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80)
독식하는 재벌 3세-380화(380/518)
380. 손을 내밀다 (5)
사우디 왕가의 문제는 차후의 문제였고.
지금 당장은 얼마 남지 않은 석유 전쟁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었다.
그래서인지 퀀텀펀드의 조지 대표까지 한국으로 들어왔다.
“미스터 킴, 보유하고 있던 원유 선물을 죄다 팔았네. 언제쯤 공매도를 시작하면 되겠는가?”
“사우디의 분위기를 제가 직접 보고 왔습니다. 조만간 석유 증산 정책을 펼칠 것 같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고 계세요.”
“이번 작전에 퀀텀펀드의 전 재산은 물론이고, 빚까지 져서 자금을 확보했어. 하루하루 이자가 쌓이고 있으니 속이 답답하구만.”
퀀텀펀드뿐만이 아니었다.
크림반도 사태로 돈맛을 제대로 본 금융타워의 모든 금융사가 자금을 최대한 끌어모은 상태였다.
돈은 돌고 돌아야 쌓이기 마련이었다.
가만히 가지고 있을 거면, 은행에 예금하지 금융사에 누가 돈을 넣겠는가?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가만히 있는 금융사의 행동에 투자자들이 볼멘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 주세요.”
“오래는 참지 못하네. 길어도 올해 상반기까지가 한계일세. 상반기가 넘어가면, 금융타워의 결속력도 약해질 수 있다네.”
“믿고 기다려 주세요. 제가 최적의 타이밍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초조한 표정으로 밖으로 나가는 조지 대표.
그가 이런 반응을 보일 정도면, 다른 금융사의 사람들은 볼 것도 없었다.
다들 속이 시꺼멓게 타서 재가 되기 직전의 상황일 터였다.
초조하긴 나도 마찬가지였다.
석유 전쟁이 시작될 건 알고 있었지만.
정확한 시점은 알지 못했고, 하루 차이로 수억 달러의 수익 차이가 날 수 있었기에 매우 신중하게 움직여야 했다.
드르륵!
나는 습관처럼 서랍을 열러 사진을 꺼냈다.
사우디 왕족의 사진들이었고, 그들의 상세 정보를 전부 확인해 약점을 찾는 게 요즘 일과의 대부분이었다.
“회장님, 천민정 센터장 오셨습니다.”
“들어오라고 하세요.”
눈이 충혈되기 직전.
천 센터장이 나를 찾아왔고, 사진을 다시 서랍 안에 넣고 그녀를 맞이했다.
“무슨 일 있나요? 이 시간에 천 센터장이 저를 다 찾아오시고.”
“대어를 낚았어요. 10명이 넘는 사우디 왕족이 왕실의 돈을 횡령해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계좌를 찾아냈어요.”
계좌 정보를 내게 내미는 천 센터장이었고.
그 정보를 받아 든 나는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예상한 것보다 0이 너무 많은 계좌였기에.
“사우디는 확실히 다르긴 하군요. 한국에서는 기껏해야 억 단위의 돈을 횡령하는데, 사우디 왕족은 조 단위로 움직이네요.”
“저는 이 계좌가 빙산의 일부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요. 왕족들이 불법적으로 축적한 자금을 다 합치면, 우리나라 1년 예산보다 더 많을 것 같아요.”
대한민국 1년 예산은 355조 원이 넘었다.
천 센터장이 그걸 모를 리는 없었고, 지금까지 들어온 정보를 분석하고 해석한 결과를 토대로 나온 말이었다.
“그 정도 금액이면, 숙청의 명분으로는 충분하겠죠. 그리고 오늘 발견한 계좌의 규모만 해도 살만 주지사의 마음을 확고히 다지는 데 충분하고요.”
“회장님이 주신 정보 덕분에 흔적을 빠르게 찾을 수 있었어요.”
눈이 충혈될 정도로 열심히 상세 정보를 살폈다.
천 센터장의 말에 내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인정받았다.
“추가로 확인된 정보들입니다. 도움이 될 겁니다.”
“어떻게 이런 정보를? 빨리 돌아가 봐야겠어요. 사우디에 심어 놓은 알고리즘을 업데이트하면 더 자세한 정보를 얻어 낼 수 있어요.”
“아직 시간은 많으니 너무 급하겐 하지 마세요. 천천히 한 걸음씩 나아가면 됩니다.”
“생각이 떠올랐을 때 하지 않으면 잠을 못 자서요.”
천 센터장은 다급히 내려갔고.
나는 그녀가 남기고 간 USB에 담긴 자료를 살만 주지사에게 인터넷을 통해 넘겼다.
