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39)
독식하는 재벌 3세-39화(39/518)
39화. 최초의 폴더폰 (5)
다음 날.
나는 정시에 맞춰 연구소로 출근을 했다.
이미 대부분의 연구원이 출근을 마친 상태였고, 후쿠다 고문은 이른 시간부터 소장실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른 시간에 어쩐 일이십니까? 설마 보고서를 벌써 작성하신 겁니까?”
“자네가 초안을 잡아 준 것에 몇 글자를 더 했을 뿐이네. 고문료를 받아먹으려면 당연히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나?”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를 나누시지요.”
소장실 안으로 후쿠다 고문을 안내했고.
비서가 내준 커피를 마시는 동안 나는 보고서를 정독했다.
“확실히 부정적인 내용보다 긍정적인 내용이 많아졌습니다.”
“태우그룹의 미래 먹거리에 대한 보고서니 당연히 긍정적인 부분을 써야 하지 않겠나? 손이 근질근질해서 죽는 줄 알았다네. 부정적인 내용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도는데 억지로 참아 내었다네.”
“잘하셨습니다. 부정적인 내용은 따로 작성해서 저에게만 보여 주시면 됩니다.”
후쿠다 고문의 보고서는 정말 내가 원하는 그대로였다.
특히나 태우전자의 미래 먹거리로 휴대폰을 강조한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현재 태우전자의 주 사업은 TV를 비롯한 백색가전이었다.
하지만 백색가전의 경우 영업 이익률은 10퍼센트도 채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는 일본 기업을 비롯한 여러 회사에게 기술료를 지불하기 때문이기도 했고.
시장 성장률은 낮지만, 여러 회사가 경쟁을 벌이고 있어 가격을 마음대로 높일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휴대폰의 영업 이익률이 높다는 점을 강조하긴 했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판매량이 받쳐 줘야 가능하다네. 지금의 태우전자의 휴대폰 제품들로는 점유율을 높이기 어렵다네.”
“좋은 제품만 만들어 낸다면 가능하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럼 아무 문제 없습니다. 이대로 보고서를 할아버지에게 보고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보고서를 만들어 주세요.”
“이미 작성 중이네. 이번엔 태우그룹이 보유하고 있지 않은 사업 중에 미래 먹거리가 될 만한 사업으로 보고서를 만들고 있다네.”
“아주 좋습니다. 그렇게만 계속해 주십시오. 고문님의 보고서가 중한 곳에 쓰일 수 있도록 제가 꼭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만족한 듯한 후쿠다 고문이었다.
내가 소장이 되기 전에는 작성한 보고서가 제대로 보고도 되지 않았기에 더욱 신이 나서 보고서 작성에 열중인 그였다.
하지만 지금이라고 해서 크게 달라질 건 없었다.
그저 아주 조금씩 할아버지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정도의 용도에 불과했다.
강력한 한 방은 따로 있었다.
폴더폰 시제품.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시제품을 내민다면 할아버지의 인식은 확 변하게 될 것이고, 그러기 위해 나는 시제품 생산을 독촉하기 위해 주광일 부소장을 찾았다.
“시제품 준비는 어떻게 되어 가고 있나요?”
“여러 업체와 계약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휴대폰 외형의 경우 사출 금형으로 제작해야 하는데 업체들이 꺼려 하고 있습니다.”
“꺼려 할 이유가 있나요? 돈을 안 주는 것도 아닌데.”
“그게 태우전자가 아닌 기술 연구소에서 의뢰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휴대폰 생산 업체에서 들어온 의뢰는 물량이 많기 마련이다.
하지만 기술 연구소의 의뢰는 수량이 적었고, 지속적인 계약도 어렵기에 꺼려 하는 것이었다.
“그런 문제라면 돈으로 해결하세요. 단가를 생산 회사보다 30퍼센트 이상 올려 주면 당장 의뢰를 받지 않겠습니까?”
“그야 그렇지만, 기술 연구소의 자금력으로는 어렵습니다.”
“돈 걱정은 마세요. 제 사비를 써서라도 자금을 충당할 테니까요. 지금 당장 금형 생산에 들어가게 하려면 얼마나 더 얹어 주면 되겠습니까?”
“단가를 50퍼센트 이상 올려 주면, 밤을 새서라도 만들지 않겠습니까?”
“그럼 60퍼센트를 올려 주세요.”
누누이 말하지만 시간 싸움이다.
푼돈을 아끼려 시간을 낭비할 때가 아니었다.
