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83)
독식하는 재벌 3세-383화(383/518)
383. 전쟁 그리고 전쟁 (3)
워싱턴 공항에 도착했다.
항상 그렇듯 데이비드가 나를 반겼고, 우리는 얼른 방탄 차량에 올라타 이야기를 나누었다.
“백악관에서 애가 타나 봅니다. 태우그룹에게까지 SOS를 요청하고 말이죠.”
“SOS를 요청한 그룹은 태우그룹과 더불어 몇 곳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태우그룹이 진작부터 셰일 가스 사업에 투자를 한 덕분에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 같아요.”
아무에게나 셰일 업체를 맡길 수는 없겠지.
셰일 가스는 미국의 미래를 책임질 자원이었고, 미국 기업이거나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해외 기업 중 태우그룹만큼 신뢰가 가는 곳이 없었겠지.
전 미국 대통령까지 보증을 섰고, 텍사스 셰일 가스 개발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기도 했으니까.
“미국 대사의 말을 들어 보니 셰일 업체 상황이 알려진 것보다 심각하다고 하던데, 얼마나 심각한 겁니까?”
“셰일 업체는 물론이고 석유 기업까지 아주 난리가 났어요. 마치 리먼 사태를 석유 업체들만 한 번 더 겪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석유 전쟁이 시작한 지 아직 반년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셰일 업체는 물론이고, 백악관도 기겁을 했을 터.
“6개월도 못 넘기고 쓰러질 줄 몰랐겠군요.”
“저유가 시대가 도래한다고 해도 버텨 낼 거라고 믿었을 겁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유가가 너무 빠르게 하락해 버렸죠. 게다가 유가가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으니 버틸 수가 없었을 겁니다.”
“백악관이 어떤 매물을 준비했는지는 가서 보면 알겠군요.”
“좋은 매물이 상당히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매물로 나오지 않은 상품까지 구해 줄 수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었어요.”
사실 아무 매물이나 지금 사들여도 이득을 볼 수 있었다.
미국 정부에서 일정 부분 부채 탕감만 해 줘도, 몇 년 후면 2배 넘게 남겨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고작 2배 장사로는 나를 만족시킬 순 없었다.
“쇼핑하는 재미가 있겠군요. 그런데 사우디 왕족 관련 일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나요?”
“다양한 곳에서 정보가 쏟아져 들어오고 있죠. 정치인, 기업가 심지어 왕족의 고용인으로 일했던 사람으로부터도 정보를 받고 있어요.”
데이비드의 인맥은 상상을 초월했다.
인맥 관리 스케줄을 짜 주는 직원만 해도 20명 넘게 거느리고 있는 그였고.
선물 준비, 경조사 관리 등을 관리하는 직원과 로비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직원까지 다 더하면 200명에 달하는 조직을 이끄는 데이비드였다.
특히나 그를 따르는 로비스트도 개인 조직을 거느리고 있었고.
그 숫자까지 다 더하면 웬만한 기업보다 더 많은 인원이 데이비드 밑에서 일하고 있다고 봐야 했다.
“너무 티 나지 않게 움직여야 하는 거 알죠?”
“보스! 제가 이 생활만 평생을 해 왔어요. 그런 기초적인 실수를 하겠습니까?”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죠. 그런데 요즘 많이 바쁘겠어요. 백악관, 사우디 왕족, 그리고 로보 노디스크 쪽까지 동시에 일을 진행해야 하니 몸이 두 개라도 부족하겠어요.”
“아주 재밌게 지내고 있죠. 특히나 로보 노디스크 일이 아주 재밌더라고요. 이사회 30%를 우리 쪽 사람으로 박아 넣었고, 기존 이사회 20%를 회유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맹수라고 착각하고 있는 먹잇감.
로보 노디스크는 노골적으로 센트리언과 인공지능을 노리고 있었다.
그들이 그러는 동안 이미 우리는 로보 노디스크의 깊숙한 곳까지 침투해 있는 상황이었다.
“과반에 달하는 이사회 인원이 한목소리를 내면, 어렵지 않게 신약을 버리도록 만들 수 있어요.”