인터넷을 통하면 해킹 같은 보안 문제가 생길 수도 있음을 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인터넷을 통해 자료를 넘기는 건 자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천 센터장과 태우그룹의 암호학 전문가들이 만든 보안체계로 보호되고 있는 자료들이었고.
자료 자체도 암호로 변환되어 가령 중간에 탈취를 한다고 해도 해독이 불가능했다.
비트코인을 만든 암호학 전문가들.
그들이 만든 암호를 풀려면, 아무리 미국이라고 해도 몇 년은 걸릴 터였다.
“벌써 연락을 주시는군.”
자료를 보내고 30분 뒤.
살만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다급히 연락할 정도로 내가 보낸 자료의 내용은 심각했다.
[보낸 자료는 잘 받았네. 상하다 못해 아주 썩어 있더군.]“과일이 담겨 있는 상자가 썩었지 내용물은 멀쩡합니다. 그러니 상자를 다 버리고, 깨끗한 곳에 모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겠지. 지금 당장은 어렵더라도 조만간 그렇게 해야 할 것 같군. 고맙네.]진심이 잔뜩 담긴 살만의 목소리였다.
왕족들이 이만큼이나 썩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던 그였다.
그들의 실체를 눈으로 확인하게 되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결심이 선 것 같았다.
“썩은 상자가 더 많이 남아 있습니다. 계속해서 연락드리겠습니다.”
[받기만 해서 미안할 따름이군. 통화를 더 오래 하고 싶지만, 다음 달부터 석유 채굴 현장에 나가 봐야 해서 준비할 것이 많네. 그럼 다음에 또 연락하겠네.]무심하게 전화를 끊는 살만.
우리의 대화를 다른 이가 들었다면, 살만이 받기만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살만은 결코 받기만 하지 않았다. 내가 준 정보에 대한 대가를 그는 지불했다.
다음 달부터 석유 채굴 현장에 나간다?
이는 다음 달부터 석유 증산에 돌입하겠다는 신호였고.
아무도 모르는 고급 정보를 은근슬쩍 내게 알려 준 살만이었다.
“한 사장 당장 들어오라고 하세요!”
비서진을 통해 한 사장을 불렀고.
대기를 하고 있었던 지 5분도 걸리지 않아 뛰어 올라온 한 사장이었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D-DAY가 결정되었습니다. 다음 달부터 사우디가 석유 증산을 시작할 겁니다. 살만에게 직접 들은 정보니 정확도는 90%가 넘어요.”
“그럼 지금부터 공매도를 시작하겠습니다! 다음 달부터 아주 난리가 나겠습니다.”
“석유 가격이 금융 위기 때보다 더 많이 하락하게 될 겁니다.”
현재 원유 가격은 배럴당 110달러.
하지만 사우디를 비롯한 OPEC의 증산 결정으로 인해 배럴당 가격은 40달러 선까지 낮아지게 된다.
단순 계산으로 70달러의 차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린 레버리지를 적극 활용할 것이기에 수익금은 수십 배 혹은 수백 배까지 늘어날 수 있었다.
“원유 선물 공매도부터 석유 채굴 기업 공매도까지 지금 바로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이먼과도 잘 이야기가 되었죠?”
“그렇습니다. 태우그룹의 자금 대부분을 핀테크 은행에 입금했고, 핀테크 은행에서 공매도를 주도하는 것처럼 보이게끔 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핀테크 은행에서도 많은 자금을 이번 작전에 투입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번 공매도의 규모는 사상 최대 금액이었다.
당연히 언론에서 파고들게 분명했고, 태우그룹의 이름이 오르내려서 좋을 게 없었다.
그러니 수수료 일부를 핀테크 은행에 내는 조건으로 핀테크 은행의 이름을 빌렸다.
핀테크 은행도 내 소유이니 수수료는 전혀 아깝지 않다.
그리고 이번 작전에 핀테크 은행도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입하기로 하였으니 말 그대로 나는 모든 것을 배팅한 셈이었다.
“혹시 아직도 원유 가격 하락을 믿지 못하는 금융사가 있나요?”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대부분의 금융사는 원유 선물을 전부 처분했지만, 몇몇 곳은 아직도 꽉 쥐고 있습니다.”
“경고를 해 주세요. 원유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고, 우리는 경고를 해 줬으니 우리에게 책임을 떠넘기진 못하겠죠.”
핵심 금융사는 한 몸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뒤늦게 작전에 합류한 금융사 몇몇 곳은 아직 금융타워에 대한 신뢰가 깊지 않았고, 자체적인 판단을 더 신뢰하는 경우가 있었다.
