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82)
독식하는 재벌 3세-382화(382/518)
382. 전쟁 그리고 전쟁 (2)
유가는 2달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벌써 80달러 선까지 내려온 유가였고, 태우그룹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기획실장은 저유가가 각 계열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보고서로 정리해 가지고 왔다.
“유가 하락으로 인해 수출 특화된 계열사가 많은 이득을 보고 있습니다. 자동차, 반도체, 전자 등 저유가로 인해 운송비가 크게 하락하여 수익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손해를 보고 있는 계열사도 있겠군요.”
“태우정유가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석유 가격 하락으로 인해 전기차 판매량이 주춤하고, 반대로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태우정유는 한국 정유 시장 절반을 장악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가장 큰 정유사기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태우정유가 진행 중인 천연가스 발전소 또한 큰 영향을 받게 될 게 분명했다.
“천연가스 가격도 많이 떨어져서, 천연가스 발전소가 이득을 보겠군요.”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70% 정도 수준의 금액으로 발전소를 가동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석유 가격 하락으로 인해 화력 발전소 또한 단가가 낮아졌고 그렇게 큰 이득이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어찌 되었든 값싸게 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뜻이었고.
수십 개의 공장에서 막대한 전기를 사용하는 태우그룹의 입장에서는 나쁠 게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
“확실히 저유가 시대가 기업 하긴 좋긴 하군요. 저렴하게 공장을 가동할 수 있고, 운송비용까지 줄어드니 가만히 있어도 수익이 늘어나는군요.”
“태우그룹이 수출 중심 기업이라 이익을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몇 년 동안은 저유가 시대가 지속될 겁니다. 저유가 시대에 발맞춰 움직일 수 있도록 각 계열사를 도와주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보고를 마친 기획실장이 밖으로 나갔고.
대기하고 있던 한 사장이 바톤 터치를 하며 안으로 들어왔다.
“예상보다 더 빠르게 유가가 하락하고 있습니다. 이 속도라면, 회장님의 미국행을 앞당겨야 할 것 같습니다.”
“확실히 예상보다 더 빠르게 유가가 움직이고 있군요.”
회귀 전보다 빠른 유가 하락이었다.
내가 막대한 돈을 셰일 가스 개발에 투자해서 이런 상황이 만들어진 건 아닐까?
“그리고 미국에서 베네수엘라 고위 관리를 제재한다고 합니다.”
“드디어 제재가 시작되는군요. 베네수엘라에서는 이번 제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더 강하게 반발하겠죠.”
“안 그래도 제재받은 고위 관리들을 특진시킨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주고받다 보면, 미국은 베네수엘라에 경제 제재까지 부과하게 되겠죠.”
베네수엘라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역사상 가장 빠르게 몰락하는 국가가 될 터였고, 베네수엘라에서 빠져나온 돈은 태우그룹과 금융타워가 흡수하게 된다.
“미국 석유 회사들도 베네수엘라에서 전부 철수하고 있다고 합니다.”
“생각보다 빨리 움직이는군요. 아직 경제 제재를 가한 것도 아닌데 말이죠.”
“유가 하락이 심상치가 않으니 발을 빼는 것 같습니다. 베네수엘라뿐만 아니라 주변국의 유전 탐사 활동을 중단하고 철수하고 있습니다.”
검은 황금이라 불리는 석유.
하지만 지금의 석유는 황금은커녕 구리 취급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막대한 금액이 드는 유전 탐사에 돈을 쓰고 싶지 않을 터.
특히나 유전 탐사는 로또와 비슷했다.
탐사를 한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하는 것도 아니었고, 확률에 기대어 여러 곳을 파 보아야지만 유전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당첨금이 줄어드는 상황이니, 굳이 로또를 살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아주 좋네요. 탐사를 중지할 정도면 석유 회사들의 자금 상황이 좋지 않다는 뜻이겠군요.”
“적자를 보는 건 기본이고, 부채율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인수하기 딱 좋은 상황이군요.”
“미국 석유 기업을 인수하려고 하십니까? 아! 체셔피크 인수를 말씀하시는군요. 우리와 맺은 계약이 있으니 아주 저렴한 가격에 인수할 수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체셔피크를 인수하기 위해 사전 작업을 해 두었다.
