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8)
독식하는 재벌 3세-38화(38/518)
38화. 최초의 폴더폰 (4)
“명동의 주인이 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그냥 돕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네. 내가 어찌해야 할지 상세히 말해 주게나.”
“대기업의 주식이나 회사채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회사채라면 당연히 많이 들고 있지. 회사채가 곧 사채 아니겠나?”
회사채의 다른 말이 사채였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사채와는 많이 다른 뜻이지만, 결국은 명동 사채 시장에서 도는 점은 비슷했다.
“처분해야 할 주식과 사채를 제가 알려 드리겠습니다.”
외환위기로 많은 대기업이 쓰러진다.
당연히 보유하고 있는 회사채는 쓰레기가 되어 버린다.
그런데 부도가 날 회사채를 내가 미리 알려 준다면?
막심한 피해를 본 명동의 쩐주를 밟고 광화문 곰이 명동의 주인이 될 기회가 생기게 된다.
“자네를 믿고 내가 가진 주식과 채권을 모두 처분하라는 건가? 하하하! 자신감이 아주 대단하군. 자네의 자신감이 어디서 나오는지 참 궁금하군.”
“제가 이번 미국행에서 누굴 만나고 왔는지 아십니까? 하이에나들과 아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왔습니다.”
“하이에나라면 월가의 하이에나를 말하는가 보군. 월가로부터 받은 정보가 자네의 자신감의 원천인가? 월가에 비하면 명동은 구멍가게 수준이긴 하지. 그런데 말이야 한국에서 가장 많은 정보가 들어오는 곳이 명동일세. 미국에 있는 월가보다 명동이 한국의 정보에 한해서는 더 빠삭하다고 내 자신할 수 있네.”
돈이 몰리는 곳에 정보가 몰린다.
대한민국에서 기업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씩 다 찾는 곳이 명동이었으니 자연스레 정보가 명동에 집중되기 마련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나보다 많은 정보를 알고 있을 리는 없다.
그들은 귀로 들었다면, 나는 미래를 직접 눈으로 보았으니까.
“저를 의심하시니 증명을 해 보여야겠군요. 한일은행이라고 아시죠?”
“당연히 알고 있지. 서로 돈을 빌려주는 애틋한 사이라고나 할까?”
“지금은 돈을 빌리셨나요? 아니면 빌려주셨나요?”
“내가 빌려준 입장이지.”
“그러면 지금 바로 돈을 회수하세요.”
“혹시? 한일그룹이 위험하다는 건가?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은행이 무너지는 법은 없다네.”
은행이라고 뭐 별건가?
투자에 실패해서 고객에게 예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망하는 거지.
돈을 찍어 내는 한국은행을 제외하고는 무슨 은행이든 망할 수 있다.
“CT은행이라고 아십니까?”
“당연히 알고말고. 태우자동차가 창원 공장을 만든다고 빌린 4천억 원을 대신 갚아주겠다는 은행 아닌가. 자네가 나와 이렇게 만나게 된 이유기도 한데 어찌 모르겠는가.”
“그럼 CT은행이 한일은행의 대주주라는 것도 아십니까?”
“……그건 모르고 있었네.”
“4천억 원을 오로지 신용으로만 대출을 받았습니다. 그것도 시중 은행보다 훨씬 저렴한 금리로요.”
“CT은행에게서 정보를 얻을 정도로 친하다는 말이군. 그리고 그 정보가 한일은행이고.”
거짓은 진실이 섞여야 신뢰도가 상승한다.
SAVE 투자회사의 자금을 단지 CT은행의 이름을 빌려 태우자동차에 대출했을 뿐이지만.
외부에서 보기엔 CT은행이 내 신용을 믿고 4천억 원이나 되는 거금을 빌려준 것으로 포장이 되어 있었다.
나는 그 점을 이용했고.
이선일 회장은 내 말을 진실로 믿기 시작했다.
“한일은행이 위험하다니. 허허, 명동에서 살면서 그런 정보도 모르고 있었군.”
“기밀 정보입니다. 다른 곳에 퍼져 나가면 저는 중요한 정보책 하나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
“내 입은 절대 열리지 않으니 걱정 말게나. 그런데 다른 정보는 또 없는가?”
반쯤 넘어온 이선일 회장이다.
그를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정보가 더 필요했고.
나는 고심 끝에 사용하고 싶지 않았던 정보 하나를 풀어내었다.