“다른 업체와의 계약은 어떻게 합니까? 목업(Mock-up) 전문 생산 업체와도 동일한 문제가 있습니다.”
“달라는 만큼 다 주세요. 외형은 그렇게 해결하시고, 하드웨어 부분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습니까?”
“일단 기존의 하드웨어를 최대한 개조해서 사용 중입니다. 폴더폰 맞춤 하드웨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대량 계약이 필수라 어쩔 수가 없습니다.”
휴대폰에는 다량한 부품이 들어간다.
메모리, CPU, 안테나 등등.
무수히 많은 부품을 태우전자에서 자체 생산할 수는 없었고, 당연히 다른 회사의 부품을 구입해 사용해야 했다.
“기존 부품을 개량해서 사용해도 문제는 없겠습니까?”
“연구원들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하지만 배터리 문제만큼은 어떻게 하기 어렵습니다.”
“마침 폴더폰 전용 배터리 시제품이 도착했습니다.”
구디너프 교수님이 빠르게 움직여 주셨다.
그는 연구실로 돌아간 즉시 시제품 배터리를 한국으로 보내 주었고, 오늘 오전에 도착했다.
“이게 정말 휴대폰용 배터리입니까? 이렇게 작은 배터리로 휴대폰이 제대로 작동될까 모르겠습니다. 작동이 된다고 해도 몇 시간 사용하지 않아 방전될 것 같습니다.”
“사용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최대 100시간까지 사용 가능합니다. 통화를 아무리 많이 한다고 해도 50시간 이상은 거뜬히 버티는 배터리입니다. 그리고 배터리 탈부착이 가능해 리필용 배터리도 사용할 수 있죠.”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는 보조 배터리를 들고 다니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폴더폰의 경우에는 추가 배터리로 교체하기만 하면 되었기에 더욱 간편했다.
“정말 이 배터리가 그 정도 효율이 나온다면, 시제품 완성에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래서 시제품 생산까지 얼마나 걸립니까?”
“늦어도 3개월 안에는 생산이 가능합니다.”
“그렇게나 오래 걸립니까?”
“기존의 모델과 확연히 다른 제품이라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모든 부분을 수제작으로 해도 되니까. 시제품을 다음 달까지 만들어 보세요.”
“……3개월 이하는 정말 힘듭니다.”
“기능을 최소화하는 대신 통화만 가능하도록 만들면요?”
“그렇다면야 한 달이면 충분합니다.”
“사실 한 달도 너무 깁니다. 그러니 최대한 빨리 제작해 주세요. 하루를 단축시킬 때마다 시제품 생산팀에게 보너스를 지급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폴더폰 시제품의 빠른 생산을 위해 모든 것을 지원했다.
부족한 인력은 스카웃해서라도 데리고 왔고, 외주 업체는 단가를 높여서라도 1순번으로 우리 일을 먼저 하도록 만들었다.
* * *
정확히 24일이 걸렸다.
보통의 시제품 생산보다 돈을 2배 이상 쏟아부은 결과 24일 만에 시제품이 생산되었다.
딸깍! 착!
열고 닫을 때마다 묘한 쾌감을 주는 폴더폰이었고.
디자인을 맡은 조나단과 주광일 부소장도 나와 같이 폴더폰의 감성을 느끼는 데 중독되었다.
“제 예상보다 디자인이 더 잘 나왔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휴대폰과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조나단이 디테일을 살려 디자인을 해 준 덕분이죠.”
“스티브가 초기 디자인을 수정해 줘서 더 좋은 제품이 나온 것 같습니다.”
조나단은 하루에도 몇 시간씩 스티브와 통화를 했다.
스티브는 정말 애플로 돌아가고 싶은지, 폴더폰에 자신의 모든 재능을 투자했다.
그 결과, 스마트폰에 익숙한 나조차도 감탄이 터져 나올 제품이 완성되었고, 나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아시겠지만 시제품을 절대 외부로 유출하면 안 됩니다.”
“폴더폰 제작에 관련된 연구원들은 연구소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하루에 3차례 이상 보안 검사도 실시하고 있으니 외부 유출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렵사리 만든 폴더폰을 뺏길 순 없었다.
그래서 연구소는 철저한 보안 시스템을 갖추었고.
그와 더불어 나는 모든 연구원을 매일 찾아가 상세 정보를 확인했다.
외부와 접촉을 하거나 시제품을 빼돌렸다면, 특이 사항에 표시가 날 터.
