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86)
독식하는 재벌 3세-386화(386/518)
386. 타이밍 (1)
2014년의 마지막 달이 찾아왔다.
여전히 엄청난 속도로 유가가 하락하고 있었고.
여유를 부리는 우리와 달리 미국은 애가 타기 시작했다.
강준용 미국 대사가 나를 찾아올 정도로 다급해 보이는 미국이었다.
“자꾸만 바쁘신 김 회장님을 귀찮게 하는 것 같아 죄송합니다.”
“전혀 아닙니다. 강 대사님과 만날 수 있다면, 없는 시간도 만들 수 있습니다.”
한국인이지만, 미국 정부 소속인 강준용 대사.
그래서일까? 일반적인 한국인과 다른 느낌이 흘러나오는 사람이었다.
“저녁 식사 자리도 마다하고, 찾아오신 걸 보니 급하게 하실 말씀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백악관에서 연락이 왔어요. 모든 준비가 끝났으니 움직여 달라고 연락 받았습니다.”
“벌써 준비가 끝났습니까? 내년 초에 움직이기로 약속을 했었습니다.”
“사정을 이해해 주십시오. 중소 셰일 업체가 하루에도 수십 곳씩 쓰러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전반적인 석유 관련 사업이 몰락하기 시작했습니다.”
강준용 대사의 연기력은 나름 괜찮았다.
눈물까지 글썽이며 미국 셰일 업체의 위기를 전달해 오고 있었다.
하지만 정말 위기였다면, 미국 대사가 아니라 백악관 차원에서 직접 움직였겠지.
“컨소시엄을 최대한 빨리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올해 안에 인수 협상을 시작했으면 합니다. 정 안 되면 태우그룹 차원에서 먼저 움직여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그냥 시간을 끌 수만은 없긴 했다.
협상 대상이 단순히 미국 석유 기업이라면 그래도 상관없겠지만.
진정한 협상 대상은 석유 기업이 아니라 미국 정부였으니 최소한의 성의는 미리 보여 주어야만 했다.
“태우그룹이 먼저 움직이는 건 어렵지 않긴 합니다. 그런데 미국 석유 기업이 우리와 협상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지만 가능합니다.”
“그건 걱정 마십시오. 헤스 이사회에서 협상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내일 당장이라도 협상 가능합니다.”
“그럼 이번 주 내로 미국행 비행기 티켓을 예매하도록 하겠습니다.”
“혹여나 그럴 일은 없겠지만, 비행기 티켓이 없다면 연락 주십시오. 전용기를 공수하거나 주한미군 항공기까지 동원해 안전하게 미국으로 모셔다드리겠습니다.”
이번 일은 강준용 미국 대사의 커리어에도 중요했다.
석유 기업 인수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된다면, 그는 주한 미국 대사를 넘어 백악관 입성까지도 가능해지기에 계속해서 읍소를 하고 있었다.
“최대한 빨리 준비해서 미국으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태우그룹도 전용기를 보유하고 있으니 미군의 도움은 사양하겠습니다.”
“그럼 백악관에 그리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혹여나 헤스에서 과한 조건을 요구하면 곧장 연락 주십시오. 매를 들어서라도 말을 듣도록 만들어 놓겠습니다.”
매가 아니라 야구 배트를 휘두르는 시늉까지 하는 강준용 대사.
몇 번이나 빠르게 협상을 진행해 달라는 말을 남기고서야 대사관으로 돌아가는 그였다.
“한 사장 불러 주세요.”
강 대사가 나가는 즉시 한 사장을 불렀고.
대기를 하고 있었던지 10초도 걸리지 않아 한 사장은 안으로 들어왔다.
“강 대사가 아주 급해 보이더군요. 미국 석유 기업은 준비가 되어 있으니 조속히 협상을 진행해 달라고 부탁하더군요.”
“금융타워 전체가 달라붙어 공매도를 가한 효과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헤스의 주가가 지금도 하락하고 있고, 6개월 전에 비해 55% 넘게 주가가 하락하였습니다.”
헤스가 괜히 협상을 제안한 것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막대한 공매도 물량에 겁이 났을 게 분명했고.
이를 주도한 사람이 한 사장과 금융타워의 금융사들이었다.
“덕분에 일이 쉽게 진행되겠어요. 금융타워를 잘 컨트롤해 주셨어요.”