“이미 입질이 오고 있습니다. 신약 회의론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고, 신약 관련 인원을 줄인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조만간 덴마크도 한번 방문해야겠군요.”
“보스가 덴마크로 가기 전에 사전 작업을 확실히 해 놓겠습니다. 보스는 가서 신약 허가권만 쏙 빼내 올 수 있도록 말이죠.”
대화를 나누는 동안 호텔에 도착했고.
시차 적응을 위해 하루 동안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쇼핑은 생각보다 체력 소모가 많은 일이다.
백화점을 한번 다녀오면 괜히 곯아떨어지는 것이 아니지.
게다가 나는 백화점 대신 백악관에서 쇼핑을 하게 되었으니 더욱 많은 체력을 충전해 두어야 했다.
* * *
다음 날.
이른 아침부터 호텔 앞으로 백악관에서 보낸 차량이 나를 기다렸다.
검은색 방탄 차량과 수십 명의 경호원이 복잡한 경로로 이동해 나를 백악관까지 안내했다.
쇼핑을 시작하기도 전에 피곤이 몰려오려고 했지만.
백악관에 도착해 나를 기다리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의 모습을 보자 피곤이 싹 물러갔다.
“갑자기 연락드려 죄송하군요.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대통령님 덕분에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뵐 수 있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최대한 예의를 갖춰 오바마 대통령에게 인사를 했지만.
허례허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오바마 대통령은 손사래를 쳤다.
“우리 사이에 너무 격식을 따지진 말죠. 미국 대사를 통해 대략적인 이야기는 들었다고 알고 있어요.”
“많은 셰일 가스 업체가 파산 위험에 처해 있다는 이야기는 전해 들었습니다.”
“저유가 상황이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요. 지금의 상황이 1년만 지속되어도 30%가 넘는 셰일 업체가 파산하고, 2년이 넘으면, 60%가 넘는 업체가 파산하게 된다는 보고서가 쏟아지고 있어요.”
셰일은 미국의 미래가 달린 산업이었다.
그러니 미국 정부가 나서 셰일 업체의 리스크를 떠안아야만 했다.
그리고 저유가 시대의 원인 중 일부는 미국 정부의 책임이기도 했기에 가만히 두고 볼 수만은 없을 터였다.
“리먼 사태처럼 정부에서 지원을 할 생각이십니까?”
“더 강한 지원을 계획하고 있어요. 리먼 사태는 몰지각한 금융사의 만행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번 사태는 OPEC과의 힘겨루기로 인해 발생한 불상사죠.”
“미국 정부가 나선다고 한들 모든 셰일 업체를 지원해 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김 회장님을 모신 거죠. 셰일 업체를 인수해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최고의 상황.
내가 먼저 나서 셰일 업체 인수를 희망하면, 내가 을의 입장이 된다.
하지만 미국 정부에서 먼저 나서 인수를 요청하면, 반대로 내가 갑의 입장에서 협상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이미 셰일 업계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잘 알고 있지요. 그 어떤 해외 기업보다 더 많은 투자를 태우그룹이 하고 있음은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지금은 투자가 아닌 인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셰일 업체를 노리는 해외 기업이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국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산업을 아무에게나 맡길 수는 없지요. 태우그룹과 김 회장님이라면 믿을 수 있으니 이런 제안을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미국과 쌓은 신뢰가 이렇게 작용을 했다.
막대한 로비자금을 쏟아붓고 미국 기업을 인수하고 잘 유지했기에 이런 최고의 상황이 일어날 수 있었다.
“흠, 두 가지 방향으로 도움을 드릴 수 있습니다. 하나는 태우그룹의 여유 자금 한도 내에서 셰일 업체를 인수하는 방법입니다. 그렇게 되면 중소 규모의 셰일 업체를 인수하는 것에 그치게 됩니다.”
“다른 방법은 뭐가 있나요?”
“태우그룹이 주도하여 컨소시엄이나 연합을 만들어 대형 업체를 인수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큰 관심을 보였다.
내가 긍정적으로 나선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만족하고 있었고, 대형 업체까지 인수할 의사가 있음을 밝히자 한결 표정이 밝아진 그였다.
