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87)
독식하는 재벌 3세-387화(387/518)
387. 타이밍 (2)
헤스 이사회와의 협상을 마치고.
데이비드와 다이먼과 함께 조촐한 술자리를 가졌다.
“보스! 고생 많으셨어요. 헤스까지 태우그룹의 품으로 들어가다니. 10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 할 일이었어요.”
“10년 동안 데이비드가 열심히 기름칠을 한 덕분이죠.”
“확실히 태우그룹이 한국 기업이긴 하지만, 미국 정치권에선 미국 기업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워낙 미국에 많은 투자를 하기도 했고, 회장님이 미국 명예 시민권자이기도 하니까요.”
미국과의 관계를 위해 매년 천문학적인 돈을 사용하고 있었다.
정치권 로비는 물론이고, 공장 신축 등 막대한 자금을 미국에 투자했다.
물론 그만큼 남겨 먹을 수 있으니 하는 투자였고, 이번 헤스 인수도 그동안의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협상이 끝났으니 이제 컨소시엄을 발족하겠습니다. 핀테크 은행과 CITI 그룹은 이미 자금을 마련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IT 기업들도 전부 자금 준비가 끝났다고 연락을 받았습니다.”
“올해 안에 헤스와 체셔피크를 인수할 수 있겠군요.”
“보스, 체셔피크 인수는 언제부터 시작하실 생각이세요? 체셔피크 이사회에서도 보스와 협상을 진행하고 싶다고 여러 번 연락을 해 왔어요.”
헤스보다 더 급한 쪽이 체셔피크였다.
그래도 헤스의 경우엔 체급이 꽤 있어 견딜 수 있었지만.
체셔피크는 역사가 깊지 않아 저유가 시대를 견딜 체력이 부족했다.
“미국에 온 김에 체셔피크 이사회도 만나고 가야겠군요.”
“사실 보스가 직접 진행할 필요도 없어요. 제 선에서 협상을 진행할 수도 있고, 아니면 한 사장이 진행해도 충분해요. 체셔피크는 우리가 아니면 손 내밀 곳이 없어요.”
“그래도 마지막 예우는 해 줘야죠.”
“그럼, 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제 선에서 조건을 조율해 놓을게요.”
“넉넉하게 챙겨 주세요. 퇴직금도 비공식적으로 더 찔러 주고요. 괜히 헤스 이사회 귀에 들어가지 않게 뒤로 챙겨 주셔야 합니다.”
체셔피크의 경우엔 우리와 파트너였던 기업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텍사스 셰일 가스 개발을 권유하지 않았다면, 이 정도로 힘든 상황은 아니었을 것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아주 약간 미안한 감정이 들었고.
미안한 감정을 비공식 퇴직금으로 갚을 생각이었다.
“노후 걱정이 없을 정도로 넉넉히 챙겨 줄게요. 그런데 체셔피크는 보스를 원망하거나 하는 분위기는 아니에요. 오히려 태우그룹이라는 비빌 곳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분위기가 더 강합니다.”
“그건 의외군요.”
“태우그룹이 모기업이 된다면, 텍사스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셰일 가스도 개발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어요.”
“틀린 말은 아니죠. 체셔피크가 원하는 만큼 셰일 가스 개발을 진행할 생각이긴 해요.”
앞으로 몇 년 동안 저유가 시대는 계속된다.
그렇다고 해서 셰일 가스 개발을 멈출 수는 없었다.
저유가 시대가 평생 가는 것은 아니니, 지금 개발을 해 둬야지만 원유 가격이 상승할 때 큰 수익을 볼 수 있으니까.
“체셔피크 이사회와 만나서 그 이야기를 꼭 전해야겠네요.”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내년 하반기쯤에 파산 직전의 석유 업체 몇 곳을 더 인수할 겁니다. 그러니 준비를 해 주세요.”
“지금 같은 저유가 시대가 내년 하반기까지 유지된다면, 파산하는 업체가 수도 없이 많아지겠네요. 따로 준비를 하지 않아도 인수하는 데 걱정은 없지만, 미리 준비를 해 두긴 할게요.”
앞으로 이전만큼 고유가 시대가 오진 않는다.
하지만 지금보다는 유가가 상승하게 될 터였고.
유가가 안정기에 돌입하면, 석유 기업의 가치는 상승하게 되어 있었다.
그때 큰 이득을 보거나 기업을 팔아 이익을 얻기 위해선 2년 정도는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내년에는 석유 기업을 인수해 둬야 했다.
“물론 내년 상반기가 되면 유가가 조금 상승하긴 할 겁니다. 그래도 예전처럼 회복될 수는 없으니 석유 기업의 적자가 계속 쌓이게 될 겁니다.”
