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85)
독식하는 재벌 3세-385화(385/518)
385. 전쟁 그리고 전쟁 (5)
미국과 중국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항상 외국 출장을 마치면, 강 대위의 사무실에 들러 최측근과 라면을 먹으며 휴식을 취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었고.
한 사장도 금융타워에서 밤샘 작업을 하고 있었기에 강 대위의 사무실이 아닌 금융타워로 출근을 했다.
“오는 길에 보니 유가가 그사이에 많이 떨어졌더군요.”
“이전에도 급격한 하락을 보이고 있었지만, 지금의 그래프를 보시면 완전 절벽처럼 유가가 곤두박질치고 있습니다.”
회귀 전에도 유가는 급격한 하락을 보였었다.
하지만 이번엔 회귀 전보다 더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었고, 이는 태우증권, 핀테크 은행 그리고 금융타워 금융사들까지 전부 공격적으로 공매도 거래를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직 최저점이 오려면 멀었어요. 최소 한 달은 더 떨어질 겁니다.”
“회장님의 말씀대로 40달러 선까지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석유보다 물이 더 비싸지게 생겼습니다.”
“그러면 우리야 좋죠.”
“연말까지 수익을 더하면 250억 달러는 충분히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태우증권은 역대 최고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수익률만 놓고 본다면, 리먼 사태나 그전의 대형 사건에서 더 높은 수익률을 올렸지만.
이번 투자는 투자금액이 워낙 컸기에 수익이 더 높게 나오고 있었다.
“250억 달러가 넘을 것 같다고 하니 다행이네요. 안 그래도 중국에서 살 물건이 있어 보고 오는 길이었거든요.”
“가격이 많이 나가는 물건입니까?”
“그렇게 많이 나가진 않을 겁니다. 대충 20~30억 달러 정도 하는 물건이죠.”
“······연말까지 조금 더 채찍질을 해야 되겠습니다.”
250억 달러를 마련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석유 기업 인수 말고도 다른 곳에도 투자를 해야했기에 종잣돈은 꽉 쥐고 있어야 했다.
“버는 족족 써 버리니 속이 쓰리죠?”
“아닙니다! 회장님이 엄한 곳에 쓰는 것도 아니고, 미래를 위한 투자이니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
“석유 전쟁은 이제 1회가 지났다고 보면 됩니다. 9회까지 꾸준히 점수를 내려면, 체력이 중요해요. 그러니 너무 무리하진 말고요.”
석유 전쟁은 2014년이 끝이 아니었다.
몇 년 동안 지속될 전쟁이었고, 미국과 OPEC의 치킨 게임이 지속되는 한 끝나지 않을 전쟁이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우리도 좋습니다. 전쟁만큼 큰돈이 움직이는 판이 어디 있겠습니까?”
“석유 기업 인수에 사용되는 250억 달러 정도는 금방 복구할 수 있을 겁니다. 내년 상반기가 되면 유가가 다시 상승하게 될 테니까요.”
석유 전쟁이 지속된다고 해서 석유 가격이 계속 하락하는 건 아니었다.
반등하는 구간이 있었고, 특히나 OPEC에서 석유 감산 기류를 살짝만 내비쳐도 석유 가격은 크게 뛰게 된다.
“사우디에서 감산을 하겠습니까? 감산을 하는 순간 패배를 인정하는 셈이지 않습니까.”
“누가 감산을 한다고 했어요? 그런 기류만 살짝 내비친다는 거죠. 그리고 반년이면 세상도 저유가 시대에 익숙해지기 마련이죠. 그럼 서서히 유가는 상승하게 되어 있어요.”
이제 일방적인 하락세는 끝이었다.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는 시기의 시작이었다.
물론 어느 시기나 유가 상승과 하락은 반복되었다.
하지만 지금 시대는 하락과 상승이 매우 가파르게 진행되기에 타이밍만 잘 맞춘다면 큰 이득을 볼 수 있었다.
“유가가 상승하기 전에 석유 기업 인수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하냐도 중요하지만, 미국 정부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움직이느냐가 더 중요하죠.”
“데이비드를 통해 들어보니, 백악관 차원에서 매우 적극적으로 석유 기업과 만남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헤스의 경우 이미 이사회에서 매각을 해야 한다는 강력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었다.