“컨소시엄을 만드는 건 좋지만, 태우그룹을 제외한 해외 그룹은 믿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컨소시엄 참여 기업은 미국 기업으로만 한정할 생각입니다. 월가의 금융사와 미국에 기반을 둔 은행 그리고 미국 IT 기업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만들까 합니다.”
“미국 기업들이라면 문제 될 게 없지요. 금액은 얼마까지 가능하겠습니까?”
“금액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어느 회사를 인수하느냐에 따라 참여하는 기업의 숫자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파이를 전부 먹을 수 없다면.
과일이 올려져 있는 가장 맛있는 조각을 노려야 했다.
“어떤 회사를 인수하길 원하십니까?”
“헤스와 체셔피크를 인수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석유 업체의 자산 일부를 인수해 자금 유동성을 늘려 주고 싶습니다.”
“체셔피크는 셰일 업체이긴 하지만, 헤스의 경우 셰일보다 해양 유전 업체이지 않나요?”
“셰일 업체 컨소시엄보다 석유 사업 컨소시엄을 열어야 더 많은 참가 기업을 모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셰일 업체뿐만 아니라 석유 업체 또한 많이 힘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오바마 대통령.
석유 전쟁으로 인해 석유 기업의 주가는 떨어지고 부채율은 증가하고 있음을 알고 있는 그였다.
“나쁘지 않은 조건이긴 하군요.”
“셰일 업체 혼자서는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건실한 석유 업체와 하나로 엮어야지만 튼튼하게 뿌리를 내리게 만들 수 있습니다.”
“컨소시엄의 금액에 따라 미국 정부가 주도하여 헤스와 체셔피크를 인수할 수 있도록 도와드릴 수도 있어요. 석유 업체가 보유한 자산 인수도 포함해서 말이죠.”
미국 정부가 푼돈에 움직여서야 되겠는가.
최소한의 금액은 갖춰 줘야 미국 정부도 움직일 명분을 얻게 된다.
“태우그룹만 250억 달러를 투입할 생각입니다. 컨소시엄을 형성하면 최소 500억 달러까지는 가능할 듯합니다.”
“셰일 업계에 단비가 내리게 되겠군요. 미국 정부가 책임지고 김 회장님이 원하는 업체와 지분을 인수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최소 500억 달러.
60조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이라면 미국 정부를 움직일 명분으로는 충분했다.
미국 정부도 우리 덕분에 60조 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아낄 수 있으니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협상이었다.
“컨소시엄을 만들기 위해선 최소 한두 달 이상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내년 초는 되어야지만, 본격적인 인수 협상이 가능합니다.”
“최대한 빨리 부탁합니다. 미국 정부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말씀만 하세요.”
시간은 우리 편이었다.
다음 달이 되면 원유 가격은 60달러까지 떨어지게 될 터였고.
내년 초가 되면, 40달러 선까지 추락하게 되는 원유 가격이었다.
그러니 시간이 지날수록 석유 업체의 재정 상태는 악화되고, 우리는 보다 유리한 상황에서 인수 협상을 벌일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시간을 끌 수는 없었다.
내년 상반기가 되면, 원유 가격은 소폭 상승할 수도 있었기에 최적의 타이밍을 노려 인수 협상을 진행해야 했다.
“먼저 우리가 인수하고 싶은 회사 명단과 자산을 데이비드를 통해 보내 드리겠습니다.”
“컨소시엄이 만들어지는 동안 백악관 차원에서 먼저 기업들과 접촉을 진행하도록 하죠. 컨소시엄이 완성되는 순간 회사도 지분도 인수할 수 있도록 해 드리죠.”
1시간 넘게 오바마 대통령과 대화를 나눴다.
국빈 방문하는 해외의 대통령도 이렇게 길게 대화를 나누는 경우는 드물었다.
1분도 안 되는 시간 정도만 대화를 나누는 경우도 많았고, 아무리 길어도 1시간이 넘어가는 경우가 없었다.
일개 그룹 회장이 미국 대통령과 1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다?
공식적으로 이 사실이 알려진다면, 언론이 난리가 날 일이었다.
다행히도 이번 만남은 비공식이었지만, 태우그룹의 존재감이 커졌다는 것을 반증하는 일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