“내년 상반기부터 유가가 상승한다고 하니 많이 아쉽습니다. 원유 선물 롱에 배팅해서 수익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공매도를 할 때만큼의 수익은 아니니 말입니다.”
“다른 공매도를 진행하면 될 일이죠.”
“역시 계획이 다 있으시군요! 다음은 어디입니까?”
눈빛이 확 달라지는 다이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유가 하락으로 큰 수익을 올렸는데 더는 그런 수익을 올리지 못한다는 생각에 얼마나 가슴이 아팠겠는가.
“내년 상반기까지는 유가 상승으로 소소하게 수익을 올리고, 하반기부터는 중국을 공략할 겁니다.”
“중국이라면 먹을 게 많겠습니다!”
“쉽진 않을 거예요. 일본이나 미국처럼 오픈된 시장이 아니라 접근이 어려울 수도 있어요.”
“종목과 시기만 확실히 알 수 있으면, 중국보다 더 폐쇄적인 북한에서도 돈을 벌어들일 자신이 있습니다!”
엉덩이가 들썩이는 다이먼.
하지만 지금 당장 시작할 것은 아니기에 그를 진정시켰다.
“정확한 종목과 시기는 조만간 알려 드리죠. 그러니 컨소시엄과 유가 상승 프로젝트에 집중해 주세요.”
“즐거운 마음으로 집중할 수 있겠습니다.”
새로운 먹잇감의 등장에 여유를 되찾은 다이먼이었다.
최소 10년 동안은 계속해서 먹잇감을 입 속에 넣어 줄 자신이 있었고, 10년이 지나면 내가 딱히 나서지 않아도 알아서 돈이 들어오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다.
* * *
2014년의 11월을 정말 바쁘게 보냈다.
미국에 남아 체셔피크와 협상을 끝마쳤고, 지금은 중국 석유 기업 CNOOC가 보유한 가이아나 펀드 지분 20% 인수를 위해 중국까지 날아왔다.
“김 회장님 오셨습니까! 자주 얼굴을 뵈니 너무 좋습니다.”
“저도 리강 성장님을 자주 뵐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표정이 밝은 리강이었다.
내가 내준 숙제를 말끔히 마무리했나 보다.
“CNOOC가 보유한 가이아나 펀드를 태우그룹에 매각하기로 하였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그렇게 힘들진 않았습니다. 여전히 중국 정부와 깊은 관계가 있는 회사라 그런지 당 차원에서 움직이니 곧장 매각 의사를 밝혀 왔습니다.”
“리강 성장님께서 움직여 주신 덕분입니다.”
“유가가 계속 하락하고 있고, CNOOC의 적자도 계속 쌓이고 있어 따로 힘을 쓸 필요도 없었습니다.”
“지분의 가격은 시세대로 매입하겠습니다. 그 대신 프리미엄의 비용은 CNOOC가 아니라 태자당에 후원금으로 내어도 되겠습니까?”
리강 성장이 왜 고생을 했겠는가?
결국엔 권력 중심으로 가기 위해서였고, 막대한 후원금이 태자당으로 들어가야지만 리강 성장에게도 이득이 되었다.
“그렇게 진행해 주시면 저야 감사할 따름입니다.”
“리강 성장님의 이름에 누가 되지 않을 정도의 후원금을 준비해 보겠습니다.”
“허허허, 김 회장님과는 이야기가 잘 통해서 너무 좋습니다.”
“저도 리강 성장님과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처럼 편하고 좋습니다.”
아부 정도야 얼마든지 해 줄 수 있었다.
돈도 안 드는 아부로 이득을 취할 수만 있다면야 달콤한 말 몇 마디를 하는 게 뭐가 힘들겠나?
“혹시나 앞으로 제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 주십시오. 김 회장님의 연락이라면 자다가도 일어나 받겠습니다.”
“혹시 선박회사나 선주들과도 인연이 있으십니까?”
“당연히 있고 말고요. 그런데 선박 회사도 관심이 있으십니까?”
“지금은 관심이 없습니다. 하지만 조만간 관심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아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때가 되면 성장님께 도움을 요청드려도 되겠습니까?”
현진해운의 파산이 멀지 않았다.
태우그룹이 현진해운을 인수하게 된다면, 중국 선주와의 협상이 필요했다.
현진해운은 유럽,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선주와도 거액의 용선료 계약을 체결했고.
용선료 계약을 새롭게 체결하기 위해선 중국 정부의 지원 혹은 협박이 있어야지만 가능했다.
“김 회장님의 요청이라면 당연히 들어드려야지요. 부담 가지지 말고 연락 주세요. 이거 참 미리미리 선주들과도 끈끈한 관계를 형성해 둬야겠습니다.”
“활동비는 태우그룹에서 전액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이거 참, 김 회장을 만나고부터 모든 일이 술술 풀리는군요.”
