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88)
독식하는 재벌 3세-388화(388/518)
388. 타이밍 (3)
예나 지금이나 출근길 풍경은 크게 달라진 점이 없었다.
회장실의 풍경도 마찬가지였고, 스마트폰으로 전 세계 뉴스를 볼 수 있음에도 항상 아침마다 주요 국가의 신문이 책상 위에 쫙 깔려 있었다.
글로벌 진출이 꿈이었던 할아버지가 만든 풍경이었고.
그렇기에 나는 그 풍경을 지금까지 유지해 왔다.
그 덕분에 오늘 뉴욕 타임스 1면에 실린 기사를 출근과 동시에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이먼이 사진빨을 잘 받네요. 사진으로 보니 영락없는 미국 1위 금융사 대표처럼 보여요.”
“얘기를 들어 보니 메이크업만 2시간 가까이 받았다고 합니다. 목이랑 얼굴이랑 피부색이 다른 걸 보십시오.”
한 사장과 함께 뉴욕 타임스 1면에 실린 다이먼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그렇게 다이먼의 얼굴을 한참이나 관람하고 나서야 기사를 읽어 내려갔다.
“컨소시엄이 석유 기업 두 곳을 인수했다는 게 미국에서도 화제가 되긴 하는군요.”
“셰일 업체가 계속해서 파산을 하고 있어 석유 업체에 관한 언론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몰락하는 석유 산업에 구세주가 등장했으니 더욱 큰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다이먼이 컨소시엄을 대표해 계약을 마무리했다.
미국 1위 금융사 대표가 직접 나섰기에 결코 이름값이 떨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내가 나서는 것보다 다이먼이 나서야 미국 국민들의 반발을 억제할 수도 있었다.
“언론에서 컨소시엄을 구세주로 몰아가는 건 조금 부담스럽군요. 언제든지 다시 되팔 수도 있는데 말이죠.”
“자극적으로 써야 사람들이 기사를 보지 않겠습니까? 영웅 혹은 악당으로 만들어야 관심을 끌 수 있습니다.”
“뭐, 반대 여론이 나오지 않는 것만으로도 만족입니다.”
사실 미국 시장은 폐쇄적인 부분이 없잖아 있었다.
하지만 리먼 사태 이후 외국 자본의 미국 기업 인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고, 덕분에 석유 기업 인수도 큰 문제 없이 진행될 수 있었다.
“500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석유 기업에 뿌려졌으니 반대 여론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미국 정부에서도 적극 추진하고 있으니 언론에서도 장단을 맞춰 주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언론도 미국 정부도 밀어주고 있으니 우리도 그에 맞게 움직여야겠군요. 이제 원유 선물 숏으로 재미를 보던 시기는 끝났어요. 오늘부터는 상승장에 올라타면 됩니다.”
최저점을 찍은 원유 가격이었다.
지금 상태로 얼마간 유지되긴 하겠지만, 미리 물량을 확보해 둬야 더 큰 이득을 볼 수 있었다.
“안 그래도 태우증권의 많은 직원들이 원유 선물을 닥치는 대로 구매하고 있습니다. 순차적으로 진행되긴 하겠지만, 이번 주 안에 5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이 투입됩니다.”
“50억 달러면 나쁘지 않군요.”
“최종적으로 내년 초까지 150억 달러까지 투입할 계획입니다.”
38달러까지 떨어진 원유 가격이었고.
내년 상반기가 되면 50달러까지 회복될 가능성이 높았다.
시간을 더 두고 본다면, 60달러도 돌파할 수 있기도 했다.
하지만 원유 선물은 장기간 투자할 종목은 아니기에 내년 상반기까지만 수익을 보고 빠지는 편이 나았다.
“레버리지까지 하면, 그래도 꽤 남는 장사를 할 수 있겠군요.”
“못해도 2배는 먹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다방면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느끼며 다음 단계를 계획하고 있을 때.
데이비드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보통 이 시간에 전화를 거는 일이 없는 데이비드였기에, 무슨 일이 터졌음을 직감했다.
“무슨 일이 터졌나요?”
[보스! 공매도 세력이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카노스가 사모 펀드자금을 대거 끌어왔고, 자금이 한 곳으로 모이고 있어요. 아무리 늦어도 오늘 오후가 되면, 공격이 시작됩니다.]다급한 데이비드의 목소리였다.