의심의 대가를 비싸게 치러야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지.
뒤늦게라도 우리와 발을 맞춘다면, 손해를 만회할뿐더러 높은 수익을 남길 수 있다.
하지만 끝까지 우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금융사가 있다면, 파산을 하게 될 터였다.
“물량부터 최대한 확보해 두겠습니다.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지금부터 물량을 최대한 확보해야 더 큰 수익을 남길 수 있습니다.”
“남들보다 빨리 움직여야 맛있는 부위를 독식할 수 있죠.”
석유 전쟁의 시작이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았다.
그동안 태우그룹을 비롯한 금융타워의 모든 자금이 원유 가격 하락에 베팅했다.
* * *
한 달이 지났을 때.
OPEC 회담이 진행되었고, 사우디를 비롯한 산유국이 원유 증산을 발표하였다.
살만이 말한 시점과 정확히 일치했고, 미리 준비하고 있던 우리에겐 호재였다.
“회장님! 원유 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했습니다. 110달러 선이었던 원유 가격이 105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5% 정도의 수익이군요. 첫 시작치곤 나쁘지 않네요.”
고작 5%라고 할 수도 있었지만.
하루 사이에 5%의 급락은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었다.
매일 5%씩 빠지면 올해가 끝나기 전에 원유 가격은 반의 반토막이 날 테니까.
“5배 이상의 레버리지를 사용했기에 수익률은 25% 이상이 됩니다. 준비 기간 동안 사용한 자금을 오늘 하루만에 전부 회수할 수 있었습니다.”
“내일부터 들어오는 돈은 모두 수익이 되겠군요.”
“금융타워의 분위기가 다시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아마 오늘 밤부터 금융타워 인근의 고급 술집이 만석이 될 듯합니다.”
금융타워의 실적을 알아내는 방법은 참 쉬웠다.
인근의 고급 술집의 매출이 얼마나 나오는지만 봐도 알 수 있었으니까.
오늘부터 한동안은 고급 술집을 예약하기도 어려워지겠지.
“원유를 그대로 들고 있던 금융사의 반응은 어떤가요? 아직도 고집을 꺽지 않고 있나요?”
“화들짝 놀라 롱 포지션에서 숏 포지션으로 옮겼습니다. 하지만 몇몇 곳은 롱 포지션을 포기하긴 했지만, 숏 포지션을 따라오지 않은 곳도 있습니다.”
고집을 넘어 아집을 부린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용기라고 불러야 하는 걸까?
석유 전쟁이 시작되었음을 알렸지만, 전쟁이 아니라 작은 헤프닝이라고 믿는 금융사가 있다니.
“다른 금융사가 매일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걸 보면, 알아서 따라 들어올 겁니다. 그리고 다음부터는 금융타워의 정보를 무조건 신뢰하게 되겠죠.”
“오늘 재미를 본 금융사 간부들이 저를 찾아와 몇 번이고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갔습니다. 제가 짖으라고 하면 짖을 기세였습니다.”
역시 돈의 힘이란 대단했다.
그 어떤 업계보다 자존심이 강한 금융사였지만, 돈을 벌어다 주는 사람에게는 언제든지 고개를 숙이는 집단이기도 했다.
“벌써 꼬리를 흔들면 곤란해요. 아직 줄 먹이가 많이 남아 있는데 말이죠.”
“나중에는 배까지 까뒤집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명동에서 술집에서 들어온 정보를 취합해 보내왔습니다.”
“사우디 왕족에 관련된 정보도 있나요?”
“전부 확인을 하진 못했지만, 사우디 왕족에 관련된 정보도 꽤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체를 알 수 없는 정보가 대부분입니다.”
술집에서는 무슨 말을 못 하겠는가?
취중진담이란 말도 있지만, 술에 취하면 반대로 허풍을 떠는 사람도 많았다.
특히나 금융 업계 사람들의 허풍은 조폭보다 더 심하다고 보면 되었다.
“10%만 옳은 정보라고 해도 쓸 만하죠.”
“그리고 데이비드를 통해 정보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여러 국가의 정보기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정보를 빼내 보내오고 있습니다. 그중에는 CIA의 정보까지 있습니다.”
“취합해서 천 센터장에게 보내세요. 알아서 정보를 필터링해 사용할 겁니다.”
“저는 이만 내려가 보겠습니다. 요즘처럼 차트를 보는 게 즐거운 적이 없습니다.”
이제 시작에 불과했다.
이러고 말 것이라면, 석유 전쟁이라는 이름이 붙지도 않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