컨소시엄을 발표하는 순간, 석유 기업 인수는 며칠 안에 마무리 지을 수 있게 되었다.
* * *
2014년 한 해 태우그룹은 매우 바쁘게 달려왔다.
비단 석유 전쟁으로 인해 태우증권만이 바쁜 것은 아니었고, 특히나 대규모 반도체 단지 완공이 임박한 태우반도체도 매우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태우반도체 경기도 반도체 단지가 완공되었다.
완공식을 위해 정재계 인사가 총출동했고, 미국을 비롯한 해외 그룹에서도 축하 사절을 보내 행사장을 가득 채웠다.
“완공식 행사를 시작하겠습니다!”
무조건 뉴스에 나올 행사라서 그럴까?
축사를 하고 싶어하는 정치인이 너무 많았고, 무려 2시간 넘게 축사가 진행되었다.
“회장님, 마치 결혼식장에 다시 온 기분입니다. 그때도 이렇게 정신이 하나도 없고,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렸었습니다.”
“그래도 축하를 하러 온 사람들을 쫓아낼 수는 없죠.”
해가 질 무렵이 되어서야 완공식 행사는 끝났고.
신축된 반도체 단지 중앙에 위치한 RND 센터로 주요 임원들이 피난 가듯 이동했다.
“여기서 보니 확실히 반도체 단지가 크긴 크군요. 한눈에 다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문제는 반도체 단지가 이곳 하나가 끝이 아니라는 거죠. 미국에 짓고 있는 반도체 단지도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닙니다.”
창문에 기대 반도체 단지를 내려다보았고.
리사 사장은 기대와 걱정을 반씩 담은 얼굴로 내 옆에 서 있었다.
“몇 년 동안 적자를 본다고 생각하고 운영하셔도 됩니다. 첫술에 배부를 생각을 하고 만든 반도체 단지가 아니에요.”
“그래도 크게 적자를 볼 것 같지는 않아요. 애플, 퀄컴 같은 미국 기업부터 한국, 일본 기업까지 반도체 생산 의뢰를 해 오고 있어요. 못해도 단지 가동률이 80%는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요.”
태우그룹에서도 막대한 반도체를 사용하고 있었다.
가전제품, 전기차 등. 하지만 태우그룹 혼자서는 절대 반도체 단지 전체를 책임질 수는 없었다.
해외 그룹의 도움이 필요했고.
반도체 사용량이 지금보다 더 증가해야지만, 단지 전체를 가동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리사 사장이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반도체 사용량은 크게 증가할 겁니다. 너무 걱정하지는 마세요.”
“삼진전자는 가만히 있는데 우리만 너무 반도체 공장을 크게 짓는다는 생각이 자꾸 떠오르곤 해요.”
“삼진전자가 쌓아 놓고 있는 사내 유보금을 풀면 당장이라도 이 정도 규모의 반도체 단지를 만드는 건 일도 아니죠. 미리 투자하지 않은 걸 후회하게 될 겁니다.”
물론 태우그룹이 후회할 수도 있었다.
앞으로도 반도체 사용량이 증가할 것이라는 건 확실했지만.
반도체 사업은 사이클이 존재했고, 하락 사이클이 온다면 태우반도체는 막대한 적자를 볼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반도체 사업에 크게 투자를 해야만 했다.
반도체는 일종의 전략 무기로 사용될 수도 있었고, 국제 관계에서 태우그룹이 힘을 쓰기 위해선 막대한 반도체 생산량을 보유하고 있어야만 했다.
“삼진전자가 견제하지는 않겠죠?”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반도체 단지는 파운드리 전용 공장이나 다름없으니까요. 오히려 대만에서 견제를 하면 하겠죠.”
태우그룹 반도체 단지는 사실 대만에 있어야 했다.
하지만 내가 먼저 선수를 쳤고, 한국에 먼저 거대한 파운드리 단지를 세워 선점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대만에서는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는 소식이 계속 들려왔고, 우리 경쟁자는 삼진전자보다 대만의 반도체 회사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제가 다른 약속은 못 드리지만, 후발 주자에게 따라잡히지 않겠다는 약속은 드릴 수 있어요. 대만의 반도체 기업은 절대 태우반도체의 발끝도 따라잡지 못할 겁니다.”
