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89)
독식하는 재벌 3세-389화(389/518)
389. 타이밍 (4)
약속한 날이 되었다.
카노스는 헤지 펀드 대표에게 증명하기 위해 자신이 보유한 모든 자금을 공매도에 투입했다.
“대표님! 헤스 주가가 빠르게 추락하기 시작했습니다.”
“태우그룹은 공매도 방어 체계도 갖추지 못했나 보군. 그래도 조만간 역공이 들어올 테니 집중하고 있어.”
“개인 투자자들도 지분 일부를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태우그룹 회장이 월가에서 지냈던 사람이다. 절대 만만하게 끝나지 않을 거다.”
카노스는 피가 들끓었다.
마치 처음 월가에 뛰어들었을 때의 심정으로 다양한 작전을 사용하며 헤스를 공격했다.
“태우그룹에서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자금 규모는?”
“1차적으로 5억 달러로 공매도 물량을 사들이고 있습니다.”
“고작 5억 달러? 태우그룹의 자금줄이 확실히 마르긴 했나 보군. 아무리 1차 자금이라고 해도 겨우 5억 달러밖에 움직이지 못하다니. 초장에 기를 확 꺾어 버려. 우린 20억 달러를 추가로 투하해라!”
하루 사이에 50억 달러가 넘는 공매도 물량을 던진 카노스 세력이었다.
태우그룹에서 몇 번이나 방어 시도를 했지만, 자금의 규모가 크지 않아 하락하는 주가를 막아 내지 못했다.
“생각보다 더 쉽게 진행되는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오늘 하루에만 주가가 7% 넘게 빠졌습니다.”
“고작 7%를 먹으려고 이 짓을 했겠어? 최소 반토막은 나야 내가 움직인 보람이 있지. 내일도 그리고 다음 주, 다음 달도 계속 공격을 해야 하니 준비하고 있어.”
“알겠습니다. 그리고 헤지 펀드 대표들이 찾아왔습니다.”
주식 시장이 마감되자마자 찾아온 헤지 펀드 대표들.
그들도 오늘 하루 헤스의 주가가 7% 넘게 빠지는 걸 목격했을 터.
하루라도 빨리 손을 잡아야 큰 수익을 볼 수 있기에 부랴부랴 찾아온 것이었다.
“안으로 모셔. 이제야 대화가 좀 제대로 되겠군.”
먼저 사무실로 들어가는 카노스.
그는 전과 달리 조금은 거만한 자세로 책상에 기대어 손님들을 기다렸고.
헤지 펀드 대표들도 전과 달리 공손한 자세로 카노스에게 인사를 건네었다.
“축하드립니다. 제왕의 위엄을 잘 감상하였습니다. 헤비급 챔피언이 라이트급 아마추어를 가지고 노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헤스의 주가가 미친 듯이 떨어지고 있고, 아직 공격을 받지 않은 체셔피크의 주가도 덩달아 떨어지고 있습니다.”
헤지 펀드 대표들이 아부를 떨었다.
그들의 입에서 달콤한 말이 나오는 경우는 돈이 될 때 말고는 없었고.
카노스의 주변에서 돈 냄새가 물씬 풍기기에 입을 나불거리는 그들이었다.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오늘은 7%가 떨어졌지만, 반년 안에 헤스의 주가를 반토막 내 버리는 게 1차 목표입니다.”
“태우상사와 태우그룹 전체가 2차, 3차 목표가 되겠군요. 헤스의 경우야 파산 직전의 기업이라 방어할 힘이 없지만, 태우그룹은 어렵지 않겠습니까?”
“행동주의 펀드 한 곳을 한국으로 보내기로 하였습니다. 한국계 미국인이라 한국 시장에 맞는 행동주의를 펼치기에 딱 맞는 사람이죠.”
행동주의 펀드.
주주의 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펀드를 뜻했고.
자사주 매입, 인수합병, 지배구조 개선 등 주가를 올리기 위한 모든 방안을 요구하는 곳이기도 했다.
한국에도 행동주의 펀드가 존재하긴 했지만.
월가에 비해선 그 강도가 약했고, 제대로 된 행동주의 펀드를 맛보지 못한 한국 시장이었다.
그러니 월가 출신의 행동주의 펀드가 한국에 상륙하는 순간, 태우그룹이 흔들릴 것으로 예상하는 카노스였다.