리강은 자신이 도움을 받고 있다고 착각을 하고 있었다.
도움을 받는 쪽은 오히려 나였고, 정확히는 그를 이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뭐 이용당하는 쪽이 저리 좋아하니 나야 나쁠 건 없지.
* * *
미국, 중국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고.
돌아오자마자 한 사장을 불러들여 회의를 시작했다.
“공항에서 바로 오시는 길이십니까? 시차 적응도 안 되실 텐데 조금이라도 눈을 붙이시는 것이 좋아 보이십니다.”
“잠은 비행기에서 많이 잤어요. 컨소시엄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죠?”
“회장님이 중국에 가 계신 동안 컨소시엄을 발족하였고, 12월 안으로 인수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수 있습니다.”
컨소시엄 준비는 원래 몇 달 혹은 1년까지도 걸리곤 했다.
하지만 이번 컨소시엄의 경우 태우그룹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곳들과 진행하기에 단기간에 가능했다.
“컨소시엄도 발족했으니 공매도에서는 손을 떼야겠군요.”
“안 그래도 이번 주부터 태우증권은 공매도를 중단하였습니다. 금융타워의 나머지 금융사들은 여전히 공매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배가 아프신가 보네요.”
“솔직히 조금 아픕니다. 남들은 벌고 있는데 우리는 손가락만 빨고 있으니 하루에도 화장실을 3번 넘게 가고 있습니다.”
“조만간 유가가 안정기에 돌입해요. 그러니 미리 물량을 다 털고 나오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죠. 끝까지 욕심을 부리는 금융사 몇 곳은 물량을 다 털지 못하고 큰 손해를 볼 겁니다.”
도박과 유가 선물 거래는 비슷했다.
한 판만 더를 외치다 패가망신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으니까.
아주 약간의 손해를 보더라도 빠른 타이밍에 빠져나와야 성공하는 판떼기였다.
“회장님의 말씀대로 내년부터는 유가 상승장에 투자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유가 하락 때만큼은 수익을 올리지 못해도, 나쁘지 않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좋은 소식인지 나쁜 소식인지 모르겠지만, 월가에서 한 가지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무슨 소문이죠?”
한 사장이 미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내가 손짓을 하자 머리를 벅벅 긁으며 말을 시작하는 한 사장이었다.
“우리가 뿌린 미끼를 공매도 세력이 문 것 같습니다.”
“그런 미끼에도 물고기가 잡히긴 하는군요.”
우리가 뿌린 미끼는 석유 회사 인수였다.
미국의 대형 석유 기업을 인수하느라 태우그룹의 자금력이 바닥났다는 소문을 미끼로 만들어 월가에 뿌려 두었다.
“석유 회사를 인수한 태우그룹의 계열사를 공매도 세력이 대대적으로 공격한다고 합니다.”
“태우상사가 공격의 대상이 되겠군요.”
“다른 계열사라면 걱정을 하지 않겠지만, 태우상사라서 걱정이 됩니다. 로켓, 지하자원 등 모든 사업이 막대한 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거기다가 석유 회사까지 더해지게 되면 적자 규모가 지금보다 더 커지게 됩니다.”
한 사장의 걱정이 이해가 갔다.
인터넷 상거래 사업인 로켓의 경우 수천억 원 단위의 적자를 보고 있었고.
지하자원의 경우엔 조 단위의 적자를 보고 있었기에 다른 계열사와 달리 엄청난 적자의 압박을 받고 있었다.
“공매도가 언제 실적에 따라 움직였나요? 결국엔 돈에 따라 승패가 갈리죠.”
“그렇긴 하지만, 공매도 세력을 주도하는 사람이 제임스 카노스입니다.”
“공매도의 제왕이 화가 잔뜩 났나 보군요.”
테슬라를 공격했었던 제임스 카노스.
하지만 태우그룹의 막대한 지원 때문에 큰 손해를 보고 후퇴를 한 적이 있었다.
그러니 태우그룹에 앙심을 품고 기다렸을 터였고, 지금이 공격할 시기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공매도의 제왕이 움직이면, 여러 사모펀드가 따라서 움직이게 됩니다. 괜찮겠습니까?”
“상관없어요. 돈으로 찍어 누른다는 게 어떤 건지 보여 줄 기회가 되겠군요.”
전장이 태우상사라면 오히려 우리에게 유리했다.
세상에 알려진 정보로는 태우그룹이 쥐고 있는 태우상사의 지분은 40%에 불과했지만, 실제로 내가 쥐고 있는 지분은 70% 이상이었다.
나머지 30% 지분으로 태우상사를 공격한다?
공매도의 제왕에게 또 한 번의 실패를 경험하게 해 줄 자신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