“시제품이 나왔으니 저는 회장님을 만나 뵙고 보고드리겠습니다.”
“회장님께서 매우 흡족해하실 겁니다. 곧장 생산 계획을 세우지 않겠습니까?”
“아마 그렇게 되겠죠. 다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오늘 하루는 휴가를 드리고 싶지만, 그러기엔 남은 일들이 너무 많네요.”
시제품은 말 그대로 시제품이었다.
통화기능과 문자 기능을 제외한 다른 기능은 빠져 있었다.
시중에 나와 있는 휴대폰의 기능을 다 담지도 못했고, 나와 특허 전담팀이 만든 새로운 기능까지 담으려면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다들 일하는 걸 좋아하고 있습니다. 예전의 기술 연구소는 하청 업체에 가까웠지만, 지금은 신제품을 만들고 있으니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너스도 넉넉히 받기도 했습니다.”
“고생하는데 먹는 거라도 잘 먹여야겠네요. 구내식당에 말해 소고기부터 장어까지 몸에 좋은 음식을 매일 먹을 수 있도록 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보양식을 먹은 만큼 더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주광일 부소장의 어깨를 토닥여 주고는 그룹 본사로 향했다.
내 손에는 2개의 폴더폰 시제품이 들려 있었고, 나는 신줏단지 모시듯 폴더폰을 고이 모셔 회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총괄 연구소장이 어쩐 일로 나를 다 찾아왔나? 집에서도 얼굴 보기가 힘든 분이 여기까진 어인 일인가?”
“제가 왜 바쁘게 지냈는지 이제야 보여 드릴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나는 품에서 상자 하나를 꺼냈고.
아주 천천히 상자의 뚜껑을 열어 폴더폰의 아름다운 자태를 할아버지에게 보여 드렸다.
“설마 이게 휴대폰이냐?”
“폴더폰이라고 이름 붙인 접이식 휴대폰이에요. 기존의 휴대폰보다 훨씬 작고 가볍습니다.”
딸깍! 착!
할아버지는 조심스럽게 폴더폰을 열었다.
그러곤 귀 옆에 폴더폰을 대어 보기도 하고, 키패드를 꾸욱 눌러 보기도 하셨다.
“확실히 기존의 휴대폰과는 다르긴 하구나. 고객들이 혹할 만한 제품이야.”
“할아버지 손자인 제가 만든 제품입니다. 휴대폰 시장의 역사를 바꿀 만한 물건이라 자신합니다.”
“흠, 확실히 돈이 되긴 하겠어.”
할아버지는 안목이 뛰어나신 분이다.
태우그룹을 재계 서열 3위까지 키워 낼 만큼.
당연히 폴더폰의 가치를 단번에 알아차리셨다.
“이런 요물을 만드느라 그간 바쁘게 지냈구나. 아주 장하구나.”
“그리고 경제 연구소에서 만든 보고서도 같이 봐주세요. 휴대폰 시장의 미래와 태우그룹의 미래 먹거리에 관련된 보고서입니다.”
후쿠다 고문이 만든 보고서를 내밀었다.
휴대폰 사업 관련 부분과 영업 이익률을 강조해 놓은 보고서였다.
“영업 이익률이 최대 30퍼센트까지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사실이냐?”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대량 생산을 시작하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기술료를 생각하면 절대 30퍼센트의 영업 이익률이 나올 수 없을 텐데?”
“폴더폰 제작을 위해 50가지가 넘는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그리고 매일같이 특허를 쏟아 내고 있고, 폴더폰이 출시될 때쯤이면 최소 200가지가 넘는 특허를 보유하게 됩니다.”
특허 전담팀은 박준일 변호사가 정식으로 팀장이 되었다.
모든 연구원들이 자신이 만든 특허 명세서를 박준일 변호사에게 수정을 맡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박준일 변호사가 특허 전담팀의 중심이 되었다.
그를 중심으로 특허 전담팀은 특허를 쏟아 내었고.
그 속도는 점점 빨라져 어느 날은 하루에도 5가지 이상의 특허 명세서가 만들어지는 날도 있었다.
“특허를 많이 만들어 내어 기술료를 줄이겠다는 거구나.”
“우리가 만든 특허로 다른 회사에게 주어야 할 기술료를 상쇄시킬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지금처럼 막대한 기술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히려 다른 회사로부터 기술료를 받게 되는 날도 오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기술료를 받는다? 허허, 아주 듣기 좋은 소리구나.”