월가에 워낙 많은 정보원을 뿌려 둔 데이비드였기에 그 누구보다 빠르게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다.
정보를 입수한 즉시 연락을 한 데이비드였을 것이다.
하지만 다급한 그와 달리 나는 커피를 마시며 여유롭게 대답햇다.
“난 또 무슨 일이라고. 공매도를 하라고 하세요. 우리를 상대로 돈지랄을 하는 대가가 뭔지 보여 줄 테니까요.”
[너무 여유 부리시는 거 아닌가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공매도의 제왕 카노스가 움직였어요!]“공매도의 제왕은 개뿔. 이미 거하게 실패를 맛본 사람에게 과한 칭호네요. 한 번 패배를 했으니 제왕보다 귀족으로 강등당해야 하지 않겠어요?”
[농담하시는 걸 보니 정말 대비가 되어 있나 보네요. 괜히 저만 호들갑을 떨었네요.]예상은 했지만, 딱히 대비를 하진 않았다.
오만하거나 자만해서가 아니었다.
지분 70%를 내가 보유하고 있는데 여기서 무얼 더 대비하겠는가?
“충분히 대비는 되어 있죠. 그나저나 카노스 세력이 얼마를 동원한다고 합니까?”
[50억 달러 이상을 투입한다는 소문이 있습니다.]“정말 이젠 공매도의 제왕이 아니라 귀족으로 강등을 시켜야겠군요. 태우그룹을 공격하는데 고작 50억 달러? 액수가 너무 적어요.”
[카노스 세력에서 움직이는 금액은 50억 달러지만, 그가 움직이면 다른 헤지 펀드들도 움직여요. 그렇게 되면, 100억 달러가 모이는 건 시간문제죠.]50억 달러가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니긴 했다.
6조 원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었으니 한 기업을 공매도로 공격하기엔 차고 넘치는 금액이었다.
그리고 카노스가 세력을 키워 100억 달러를 투입한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100억 달러가 아니라 300억 달러 이상을 투입한다고 해도 방어할 능력이 있는 태우그룹이었으니까.
“정보 고마워요.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 언제든지 연락하고요.”
[딱히 보스에게 정보가 필요할 것 같지는 않지만, 정보를 모아 보긴 할게요.]조금은 퉁명스럽게 전화를 끊는 데이비드였다.
그의 능력을 무시하는 건 절대 아니었고, 단지 우리가 너무 유리한 싸움이었기에 흥이 나지 않았을 뿐이었다.
“너무 일방적인 게임은 재미가 없죠.”
“그렇긴 합니다. 공매도 세력이 아무리 공매도 물량을 던진다고 한들 우리가 전부 받아 낼 수 있습니다. 그런 상황이 펼쳐지면, 헤지 펀드가 따라붙지 않게 됩니다.”
“그럼 카노스 세력의 50억 달러만 방어하면 끝나는 싸움이 되겠군요.”
“추가 자금을 투입한다고 해도 100억 달러 미만이 될 듯합니다.”
이런 싸움은 너무 재미가 없었다.
재미가 없는 싸움은 흥행에 실패하기 마련이었고, 그럼 본보기 효과도 줄어들게 된다.
“판을 조금 더 키워야겠어요.”
“어떻게 말씀이십니까?”
“초반에는 우리가 제대로 방어를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 거죠. 그러면 헤지 펀드 세력이 달라붙지 않겠어요? 그중에서 금융타워의 금융사도 있을 수 있겠군요.”
“돈만 된다면 뭐든지 하는 놈들이긴 하지만, 설마 먹이를 준 사람을 물기야 하겠습니까?”
“지켜보면 알겠죠.”
공매도 세력과의 전쟁.
사실 전쟁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일종의 놀이라고 보면 되었고, 놀이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재미였다.
어떻게 하면 최대한 재미를 뽑아낼 수 있을지 한 사장과 함께 계획을 세웠다.
* * *
제임스 카노스.
80년대부터 월가에 진출해 헤지펀드계의 전설로 불리는 인물이었다.
그가 세운 카노스 컴퍼니 펀드에는 막대한 자금이 모여 있었고.
오늘은 여러 명의 헤지 펀드 대표가 그의 회사에 모여 있었다.
“태우그룹이 이번엔 너무 무리를 했어요. 지금까지 벌인 일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형 석유 기업을 연달아 인수까지 했으니 자금 부족에 시달리게 될 겁니다.”