“행동주의 펀드가 한국으로 가면, 태우그룹 입장에서는 골치가 아파 오겠습니다. 그런데 행동주의 펀드는 결국 주가 상승을 바라는 집단 아니겠습니까? 태우그룹의 주가가 오르게 된다면, 공매도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그렇게 되겠죠. 하지만 한국은 미국과 달리 총수 한 명이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고 있죠. 절대 행동주의 펀드에 끌려다니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주가가 떨어지게 되겠죠.”
나쁘지 않은 계획이었다.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 기업 총수.
주주를 위하지 않는 기업으로 낙인찍기 딱 좋은 상황이었고, 그렇게 된다면 주가는 자연스레 하락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태우그룹의 자본력이 많이 떨어졌긴 했지만, 외부 자본이 개입할 여지가 있지 않겠습니까?”
“사우디 국부 펀드를 말하는 겁니까? 으드득.”
이를 악무는 카노스였다.
테슬라 공매도 작전에서 실패한 이유가 바로 사우디 국부 펀드 때문이었다.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 자신에게 실패를 안겨 준 사우디 국부 펀드였기에 카노스는 이를 악물며 분노를 참아 내었다.
“카노스 대표님을 자극하기 위해 드린 말씀은 아닙니다. 사우디와 태우그룹이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 아니겠습니까?”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사우디 국부 펀드를 염두에 둬야겠지요. 하지만 이번엔 다릅니다. 사우디의 대척점에 있는 미국 석유 기업과 연관되어 있기에 사우디에서는 절대 자금을 움직이지 못합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석유 전쟁이었고.
크게 보면 미국과 사우디의 주도권 싸움이 원인이었다.
그러니 미국 석유 기업을 인수한 태우그룹을 도와줄 수가 없는 구조였다.
“모든 조건이 태우그룹에 불리하게 돌아가는군요.”
“빠져나갈 구멍은 하나도 없죠. 갑자기 사우디가 석유 감산을 발표한다면 모를까. 그럴 가능성은 1%도 되지 않죠.”
“카노스 대표님을 도와 오만방자한 태우그룹을 한 번 눌러 주고 싶습니다.”
손을 내미는 헤지 펀드 대표.
그를 따라 다른 헤지 펀드 대표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내밀었고.
카노스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그들의 손을 맞잡았다.
“태우그룹을 어떻게 나눠 먹으면 좋을지 미리 생각해 두세요. 태우그룹을 갈기갈기 찢어 버릴 테니까요.”
“카노스 대표님만 믿고 따르겠습니다.”
“한국 금융타워에 진출한 미국의 금융사들이 조만간 짐을 빼게 생겼습니다.”
“태우그룹 김 회장이 아주 똥줄이 타겠습니다. 하루 종일 화장실에 앉아 있는 건 아닌가 모르겠네요. 하하하!”
벌써 축제를 벌이는 공매도 세력이었다.
어떻게 시뮬레이션을 돌려도 자신들이 승리하는 싸움이었고.
세계 금융시장에서 이름을 높이고 있는 태우그룹을 밟아 줄 생각에 신이 난 그들이었다.
* * *
다음 날.
나는 커피 한 잔과 함께 여유를 느끼며 아침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한 사장은 뭐가 그리 초조한지 침을 연신 삼키며 나를 찾아왔다.
“회장님, 헤스의 주가가 하루 사이에 7% 넘게 빠졌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공매도 세력이 계속 공격을 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방어하는 척만 계속하세요.”
“정말 그래도 되겠습니까? 물고기가 모이기 위해 떡밥을 푸는 작업이라는 걸 알면서도 걱정이 됩니다.”
걱정도 팔자다.
주가가 떨어져도 딱히 우리가 손해 볼 것도 없었다.
워낙 저점에 인수를 했고, 태우그룹이 인수하면서 주가가 오른 만큼 떨어진다고 한들 본전이었다.
설령 더 떨어진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우리가 지분을 지금 당장 되팔이할 것도 아니었으니까.
“헤스의 주가가 반토막이 날 때까지 그냥 두세요.”
“그렇게 되면 공매도 세력이 본격적으로 태우상사와 태우그룹으로 총구를 들이밀게 됩니다.”
“태우상사까지 당해 주는 척을 하죠. 그래야 더 많은 물고기가 몰려들지 않겠어요?”
“그런데 핀테크 은행을 비롯한 컨소시엄의 금융사들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걸 의심하지 않겠습니까?”
헤스와 체셔피크 에너지는 태우그룹의 이름으로만 인수한 건 아니었다.
핀테크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와 IT 기업의 자금까지 일부 투자되었으니 공매도 세력이 겁을 먹을 수도 있었다.
