위해서라면, 굳이 이런 위험한 계획을 세울 필요도 없겠죠.”
국가 정보 기관에서나 할 법한 일이었다.
그런 일을 태우그룹이 자체적으로 진행한다고 하니 걱정이 많은 한 사장이었다.
“석유 전쟁에서만 잘해도 태우그룹은 거대한 이익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십니까?”
“부족하죠. 단순히 생존이 목적이라면 충분하겠지만, 생존을 넘어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입니다.”
“회장님의 뜻을 이해했습니다. 이왕 해야 하는 일이라면 완벽하게 해 보겠습니다.”
“저는 뭘 하면 될까요?”
설득이 필요한 한 사장이었지만.
강 대위와 천 센터장은 딱히 설득이 필요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저 내 지시와 명령을 기다릴 뿐이었고, 한 사장과의 대화가 끝나자마자 천 센터장은 뭘 하면 될지 궁금해했다.
“사우디 왕족의 정보를 사우디 내부에서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빈 살만이 우리를 도와 내부자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그러니 우린 그가 쉽게 정보를 빼낼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해킹 프로그램에 정보를 자동 취합하고 분석하는 알고리즘을 더하고, 내용을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도록 암호화 작업을 같이하면 되지 않을까요?”
천 센터장이 괜히 최연소 센터장이 된 게 아니었다.
그녀는 내가 본 어떤 사람보다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났고, 가장 빨리 답을 찾아내는 사람이기도 했다.
“은행 계좌부터 숨겨진 자산까지 전부 알아내야 합니다.”
“돈을 모래 속에 파묻는다고 해도 전산 기록은 남게 되어 있어요. 알고리즘을 통하면 점처럼 퍼져 있는 흔적을 선으로 이어 붙일 수 있어요.”
“프로그램 관련은 천 센터장에게 맡기죠. 그렇게 급하게 진행할 필요는 없고, 올해 안에만 마무리해 주시면 됩니다.”
“한 달 안에 끝내도록 할게요.”
천 센터장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시를 받았으니 더는 앉아 있을 이유가 없었기에 구석 책상으로 가서 벌써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했다.
“강 대위는 천 센터장이 획득한 정보를 세밀하게 분석해 주세요. 우리 쪽 라인을 총동원하면 가능할 겁니다.”
“라인이라고 하시면, 국세청과 법조계 쪽 라인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이번 일은 국세청 라인이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완전히 우리 쪽으로 넘어온 사람들을 통해서 일을 진행해 보겠습니다.”
강 대위에게도 일을 넘겨주었고.
이제 마지막으로 한 사장에게도 일을 맡길 차례였다.
“한 사장은 데이비드와 함께 외부에서 정보를 모아 주세요. 금융타워에서 나오는 이야기만 해도 꽤 괜찮은 정보가 될 겁니다.”
“명동에서 운영하는 고급 술집에서 나오는 정보만 해도 한 트럭입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아직 주사위는 던져지지 않았다.
주사위를 던지기 전에 무조건 6이 나올 수 있도록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빈 살만이 왕세자에 오를 수밖에 없도록 확률을 조작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