“돈이 되는 일이니 금융사들이 움직인 것 아니겠습니까? 공매도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하니 딱히 컨트롤할 것도 없이 알아서 움직여 주었습니다.”
“확실히 여러 금융사가 움직이니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도 공격을 가하더군요.”
“괜히 월가의 하이에나들이겠습니까? 뼈까지 씹어 먹는 놈들입니다. 헤스의 역사와 전통이 깊다고는 하지만, 월가보다 깊겠습니까?”
월가의 전투력을 또 한 번 확인했다.
어떨 때 보면 월가는 배부른 돼지처럼 보였지만.
약해 보이는 먹잇감 앞에서는 며칠을 굶은 하이에나처럼 달려드는 곳이었다.
“컨소시엄도 조만간 만들어야겠어요. 그래야 내년 초에 모든 협상을 끝마칠 수 있죠.”
“사실 지금 당장이라도 만들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일정을 앞당겨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일정을 조금 앞당긴다고 해서 결과가 달라지진 않으니 상관없어요.”
“회장님이 미국에서 협상을 하시는 동안 컨소시엄을 만들어 두도록 하겠습니다.”
“공매도를 중지할 좋은 핑계도 되겠군요. 태우증권이 주도하여 석유 기업 인수 컨소시엄을 만들었는데 어떻게 공매도를 계속하겠어요.”
공매도로 재미를 보는 건 올해까지였다.
내년부터 유가는 안정세를 되찾고, 상승곡선을 그리게 된다.
“우리가 석유 기업을 인수하면, 공매도를 치는 세력이 없어질 겁니다. 다른 석유 기업이 공격을 당할 수는 있겠지만, 우리를 공격할 금융사는 없다고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금융타워의 금융사는 그렇겠지만, 우리 품속에 들어오지 않은 금융사 중에서 정신 나간 짓을 저지를 곳도 있을 수 있죠.”
“그런 정신 나간 금융사가 있겠습니까?”
없을 가능성이 높았다.
태우그룹의 자금력은 전 세계에 알려진 상황이었으니까.
“살짝 약한 척을 해 볼까요? 우리가 약한 모습을 보이면 공격할 금융사가 몇 곳 있을 겁니다.”
“굳이 공격당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태우그룹을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본보기를 보여 줄 필요가 있죠. 뭐 공격을 안 당한다면 그냥 없던 일로 하고 넘어가면 되고요.”
“알겠습니다. 그럼 석유 기업 인수로 자금 대부분을 사용했다는 정보를 월가에 뿌리도록 하겠습니다.”
미끼를 무는 물고기가 있으려나?
제발 정신 나간 물고기 하나가 미끼를 물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 * *
헤스 본사가 있는 뉴욕에 도착했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헤스 이사회를 한국으로 불러들이고 싶었지만, 미국 정부와의 약속도 있기에 기싸움은 하지 않고 미국으로 이동했다.
회사를 헐값에 강탈당할 사람들인데 예우는 해 줘야지.
그렇기에 나는 이사회장으로 들어설 때도 최대한 예의를 갖추며 입장했다.
“반갑습니다. 태우그룹의 김민재입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헤스의 이사회 자리에 참석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
침묵이 잠시 감돌았다.
헤스의 새로운 주인이 될 수도 있는 사람의 등장에 할 말을 잃은 듯 보였고.
다행스럽게도 먼저 정신을 차린 헤스의 대표 이사 한 명이 내게 환영의 인사를 보내왔다.
“요즘 가장 유명하신 김민재 회장님을 뵙게 되어 우리도 영광입니다.”
“아직 컨소시엄이 완성되지도 않았기에 내년 상반기에 찾아뵐까 했지만, 미국 정부에서 먼저 협상을 진행하길 원해 일정을 앞당겼습니다. 혹시나 무례가 되었다면 죄송합니다.”
“전혀 아닙니다. 최대한 빨리 협상을 진행하고 싶다고, 우리가 먼저 정부에 요청을 했습니다.”
내가 먼저 원한 협상이 아니란 걸 박고 시작했다.
그래야 협상의 주도권도 내가 가지고 올 수도 있었고, 나중에 다른 말이 나오지 않을 테니까.
“사실 협상할 부분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헤스의 조건을 미국 정부로부터 전해 받았습니다. 모든 지분을 인수 시점의 주가로 인수하고, 부채까지 전부 태우그룹이 책임지는 조건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확하십니다. 그리고 추가 조건으로 고용 승계까지 약속을 받았으면 합니다. 물론 협상이 가능한 부분입니다.”