“안 그래도 다이먼과는 이미 이야기를 끝내 놓았어요. 핀테크 은행을 비롯한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업들은 이번 공매도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는 공식 성명을 발표하기로요.”
“그럼 확실히 공매도 세력이 입질을 더 강하게 하긴 하겠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죠. 데이비드를 통해 석유 컨소시엄이 분열될 조짐이 있다는 정보를 풀라고 했어요. 이 정도는 되어야 공매도 세력이 좀 더 공격적으로 달라붙지 않겠어요?”
입질만 한다고 해서 물고기를 잡을 수는 없다.
미끼를 단숨에 꿀꺽 삼켜야 바늘이 물고기를 옭아맬 수 있었다.
그러기 위해선 물고기를 안심시켜 줘야 했고, 다양한 방법으로 공매도 세력을 안심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
“확실히 헤스 공매도에 더 많은 세력이 달라붙긴 하겠습니다. 그런데 헤스만 공격하고 태우상사와 태우그룹 공격에 참여하지 않으면 어떻게 합니까?”
“헤스 정도로 성에 차지 않을 사람들이에요. 월가에 있어 봐서 잘 알면서 그런 말을 하네요.”
“태우상사와 태우그룹은 한국 기업이라 공매도가 쉽지가 않습니다. 공매도 세력을 확실히 한국 안으로 끌어와야지만 우리가 승리할 수 있지 않습니까?”
한 사장이 모르는 것이 하나 있었다.
공매도 세력이 헤스만 공격한다고 해도 충분히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태우그룹이야 내가 지분의 70%를 들고 있으니 당연히 승리를 할 수 있었지만.
헤스의 경우엔 엄청난 반전 카드가 있어야만 공매도 세력을 꺾을 수 있었고, 그런 반전 카드가 이미 내 손안에 들어 있었다.
“헤스만 공격해도 승리할 방법을 이미 구상해 뒀어요. 그러니 지금처럼 계속 방어하는 척만 하세요. 여기서 주가가 더 떨어져야 하니까요.”
“안 그래도 헤스의 주가가 더 떨어질 뉴스를 다이먼이 보내왔습니다.”
“무슨 뉴스죠?”
“엑슨모빌이 보유한 가이아나 펀드 지분 10%를 석유 컨소시엄에서 인수했다고 합니다. 무려 80억 달러를 주고 인수했으니 이 뉴스가 알려지면, 주가가 더 떨어질 듯합니다.”
80억 달러의 추가 지출.
공매도 방어에 사용되어야 할 자금이 가이아나 펀드 지분 인수에 사용되었다.
그러니 헤스의 주가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었고, 공매도 세력에게는 아주 좋은 소식이었다.
나에게도 좋은 소식이었다.
공매도 세력이 전력을 다해 달려들게 될 테니까.
* * *
헤스 공매도 세력의 핵심 카노스.
그의 사무실에는 이전보다 훨씬 많은 헤지 펀드의 대표들이 모여들었다.
그들 중 과반은 이미 헤스 공매도에 참여하며 쏠쏠한 수익을 올렸고, 그 소식을 들은 다른 헤지 펀드 대표들도 떡고물을 얻어먹기 위해 카노스에게 고개를 숙였다.
“저희가 너무 늦게 찾아온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카노스 대표님이 하는 일이라면 당연히 같이 했어야 하는데,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느라 지체되었습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지요. 아직 헤스의 주가는 거품이 많이 낀 상태입니다. 여기서 조금만 더 공격을 가하면 태우그룹까지 흔들리게 됩니다. 우리가 나눠 먹고도 남을 양의 파이가 태우그룹이지요.”
인자한 미소로 말하는 카노스였다.
하지만 그는 뒤늦게 합류한 헤지 펀드 대표들을 좋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다.
밥상을 차리고 나니 이제 와서 수저를 들이밀겠다?
그래도 태우그룹을 공격하기 위해선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니 지금은 모른 척 넘어가기로 한 그였다.
“저희는 욕심부리지 않고 카노스 대표님이 허락한 만큼만 먹도록 하겠습니다.”
“아닙니다. 욕심부리셔도 됩니다. 저는 이번 작전에서 돈보다 명예를 되찾기만 하면 충분하니까요.”
카노스는 자신이 부활했다고 믿고 있었다.
테슬라 공매도 실패로 무덤에 묻힌 명예가 이제야 되살아났다고 믿는 카노스.
그리고 그를 따르는 많은 헤지 펀드들.
하지만 이 모든 게 거대한 어망에 불과했고.
자신들이 먹고 있는 건 어망에 들어 있는 미끼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