“리사 사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아주 든든하군요.”
표독스러울 정도로 날카로운 눈빛을 보이는 리사 사장이었다.
그녀는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었고, 후발 주자가 태우반도체를 앞지르게 둘 사람이 아니었다.
사실 조금은 걱정했었다.
태우반도체를 이끄는 경영진 두 명 모두가 대만계 출신이었기에.
혹시나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내 생각보다 태우반도체에 대한 애정이 더 큰 경영진이었다.
그러니 괜한 걱정을 할 필요는 없었다.
파운드리 시장을 태우반도체가 독식하게 될 거란 확신이 들었다.
* * *
석유, 천연가스 탐사 전문 업체 헤스(HESS).
그들은 북미, 남미 지역의 유전 사업권을 보유하고 있었고, 탐사 능력도 뛰어나기에 각광을 받는 석유 기업 중 하나였다.
하지만 연달아 두 번의 위기가 찾아왔다.
셰일 혁명이라고 불릴 정도로 생산량이 늘어나 버린 셰일 가스로 위기를 한 번 맞이했고.
석유 전쟁으로 유가가 하락하며 더 거센 위기를 겪고 있는 헤스였다.
그렇기에 긴급 이사회가 소집되었다.
이미 미국 정부와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사회였고, 이젠 선택의 시간이 되었다.
“오늘도 유가가 하락했습니다. 6개월 사이 40% 가까이 폭락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달이면, 50%까지도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다음 달도 문제지만, 내년 그리고 내후년에 유가가 상승할 거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셰일 가스 생산량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고, OPEC도 증산을 멈출 기미가 없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매각 절차를 밟아야지만, 손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모두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회사 매각에 관해서는 두 가지의 의견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회사를 매각하자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립니까? 80년 넘게 이어진 헤스의 역사를 이대로 마감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의 위기를 조금만 참고 기다립시다. 두 번의 석유 전쟁에서도 살아남은 우리 아닙니까. 이번 3차 석유 전쟁도 충분히 버틸 수 있습니다!”
헤스는 역사와 전통이 깊은 기업이었다.
석유 탐사의 시작과 같이 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기에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경영진이었다.
“정부의 도움 없이는 절대 버틸 수 없습니다. 그런데 오바마 정권은 셰일 업체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되든 그냥 지켜만 본다는 입장을 전달받았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6개월 사이 시가 총액은 반토막이 났고, 부채는 3배가 증가했습니다.”
각자도생.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뜻을 분명히 전달한 백악관이었다.
예전처럼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매각을 지지하는 세력이 과반을 넘고 있었다.
“부채가 증가하고 있지만, 남미 지역의 유전만 찾아낼 수 있다면 단번에 부채를 갚아 낼 수 있습니다. 우리의 기술력이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유전을 찾아낸다고 끝입니까? 유전 개발 비용, 운송 비용까지 다 더하면, 오히려 더 손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유가가 이렇게나 떨어지는데 석유를 생산해 봐야 가격만 더 떨어지게 됩니다.”
매각 찬성파는 속이 타들어 갔다.
다들 지분 일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기에 파산이라도 하면 한 푼도 건질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찬성파 중에서도 자신이 이익이 아니라 기업 구성원을 걱정하는 이도 있었다.
“망망대해를 떠돌아다니며 유전 탐사를 하는 직원들을 생각하십시오. 그들이 제대로 된 보상을 받기 위해선 든든한 모기업이 있어야만 합니다.”
“태우그룹이 든든한 모기업이 될 수 있겠습니까? 컨소시엄을 구성한다고는 하지만, 태우그룹이 주도권을 쥐고 있지 않습니까.”
미국 정부로부터 인수처가 태우그룹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이사회였고.
미국 기업이 아닌 한국 기업이 헤스를 인수한다는 걸 꺼리는 이도 있었다.
“제가 알아본 바로는 태우그룹의 부채율은 0%에 가깝고, 사내 유보금은 수백억 달러가 쌓여 있다고 합니다.”
“흠, 알겠습니다. 우선은 매각을 진행하긴 하겠지만, 태우그룹과 만나서 최종 결정을 하겠습니다.”
이사회는 이미 매각으로 방향이 기울었다.
하지만 태우그룹과의 최종 협상에서 엎어질 가능성은 존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