고용 승계가 협상이 가능하다?
이는 일부는 해고해도 된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이사회에서는 고용 승계를 위해 노력했다는 척을 하고 싶어 꺼낸 말인 듯싶었다.
“임원급을 제외한 모든 직원의 고용 승계를 약속드립니다. 물론 법적으로 문제가 되거나, 회사에 해가 되는 아주 극소수의 직원은 해고 처리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90% 이상의 고용 승계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약속드립니다.”
“그 정도 조건이면 만족합니다.”
아주 훈훈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인수 협상.
하지만 그런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등장했다.
내가 등장했을 때부터 굳게 입을 다물고 있던 붉은 수염을 한 남성이 걸쭉한 목소리를 내었다.
“솔직히 저는 이해를 못 하겠습니다. 태우그룹이 왜 헤스에 관심을 보이는 겁니까?”
“태우그룹은 예전부터 석유 관련 사업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텍사스 셰일 가스 개발에도 많은 투자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셰일 가스야 그렇다고 쳐도 해양 유전 사업은 전혀 다르지 않습니까.”
“저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태우자동차에서는 친환경 전기 자동차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친환경 기업이 석유 기업에 왜 관심을 보이는 겁니까?”
이 질문을 받을 줄이야.
태우자동차는 전기 자동차를 통해 친환경 정책을 펼치고 있었다.
그런데 석유 기업은 친환경과는 대척점에 서 있는 산업이었고, 태우그룹이 석유 산업에 관심을 보이는 건 어울리지 않은 모습일 수도 있었다.
“전기 자동차와 같은 친환경 사업도 결국엔 석유 산업이 든든히 받쳐 줘야지만 가능한 일입니다. 전기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선 막대한 양의 에너지가 필요하고, 결국엔 석유가 필요합니다.”
“그런 이유로 헤스를 인수하려고 하십니까?”
나는 남성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았고.
상세 정보를 통해 그가 무슨 걱정을 가지고 있는지 캐치했다.
“혹시 태우그룹이 헤스를 이용만 하는 게 아닐까 걱정하고 계시다면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모든 프로젝트가 제대로 진행할 수 있도록 투자할 계획이며, 포기한 프로젝트까지 지원할 생각입니다.”
“남미의 유전 사업도 계속 진행할 수 있다는 겁니까?”
“당연합니다. 그리고 유전 탐사에 고생하고 있는 직원들을 위한 성공 인센티브도 따로 준비해 두었습니다.”
그의 걱정은 헤스의 몰락이었다.
헤스가 살아남기 위해 태우그룹이 가장 좋은 선택인지 불안해하고 있었고.
태우그룹이 헤스의 모기업이 되면 지금보다 더 나은 상황이 될 거란 확신이 필요했다.
“인수 계약서에 지금 말한 부분을 추가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당연히 추가해 드릴 수 있습니다. 저유가 시대가 5년이 이어지든 10년이 이어지든 상관 않고 유전 탐사부터 개발까지 모두 진행하겠다는 것도 명시해 드리겠습니다.”
“······그럼 저는 매각에 찬성하겠습니다.”
더는 헤스 매각을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협상이 끝난 건 아니었다.
매각에는 찬성하지만, 자신의 몫을 더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은 존재했으니까.
“퇴직금도 계약서에 명시가 가능하겠습니까?”
“지금 보유하고 있는 지분에 약간의 프리미엄을 더 붙여 인수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미국 정부에서는 시세대로만 지분을 인수하면 된다고 하긴 했었습니다만.”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경고였다.
이번 협상은 미국 정부에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었고.
만약 이사회 개인의 이득을 위해 욕심을 부리다 협상이 실패하면, 모든 책임은 이사회에서 져야만 한다.
그렇기에 나는 저들의 욕심을 채워 줄 생각은 없었다.
약간의 프리미엄에 만족하지 않는다면, 자리에서 곧장 일어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쯧쯧, 헤스가 왜 이 꼴이 났는데··· 퇴직금 욕심이나 내고. 정신들 차리세요. 저는 프리미엄을 받지 않겠습니다. 그 돈을 직원들 위로금으로 사용해 주십시오.”
“······그럼, 프리미엄 일부를 받는 것으로 계약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알아서 상황이 정리가 되었다.
우린 큰 틀에서 인수 계약을 약속했고, 이제 세세한 디테일을 실무진에서 조율하기만 하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