“삼풍그룹의 회사채가 있으면 빠르게 회수하세요. 올해 안에 부도가 날 거라는 전망이 있습니다.”
“재계 15위 안에 드는 대기업이 삼풍이네. 서울 중심에 백화점도 가지고 있는 그룹이 망할 일이 있겠는가?”
“현금 유동 상황이 매우 좋지 않습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사건 하나만 터져도 힘없이 무너지고 말 겁니다.”
올해 사건이 하나 터진다.
삼풍백화점 붕괴.
피해 보상 문제와 신뢰도 하락으로 삼풍그룹은 부도를 면치 못한다.
“삼풍그룹의 회사채와 주식을 전부 처분하겠네. 그런데 만약 올해가 지나가도 삼풍그룹이 건재하다면 자네와 손을 잡는 걸 다시금 고려해 봐야 할지도 모른다네.”
“그렇게 하셔도 상관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말한 정보가 전부 맞게 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나는 당당하게 가슴을 펴 보였다.
완벽한 믿음을 주기 위해선 조금의 머뭇거림도 허용되지 않는다.
“그렇게 된다면, 자네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어 줘야지.”
“그런데 조금 불합리한 것 같습니다. 저는 벌써 제가 가진 패 2개를 보여 드렸습니다.”
“당연히 나도 내어 줄 건 내어 줄 생각이네. 그런데 도통 자네가 무얼 원할지 몰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었네.”
내가 굳이 광화문 곰과 이러고 있는 이유가 있었다.
그는 대기업의 주식과 회사채를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었고, 명동의 다른 사채꾼이 가지고 있는 주식과 회사채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보의 대가라고 하긴 그렇지만, 우선은 보유하고 계신 태우전자의 주식과 회사채를 저에게 팔아 주십시오.”
“태우전자의 주식이 왜 필요한가. 어차피 김 회장이 자네에게 그룹을 고스란히 물려줄 것인데.”
“할아버지에게도 당연히 주식을 받을 겁니다. 하지만 그 지분만으로는 태우전자를 제 마음대로 하기엔 부족한 지분입니다.”
“태우전자를 좌지우지하고 싶다 이거군. 그런데 내가 가진 지분은 고작 5퍼센트에 불과하네. 그걸로 충분하겠나?”
5퍼센트면 결코 적은 지분이 아니었다.
태우전자의 한 해 매출액은 2조가 넘었고, 순이익만 해도 3백억 원이 넘었다.
시가총액은 8천억 원 정도, 매출 규모에 비해 시가 총액이 낮긴 했다.
그래도 지분의 5퍼센트면 대략 40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물론 내가 고작 5퍼센트의 지분을 얻기 위해 광화문 곰과 이러고 있는 건 아니었다.
수십 년간 명동 사채 시장에서 쌓아 온 인맥이야말로 그의 자본력보다 더 뛰어난 능력이었다.
“당연히 충분하지 않습니다. 명동에 뿌려진 태우전자의 주식과 회사채를 모아 주실 수 있으십니까?”
“명동의 쩐주들에게 싫은 소리를 해 달라 이거군. 자네가 해 달라고 하면 당연히 해 줘야지. 명동을 싹 쓸면 대충 15퍼센트는 모을 수 있을 게야. 그런데 15퍼센트로는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을 걸세.”
“할아버지가 가지고 계신 지분을 제가 받아 오면 됩니다.”
할아버지는 태우전자의 지분 30퍼센트를 보유하고 계셨다.
태우그룹의 다른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태우전자의 지분은 대략 20퍼센트.
그것까지 전부 내 것으로 만든다면, 65퍼센트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게 되는 셈이다.
내 마음대로 태우전자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지분으로 충분했다.
“김 회장이 자네에게 쉽사리 넘겨주겠나? 아무리 자네가 손자라고는 하지만, 아직은 너무 이르다고 생각할 걸세. 그리고 자넨 아직 태우전자 사장도 아니지 않나.”
“지금은 연구소 소장으로 있죠. 하지만 올해 안에 태우전자 사장 자리에 오를 겁니다.”
“그게 가능하겠나? 세간의 이목이 있어 웬만한 업적을 세우지 않고는 사장 자리에 앉히지 않을 걸세.”
“저는 할 수 있습니다.”
“자만심인지 자신감인지 도통 알 수가 없군.”
광화문 곰이 머리를 긁적였다.