그렇기에 내 입에서 석유 기업 인수라는 단어가 나오자 체셔피크를 떠올리는 그였다.
“이런 기회가 왔는데 한 곳만 인수할 순 없죠. 헤스(HESS)까지 인수를 해야겠습니다.”
“헤스를 인수하려면 최소 250억 달러 이상은 필요합니다. 그것도 원유 가격 하락으로 인해 가치가 줄어들어 250억 달러입니다.”
“부채까지 포함해야 하니 300억 달러 정도면 충분히 인수할 수 있겠군요.”
“체셔피크에 헤스까지 인수하려면 500억 달러 이상이 필요합니다.”
“과감한 투자를 한다고 말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그때 한 사장은 열심히 돈을 벌겠다고 말하기도 했고요.”
500억 달러면 60조 원이 훌쩍 넘는 금액이었다.
석유 전쟁으로 막대한 수익을 얻은 태우증권이라고 하더라도 500억 달러는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500억 달러를 마련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되면 앞으로 석유 전쟁에 참여할 군자금이 없어집니다.”
“핀테크 은행과 손을 잡고 인수를 하면 어때요?”
“지분을 50%씩 나눠 가진다면, 가능은 합니다. 절반인 250억 달러 정도는 여유자금으로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인수를 진행할 건 아닙니다. 석유 회사의 주가가 더 떨어지면 움직일 생각이죠.”
“공격적으로 공매도를 진행해 체셔피크와 헤스의 주가를 아주 반토막으로 만들어 보겠습니다!”
눈에서 불꽃이 튀는 한 사장이었다.
어렵사리 모은 자금이 빠져나간다고 하니 얼마나 손이 떨리겠는가?
그렇기에 한 푼이라도 더 아끼기 위해 공매도에 목숨을 걸려고 하는 그였다.
“원유 가격이 계속 하락하면, 체셔피크도 헤스도 회사 매각에 적극 나서겠군요.”
“체셔피크야 우리와 관계가 깊으니 이해가 가지만, 헤스까지 인수를 하려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제가 가지고 싶은 자산을 헤스가 가지고 있어서 말이죠.”
“헤스가 가지고 있는 자산이라고 해 봐야, 해양 유전 관련 자산 말고는 없습니다.”
“제가 가지고 싶은 게 해양 유전 자산이에요. 정확히는 해양 유전 지분이 필요하죠.”
해양 유전 탐사에는 정말 많은 돈이 들어간다.
그렇기에 여러 석유 회사가 손을 잡고 탐사에 들어가곤 했고, 투자한 금액만큼 지분을 나눠 가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럼 굳이 헤스를 인수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해양 유전 지분만 인수하면 나가는 돈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헤스 인수가 손해라는 생각이 깔려 있군요.”
“회장님이 저에게 몇 년간 저유가 시대가 계속될 거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니 석유 회사의 주가도 몇 년간 계속 하락하지 않겠습니까?”
“결국은 사이클이죠. 하락 사이클에 기업을 인수하면, 상승장에 다시 되팔 수도 있고요.”
지금은 250억 달러의 가치가 있는 헤스였다.
하지만, 몇 년 후 상승장이 찾아오면 최소 2배 이상 가치가 뛰어오를 회사기도 했다.
“혹시 상승장에 해양 유전 지분을 빼놓고 헤스를 매각하려고 하십니까?”
“좋은 기회가 온다면, 그렇게 되겠죠. 최소 2배 장사는 할 수 있으니 손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리고 해양 유전 지분만 가지고 올 수 있어도 돈값은 하고도 남을 겁니다.”
어렵사리 고개를 끄덕이는 한 사장.
매일같이 석유 기업 공매도로 돈을 벌고 있기에 내 말을 쉽사리 받아들일 수 없었을 터였다.
“그런데 혹시 해양 유전 어느 곳을 원하십니까?”
“가이아나 펀드가 제 목표죠.”
“베네수엘라 바로 옆에 있는 가이아나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곳에는 아직 쓸 만한 유전이 발견되었다는 말이 나온 적이 없습니다.”