“그래도 태우그룹입니다. 보유하고 있는 주식만 팔아도 충분히 위기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제가 원하는 상황이 바로 그거죠. 경영진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팔기 시작하면, 주가는 급속히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일종의 설명회에 가까운 자리였다.
헤지펀드 대표들에게 자신이 하려는 일을 설명하고, 같이 태우상사를 공격하자고 제안하는 카노스였다.
“그래서 돈이 될까요? 태우그룹과 척을 지게 되는 일인데 수익이 낮다면 할 이유가 없습니다.”
“당연히 돈이 되는 일이니 여러분들을 이렇게 모시지 않았겠습니까? 태우그룹이 인수한 헤스의 경우 아직 완벽히 인수 합병이 되지 않았습니다. 태우상사의 소속이긴 하지만, 여전히 헤스라는 이름으로 미국 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상태죠.”
“헤스를 집중적으로 공격하자는 말씀이시군요.”
“헤스에 이어 태우상사 그리고 더 나아가 태우그룹까지 공격할 플랜을 세워 두었습니다. 3단계 플랜이 모두 성공하면 최소 400% 이상의 수익을 약속드릴 수 있죠.”
수익률 400%.
헤지 펀드 대표들의 마음을 살랑거리게 만들기에 충분한 숫자였다.
하지만 잔뼈가 굵은 이들이었기에 입으로만 말하는 숫자에 완전히 넘어가진 않았다.
“계획대로 될 가능성이 높다면야 그럴 수 있겠지만, 계획과 현실은 항상 다르곤 하죠.”
“저는 공매도를 진행하기 전 모든 정보를 수집합니다. 그리고 태우상사가 매년 조 단위의 적자를 보고 있음을 장기간 관찰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넷 상거래 ‘로켓’과 지하자원 채굴로 막대한 돈이 나가고 있습니다. 여기에 석유 기업까지 더해지는 순간 아무리 태우그룹이라고 해도 버틸 수가 없습니다.”
카노스는 실제 지표를 보여 주며 말하였다.
태우상사의 재무제표를 확인한 헤지 펀드 대표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생각보다 더 심각한 적자 규모였고, 단기간에 흑자 전환은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실적이었다.
“실적만 놓고 보면 확실히 문제가 있긴 하군요. 하지만 태우그룹의 저력을 생각하면 지금 나서긴 어렵습니다.”
“내부자가 있다고 하면 어떻습니까? 금융타워에 입주한 두 곳의 금융사가 우리와 함께하기로 하였습니다. 실시간으로 내부 정보가 우리에게 넘어오고 있습니다.”
“흠, 그렇다면야 나쁘지는 않겠군요. 하지만 금융타워에 입주한 금융사라고 해서 태우그룹의 내부 정보를 완벽히 알아낼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카노스는 완벽한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제안을 내밀었다.
“그럼 카노스 컴퍼니에서 먼저 공격에 들어가겠습니다. 상황을 보고 결정을 하시면 됩니다.”
“시간을 주시겠다는 말씀이시군요.”
“헤스를 공격해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헤스가 무너지는 순간 태우상사가 무너지고 태우그룹까지 도미노처럼 쓰러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첫 번째 도미노가 무너지는 걸 확인하고 움직이시면 됩니다.”
헤지 펀드 대표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이 손해 볼 게 전혀 없는 제안이었다.
헤스의 주가가 떨어지면 카노스와 손을 잡으면 그만이었고, 반대 상황이 된다면 발을 빼기만 하면 되었다.
“첫 번째 도미노는 언제 공격하실 생각입니까?”
“3일 후부터 시작입니다. 헤스는 지금 태우그룹으로 매각되며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죠. 3일쯤 지나면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가 있을 겁니다.”
“추락을 하려면 우선 하늘을 날아야 하긴 하죠. 헤스가 어떤 식으로 추락을 하는지 지켜보겠습니다.”
“구경만 하기엔 아까운 장면이 될 겁니다. 언제든지 함께하셔도 되니 연락만 주십시오.”
자신감이 넘치는 카노스였다.
그는 지금까지 수많은 공매도를 진행해 왔고, 이번만큼 좋은 기회를 본 적이 없었다.
최악의 실적, 양적 팽창 그리고 시대의 흐름까지.
테슬라 공매도 실패 후 칼을 갈아온 카노스였고.
이번 기회를 통해 흠집 난 명예를 회복해야 했고, 먹잇감으로 태우그룹을 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