왜 곰이란 별명이 붙었는지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회사채와 주식을 최대한 빠르게 모아 주십시오.”
“최소 1,500억 원은 있어야 주식과 회사채를 인수할 수 있다는 건 알고 있겠지?”
“잘 알고 있습니다.”
“하긴 4천억 원도 신용으로 빌린 사람이니 1,500억도 가능하겠군. 허허, 자네 나이에 그런 돈을 움직이는 사람은 한국에는 없을 걸세.”
돈이야 차고 넘친다.
문제는 태우그룹의 지분은 단지 돈만 있다고 해서 구할 수 없다는 것이지.
비싼 값을 쳐준다면야 구할 수 있겠지만, 굳이 과소비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기 위해 광화문 곰과 이런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나는 그를 명동의 주인으로 만들어 주고.
그는 나를 위해 열심히 뛰어다니면 서로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된다.
* * *
광화문 곰과 만난 이후 나는 저택으로 돌아왔고.
오랜 비행과 시차 적응으로 인해 쓰러지듯 잠에 빠져들었다.
그러다 다시 눈을 떴을 때, 할아버지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내 머리칼을 어루만지고 계셨다.
“언제 오셨어요? 할아버지 오기 전에 일어나려고 했는데 죄송해요.”
“죄송할 일도 많구나. 미국 출장을 다녀오면 나도 반나절은 쓰러진단다. 그래 갔던 일은 잘 해결되었느냐? 요즘 기술 연구소가 특허에 집중한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그 일로 미국을 다녀왔던 게냐?”
회사에서 보는 할아버지와 집에서 보는 할아버지 사이에는 괴리감이 있었다.
집에서는 그 어느 할아버지보다 손자를 걱정하는 분이셨다.
“잘 해결하고 돌아왔어요. 저는 앞으로 태우그룹이 다른 그룹보다 더 많은 특허를 보유하게 하고 싶어요.”
“좋은 생각이구나. 내가 진작 기술의 중요성을 깨달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네가 고생을 하는구나. 아! 좋은 소식 하나를 전해 주마. 이번에 태우전자에서 TV에 들어갈 차세대 디스플레이 특허를 출원했다고 하는구나.”
기술력을 등한시 여겼던 할아버지셨지만.
태우그룹의 기술력이 다른 그룹에 비해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기술력을 돈으로 구매해 격차를 메워 왔으니까.
기술 개발에 들어간 자금과 인력 그리고 시간을 계산해 보면 오히려 이득 보는 장사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만 이득일 뿐이었다.
기술 개발 과정에서 얻는 노하우와 경험치는 돈으로 살 수가 없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에는 다른 그룹과의 기술 격차가 나기 마련이고, 결국엔 도태되고 만다.
물론 다시 신기술을 돈으로 사서 격차를 줄이면 되긴 했다.
그럴 돈이 태우그룹에게 있다면 말이다.
“태우전자의 TV 판매량이 매년 증가하고 있네요. 신기술까지 개발했으니 점유율도 더 높아지겠어요.”
“국내 점유율을 30퍼센트까지 끌어올릴 계획을 세웠단다. 삼진에서 돈을 쏟아부어 가격을 인하하고 각종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곤 하지만, 결국엔 튼튼한 우리 제품을 사지 않겠느냐?”
탱크주의.
탱크처럼 튼튼하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겠다.
이런 마케팅으로 태우전자의 점유율은 올릴 수 있겠지만, 결국엔 기술 부족으로 인해 무너지게 된다.
가전제품은 그냥 튼튼하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시대를 앞서가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야지만 살아남을 수가 있다.
“TV도 중요하지만, 요즘 휴대폰 시장의 성장세가 만만치가 않아요.”
“안 그래도 삼진전자에서 휴대폰 사업에 집중하고 있더구나. 하지만 아직은 외국 휴대폰 회사에 비하면 밀리고 있는 판국이지.”
“조만간 그 격차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작년에만 삼진전자가 휴대폰을 20만 대 이상 판매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너도 휴대폰에 집중하자고 하는 게냐?”
“TV는 집에 1개만 있으면 되지만, 휴대폰은 가족 모두가 들고 다니게 될 날이 조만간 찾아올 것입니다.”
나는 할아버지에게 휴대폰이란 미끼를 던졌다.
내가 곧 만들 폴더폰은 스티브를 애플로 복귀시키고, 나를 태우전자의 사장 자리에 앉게 해 줄 제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