“석유가 넘쳐나는 베네수엘라 바로 옆에 있는 나라에요. 그러니 잘만 찾으면 괜찮은 유전이 있지 않겠어요?”
가이아나 펀드.
다국적 석유 기업들이 지분을 나눠 가지고 있었고, 헤스가 3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탐사가 시작된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아직 괜찮은 유전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확률에 기대어 250억 달러나 사용하는 건 리스크가 너무 큽니다.”
“상승장에 헤스를 매각하기만 해도 본전은 남길 수 있으니 걱정 마세요. 그리고 가이아나에는 무조건 초대형 유전이 터져 나올 겁니다. 저는 그렇게 믿고 있어요.”
가이아나 유전이 발견될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렇기에 올해 안에 최대한 지분율을 끌어올려야만 했다.
타이밍이 늦어지면, 아무도 지분을 내놓으려고 하지 않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헤스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최대한 모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직 끝이 아니에요. 엑슨모빌이 보유한 지분 일부도 인수할 겁니다. 그리고 중국 석유 회사가 보유한 지분도 인수해야 하고요.”
“지분율을 몇 %나 인수하실 계획이십니까?”
“최소 60%는 되어야 하지 않겠어요? 헤스를 인수하면 30%는 저절로 넘어오는 셈이니, 다른 기업들로부터 5%씩만 가지고 와도 금방 60% 정도는 채울 수 있지 않겠어요?”
지분율 60%란 말에 입을 다물지 못하는 한 사장이었다.
그러곤 공손히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그의 뒷모습에서 한 푼이라도 더 벌겠다는 굳은 의지가 느껴졌다.
* * *
10월 중순이 되자 유가는 70달러 선까지 뚫고 내려갔다.
내가 정한 목표치까지 얼마 남지 않았고, 다음 달쯤에 미국 출장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강준용 미국 대사의 방문으로 인해 미국 출장 계획 일정을 변경하게 생겼다.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한국 생활은 나쁘지 않은데 미국 사정이 좋지 않아 잘 지내진 못하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만나자고 연락이 온 강준용 대사.
강 대위의 식당에서 만난 그는 처음부터 저자세로 나오고 있었다.
막강한 힘을 가진 미국 대사가 이렇게 저자세로 나온다는 건 부탁할 일이 있다는 뜻이었다.
“혹시 저에게 부탁하실 일이 있다면, 편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저는 강 대사님에게는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백악관에서 김 회장님을 만나고 싶어 합니다.”
“갑자기 저를 왜? 혹시 태우그룹이 무슨 문제라도 일으켰습니까?”
나는 일부러 모르는 척을 했다.
이 시점에서 백악관이 나를 부를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석유 전쟁을 도와 달라는 것 말고는 나를 부를 이유가 없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중소 규모 셰일 업체 몇 곳이 파산을 했습니다.”
“OPEC이 과하게 석유를 증산하고 있으니 중소 업체는 버틸 체력이 되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대형 업체는 충분히 버텨 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내년부터 많은 대형 셰일 업체들도 챕터 11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챕터 11.
한국식으로 발하면 법정관리라고 볼 수 있었고.
더 쉽게 말하면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파산보호를 신청한다는 뜻이었다.
그만큼 석유 전쟁으로 인해 셰일 업체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챕터 11을 신청한다고 해서 꼭 나쁜 일만은 아닙니다. 쭉정이를 골라내고 알짜배기만 제대로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겠습니까?”
“문제는 알짜배기가 너무 많습니다. 미국 정부가 모든 업체를 보호할 수는 없습니다.”
“혹시 셰일 업체 일부를 태우그룹이 인수하길 바라시는 겁니까?”
“완전 인수가 어렵다면, 일부 지분이라도 인수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뺏어 먹으려고 했는데 먼저 주겠다고 나서는 미국이었다.
미국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훨씬 더 저렴하고 좋은 조건으로 인수가 가능했다.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주 내로 백악관의 생각을 직접 듣기 위해 미국으로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갑작스런 요청에 이렇게 긍정적으로 반응해 주시니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천만의 말씀.
감사한 쪽은 나였다.
진정한 알짜배기만 쏙 빼먹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게 되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